전두환 대통령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환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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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대통령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환영사
제12대 대통령 전두환
전두환 대통령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환영사 전문 1986년 3월 1일 토요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하와 내외귀빈 여러분.

본인은 오늘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영도자이시며 평화의 사도이신 교황 성하의 역사적인 한국 방문을 기쁘게 생각하면서 온 국민과 더불어 환영하는 바입니다.

특히 본인은 바티칸 시국 원수로서 최초가 되는 이번 성하의 방한이 우리나라의 가톨릭 선교 2백주년에 즈음하여 이루어진 것을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성하의 방한은 양국간에 현존하는 우호관계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가톨릭 신도는 물론 신앙의 자유를 향유하고 있는 우리 국민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의 축복을 받게 되는 소중한 기회가 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성하께서는 이 지구상에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하여 헌신해 오셨으며 인류의 상잔과 빈곤을 해소시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해 주셨습니다.

성하께서는 또한 고난받는 민족들의 해방과 평화롭고 정의로운 인간사회의 구현을 몸소 가르쳐 오셨습니다.

인류의 평화는 곧 사랑과 관용을 바탕으로 한 화합 위에 이룩되어야 한다는 성하의 신념에 대하여 본인은 깊은 공감을 표시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이 땅에 이룩하기를 염원하는 것은 바로 그 평화와 정의이며 그러기 위하여 우리 국민이 이 땅에서 실천하고 있는 대의는 바로 반폭력과 화합의 행동지표라는 것을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교황 성하.

우리 국민들은 역사적으로 자유와 평화를 파괴하는 수많은 전쟁참화의 피해자였으며 그리고 아직도 그러한 전쟁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각박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서 우리 국민들은 자유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뼛속 깊이 터득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자유와 평화가 이 땅에는 물론 온 세계에 충만하게 될 날을 위하여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 한국민의 노력은, 새로운 시대와 정의로운 역사는 역경을 극복하고 구현된다는 그리스도교의 증언대로 반드시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고야 말 것입니다.

교황 성하.

일찍이 1930년 폴란드의 성인 막시밀리아노 콜베는 한국에 천주교 성당이 세 곳밖에 없음을 한탄했다고 합니다만, 그 천주교회는 오늘날 본당만도 6백60여개에 이르고 있으며 1백3위의 성인까지 모시게 되었습니다.

민족적 수난을 뜨거운 신앙으로 이겨온 전통과 더불어 한국의 천주교는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인간의 영혼을 구제하는 큰 사명으로 평화와 정의의 나라를 건설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교황 성하의 방한은 이러한 천주교의 정신을 우리에게 더욱 굳게 깨우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본인은 확신하고 있습니다.

교황 성하.

우리는 지난해 비무장 민간항공기의 피격과 랭군 암살폭발사건으로 무고한 형제자매들이 폭력주의에 희생되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또 한국전쟁으로 말미암아 남북으로 흩어진 1천만 이산가족들은 서로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불의와 폭력의 위해와, 그로 인한 고통이 크면 클수록 대립이 아닌 대화를 추구하고, 복수가 아닌 화해를 모색하며 전쟁이 아닌 평화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그리고 인간 사회에서 폭력과 증오를 주고받는 그 누구도 없고, 그 누구도 독선과 불신을 비호하지 않으며, 모두의 행복과 권리를 함께 신장시키는 화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신념을 더욱 굳게 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반목과 이반의 미신을 물리치고 모든 분야가 제 본분을 다하는 가운데 사랑과 화해의 정신으로 서로 만나고 도우며 통일할 수 있도록 성하께서 기도하고 권면하여 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그리고 전체주의 아래서 믿음의 자유도 없고 마음속의 신앙을 표현할 수도 없는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황 성하.

원로에 오신 성하를 우리의 손님으로 맞게 됨을 다시 한번 기쁘게 생각하며, 성하의 이번 방한이 보람있고 성공적인 것이 되시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또한 성하의 이번 방한이 한국과 교황청간의 우호증진을 다짐하고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온 세계의 영원한 평화를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그리하여 이 땅에 사랑과 평화의 빛을 가득하게 하는 축복의 기회가 되기를 소망하는 바입니다.

본인과 우리 국민 모두는 이번 성하의 방한을 영원히 마음속에 즐겁게 간직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1984년 5월 3일

대한민국 대통령 전두환

전두환 대통령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환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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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대통령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환영사 전문 1986년 3월 1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