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집/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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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용 시집
돌아다 보아야 언덕 하나 없다, 솔나무 하나 떠는 풀잎 하나 없다.
해는 하늘 한 복판에 白金[백금]도가니처럼 끓고, 똥그란 바다는 이제 팽이처럼 돌아간다.
갈메기야, 갈메기야, 늬는 고양이 소리를 하는구나.
고양이가 이런데 살리야 있나, 늬는 어데서 났니? 목이야 히기도 히다, 나래도 히다, 발톱이 깨끗하다, 뛰는 고기를 문다.
힌물결이 치여들때 푸른 물구비가 나려 앉을때,
갈메기야, 갈메기야 아는듯 모르는듯 늬는 생겨났지,
내사 검은 밤ㅅ비가 섬돌우에 울때 호롱ㅅ불앞에 났다더라.
내사 어머니도 있다, 아버지도 있다, 그이들은 머리가 히시다.
나는 허리가 가는 청년이라, 내홀로 사모한이도 있다, 대추나무 꽃 피는 동네다 두고 왔단다.
갈메기야, 갈메기야, 늬는 목으로 물결을 감는다, 발톱으로 민다.
물속을 든다, 솟는다, 떠돈다, 모로 날은다.
늬는 쌀을 아니 먹어도 사나? 내손이사 짓부푸러젔다.
水平線[수평선]우에 구름이 이상하다, 돛폭에 바람이 이상하다.
팔뚝을 끼고 눈을 감었다, 바다의 외로움이 검은 넥타이 처럼 맍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