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집/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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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프에 불을 밝혀 오시오 어쩐지 람프에 불을 보고싶은 밤이외다.

하이한 갓이 蓮[연]잎처럼 알로 숙으러지고 다칠세 ─ 끼여 세운 등피하며 가지가지 맨듬새가 모다 지금은 古風[고풍]스럽게된 람프는 걸려 있는이 보다 앉인 모양이 좋읍니다.

람프는 두손으로 바처 안고 오는양이 아담 합니다. 그대 얼골을 濃淡[농담]이 아조 强[강]한 옴겨오는 繪畵[회화]로 鑑賞[감상]할수 있음이외다. ─ 딴 말슴이오나 그대와 같은 美[미]한性[성]의 얼골에 純粹[순수]한 繪畵[회화]를 再現[재현]함도 그리스도敎的[교적] 藝術[예술]의 自由[자유]이외다.

그 흉칙하기가 松虫[송충]이 같은 石油[석유]를 달어올려 조희ㅅ빛 보다도 고흔 불이 피는 양이 누에가 푸른 뽕을 먹어 고흔 비단을 낳음과 같은 좋은 敎訓[교훈]이외다.

흔히 먼 산모루를 도는 밤汽笛[기적]이 목이 쉴때 람프불은 적은 무리를 둘러 쓰기도 합니다. 可憐[가련]한 코스모스 우에 다음날 찬비가 뿌리리라 고 합니다.

마을에서 늦게 돌아올때 람프는 수고롭지아니한 고요한 情熱[정열]과 같이 자리를 옴기지 않고 있읍데다.

마을을 찾어 나가는 까닭은 漠然[막연]한 鄕愁[향수]에 끌리워 나감이나 돌아올 때는 가벼운 嘆息[탄식]을 지고 오는것이 나의 日誌[일지]이외다. 그러나 람프는 역시 누구 얼골에 향한 情熱[정열]이 아닌것을 보았읍니다.

다만 힌조히 한겹으로 이 큰밤을 막고 있는 나의 보금자리에 람프는 매우 自信[자신]있는 얼골이옵데다.

電燈[전등]은 불의 造花[조화]이외다. 적어도 燈[등]불의 原始的[원시적] 情熱[정열]을 잊어버린 架設[가설]이외다. 그는 우로 치오르는 불의 혀모상 이 없읍니다.

그야 이 深夜[심야]에 太陽[태양]과 같이 밝은 技工[기공]이 이제로 나오겠지요. 그러나 森林[삼림]에서 찍어온듯 싱싱한 불꽃이 아니면 나의 性情[성정]은 그다지 반가울리 없읍니다.

性情[성정]이란 반듯이 實用[실용]에만 기울어지는것이 아닌 연고외다.

그러나 역시 부르는 소리외다.

람프를 주리고 내여다 보면 눈자위도 분별키 어려운 검은 손님이 서있읍니다.

「누구를 찾으십니까?」

만일 검은 망또를 두른 髑體[촉루]가 서서 부르더라고 하면 그대는 이러한 不吉[불길]한 이야기는 忌避[기피]하시리다.

덧문을 구지 닫으면서 나의 良識[양식]은 이렇게 解說[해설]하였읍니다.

─ 죽음을 보았다는것은 한 錯覺[착각]이다 ─

그러나 「죽음」이란 벌서 부터 나의聽覺[청각]안에서 자라는 한 恒久[항구]한 黑點[흑점]이외다. 그리고 나의 反省[반성]의 正確[정확]한位置[위치]에서 나려다 보면 람프 그늘에 채곡 접혀 있는 나의肉體[육체]가 목이 심히 말러하며 祈禱[기도]라는것이 반듯이 精神的[정신적]인것 보다도 어떤 때는 純粹[순수]히 味覺的[미각적]인수도 있어서 쓰데 쓰고도 달디 단 이상한 입맛을 다십니다.

「天主[천주]의 聖母[성모]마리아는 이제와 우리 죽을때에 우리 죄인을 위하야 비르소서 아멘」

그러므로 예전에 앗시시오 • 聖[성]프란시스코는 우로 오르는 종달새나 알로 흐르는 물까지라도 姉妹[자매]로 불러 사랑 하였으나 그중에도 불의姉妹[자매]를 더욱 사랑하였읍니다. 그의낡은 망또 자락에 옴겨 붙는 불꽃을 그는 사양치 않었읍니다. 非常[비상]히 사랑하는 사랑의 表象[표상]인 불에게 흔 벼쪼각을 애끼기가 너무도 인색 하다고 하였읍니다.

이것은 聖人[성인]의 行蹟[행적]이라기 보다도 그리스도敎的[교적] Poesie의 出發[출발]이외다.

람프 그늘에서는 季節[계절]의 騷亂[소란]을 듣기가 좋읍니다. 먼 우뢰와 같이 부서지는 바다며 별같이 소란한 귀또리 울음이며 나무와 잎새가 떠는 季節[계절]의 戰車[전차]가 달려옵니다.

窓[창]을 사납게 치는가하면 저윽이 부르는 소리가 있읍니다. 귀를 간조롱이하야 이 괴한 소리를 가리여 들으럅니다.

역시 부르는 소리외다. 람프불은 줄어지고 壁時計[벽시계]는 금시에 황당하게 중얼거립니다. 이상도하게 나의 몸은 마른 잎새 같이 가벼워집니다.

窓[창]을 넘어다 보나 燈[등]불에 익은 눈은 어둠속을 분별키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