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집/밤 (산문)
우리 書齋에는 좀 古典스런 양장책이 있을만치 보다는 더많이 있다고- 그렇게 여기시기를.
그리고 키를 꼭꼭 맟워 줄을 지어 엄숙하게 들어끼여 있어 누구든지 끄내여 보기에 조심성스런 손을 몇번식 드려다 보도록 書齋의品位를 우리는 維持합니다. 값진 陶器는 꼭 음식을 담어야 하나요? 마찬가지로 귀한 책은 몸에 병을 진히듯이 暗記하고 있어야 할 理由도 없읍니다. 聖畵와 함께 멀리 떼워놓고 생각만 하여도 좋고 엷은 黃昏이 차차 짙어갈제 書籍의 密集部隊앞에 등을 향하고 고요히 앉었기만 함도 敎養의 深刻한 表定이 됩니다. 나는 나대로 좋은 생각을 마조 대할때 페이지 속에 文字는 文字끼리 좋은 이야기를 잇어 나가게 합니다. 숨은 별빛이 얼키설키듯이 빛나는 文字끼리의 이야기..... 이 貴中한 人間의遺産을 金字로 表裝하여야 합니다.
레오 • 톨스토이가 (그사람 말을 잡어 피를 마신 사람!) 주름살 잡힌 人生觀을 페이지 속에서 說敎하거든 그러한 책은 雜草를 뽑아내듯 합니다.
책이 뽑히여 나온 부인곳 그러한 곳은 그렇게 寂寞한 空洞이 아닙니다. 가여운 季節의 多辯者 귀또리 한마리가 밤샐 자리로 주어도 좋읍니다.
우리의 敎養에도 각금 이러한 文字가 뽑히여 나간 空洞안의 부인 하늘이 열리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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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를에 밤이 함폭 들어와 차지하고 있습니다. 『밤이 온다』- 이러한 우리가 거리에서 쓰는 말로 이를지면 밤은 반드시 딴곳에서 오는 손님이외다. 謙虛한 그는 우리의 앉은 자리를 조금도 다치지 않고 소란치 않고 거륵한 新婦의 옷자락소리 없는 거름으로 옵니다. 그러나 큰 독에 물과 같이 充實히 차고 넘침니다. 그러나 어쩐지 寂寞한 손님이외다. 이야말로 巨大한 文字가 뽑히여 나간 空洞에 임하는 喪章이외다.
나의 거름을 따르는 그림자를 볼때 나의 悲劇을 생각함니다. 가늘고 긴 希臘的 슬픈 목아지에 팔구비를 감어 봅니다. 밤은 地球를 딸으는 悲劇이외다. 이 淸澄하고 無限한 밤의 목아지는 어드메쯤 되는지 아모도 안어 본이가 없읍니다.
悲劇은 반드시 울어야 하지 않고 사연하거나 흐느껴야 하는것이 아닙니다. 실로 悲劇은 默합니다.
그러므로 밤은 울기전의 울음의 鄕愁요 움지기기전의 몸짓의 森林이오 입술을 열기전 말의 豊富한 곳집이외다.
나는 나의 書齋에서 이 默劇을 感激하기에 조금도 괴롭지 안습니다. 검은 잎새 밑에 오롯이 눌리우기만하면 그만임으로. 나의 靈魂의 輪廓이 올뺌이 눈자위처럼 똥그래질 때 입니다. 나무끝 보금자리에 안긴 독수리의 힌알도 無限한 明日을 향하여 神秘론 生命을 옴치며 돌리며 합니다.
서령 반가운 그대의 붉은 손이 이書齋에 調和로운 古風스런 람프 불을 보름달 만하게 안고 골방에서 옴겨 올때에도 밤은 그대 不意의闖入者에게 조금도 황당하지 않습니다. 남과 사괼성이 燦爛한 밤의 性格은 瞬間에 花園과 같은 얼골을 바로 돌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