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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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총대(町總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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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째 날더러…… 밤낮 술만 먹구…… 주정만 한다구? 음 그래 그렇게 말해야 옳단 말야……? 천아에 고약한 놈 같으니……. 제가 그래 동네 구장 좀 되기로서니…… 무슨 세도야…… 세도? 흥…… 나는 그 자식 보기 싫드라…… 아직 새파랗게 젊은 애가 대가리는 허옇게 시어 가지고……. 여보 주인 술내우 술내여. 어째 이 모양이여……. 그런데…… 시방 내가 뭐― 랬겠다……? 오 옳지 그 신대가리가 나는 도무지 보기 싫어……. 제가 구장이면 그래 십 년 세도야…… 백 년 세도야!

무어 날더러 밤낮 술만 먹고 주정만 한다구……? 온 꼴같지 않아…… 무어 바―루 제거…… 정총대선정전형위원(町總代選定詮衡委員) 이라구?“

“아니 그것은 어풍(御風) 형이 그렇게 곡해 만해서 들으실 것이 아니라…….” “이건 왜 이래…… 나두 똑바로 다―짐작하고 있는데……. 그건 유(兪)도 잘 알지 못하는 수작이야……. 가만 있자 내 이놈들을 가서 끌고 와야…….”

“누구를?” “저…….정(鄭)하고 황(黃) 말야.” “시방이 새로 한 신데…….” “그까짓 시간…… 밤중이 아홉이면…….” “안주가 다―끓었습니다. 잡숫구 가십쇼…….”

“아니…… 내 친구 두어 분 더 끌고 올테니…… 무엇 좀 더 썰어 놓고 잘 끊여…….” 하고 곱배기로 따라 놓은 소주 탕기를 들어서 몇 숨에 곱질러 꿀꺽꿀꺽 마시더니 빈 잔을 술청에다 ‘텅’ 하면서 내던지듯이 놓는다. 한 손으로 술청 귀퉁이를 짚고 서서 ‘께엑―께엑’ 두어 번 건구역을 하더니 눈을 감꼬 끄덱끄덱 술청 기둥과 태견을 한다. 술청 주인이 얼른 달려들어서 겨드랑이를 붙들어 주니

“왜 이래…….” 하며 충혈된 눈을 쥐눈처럼 뜨고 붙든 사람을 이윽히 흘기여 본다. 몸을 움칫하고 한 번 뻗세여 붙든 것을 뿌리친 뒤에 손에 쥐였던 단장으로 땅바닥을 한 번 멋없이 구르면서 “취해?” 내가 취해…….“ 혀 꼬부라진 불호령 그의 술버릇을 잘 아는 유선생과 술집 주인은 얼른 물러서 멀숙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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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어풍(馬御風)은 큰 주호(酒豪) 이다. 나이가 삼십 이전에는 동이술도 사양치 않았다지마는 요사이는 몇 잔을 안 마시어서 곧 취해버린다. 보통 술이 안 취해 있을 때에는 남하구 얘기하기도 싫어할 만큼 입이 무거우며 아주 선량 성실한 데일사위감이지마는 술이 만일 몇 잔만 들어가면 곧 천하에 드문 쾌한 호걸이 되고 또 말할 수없는 개고기도 되어 버린다. 금방 용수철을 풀어 놓은 것처럼 자유와 확대 탕방불기(蕩放不羈)― 그 전 어느 때에 점잖은 자리에서 자기가 근무하는 어느 회사 사장을 거침없이 둘러 메꽂았다는 한 기담(奇談)도 아마 그 걷잡을 수 없는 술기운이 시킨 호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근년의 그는 그리 큰 주객이 아니다. 다만 술을 몹시 사랑할 뿐이라구다 배만 술을 사랑해 마시고 마시면 문득 취하며 취하면 의례이 비분강개한 천재적 예술이 튀어나와 읊조린다. 한시로도 “백주하능소수환 황금용이병남아(白酒何能消愁患 黃金容易病男兒)” 나 또 백낙천(百樂天)의 “신후퇴금주북두 불여생전일배주(身後堆金柱北斗 不如生前一杯酒)” 라는 구절이나 “포도미주응광배 욕음비파마상최 취와사상군물소 고래정전기인귀(葡萄美酒應光盃 欲飮琵琶馬上崔 醉臥砂上君勿笑 古來征戰幾人歸)” 하는 정전가(征戰歌) 나 이백(李白)의 장진주(將進酒)를 제가 지은 것처럼 즉흥으로 읊조리고 한다. 그리고 나서는 탈선이다. 탈선도 금방에 어떤 요술쟁이가 그의 본디 인격을 야바위 쳐 놓은 것처럼 아주 발광에 가까운 기상천외의 천재적 탈선이 가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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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의 하늘이다. 별 하나 없이 잔뜩 찌푸리었다. 문 밖 산골의 밤길은 지옥과 같이 어두웁다. 술취한 어풍이의 발 앞에는 천병만마가 들끓어 오는 듯이 “와그르르…… 쏴르르” 하는 시내물 소리가 가로막는다. 아마 장마 소나기에 산 골물이 별안간에 몹시 불어서 돌시내가 뿌듯하게 불거져 흐르던 것이다.

어풍이는 어느 틈에 양복바지는 어디다 벗어버리고 속잠방이 바람으로 비틀비틀 두 팔을 벌리고 학두루미가 춤추듯이 한참 허위적거리다가 그만 돌뿌리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았다. 두 다리를 쭉― 뻗더니 ‘후―’ 하고 긴 한숨을 내쉬이며 설레설레 고개를 몇 번인지 도리질을 한다. 그러다가 얼마 만에 어두운 앞냇물을 건너다보며

“없어? 이놈이 정말 없어? 안돼……. 고약한 놈 같으니……. 그래 내가 못 가?”

어풍이는 비틀거리고 다시 일어나 사방을 한 번 휘―둘러 본 뒤에 냇물 소리가 아니 나는 쪽으로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안개가 자욱한 속으로 귀신불같이 껌벅거리는 희미한 불빛…… 어풍이는 십여 간 밖 산비탈의 불켜 놓은 집 쪽으로 걸어간다. 여전히 황새다리같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이놈 없어? 안일어날테야? 그래 한 잔 더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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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막골 어풍이의 집에서는 젊은 부인이 어린 딸을 데리고 밤 들게까지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로의 저녁 찌개 뚝배기는 여러 번 물을 다시 부어 데어놓았다. 그러다가 새로 한 시를 친 뒤에는 화로의 찌개 그릇을 내어놓고 모기불 약쑥을 피운 뒤에 입은 채로 그대로 드러누워 잠간 눈을 붙이려 하였다. 매양 남편이 술이 취하면 어디서 밤을 새이구 들어오기도 하며 또 어는 때는 하루 이틀 나가서 안 들어오는 날두 있으니까.

“아마 오늘도 어디서 밤을 새이시는 게로군.” 하고서 기다리는 것을 그만 단념 해버린 것이다. 그래 고생고생 하다가 막 첫잠이 들은 둥 만 둥 하였을 적인데

“아씨 주무세요?” 하고 행랑어멈이 마루 끝에서 몇 번인지 부르는 상싶었다. “응 왜 그래……?” 아직도 잠에 어린 목소리로 몸을 반쯤 일어 바깥을 내다보며 물었다. “저…… 세검정서 어떤 사람이 올라 왔는뎁쇼…….” “그래?” 하고 부인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 안으면서 마루로 일어나왔다. “저…… 선생님이 약주가 몹시 취하셔서 순금청에 가 계시다구요…….”

“그게 어쩐 일이야…….”

“모릅지요.”

“그 온 사람 보고 물어 좀 보지 자세한 얘기를…….”

“벌서 내려갔는뎁쇼. 그 말 한 마디만 이르구…….”

“그럼 사랑의 삼룡이를 좀 깨우게.”

때마침 방에서 누워 자던 어린 딸 영진이가 일어나 눈을 부비면서

“엄마 아버지 입때 안들어 오셨수?”

“들어오시기 커넝 저―아래 파출소로 잡혀가셨단다.”

“왜……?” 영진이는 입을 비죽비죽하면서 엄마를 쳐다본다. ‘낸들 알 수 있니. 또 아마 어디서 주정을 하신게지……. 온 아무 일이나 없었으면…….’ 부인은 걱정스러운 가슴을 혼자 히솟거리면서 일변 횃대의 치마 적삼을 내려 갈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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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풍이는 이층 집 술집 뒤채를 빌어 들어 있는 친한 친구 황을 찾아가던 것이다. 황도 어풍과 같은 연배의 궁한 시인인데 어풍이가 술이 취하면 매양 옛벗이 그리워 찾아가서 술도 같이 마시고 시도 읊고 주정도 하던 것이었다. 이층집의 커놓은 불빛만 여기고 천방지방 비틀거리며 찾아간 노릇이 그 불 비치던 이층집은 이층집이 아니라 산비탈에다 드높게 새로 지어놓은 반양식의 조그마한 아담스러운 집이었다. 어풍이는 떠―ㄱ 버티고 서서 몽롱한 눈으로 문간을 치어다 보며

“흥 어느 틈에 새 집을 다― 지었어……. 이 사람 시인이 돈을 모아선 못쓰네……. 흥 그렇지 그래도…… 우리 친구가 제법이야……. 이 사람 일어나 술 내게 술 내…….”

어풍이는 언덕으로 올라가서 현관의 유리문짝을 두들기며 연방 “이 사람 술내라”고 고함을 지른다. 집안에서는 사람들이 무어라고 두런거리는 소리가 나기는 하나 술에 잠긴 어풍이의 귀에는 아무러한 소리로도 분간해 들리지를 아니하였다. 또 다시 문짝을 발길로 걷어차며 어풍이는 몇 번 불호령을 하였다. 얼마만에 한 간호원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나와서 문을 열고 내다본다.

“그래…… 새 집을 이렇게 짓고서 술 한 잔도 안 내…….”

“집안에 산고(産故)가 있으니 떠들지 말고 조용히 말씀해 주십시요.” 젊은 여자는 공손하게 타이른다. “부인께서 어느 틈에 애기를 또 뱄었던가? 황군도 이제 정말 행복한 시인이로군……. 새 집 짓고 아들 낳고…….” 어풍이도 역시 지껄리면서 다짜고짜로 현관으로 들어선다. 젊은 여자가 너무도 놀래여 외마디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붙잡건 말건 어풍이는 덥침하고 지창으로 헤매이든 구두 바람 그대로 신은 채 다다미방으로 성큼 올라가버리였다.

“이건 아들만 나면 제일이야. 소식두 없이 새 집 짓고…….”

“대체 너는 어떠한 놈이냐.”

젊은 남자의 성난 목소리……. 간 반쯤 되어보이는 다음 칸 침실에서는 아기를 낳느라고 고통에 신음하는 젊은 아내와 아내를 붙들고서 간호하느라고 진땀을 빼는 남편. 남편 되는 이는 아닌 밤중에 별안간 달리어든 주정꾼을 눈 앞에 두고서도 어찌할 줄을 몰라 신음하는 산모만 붙잡고 쩔쩔 매이는 안타까운 광경이다. “온 이게 어쩐 세음인가…….” 하고 어풍이는 잠깐 망설이다가 이왕 내 친 걸음이라

“어떠한 놈? 그래 나를 몰라서 물어? 나는 이러한 술주정꾼이시다. 하하하.” 집주인도 너무 어이가 없는지 ‘픽’ 하고 웃으며

“그럼 술이 취했거든 어서 집으로 가 자거라.” “집으로 가서 자거라? 아니 대체 어느 어떠한 놈인데 남보고 가서 자거라 말어라 해…….”

“술이 취했으니 이제 그만 집에 가 자는 것이 좋지 않은가.” “좋긴 무엇이 좋아. 술 안먹구 가서 자는 것이 그래 좋아? 어서 술이나 한 잔 내…….”

집주인은 붙들고 있는 아내를 조산부에게 내어맡기고 일어나와 어풍리를 바깥 쪽으로 내어끌으며

“한 잔을 내었으면 나도 좋겠지마는 여기는 술집이 아니고 또 당신도 보다시피 아내는 저렇게 산기가 있어, 죽을 둥 살 둥 고통을 하고 있지 않소. 그러니 어서 댁에 돌아가 주무시요.”

“안 돼 나는 정 못가겠어…….” “어서 가―.” “안 가―.” “안 가면 어쩔테냐.” “술 먹어야지…….” “술……? 이런 놈은 버릇을 좀 가르쳐야…….” 손길이 언뜻하며 철썩하는 소리가 나자 어풍이의 몸뚱이는 한 번 곤두쳐 방바닥에 동그라진다. 문 밖에는 동네 사람들이 웅깃중깃 몰리어서 구경을 한다.

“대체 이 놈이 어디 사는 자식이오?” 어풍이를 문 밖으로 끌고 나온 집주인은 동네 구경꾼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 자식이 사람을 막 쳤겠다…….” 어풍이는 비척거리고 일어나며 뇌잇거린다. “마어풍이라구 저― 가막굴 사는 이인데……. 평시엔 매우 얌전한 이가 술만 취하면 아주 개망나니예요.” 늙수그레한 털보가 괘ㅅ마리를 붙들고 서서 탄식 겸 중얼거린다.

“응 네가 술주정 잘한다는 마어풍이로구나. 그럼 버릇을 단단히 가르쳐 보내야지.” “버릇을 가르쳐? 너는 무엇하는 놈이냐.”

어풍이는 그 사나이한테로 덤비어 들었다. 그는 굼띤 팔짓으로 법고춤을 추듯 허공을 내어두른다. 알콜의 중독인 까닭인지 그의 손은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이다. 그러는 순간에 날라드는 사나이의 억세인 주먹이 날쌔게도 어풍이의 볼따구니를 우기어 대었다.

“옳지 잘 친다. 이 놈 네가 나를 때렸겠다. 고약한 놈.” 어풍이는 허덕거리며 다시 덤비어든다. 이때에 주인의 머리에는 이러한 생각일 번개치듯 들어갔다.

…… 그 언젠가 본동구장(本洞區長) 한테서 “이 사내가 술버릇이 몹시 사납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옳지. 이런 때 한 번 이 사람의 못된 버릇을 고쳐주자…….” 자기가 일전에 이곳으로 이사해 오면서 ‘여기는 인심과 풍습이 유난히 좋지 못할 뿐더러 노름꾼 싸움꾼 주정꾼들이 많다’ 는 소문을 들었었다. 그것이 정말 사실일른지는 모르지마는…… “아무튼 이런 기회에 한 번 철저하게 응징을 하리라. 그러면 그 바람에 다른 청년들의 풍기도 저절로 고치어지겠지…….” 하였다.

어풍이와 집주인 두 사람의 얼굴에는 영악한 흉포성이 점점 짙어간다. “이눔―, 이눔.” 하며 서로 용을 쓰며 으르는 소리와 아울러 엎치락 뒷치락……. 원래 어풍이보다는 체력도 세고 기술도 있고 열기가 빠른 주인으로서 술취한 어풍이를 압제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었던 것이다. 단박에 어풍이를 꼼짝도 못하게 엎어놓고 말처럼 타고 앉아서 이를 악물고 한참이나 두드려대었다.

일상 온순하고 부드러웁던 이 집 주인으로서는 이번처럼 사람을 몹시 때리어 보기는 아마 평생 처음이었을 것이다.

“이놈― 밤중에 남의 집을 침입했을 뿐 아니라 함부로 폭행까지 하고…… 어디 견디어 좀 보아라. 뜨거운 맛이 어떤가…….” “네가 사람을 막 쳤겠다……. 이 놈 어디 보자……. 내 당장 파출소로 가서…….” 어풍이는 꼼짝도 못하고 늘어져서 이를 갈며 기만 쓴다.

“흥 파출소로 가면 무어 시원할 게 있을 줄 아니?” “보아 하니 너는 처음 보는 놈인데……, 모처럼 네 집에 찾아온 낯선 손님을 이렇게 꼼짝도 못하게 막두들겨 놓고도 그래 무사할까?” 주인은 하도 어이가 없는지 ‘픽’ 하고 웃으며 고개를 돌리었다. 어풍도 덩달아 ‘하하하’ 하고 미친 듯이 허튼 웃음을 웃었다.

때마침 신대가리 구장이 달려와서 집주인에게 수없이 꾸벅거리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온갖 사정 갖은 하소연은 다― 한 끝에 겨우 묶어놓았던 것을 끄르게 되었다.

아무 말 없이 구부리어 끈을 끌르는 주인의 입술에는 붉은 피가 조금 흐른다. 아마 아까 어풍이의 머리에 받히어 터졌던 것이다. 사질 집주인은 술이 취한 것도 아니요 원래 온유한 성격에다 잠깐 흥분이 되었던 것이 고대 진정이 되매 자기의 체면으로 창피도스러웁고 또 자기는 이삼 일 안으로 다른 시골로 영전이 되어 갈 몸이라 될 수 있으면 모든 일을 말썽 없이 치르고 떠나려고 하였던 것이다. 또는 당장에 아기를 낳는 아내의 고통하는 정경도 몹시 궁금하였던지 묶어 놓았던 끈을 끌르자 말자 도망하듯이 부리나케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었다. 주인의 바쁜 걸음이 집 안으로 사라지자 ‘으아’ 하는 갓난아기의 첫울음소리가 가녈프게 들이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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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동안이나 머리를 싸고 누웠던 어풍이는 그 집 주인의 송별회를 차리는 날 아침에서야 비로소 일어나 봉투 비봉을 두 장이나 썼다. 하나는 그에게 송별사 겸 사과의 편지가 들은 봉투요 또 한 장은 정총대사임서(町總代辭任書)가 든 봉투였었다. 어풍이는 공교스럽게도 주정하던 날 밤에 정총대로 피선이 되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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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별회를 치르고 나서 어둔 산길로 쓸쓸히 돌아가는 유씨와 황씨 두 사나이……. “그 나마의 것이라도 어풍군이 그대로 눌러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만 사임을 해버리었어요!” 몹시 섭섭해 하는 황의 탄식…….

“이번 어풍 선생의 술주정은 꼭 계획적이었던 것만 같아요. 그 날 저녁에 전형위원들이 어풍 선생을 정총대 후보자로 추천하였던 소식을 미리 들어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짓을 일부러 저지른 것은…….” “글쎄요……. 옛날에 매월당(梅月堂) 같은 이는 원각사 팔관회의 법주(法主)로 끌리어 갔다가 일부러 뒷간에 가 거꾸로 떨어져서 똥뭉치가 되었더란 말도 있기는 하지만…….

어풍군이야 무어 정말 그랬을라구요……? 다만 그는 술만 아니 취하면 몹시 청령공근하고 얌전한 선비이니까 아마 술이 깨이구 보니 너무도 열적구 부끄러워서 그래버렸는지도 모르지요.“

두 청년은 어두운 가슴으로 술 아니 취한 어풍이의 핼쓱한 얼굴을 그리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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