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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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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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대 대통령 취임사 제11대 대통령 전두환 제12대 대통령 취임사
잠실실내체육관, 오전 11시 1980년 9월 1일 월요일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귀빈 여러분!


오늘 새 역사의 장을 여는 뜻깊은 식전(式典)에서 먼저 본인을 제11대 대통령으로 선출해 주신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과 국민 여러분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동시에 이 국가적 일대 전환기에 대통령의 책무를 맡게 된 데 대하여 무거운 사명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전개되는 80년대는 우리 현대사에 있어서 대내외적으로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조국이 광복된 후, 한 세대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 사회의 중추세력이 바뀌었고 불의의 10·26 사태는 결과적으로 한 시대를 마무리짓는 전기가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구시대의 그릇된 기풍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깨끗하고 서로 믿는 정의로운 새 사회와 부강한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눈을 밖으로 돌려 볼 때 80년대 역시 국제정치와 세계 경제질서에 격동과 격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미소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 도처에서 분쟁과 군사적 충돌이 계속될 것이며, 특히 동북아지역에 있어서는 강대국간의 전략적 균형이 구조적으로 변화되어 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열강의 움직임은 한반도 주변환경에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세계경제도 가중되는 자원난과 만성적인 경기침체로 계속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국제환경 속에서 우리는 북한공산집단의 침략위협에 항상 대비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마저 안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생존권을 지키고 밝은 장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결의와 단합이 요청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난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 갖가지 내외의 도전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경이적인 국가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그러나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 많은 모순이 부산물로 생겨났습니다. 이른바 권력형 부정축재, 부의 편재현상, 황금만능주의, 도의(道義)의 타락, 정치적 이견(異見)의 극단화, 공직자들의 무사안일주의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권력을 이용하여 수십억 또는 수백억원의 재산을 긁어모은 정치인이 있고 일부 부유층이 사치를 위해 낭비에 흐르는가 하면,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하였으며 정직, 성실, 근면한 사람이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대우받기는커녕 오히려 못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부조리와 부패를 그대로 놓아둔다면, 외부로부터의 침략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 나라의 존립마저 크게 위협을 받게 될 것입니다.

백수의 왕인 사자도 다른 맹수의 공격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병균이나 기생충에 죽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나라는 우리 모두가 피로써 지켰고 땀흘려 이룩한 국민의 것입니다.

몇몇 특혜 받은 사람들을 위한 나라가 결코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80년대에는 이같은 구시대의 잔행을 추방하고 참다운 민주복지국가를 건설해야 겠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복지국가는

첫째, 우리 정치풍토에 맞는 민주주의를 이 땅에 토착화하고 둘째, 진정한 복지사회를 이룩하여 셋째,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고 넷째, 교육혁신과 문화창달로 국민정신을 개조하려는 것입니다.

본인은 제11대 대통령으로서 이와 같은 국가지표를 달성하기 위한 그 기초작업에 착수하겠습니다. 우선 참다운 민주역량의 축적은 우리의 당면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민주주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원래 우리의 것이 아니라 8·15해방과 함께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에 그 동안 우리 국민이 민주정치를 해 보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해 왔으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해 값비싼 시행착오만을 되풀이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제도는 어렵고 정교한 정치제도이기 때문에 조건이 성숙되지 않으면 제대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 정부는 민주주의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일을 하나씩 해 나갈 것입니다.

우선 헌법개정문제에 있어서는 정치과열의 방지와 정치풍토 쇄신을 기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우리 현실에 맞는 능률적인 헌법안을 마련할 작정입니다. 이 헌법개정안은 늦어도 10월 중에는 국민투표에 붙일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정부가 누차 밝힌 대로 내년 상반기 중 새 헌법에 의한 선거를 실시하며 신정부를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정치활동은 새 헌법이 확정된 후, 빠른 시일내에 재개토록 하겠습니다.

계엄령은 정국이 안정도고 소요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면 어느 때라도 해제할 방침이며 새 헌법에 의한 선거는 계엄이 해제되고 자유분위기가 보장된 상황하에서 과열이 배제되고 질서와 법이 존중되는 가운데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해 실시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정치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바이며, 아울러 이와 같은 협조 분위기가 원만히 성숙된다면 이미 최규하 전직 대통령께서 밝혔던 정치일정이 앞당겨져 추진될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혀 두고자 합니다.

참다운 민주주의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하여는 정치풍토부터 개선되어야 하겠습니다. 과거처럼 선동, 비리, 파장, 권모, 사술, 부정부패 등이 판을 치던 풍토속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 이같은 정치작태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할 상당수의 구정치인들을 정리하였으며, 그 외에도 이런 폐습에 물든 정치인들에게 앞으로의 정치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 본인의 소신입니다.

따라서 정세의 개편과 정치인의 세대교체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개편과 교체를 통해 지난날 노출되어 온 정치적 이견의 극단화는 앞으로 점차 중화되고 조정되리라고 본인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착시켜야 할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하고 정치운영상의 비능률을 제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자유경쟁 원칙하에 고도의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의 고유한 민족전통과 문화배경에 합치되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권한과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함으로써 책임정치와 책임행정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대통령 자신부터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일정기간 맡겨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본인은 민주주의를 이 나라에 토착화하기 위하여 헌법절차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반드시 확립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규하 전직대통령께서 지난 8월 중순 평화적 정권이양의 모범을 보여 주신 데 대하여 본인은 깊이 감명을 받았습니다.

참다운 민주주의의 실현은 정부나 정치인의 힘만으로 될 수는 없으며,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일상생활을 통해, 작게는 공중도덕을 지키는 일에서부터 크게는 국가관에 이르기까지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뚜렷한 윤리관을 정립하고 생활화하는 것이 민주사회 건설의 첩경이라고 믿습니다.

더욱이 전쟁의 참화를 경험하지 못한 전후세대에게 공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확고한 가치관과 투철한 안보의식을 심어 주는 것은 긴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 복지사회의 기반조성을 위해서는 자유경제체제에 바탕을 두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해 나가는 것이 절대 필요합니다.

경제발전은 사회복지의 기본전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기업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자유롭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동시에 지금까지의 기업에 대한 과잉보호를 지양하고 지원시책을 재검토 정비하여 기업체질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즉 경제운용방식을 민간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며 기업은 대소를 막론하고 경영 결과에 대해 스스로가 책임을 지는 풍토를 조성할 것입니다.

한편 국제경제면에서는 개방체제를 유지하면서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여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외국인의 국내 경제활동을 적극 유치, 장려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장하겠습니다. 정부가 추구하는 사회복지정책은 고용기회의 확대에 중점을 두어 모든 국민이 각자 자기의 능력에 따라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풍요롭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공공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데 있습니다.

정부는 근로자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임금격차의 완화와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촉진하며, 기업과 근로자가 공존공영할 수 있도록 노사협력체제를 계속 확립해 나가겠습니다. 농가소득의 증대와 농촌근대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도시와 공장에도 새마을운동을 지속적으로 확산, 정착시켜 나가겠습니다.

중화학공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로 수출진흥에 주력하고 금융질서의 쇄신, 공정거래질서의 확립 등을 추진할 것입니다.

당면시책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생활필수품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등 민생안정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발전이야말로 복지국가 건설의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추구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추구해야 할 튼튼한 자주국방의 초석이 된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막강한 군사력 유지는 아직도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외면하고 있는 북한공산 집단의 무력적화야욕을 분쇄하는데 있어 필요불가결한 전제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본인은 자주국방태세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서 군의 정예화, 그리고 사기앙양을 촉진하고 방위산업의 착실한 발전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자주국방없이 민주복지사회를 구현하려고 한다면 이것은 사상누각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서로 믿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간의 불신도 문제이지만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입니다. 본인은 그 일차적인 책임이 정부와 공직자에게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나 자신과 내 주변의 부정과 부패를 스스로 용납치 않을 것이며, 모든 공직자의 부정부패도 계속 척결해 나감으로써 국민의 불신소지를 가능한 한 간소히 없애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정직한 정부로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인은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개혁 주도세력이 처음에는 대단한 열의와 정의감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이 부패하고 사명감을 상실하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새 시대에는 결단코 이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새 시대를 여는 데 있어서는 국민 개개인의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새 가치관이라고 결코 고답적인 개념이나 거창한 내용이 아닙니다. 규칙을 지키지 않고, 약속을 어기고, 남을 헐뜯고, 거짓말을 하고, 불로소득을 꾀하고, 사치와 낭비를 일삼고, 돈으로 매사를 해결하려 하고, 압력으로 이권을 청탁하는 등의 폐습을 우리 일상생활 주변에서부터 하나씩 고쳐 가려는 마음가짐, 이것이 바로 새 가치관인 것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새 가치관이 우리 국민의식 속에 뿌리를 내려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될 수 있도록 새마을운동과 연계시켜 범국민적 사회정화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사회정화운동이 다만 부정적 요소를 물리적 힘으로 제거하는 데에 그쳤으나, 앞으로는 긍정적 요소를 고취하는 방향으로 계속 전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운동이 성공하려면 가정과 학교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정직, 질서, 창조의 정신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회기풍은 단시일 내에 정착될 수 없고 몇 세대가 걸릴 것으로 보지만 우선 그 기틀을 마련하자는 것이 본인의 확고한 신념입니다.

이상과 같은 민주, 복지, 정의사회는 획기적인 교육혁신과 민족문화의 창달을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단순히 지식의 주입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향상, 인격의 함양, 확고한 안보의식의 정립, 창의력 개발에 역점을 둔 전인교육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우선 의무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고, 과외의 폐풍을 근절하여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야 하겠습니다.

특히 대학은 앞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지도적 역할을 담당할 인재를 길러내는 배움의 터전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대학에서 연구하고 공부하는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나 대학인들이 현실정치에 뛰어들거나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나올 때 이것은 안보적 차원에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혀 두고자 합니다.

문화발전을 위해서는 우리의 전통적 문화유산을 보존, 계승, 발전시키는 데 힘쓰는 한편, 문화예술인들의 자주적이며 창의적인 활동을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민주복지국가를 건설하려는 우리의 의지는 궁극적으로 조국의 평화통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 민족적 지상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남북대화를 끈기있게 추진할 것이며, 쉬운 문제부터 점진적으로 풀어 나가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남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만, 한반도에서 전쟁은 방지되어야 하고 민족과 국토의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에 의해 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소신입니다.

한편, 민주복지국가 건설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지위를 더욱 높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한·미상호방위협력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동시에, 교육국가로서 우리나라의 비중이 국제사회에서 증대되는 추세에 맞추어 특히 우리의 주요 우방인 미국·일본을 비롯하여 모든 우방들과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들에 대하여도 상호주의원칙에 입각하여 문호개방정책을 유지할 것이며 비동맹국과의 실질적인 협력관계도 계속 증진해 나가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본인은 오늘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지금 밝힌 국정운영의 포부와 계획을 성실히 실천할 것을 국민 여러분에게 다짐합니다.

새 역사·새 시대를 창조하려는 우리의 국민적 의지와 민족사의 진운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오직 결단과 참여와 영광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국가 속에 내가 있고 나와 함께 국가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 조국과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겸허한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우리 국민 모두가 다함께 손을 마주잡고 새로운 광명의 시대를 향하여 힘찬 전진을 계속합시다.

이 국민적 결의야말로 바로 오늘과 내일의 새 민족사의 장을 여는 원동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국내외에 계시는 국민 여러분의 가정마다 고루 행복과 번영, 그리고 거룩하신 하느님의 축복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1980년 9월 1일 대통령 전 두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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