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국민경선 출마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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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반갑습니다.

시민광장, 아직도 회원가입 안하고 눈팅만 하는 유시민입니다.

먼저 오늘 대번개 준비하시느라, 시민광장 별천사 대표님을 비롯한 일꾼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쁘신 가운데 다녀가신 한명숙 후보님, 이해찬 후보님, 신기남 후보님 감사합니다. 정세균 당의장, 장영달 원내대표님 노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의원님들이 오셨습니다. 오늘 행사에 축하하러 오신 내빈 여러분, 고맙습니다.

여러분은 저에게 대통령 후보로 나서라고 요청하셨습니다.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먼저 여러분과 제가 함께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다섯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동의하시면 크게 대답해 주십시오. 박수와 환호성이 작으면 동의하시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여러분이 유시민에게 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이 첫 번째 약속을 한 순간도 이 약속을 잊지 맙시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기준은 언제나 나라 발전과 국민 행복입니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저는 후보경선이든 본선이든간에, 정정당당한 선거운동만 하겠습니다. 정책과 비전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논쟁하고 경쟁하겠지만, 정책비전과 관계없이, 경쟁자의 인격이나 사생활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어떤 경우에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경쟁상대가 저를 비방한다고 해도, 저는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예, 약속하셨습니다. 은혜는 돌에 새기고 원수는 물에 새기는 자세로 선거전을 합시다.

세 번째 질문입니다. 누구도 혼자서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제가 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경우 낙선한 분들을 모두 선대위로 모셔서 함께 본선을 치르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그분들의 견해를 수용해서 저의 정책을 일부라도 수정해야 할지 모릅니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크고 작은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포용할 것입니다. 저에게 이렇게 할 권한을 주시겠습니까?

여러분도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에게 그렇게 대해 주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 나중에 다른 말씀 하시면 절대 안됩니다.

네 번째 질문입니다. 민주신당의 후보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정치인이라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역사적 정통성과 도덕적 정당성을 가진 사람이 후보가 되어야 합니다. 제가 그 후보가 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때 제가 일등을 하지 못하는 경우, 출전을 목표로 레이스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일등을 하지 못할 때 정통성 가진 후보, 제대로된 정책 노선 가진 후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 자신을 던져야 할지 모릅니다. 제가 정통성 있는 후보 중에 확실한 1등을 하지 못하면 다른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의를 위해서 우리 자신을 던지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여러분과 상의하고 토론하겠습니다. 다만 최종 결정은 제가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 여러분이 저의 선택을 받아주시고, 그 단일후보를 본선후보로 만드는 데 지금처럼 열성을 다해 주셔야 하는데,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예,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가 경선에서 승리하고 또 본선에서 이기면 대한민국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됩니다. 겁나는 일이지만 가만히 상상해 보면 기분이 참 좋지요? 그런데 여기서도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을 만드는 건 지지자들이지만, 당선되는 순간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됩니다. 지지자들이 원하는 정책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겠습니다. 하지만 더러는 낙선한 다른 정당 후보의 공약 가운데 그 정당의 유권자들이 간절히 바라고 국가발전에 좋은 것들은 수용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선에서 이겼다고 모든 것을 다 우리 좋은 대로 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여러분이 왜 지지자를 배신하느냐고 비판하고 등을 돌리실까 저는 겁이 납니다. 제가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주시겠습니까?

예,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대통령이 될 경우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온 국민이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여러분과 저 사이에 이 다섯 가지 약속이 이루어졌다고 믿어도 되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저는 오늘 여러분 앞에 기쁜 마음으로 선언합니다.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겠습니다.


몇 가지 마음의 자세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민에게 기쁨 주는 정부를 세우겠습니다. 국민이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품격있는 국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구체적인 정책을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그동안 준비해온 정책공약을 적절한 시점 적절한 장소에서 하나씩 발표하겠습니다. 오늘은 큰 틀의 국가발전 비전 세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대한민국은 지구촌 전체를 활동무대로 삼아 더 큰 성공을 거두는 선진통상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대한민국은 국민 개개인의 능력과 사회 전체의 역량을 키우는 일에 국가의 총력을 집중하는 사회투자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강하고 품격 있는 평화선도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표방하게 될 국가발전의 3대 비전입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민주신당의 후보경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이것이 신당의 비전이 되도록 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아울러 12월 대선에 승리함으로써, 이것이 저 개인과 지지자와 제가 속한 정당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비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립니다. 오늘 열린우리당이 깃발을 접었습니다. 우리는 지역주의 정치, 돈정치, 패거리정치 청산을 원했습니다. 국민이 당원으로 참여해 주인 역할을 하는 민주정당 정책정당을 만들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그 정당의 깃발을 내렸습니다. 꿈은 좋았으나 실력이 부족해 현실에서 패배한 것입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에게, 지지해 주셨던 당원 동지여러분, 국민들에게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힘과 지혜가 부족했습니다.

2002년 이후 5년을 이어져온 열린우리당의 정당개혁 운동은 일시적으로 패배했지만 저는 이를 항구적인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현실은 받아들이지만 참여민주주의 정당개혁의 꿈을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의 깃발을 접었지만 정당혁명 정치개혁의 깃발은 여전히 저의 가슴 속에서 펄럭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지혜롭게,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차분히 설득해 가면서 다시 하겠습니다.

아직 아무 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의석이 143개나 되는 이 거대한 민주신당이라는 커다란 백지 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우리의 비전을 새겨 넣읍시다. 일단 좌절한 정당혁명 정치개혁의 꿈을 다시 살려, 이 꿈이 민주신당의 영혼이 되게 합시다.

여러분, 함께해 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2007. 08. 20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 후보 유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