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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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사

제42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사

대한민국 제47대 국무총리 김부겸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사

제42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사 2021년 10월 16일토요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남도민과 부산시민 여러분,

뜨겁고 아픈 시월에 우리는 다시 섰습니다. 42년 전 10월, 부산과 마산은 어느 도시보다 뜨거웠습니다. “유신철폐! 독재타도” “청년학도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독재와 불의에 맞선 뜨거운 외침은 부산대의 미라보다리를 건너서, 광복동과 남포동 시내로 번져 나갔고, 이곳 마산의 경남대와 오동동 문화광장, 그리고 창동과 불종거리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우리는 부마민주항쟁의 뜨겁고 치열했던 이곳 창원 마산에서, 마흔두 번째 부마민주항쟁을 기념합니다. 먼저,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싸우다가 유신독재의 부당한 폭력에 희생되신 고인들과 마음의 상처를 입고 살아오신 피해자 여러분, 그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마민주항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재조명하는데 힘쓰고 계신 전해철 행정안전부의 장관님, 부마민주항쟁재단 송기인 이사장님과 최갑순 신임이사장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지선 이사장님,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원회 홍순권 위원장님, 3·15의거 기념사업회 김장희 회장님, 경남과 부산에서 부마민주항쟁의 자취를 지켜주고 계신,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님, 허성무 창원시장님, 김윤일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님, 그리고 여야정당의 대표님들과 국회의원님 여러분,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부마민주항쟁은 그토록 단단해 보였던 유신독재를 무너뜨리고, 어둠 속을 밝히던 민주주의의 작은 등불이 들불처럼 사람들의 가슴으로 퍼져나간 시발점이었습니다. 부마는 부마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부마민주항쟁이 보여준 시민들의 의기와 용기는 1980년 ‘서울의 봄’이라는 민주화의 열망으로,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고, 1987년 6월항쟁과 2016년 촛불혁명으로 다시 피어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역사가 되었습니다.

이토록 숭고하고 자랑스러운 부마민주항쟁이었습니다만, 그 진상과 가치는 참으로 오랫동안 감춰지고 잊혀져 있었습니다. 한 세대도 넘는 무려 40년 동안, 우리는 부마민주항쟁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했습니다. 독재의 폭력에 스러져 간 선배, 동료, 가족들의 이름도 꾹꾹 안으로만 삼켰습니다. 

부마를 기억하고 되살려내는 그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또 하나의 민주화 운동이었습니다.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그 날이 세상에 알려지고,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부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부마를 되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주신 부산 경남의 시민들, 그리고 민주인사와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우리의 민주주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민주주의 선진국들이 가져다준 것도, 몇몇 위대한 지도자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 낸 것도 아닙니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과 시민들의 손으로 역사의 어둠을 헤치며, 피와 눈물과 용기와 신념으로 일구어 온 살아 있는 역사의 결과물입니다.

어둠의 시대, 독재정권은 이 시민들을 ‘좌경 용공 세력’, ‘불순분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아닙니다. 그분들은 학생, 회사원, 노동자, 주부, 가게주인, 점원이었고, 우리의 친구이자,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딸이었습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고, 불의에 항거할 줄 아는, 양심과 용기를 가진 대한민국의 시민들이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그때 부산과 마산의 거리에서 함께 어깨를 걸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쳤던 분들, 그리고 그 유가족분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부마민주항쟁의 희생자로 처음 인정받으신 故 유치준 선생님의 배우자이신 천술옥님, 1979년 유신선포 7주년이 되는 날, 홀로 경남대 도서관에서 애국가를 부르셨던 이윤도님이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다시 한번 한없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부산시민과 경남도민 여러분,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신 분들을 찾아서, 훈포장을 드리고 그 이름을 역사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훈포장을 받은 마흔네 분 중에는 부마민주항쟁의 주역이셨으며, 우리의 영원한 청년이신 故 고호석 선생님과 경남 민주화운동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故 김영식 신부님이 계십니다. 두 분과 같은 굽히지 않는 양심들이 있었기에, 어두운 시기에도 부산과 경남이 빛날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부마민주항쟁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공식적인 기억에서 삭제당했던 부마민주항쟁의 역사를 더 발굴하고, 가리워진 진실을 찾아내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조사 인력도 더 지원할 계획입니다. 부마민주항쟁의 온전한 모습이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창원의 ‘민주주의 전당’, 부산대학교의 ‘부마민주항쟁기념관’ 건립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부산과 경남의 시민 여러분께서도 부마가 하나의 역사로 기록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경남도민과 부산시민 여러분,

부산시민과 경남도민들은 오랫동안 이웃을 넘어 형제자매와 같은 사이였습니다. 3·15 민주의거가 마산 오동동에서 시작되어, 김주열 열사의 죽음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었던 4·19혁명 당시, 많은 부산 시민들께서 트럭을 타고 마산으로, 경남으로 달려와 ‘민주주의 사수’를 함께 외쳐 주셨습니다. 부마민주항쟁에서도 경남과 부산의 시민들은 다시 하나가 되어 싸웠고,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뀐 지금도, 그 하나 된 마음은 변치 않았습니다.

바로 그 마음으로, 지금 부산과 경남은, ‘부울경 메가시티’를 통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어가고 있습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지역의 미래 비전일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삶을 골고루 발전시키자는 우리 공동체의 약속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선도하고 견인해 온 경남과 부산이 지역균형 뉴딜과 초광역 협력을 통해서 함께 재도약한다면, ‘동북아시아 8대 광역경제권’이라는 목표도 능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정부도 힘껏 돕겠습니다. 부울경의 특별지방자치단체가 대한민국 초광역협력의 선도모델이 될 수 있도록, 동북아의 물류 플랫폼, 수소경제권 구축 등 다양한 공동협력사업을 지자체와 한마음이 되어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부마민주항쟁 당시 우리 시민들은 서로 돕고 아끼며 우애를 나누었습니다. 물과 음식을 나누고, 손뼉과 환호로 서로 격려했습니다. 지위가 높든 낮든, 출신과 직업에 상관없이, 서로가 믿고, 의지하고, 손을 맞잡았습니다.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고 있는 우리 국민의 힘도 바로 이러한 공동체 정신에서 나왔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지 않으며,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 성숙한 시민의식이야말로, 지금 어려운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습니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역에 협조해 주고 계시는 우리 소상공인, 자영업자 여러분께는 무어라 감사와 미안함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국무총리로서, 또 방역을 책임지는 중대본의 본부장으로서,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제 길었던 코로나의 터널도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고, 조만간 단계적인 일상 회복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이 마지막 고비를 잘 넘겨야 합니다. 정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가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방역관리를 빈틈없이 하면서 동시에, 소중한 ‘일상 회복’을 위한 준비도 빈틈없이 착실하게 해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경남도민, 창원시민 여러분,

다음 달이면, 민주주의 발전에 온 삶을 바치시고, 잊혀진 부마를 세상에 알려내셨던 故 고호석님이 우리 곁을 떠나신지 만 2년이 됩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

고호석 선생님은 생전에 이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합니다. 고호석 선생님의 말씀처럼, 부마민주항쟁이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 곁에 오래도록 살아남아 있는 그런 역사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그분들이 헌신과 희생 위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부마의 용기, 서울의 봄의 염원, 광주의 정신, 6월의 다짐이 있는 한,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대한민국의 시민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부마민주항쟁의 뜨거운 가슴으로, 모두를 위한 공동체 정신으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빛나는 내일을 함께 만들어나갑시다.

감사합니다.


2021년 10월 16일


대한민국 제47대 국무총리 김 부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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