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대 보건복지부 장관 취임사
존경하는 보건복지 가족 여러분! 이 자리를 함께 하고 계신 보건복지부와 소속기관 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이 저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영광인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과천 오는 길이 평탄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두가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인사청문회에서 애정과 질책을 함께 주셨던 국회의원 여러분께도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 어려운 일을 해내신 김근태 전임 장관께도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보건복지 가족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동안에는 다른 모든 것을 다 잊으려 합니다. 오로지 대한민국 보건복지 행정을 발전시켜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어르신들을 잘 모시고 싶습니다. 병들고 가난한 이웃과 장애인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힘껏 도우려 합니다. 국민들의 마음 속에 경쟁심과 더불어 아름다운 사회적 연대의식이 꽃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하여 2006년도가 양극화로 가는 우리 사회의 진로를 국민통합의 길로 돌려놓은 전환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뜻과 지혜와 힘을 모아 주시면 해낼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보건복지 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가 애써왔지만 보건복지 행정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는 아직 충분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앞서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잘 살펴야 합니다. 어려운 환경과 여건에 부닥쳐도 국민이 요구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몸이 어디에 있든, 우리의 눈과 마음은 언제나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섬겨야 할 국민들이 어떤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지, 그분들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누가 우리와 함께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현장을 살피지 않고는 바른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적어도 대한민국 보건복지 행정에 관한 한 여러분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일 뿐만 아니라 온 세계에서 최고 전문가입니다. 여러분이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는 이 세상 다른 어느 누구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저부터 앞장서겠습니다. 한 순간도 보건복지 행정의 현장에서 눈과 마음을 떼지 맙시다.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업무 영역에서 국민 만족도와 사업 성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또는 못하는지 스스로 알 수 있습니다. 국민 만족도와 사업성과를 반영하는 적절한 지표도 없이 일하는 것은 등대 없는 밤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존경하는 보건복지 가족 여러분!
우리는 더 효율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국민들이 더 만족하게 하려면 더 많이 대화해야 합니다. 좋은 정책이라도 보건복지부 혼자 결정하면 국민이 잘 따라줄 리 없습니다. 귀를 열고 가슴을 열어 보건복지 정책과 관련된 분들과 함께 상의하고 지혜를 모으고 책임을 나누어야 합니다. 국민이 잘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사업방식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 돕고자 하는 분들, 노인단체와 장애인단체, 사회복지계와 보건의료계 등 오랜 인연을 맺어 온 단체뿐만 아니라 노동조합과 경제계, 여야 정치권, 시민사회와 학계의 지도자들과도 더 넓게 더 깊게 대화하겠습니다.
보건복지 행정은 각계각층 국민과 관련 당사자가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협력할 때라야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때로 이해관계를 달리할지라도 여러 단체와 집단이 마음을 모아 협력해야 세계화와 양극화의 격랑에 휩쓸린 대한민국의 사회적 통합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존경하는 보건복지 가족 여러분!
우리가 하는 일은 오늘의 국민들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내일의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오늘 급격한 양극화가 만들어낸 그늘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미리 대비하지 않을 경우 머지않아 고령화의 재앙을 맞게 될지 모릅니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제일 빨리 늙어가는 나라입니다. 인구 구성의 급속한 고령화가 몰고올 수 있는 사회적 재앙의 폭발력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내일 닥칠 나쁜 일에 대비하려면 오늘 그 무엇인가를 희생하고 절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적 노후소득 보장체계인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화하는 것, 국민연금제도의 거대한 사각지대를 줄이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 실효성 있는 노인복지제도를 만드는 것, 젊은 부부들이 거리낌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우리 앞에는 산을 옮기는 것만큼이나 힘든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겠으나, 우리는 짧은 시간에 해결책에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 사회심리적 문화적 기반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우리의 힘과 땀을 바칩시다.
사랑하는 보건복지 가족 여러분!
저는 참여정부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새로운 약속을 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정부가 이미 한 많은 약속들을 하나하나 실현하고 매듭짓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조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불가결한 것이며, 우리가 성공하는 그만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진다는 신념을 굳게 견지합시다. 저도 최선을 다해 뛰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리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2월 10일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