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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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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26 의장,

먼저 제58차 유엔총회 의장으로 선출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금번 유엔총회는 의장의 탁월한 지도력 아래 많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확신합니다. 또한, 지난 회기간 Kavan 의장의 헌신과 노고에 대해서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라크문제)

의장,

지난 1년 사이에 이라크에서는 수십 년을 군림해 온 독재정권이 몰락하였습니다. 이라크 국민은 자유를 회복하였으며, 지금 국가재건이라는 험난한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의 정치적 변화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이라크 국민이 폭넓은 지지를 받는 민주정부 하에서 사회적․경제적 혜택을 누려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한국은 이라크 회복과 재건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의 상황은 밝지 않습니다. 최근 급증한 테러와 혼란은 전쟁의 승리가 반드시 평화 확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지난달 유엔 바그다드사무소에 대한 폭탄테러가 보여주듯이, 폭력과 테러의 확산을 막는 것은 이라크가 민주적이고 평화롭고 번영된 국가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라크 국민을 돕는다는 목적만을 가지고 이라크에 파견된 유엔 직원에 대한 잔혹한 테러행위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이라크에서 일하고 있는 유엔 및 관련 요원들과 국제구호 요원들의 안전과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사무총장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합니다.

(사회․경제문제)

의장,

국제사회는 계속되는 갈등과 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해동안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강화하는 데에 지속적인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보편적 가치의 확산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완전한 권리와 존엄성을 향유하는 세계는 아직도 요원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국제사회의 지도원칙으로 삼아 고양하기 위해 일치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적으로 동참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 서울에서는 작년 11월 제2차 민주주의공동체 각료회의가 개최된 데 이어 금년 5월에는 제3차 반부패세계포럼도 개최되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인권, 법치, 선정 (good governance)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성취는 우리사회가 직면한 과제입니다. 빈곤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분쟁과 독재의 토양을 제공합니다. 이에 대한 국제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따라서 작년 개발재원국제회의와 및 지속가능개발정상회의에서 정해진 목표들을 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제사회는 지혜를 모아서 이러한 목표 이행을 위한 가시적 성과를 거두어야 합니다.

최근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도 증대되어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전염병은 어느 국가도 면제될 수 없는 세계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HIV/AIDS에 관한 제26차 특별총회 결과 이행에 관한 고위급 회의가 이번주 초 개최된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염병 퇴치를 위한 우리의 공동노력과 관련하여, 1997년 서울에 설립된 국제백신연구소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을 촉구코자 합니다. 이 연구소는 개도국의 전염병 백신 개발을 위해 설립된 유일한 국제기구로서 세계의 빈곤층을 위한 공중보건 증진에 기여코자 그 활동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군축․비확산문제)

의장,

세계안보의 전선에는 대량파괴무기(WMD)의 확산과 대형 참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테러리즘과의 연계가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핵비확산조약(NPT)에 기초한 핵비확산체제는 현재 유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비확산체제의 미래 뿐만 아니라 국제안보환경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최근의 사례들을 볼 때 기존의 핵비확산체제는 확산 의지가 강한 국가에 대해서는 내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NPT의 보편성 확보와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협정 추가의정서의 보편적 이행을 통한 안전체제 강화가 중요하며, 현 체제의 맹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 NPT 강화․보완에 대한 안보이해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양자․다자 및 지역적 접근방식을 추진하는 것이 긴요합니다. 또한, WMD 관련 부품과 기술의 잠재적 공급자간의 수출통제제도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정부는 핵공급그룹(NSG) 총회를 지난 5월 주최하였으며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총회도 내년에 주최할 예정입니다. 또한, 핵보유국은 NPT의 핵군축의무를 이행하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조기 발효를 위해 더욱 노력함으로써 비확산을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문제)

의장,

동북아의 안보는 현재 대량파괴무기(WMD) 확산 가능성에 의해 위협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 계획은 한반도의 안보에 직접적인 도전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여타 지역의 평화와 안정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의지가 확고하며,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고 일관됩니다

첫째, 북한은 핵개발 계획을 완전하고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해체해야 합니다. 둘째, 북한 핵문제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의 고조는 지역내 모든 국가들에게 위해가 됩니다. 한국전쟁 종결 이후 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한국 국민들은 전쟁의 상흔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극이 결코 반복되도록 하여서는 안됩니다.

국제사회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을 위한 공동 노력을 취함으로써 이러한 긴박하고 중요한 문제에 대처하는데 훌륭한 지혜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달 북경 6자회담을 이끌어 냈습니다. 북한 핵문제의 복잡한 성격을 감안할 때, 6자 회담에서 앞으로의 회담에 지침이 될 기본 원칙에 모든 참가국이 합의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필요성에 대해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것을 환영합니다. 향후 과제는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고 합의된 원칙들을 어떻게 구체화해 나아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향후 회담에서 이견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은 물론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력의 정신이 우선되어야 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삼가 해야 할 것입니다.

6자회담의 성공은 단순히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냉전 종식후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남북한간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150만의 중무장한 군인들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냉전의 마지막 전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지난 50년간의 대립을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이러한 이행과정이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의 역사로부터 얻은 교훈은 남북한 관계의 미래를 규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주지하듯이, 독일과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한 세기동안 세 번의 전쟁을 통해 반목과 분쟁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국가들은 힘을 합쳐 독․불 양국의 차이점을 해소하고 경제적 상호의존의 네트웍을 통하여 평화와 공동 번영을 추구하였습니다. Jean Monnet와 Robert Schuman의 비전에 힘입어 유럽 석탄철강공동체가 형성되었으며, 이후 발전과 확대를 거듭하여 오늘날의 구주연합이 되었습니다.

물론, 한반도의 경우는 유럽과는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와 같이 남북한간에도 경제적 상호의존이 정치적 갈등의 해소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번영정책이라는 적절한 명칭으로 불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남북한간 경제적 상호의존을 심화하여 양측간의 정치적 대결을 해소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계획은 이러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은 북한이 핵개발 의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경제 번영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깨닫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북경 6자회담에서 모든 참여국들이 북한의 안보 우려를 다룰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였음을 주목하면서 우리는 북한이 현명하고 넓은 안목에서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합니다. 북한의 안보 우려는 핵문제와 함께 차기 6자회담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되기를 강하게 희망합니다.

일단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고 6자회담이 제시하는 기회를 잘 활용하여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서게 되면, 우리 정부는 과감한 대북 경제협력을 위한 추가적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국제사회 역시 북한에 필요한 인도적․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협력과 지원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기타 지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크게 미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6자회담을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고 이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구축 과정이 시작되면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는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 6자회담의 성공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유엔회원국 모두의 지원을 기대합니다.


(결어)

의장,

21세기를 맞아 유엔은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들과 우리 후세를 위하여 안전하고 번영된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공동의 노력에 있어 유엔은 우리의 가장 큰 희망입니다. 유엔이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하기를 기대합니다. 대한민국은 전 인류를 위한 유엔의 숭고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작업을 변함 없이 지원할 것을 약속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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