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제64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 ||
제63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 제17대 대통령 이명박 | 제6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
2009년 9월 23일 수요일 |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우선 알리 압두살람 트레키 의장의 취임을 축하합니다. 의장의 지도력 아래 이번 총회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어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UN 개혁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에게도 감사와 지지의 뜻을 전합니다.
나는 먼저 대한민국과 UN의 각별한 인연을 상기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UN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1948년 UN의 감시 아래 민주적인 선거를 치렀고, UN의 승인에 따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UN이 지켜 낸 나라입니다.
건국한지 2년 만에 일어난 6・25전쟁에는 UN 16개국의 젊은이들이 참전 했습니다.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에 조성되어 있는 세계 유일의 UN군 묘지에는 11개국의 전사자들이 묻혀 있으며, 이는 오늘날까지도 한국민들이 UN군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5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세계 최빈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놀랍게도 불과 한 세대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취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의 피와 땀의 결실이지만, UN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음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991년 UN 가입 이전부터 ‘UN Day’를 기념해 오고 있습니다.
의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이제 대한민국은 이러한 성취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적극 기여해 나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코리아’가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대한민국은 개도국들이 기아와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재정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발전 모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세계가 지금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G20 트로이카 공동 의장국으로서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자유무역 체제를 강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UN이 정한 새천년개발목표(MDG) 이행 공약은 준수되어야 합니다. 경제위기로 인해 특히 고통을 받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개발협력과 인도적 지원은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은 2015년까지 ODA 규모를 2008년 대비 세 배 이상 확대해 간다는 약속을 성실히 지켜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2011년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제4차 원조효과고위급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2015년 MDG 달성 등을 위한 원조효과를 높여 나갈 것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글로벌 개발 협력 파트너십 강화에도 기여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World Friends Korea’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지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40여 개국에서 3천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지닌 IT・의료・농업기술・거버넌스 개발 경험 전수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또한 우리 대한민국은 PKO 참여 등을 통해 테러 방지와 국제 평화 증진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이미 세계 13개 지역에서 활동 하고 있으며, 지난 3월부터는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으로부터 세계 각국의 상선을 보호하는 다국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분쟁 예방과 대테러 임무, 재난 대비 등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책임을 더욱 성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의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인류의 피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기후변화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이나 개도국들도 힘을 모아야 하는 인류 공동의 과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나라들이 함께 참여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기후변화를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의제로 끌어 올리고 국제적 공동 협력을 주도하고 있는 UN의 역할을 높이 평가합니다. 국제사회는 오는 12월 코펜하겐에서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며, 어제 이 자리에서 코펜하겐에서의 성공을 위한 다짐을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부속서 I국가(AnnexⅠ)’는 아니지만 2020년까지의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자발적으로 연내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인 제도로 개도국의 자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등록 부(NAMA registry)를 기후변화사무국에 설치할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이 같은 제안과 노력이 코펜하겐에서의 협상타결에 건설적인 기여를 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기후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지난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이자 발전전략으로 채택했습니다.
또한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고,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경제와 산업 구조, 그리고 국민들의 생활양식 자체를 미래지향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따라 향후 5년간 녹색 분야에 매년 GDP의 2% 정도를 투입할 것입니다. 이는 UN에서 권고하는 녹색투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은 환경이 경제를 살리고, 경제가 환경을 살리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자는 것입니다.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은 당면한 기후변화위기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우리는 녹색 분야에 과감한 재정 지출을 실시하는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당면한 경제위기와 환경위기를 동시에 극복해 가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녹색기술의 개발과 국제 협력은 기후변화 대응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열쇠입니다.
우리는 지난 7월 G8 확대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전환기술 선도국가로 지정된 스마트 그리드 분야를 포함하여 녹색기술 협력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며, 이를 통해 얻는 혜택을 온 인류와 함께 나눌 것입니다.
의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화석에너지는 대체가 가능하지만 물은 대체가 불가능합니다. 물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원입니다. 특히 기후변화 적응에 있어서 물 관리는 의장과 각국 정상, 그리고 UN 사무총장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지금 전 세계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도 대부분 홍수와 가뭄, 해수면 상승과 같은 물 관련 재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을 추진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물 문제들을 검토했는데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이 깨끗한 물의 공급과 홍수와 재해를 예방하는 정책과 인프라 개발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담수화기술을 가지고 있고 통합수자원관리 시스템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수십 년간 콘크리트로 뒤덮인 건천이었던 청계천을 복원하여 천만이 넘는 시민들에게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이는 도시의 기온 상승 현상을 극복하고,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친환경 녹색 프로젝트였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경험과 성과는 한국을 동서로, 남북으로 관통 하는 주요 강들을 살리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어져 용수 확보와 홍수 조절의 근본책을 마련함은 물론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제사회는 물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간 20여 개의 UN 국제기구들이 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 문제는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사안 입니다. 보다 효과적인 국제 협력 체계의 구축을 위해 특화되고 통합된 물 관리 협력 방안을 추진할 것을 제안합니다.
의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국제 평화와 안보는 인류의 안전과 번영을 지탱하는 기초입니다. 오늘날 대량 파괴 무기와 그 운반 수단의 확산은 국제 평화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에 대처하려면 핵 비확산조약(NPT) 등 국제 비확산 체제 강화를 위한 세계 각국의 강력한 의지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작년 10월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핵군축 5개항 제안을 하였습니다. 금년 4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하였습니다. 인류의 염원과 희망을 담고 있는 이러한 구상들이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핵군축과 비확산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강화되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핵무기 없는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지구상 유일한 분단 지역인 한반도가 진정한 화해와 통일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도 비핵화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한 국제공조에 적극 임할 것이며, 북한도 이러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합니다. 북한은 조건 없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해야 합니다. 1992년 남북한이 약속한 비핵화공동선언은 지켜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북한과 대화와 교류를 확대하고 북한을 발전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나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북한에게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 바 있으며, 관련국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그리고 북한 스스로를 위해 북한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임을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합니다.
의장, 그리고 사무총장!
우리 앞에는 국제적 협력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UN이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여 새롭게 강화된 모습으로 더욱 많은 역할을 수행하기를 희망합니다. 이를 위해 UN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운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각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는 UN의 개혁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대한민국은 UN의 책임 있는 회원국으로서 UN이 인류와 국제사회의 발전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계속하도록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우리는 세계와 친구가 되고, 남을 배려하고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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