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주년 삼일절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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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1일 토요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여든 네 번째 3·1절을 맞아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애국선열들께 한없는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에게도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미년 오늘, 우리는 일제의 총칼에 맞서 맨주먹으로 분연히 일어섰습니다. 대한독립 만세 소리가 전국 방방곡곡을 뒤덮었고, 우리는 자주독립 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렸습니다.

3·1운동을 계기로 국내외의 독립투쟁은 더욱 힘차게 전개되었습니다.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고, 우리는 마침내 빼앗긴 국권을 되찾았습니다.

3·1정신은 끊임없는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해 온 우리 민족의 자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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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러한 빛나는 정신을 계승하여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2위의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4·19 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을 거쳐 민주주의와 인권을 쟁취해 냈습니다. 오늘의 참여정부는 바로 그 위대한 역사의 연장선 위에 서 있습니다.

참여정부의 출범으로 이제 아픔의 근·현대사는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지난날은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좌절과 굴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정의는 패배했고 기회주의가 득세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비로소 역사적 전환점이 마련되었습니다. 국민이 진정 주인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참여정부에서는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입니다. 오로지 성실하게 일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선열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자 저와 참여정부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세계사의 새로운 흐름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동북아 시대의 도래가 바로 그것입니다.

동북아시아는 근대 이후 세계의 변방으로만 머물러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유럽연합, 북미지역과 함께 세계경제의 3대 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세계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된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민족웅비의 크나큰 기회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동북아시대의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선, 지리적으로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3시간의 비행거리 안에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가 마흔 세 개나 됩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인력과 자원, 그리고 일본의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입니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정학적 이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과 바다와 땅에 걸친 물류와, 세계 일류의 정보화 기반과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더 이상 세계의 변방이 아닙니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고 철의 실크로드가 열리면 광활한 대륙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곳에는 중국대륙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의 무한한 자원도 있습니다.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을 잇는 물류와 금융과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앞에 있는 미래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를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책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러나 동북아 중심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남북이 대립하며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한, 동북아 중심국가의 꿈은 실현될 수 없습니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남북간에 대화와 교류가 빈번해졌고 이산가족이 만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육로도 열렸습니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특히 북핵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저는 북한의 핵 개발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한반도의 평화가 깨어진다면, 우리는 그 엄청난 재앙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입니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국민 여러분께 소상히 보고 드리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야당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구해나갈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EU를 비롯한 국제사회와도 능동적으로 협력해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입니다.

84년 전 오늘, 우리의 선열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독립운동에 나섰습니다. 빈부와 귀천, 남녀와 노소, 지역과 종교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는 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지역과 계층과 세대를 넘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내부에 분열과 반목이 있으면 세계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권까지 상실했던 100년 전의 실패가 되풀이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3·1정신을 되돌아보며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마음속에 지역갈등의 응어리가 있다면 가슴을 열고 풀어야 합니다. 어른은 젊은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젊은이는 어른의 경험을 구해야 합니다. 차별 받고 소외되어 온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참된 주인으로서 국정에 참여하고, 온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국민참여시대를 힘차게 열어가야겠습니다.

개혁 또한 멈출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과제입니다.

무엇보다 정치와 행정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른바 몇몇 '권력기관'은 그 동안 정권을 위해 봉사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내부의 질서가 무너지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제 이들 '권력기관'은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참여정부는 더 이상 '권력기관'에 의존하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나 정정당당한 정부로서 국민 앞에 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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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노사화합, 기술혁신, 지역 균형발전 속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나라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의 문화를 사회 곳곳에 뿌리내릴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에게는 선열들이 보여준 자주독립의 기상과 대동단결의 지혜가 있습니다. 오늘 3·1절을 맞아 일제의 총칼에 항거하며 이루고자 했던 선열들의 뜻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깁시다. 국민통합과 개혁으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갑시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줍시다.

감사합니다.


2003년 3월 1일 대통령 노 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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