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독립의 당위성 외/동경 제국호텔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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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번에 온 목적은 일본 당국자와 그밖의 식자들을 만나 한국독립 운동의 진의를 말하고 일본 당국의 의견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지금 내각 각료들과 식자 제군들과 간격이 없이 의견을 교환하게된 것은 유쾌하고 감사한 일이다. 나에게는 독립운동이 평생의 사업이다. 구주전란(1차대전)이 일어났을 때 나와 우리 한국이 독립국가로 대전에 참가치 못하고 동양의 한 모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우두커니 방관만 하고 있는 것이 심히 유감이었다.

그러나 우리 한민족의 장래가 신세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시기가 반드시 오리라고 자신한다. 그러므로 나는 표연히 고국을 떠나 상해에서 나그네로 있었다.

작년 11월에 대전이 끝나고 상해의 각 사원에는 평화의 종소리가 울리었다. 우리는 신의 사명이 머리 위에 내린 듯하였다. 그리하여 활동을 시작하였다. 먼저 동지 김규식을 파리에 보내고 3월1일에는 국내에서 독립운동이 발발하여 독립만세를 절규하였다. 곧 대한민족이 모두 각성하였다. 주린 자가 먹을 것을 찾고 목마른 자가 마실 것을 찾는 것은 자기의 생존을 위하여 당연한 요구이다.

이것을 막을 자가 있겠는가?

일본인에게 생존권이 있다면 우리 한민족만이 홀로 생존권이 없을 것인가? 일본인에게 생존권이 있다는 것은 한인이 긍정하는 바이요, 한인이 민족적 자각으로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것은 신이 허락하는 바이다.

일본 정부는 이것을 방해할 무슨 권리가 있는가? 이제 세계는 약소민족 해방 ․ 부인 해방 ․ 노동자 해방 등 세계개조를 부르짖고 있다. 이것은 일본을 포함한 세계적 운동이다. 한국의 독립운동은 세계의 대세요, 신의 뜻이요, 한민족의 각성이다. 어느 집 새벽닭이 울면 이웃 닭이 따라 우는 것은 닭 하나하나가 다 울 때를 기다렸다가 때가 되어서 우는 것이지 남이 운다고 우는 것이 아니다.

때가 와서 생존권이 양심으로 발작된 것이 한국의 독립운동이요, 결코 민족자결주의에 도취한 것이 아니다. 신은 오직 평화와 행복을 우리 인생에 주려 한다. 과거의 약탈 ․ 살육을 중지하고 세계를 개조하는 것이 신의 뜻이다. 세계를 개척하고 개조로 달려 나가 평화적 천지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우리의 선조는 칼과 총으로 서로를 죽였으나 이후로 우리는 서로 붙들고 돕지 않으면 안 된다. 신은 세계의 장벽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 일본이 자유를 부르짖는 한인에게 순전히 자기 이익만을 가지고 한국 합병의 필요를 말했다.

첫째 ‘일본은 자기 방위를 위하여 한국을 합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제 무너진 이상 그 이유가 성립되지 않는다. 한국이 독립한 후라야 동양이 참으로 단결할 수가 있다. 실상은 일본의 이익이 될 것이다.

둘째 ‘한국은 독립을 유지할 실력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과연 병력이 없다. 그러나 한민족은 이제 깨어났다. 열화 같은 애국심이 이제 폭발하였다. 붉은 피와 생명으로서 조국의 독립에 이바지하려는 것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일본이 한국의 독립을 승인하면 한국은 다시 적이 없다. 서쪽 이웃인 중화민국은 확실히 한국과 친선할 것이다. 우리의 건설국가는 인민이 주인이 되어 인민이 다스리는 국가일 것이다. 이 민주공화국은 대한민족의 절대요구요, 세계대세의 요구다.

평화란 것은 형식적인 단결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이제 일본이 아무리 거침없이(喋喋利口[첩첩이구]) 일중친선을 말하지만 무슨 유익이 있는가? 오직 정신적 단결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동양인이 이런 경우에 서로 반목하는 것이 복된 일인가? 한국의 독립문제가 해결되면 중국문제도 쉽게 해결될 것이다. 일찍이 한국독립을 위하여 일청전쟁과 일로전쟁을 했다는 일본이 그때 공언한 것을 무시하고 스스로 약속을 어겼으니 한화(韓華) 두 민족이 일본에 대해 원한을 품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의 독립은 일본과 분리하는 듯하나 원한을 버리고 동일한 보조를 취하여 함께 나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요, 동양평화를 확보하는 것이며, 세계평화를 유지하는 제일의 기초이다. 우리는 꼭 전쟁을 하여야 평화를 얻을 수 있는가?

싸우지 아니하고는 인류가 누릴 자유와 평화를 못 얻을 것인가?

일본 인사들은 깊이 생각하라.

(―박은식,《한국독립운동혈사》)
(―이만규,《여운형투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