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달/내연인이여 가까이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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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인이여! 좀더 가까이 오렴!
지금은 애수哀愁의 가을, 가을도 이미 길었나니.
음흑陰黑의 밤 무너진 옛 성 너머로
우수수 북역北域 바람이 우리를 덮어 온다.
나비 날개처럼 앙상한 네 적삼
얼마나 차냐? 왜 떠느냐? 오오 애무서워라.
내 연인이여! 좀더 가까이 오렴!
지금은 조곽凋落의 가을, 때는 우리를 기다리지 않나니
한여름 영화榮華를 자랑하던 나뭇잎도
어느듯 낙엽이 되어 저 성城둑 밑에 훌쩍거린다.
잎사귀 같은 우리 인생 한번 바람에 흩어 가면
어느 강산 또 언제 만나리오
좀더 가까이 좀더 가까이 오렴!
한 발자취 그대를 옆에 두고도 내 마음 먼 듯해 미치겠노
라.
전신全身의 피란 피 열화熱火같이 가슴에 올라
오오 이 밤 새기 전 나는 타고야 말리니.
까—만 네 눈이 무엇을 생각느냐?
좀더 가까이 좀더 가까이 오렴!
오늘 밤엔 이상하게도 마을 개 하나 짖들 않는다.
어두운 이 성둑 길을 행여나 누가 걸어오랴
성 위에 한없이 짙어가는 밤—이 한 밤은 오직 우리의 전유
오니.
네 팔에 내 목을 안아라. 우리는 두 청춘, 청춘아! 제발
길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