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달/벽서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낡은 초집 벽에
피로 쓴 글씨
그 동안 많지 않은 세월에도
벌써 곰팡이 피어 잘 보이지 않나니.
인생의 길은 약속 없고
허다히 지나는 비바람에
이 벽마저 무너지면
외나무다리 걸어온 내 집 역사를
어디에서 또 더듬으리오.
두 손에 촛불 들고
깊은 밤 낙엽에 꿇어앉아서
삼가이 내 다시 들을 읽을 제
할아버지 허—연 수염이 바람에 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