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달/시월의 정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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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새는 찍—찍—
잎사귀 바삭바삭.
한 걸음 두 걸음
세상과 멀어지는 곳.
높이 푸른 저 전杉나무
몇 백년 자랐기에 저처럼 클까! 곧 하늘을 찌를 듯하여
나무 밑으로 걷는 인생이 더욱 작은가 싶어
우러러보곤 다시금 열누熱?를 삼키다.
물새는 찍—찍—
잎사귀 바삭바삭.
여기, 청춘의 애수가
세월 함께 짙었도다.
한낮에도 햇볕 못 보는 검은 그늘에
여기저기 빈 벤치만 놓여 있을 뿐.
죽음의 나라처럼 사람 소리라곤 하나 들을 수 없고
실낱 같은 바람이 지나기만 해도 우수수 못가에 갈대가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