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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성/제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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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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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츰이 되자 인숙은

『학교를 사흘씩이나 빠지면 어떡허우. 더군다나 시험땐 데』

하고 책보를 싸는것을

『설마 낙제야 시기겠우. 제발 오늘 하루만 더조리를 해 요』

하고 봉희가 쌈싸우듯 하며 구두까지 갖다가 감추었다.

『그럼 이 이불 꿈여논걸 어떻게 전하면 좋다우?』

장발이 집으루 갖다 줘야 헐텐데 암만 적게 싸두 저렇게 부피가 큰걸 복순이더러 수고를 해달라기는 염치가 없 구……』

하고 인숙은 한 걱정을 하더니

『참 장발이 집이『체부동』몇번지랬지? 한번 들었것만 깜 박 잊어버렸구려』

하고 양미간을 찝흐리며 장을더듬는다. 봉희는 변또를 책 보에다 사들고 나가면서

『나두 번짓수는 잊어버렸는데 저어 체부동으로 들러가자 면 바른손편짝으로 수통박이끌목이 있지안우? 바루 그골목 안 막다른집인데 싸전에 물어봐도 안답디다』

인숙은 우슴을 띠우며『자근아씨 언제 그집에 가봤우?한 다. 봉희는 『아이망직해라. 내가 뭣허러 장발이집엘 차저간 단말요? 접때작구만 저의집으로 놀러오라구 두번세번 일너 주고가서 생각이 나길네 아르켜주니깐』

하고 눈을살짝 흘겨보이고는 외투자락을 여미며 나갔다.

그날저녁 인숙은 어둡기를 기다려 행아어멈에게 이불을 이 워가지고 몰래 뒷대문으로 빠저나 갔다 전인을 했다가는 집 을 못찾고 돌아오기가 쉽고 봉희를 앞장을 세우고 가고 싶 으나 장발이라면 머리를 두를뿐아니라, 나이찬 색시를 그런 데 데리고 다니기가 부지럽었다. 그러나 인숙이가 집안사람 의 눈을 피해가며 장발의 집을 찾어 가는것은 반드시 금침 을 전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봉희에게 보낸 편지만으로는 궁금증을 풀수도없고 알는 중에도 밤마다 꿈 자리가 사나워서 장발이를 즉접 맞나보면 자서한 남편의 소식을 얻어 들을 수가 있으려니 하고 하로 종얼 별른끝에 부끄러움을 무릅쓰 고 나섰든것이다.

그러나 제 남편이외의 외간남자와 맞나기는, 더구나 자발 적으로 찾어 나서기는 처음으라, 어떻게 무어라고 수작을 하다가 남편의 소식을 물었으면 좋을지 몰라서 인숙은 미리 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인숙이가 막 골목밖그로 나가려는데 뿌지직 뿌지직하고 길 바닥의 살어름을 밟는 소리가 들니더니

『저 나좀 보세요』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숙은 깜짝 놀랐으면서도 못들은체 하고 급히 걸으려니까 등뒤의 사나히는 인숙의 곁 으로 어깨가 마조 닫도록 밧작따러 오며

『나 장발입니다. 실례지만 윤봉환군의 부인이시지요?』

하고 앞을 막어서며 모자를 벗는다. 인숙은 마조 닥드리기 나 한듯이 문칫하고 물러서며

『녜』

한마디를 간신히 입속으로 하였다. 장발은 행길 좌우쪽을 들러보더니

『마침 잘 맞났읍니다. 그러지 않어두 며칠뒤에 떠날텐데 한번 안댕겨 갈수는 없구해서 지금 막 찾어왔다가 혹시 싀 댁에서 어떻게 아실지 몰라서 누구나 한분이 나오시기만 기 다리다가 마침……』

하고 또 행인들을 둘러보며 허둥거린다.

『저두 지금 댁으루 가는길인데요』

인숙은 머리를 푹 숙인채 억지로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네? 우리집엘요?』

『미안허지만 이불 한채를 전해 줍시사고요』

하다가

『어멈이 어디로 저렇게 혼자 다라나』

하고 서너간통이나 앞서서 큰길로 곧장 나려가는 어멈을 쫓아가서

『게서서 잠간 기다려』

하고 다시 먼저섰든 자리로 돌아왔다.

장발은 아모 여자에게나 하는버릇으로 인력거 병문의 외등 에 비최어 인숙의 알에우를 흩터보더니

『나두 꼭 엿줄말슴이 있는데 잠간 저리로 들어 서시지요.

온 여긴 길바닥이돼서……』

하고 으슥한 골목 안으로 인숙을 끌고 들어가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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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친구허구 잠간 이야기를 하는데 누가 보기로서니 어떠랴) 하고 인숙은 한간통쯤 떨어저서 장발의 뒤를 딸아 얼굴이 똑똑이 보이지 않을만치나 침침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러 나 남이 보기에는 남녀학생이 사람의 눈을피해서 밀회를 하 는것같을것을 생각하고, 인숙은 될수있는대로 남자와 멀지 감치 서서 인력거방 추녀에 달린 외등에 제몸이 들어나지 않을위치에서 될수있는대로 태연한 태도를 지었다.

『장발은『그렇게 멀리 떨어저 게서서 얼마나 그리우시 냐』는등『전람회에 첫번 입선이 되었든 윤군의 작품을 눈 닉게 보아서 길에서 언듯 뵈워도 그때 모델이 되섰든 윤군 의 부인이신줄 짐작하겠다』는등, 『학교에 들어가서 다니 신다는 말슴은 들었지만 층층 시하에 싀부모 봉양허시랴 공 부하시랴 여간 어렵지가 않으시겠다』는등 오질압 넓은 쓸 데 없는 소리만 늘어 놓으면서 인숙이가 듣고 싶은 말은 변 죽도 울리지안는다. 인숙은 (사내가 왜 저렇게 수다스러울가) 하면서도 그자리에 오래 섰기가 아무래도 자미적어서

『가지고 가시긴 어려우시겠지만 무게는 가벼우니 저걸 전 해 주섰으면 고맙겠읍니다』

하고 골목밖에서 기다리고 선 어멈편을 가르치며

『저 어멈헌테 길을좀 아르켜 주섰으면……』하는데 장발은

『네. 네 념려 마세요. 그러치만 요즘은 같은 하숙에 있지 않는데요』

하고 귓속이나 하려는듯이 닥어선다. 인숙이가

『참 요새는 동경에 안계시다지요?』

하니까

『네? 동경에 안있다니요?』

장발은 조금 더 닥어선다.

『북해도로 사생 여행을 더나신단 편지가……』

하는데 장발은 손을 들어 인숙의 말을 막으며

『참 봉희씨헌데 무슨말슴 듣지 않으섰에요?』

하고 인숙의 눈치를 살피다.

『아-니요. 봉희씨헌테 무슨말슴 하신게 있어요?』

하고 이번 에는 인숙이가 한거름 닥어 서는데

『예 놔』

하는 새되인 여자의 목소리가 바로 인숙의 뒤통수에서 들 렸다. 휘장을씨운 인력거에서 나리는것은 하얗게 소복을 한 작은동세였다. 며칠전부터 남편의 졸곡날 성묘를 가겠다고 별르든 인숙의 작은 동서가 문밖에서 그제야 돌아 오는 길 이었다.

일력거꾼의 발에 인숙의 발등이 발필만한 거리에서 작은동 서는 빙판을 나려 딧다가 미끄러지며

『애고머니!』

하고 무릎을 꿀는것을 본 인숙은, (외나무 다리에서 맞났고나) 하면서도 달려들어 작은동서의 겨드랑이를 거들어 일으켰다.

『이게 누구야?』

과부댁은 인력거꾼이 부탁없이 제몸에 손을 대는줄만알고 샛되게 소리를 질르며 팔을 뿌리치더니

『아 자네가 웬알았인가? 왜 여기 나와었나?』

하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앞뒤를 살펴본다. 인숙은 창졸간 에 무어라고 대답을 할지 몰라서

『저……동경서……』

하는데 과부댁은, 인숙의 뒤로 문칫 문칫 뒷거름질을 해서 몸을 숨기는 장발이를 눈을 째긋하고 한참이나 노려보더니

『난 먼저 들어가네』

하고 남이 련애를 하는데 헤살을 놀면 안되겠다는듯 한태 도로 치마를 얼싸쥐고 들어갔다.

인숙은 잠시 어쩔줄을 몰랐다. 장발에게도 여러말을 부탁 할 게제가 못되여서

『미안하지만 댁으로 바로가시거던 저 어멈을 좀 다리고 가 주십시요. 듣구싶은 말슴은 많지만 실례 헙니다』

하고 잠시도 그자리에 더서 있을수가 없어서 장발에게 례 를 깍듯이하고는 작은 동서의 뒤를 급히 따러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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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봉희는 거의 하로도 집에 붙어 있지않었다.

『아이 갑갑해 죽겠서. 방학을 했어두 무슨 재미있는 일이 하나나 있어야지』

하고 낮에는 동무들하고 열녀서 한강으로『스켓』을 배운 다고 나가서는 해가 질 무렵에나 들어왔다가 저녁만 떠먹으면

『나 활동사진 구경갔다 올테요. 썩 좋은게 왔다는데 새언 니두 갑시다. 그렇게 책만 들여다보구 앉었으면 뇌가 썩어 요』

하고 몇번이나 가치가지고 인숙을 졸랐다. 봉희는 지난학 기에도 우등을 하였지만 인숙은 하필 시험때 며칠빠저서 담임선생의 호의로 추후 시험을보게 하 여 그 준비를 하기에 한눈 팔사이도 없었다.

『자근 아씨나 다녀요. 내가 활동사진 구경이 다 뭐요. 그 렇지만 혼자 댕기진말우』

하고 봉희가 밤에 극장같은데를 혼자 다니는것을 자미적게 녁였다.

(저 자근아씨가 요새루 벗적 마음이 달떠서 안절부절을 못 허는 모양이니 대체 왼일일까) 하고 시누의 행동이 혹시 탈선이나 되지 않을까 하고 속으 로는 적지 아니 념려가 되였다. 실상 이집안에서 봉희를 감 동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어머니 아버지는 문밖에 나가있 다가 이따금 손님처럼 다녀나가고 더군다나 큰오라비와는 학비를 타쓰는 교섭밖에 없다.

『위인이 똑똑허니까 제앞은 가릴테지』

『이 학교나 졸업시키고는 곧 싀집을 보내야 헐텐데……』

하고 아직도 마땅한 자리가 나서지 않는것과, 또는 다른 자식처럼 호사스럽게 혼인을 시킬수가 없게된것만이 나이가 차가는 딸에게 대한 그네들의 막연한 걱정이다.

그럴사록 봉희는 자유로웠다. 무엇에나 거칠것이 없고 마 음대로 나다녀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다만 인숙이가

『혼자는 나다니지 마우』

하고 정다히 타일르는듯 할뿐이다.

그날도 봉희는 동무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저혼자「단성 사」로 구경을 갔다. 얼마전까지도 인숙의 말은 무조건하고 싹싹하게 듣는 봉희엇만 요새 와서는

『새언닌 별걱정을 다허는구려, 누구헌테 엎혀 갈가봐 그 러우』

하고 저의 행동을 조금이라도 참견하는것을 재미적거녁였 다. 그뿐아니라, 외출할때면 크림이나 조금씩 문질르든 얼굴 에 『코틔』분을 발르고, 보일락말랄하게 논섭까지 그렸다.

봉희는 누가급히 부르기나 하는것처럼 정등불이 대낮같이 환한『단성사』앞으로 급히걸어서 외투릿을 세우고 목도리 로 얼굴을 가리고는 표를 사가지고 우층으로 올라갔다.

사진이 처음 갈리는 날이요. 봉희가 제일 조와 하는『듸트 리히』라는 여배우가 주연한 영화가 상영되는것이었다. 유 명한 연애극이라고 신문에까지 선전을 굉장히 하여서 벌서 의자는 하나도 없이 꽉찼다. 그야말로 만원의 성황을 일우 워서 담배연기와 훗훗한 운김에 가슴이 턱턱 막히는데 부인 석에는 거의 송곳 하나 꼬질 사이가 없다. 봉희는 사람의 물결에 말려서 맨 앞줄의 가족석까지 저절로 걸어 나려왔 다. 좌우에는 전문학교 학생들이 빡빡하게 서서 짖굳게떠다 밀고 일부러 몸을 들부비는통에 봉희는 전신이 근질근질하 고 남자의 손길이 제 손등을 스치는 대로 앗질앗질하도록 상기가 되었다. 바로 귓바퀴에서 담배냄세를 섞은 남자의 입김이 흑 흑 끼처서 몇번이나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이왕 돈내고 들어 왔으니 끝거정 보구야말걸) 하고 앙버티고섰는데 실사기 끝나고 불이 환하게 커젔다.

남자들의 수없는 시선은 군호나한듯 이 부인석으로 몰렸다 봉희는 목도리로 얼굴을 반이나 가리고 섰는데 바로 몇자리 앞 의자석에서 홀금홀금 뒤를 돌녀다 보는것은 그동안 떠난 줄 알었든 장발이었다. 친구들과 나라니 앉었든 장발은 대 뜸 봉희를 알아보았다. 봉희는 (여기서 또 만났으니 어떻게) 하고 고개를 폭 숙이고 섰는데 장발은 벌덕 일어나 봉희의 앞으로 바짝 닥어오며

『난 누구라구요. 입대 서계섰군요. 자--이리루 와 앉지세 요. 네 어서요』

하고 사뭇 봉희의 위투자락을 잡어 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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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봐두 조와요』

하고 봉희가 구지 마다는것을 장발은

『아 이리 오세요. 글세 이리와 안저서 보시지요. 온내가 미안해서……』

하고 주의의 여러사람이 이상한 눈초리로 저의들을 보는것 도 모르고 부둑부득 봉희를 끌어다가 제가 앉었든 자리에다 앉치고 저는 별배처럼 등뒤에서 봉희를 모시고 섰다. 그러 자 불이 끔벅하고 꺼지며

『스크린』에 사진이 비최기 시작하였다. 봉희는, 장발이와 승강이를 하는것을 혹시 선생이라도 왔다가 보면 어떻거나 하고 겁이 슬그머니 나서 장발에 몸을 숨기듯 하였것만 남 자의 궁둥이가 깔고 앉었든 자리의 체온이 배여 오르는것이 불쾌해서 살그머니 방석을 뒤집어깔었다. 더구나 등뒤에 밧 작 붙어선 장발의 눈이 저의하얀 목덜미를 자꾸만 할터 가 는것 같어서 목도리를 칭칭 감었다.

(새언니가 가지말라는걸 괘니 왔어 파해 나갈때 또 줄줄 따러오면 어떻게) 하고 적지아니 걱정이 되였다. 희봉은 아직 경험은 없었으 면서도 어느남자고 여자의 뒤를 추근추근이 따러다니는것을 보기만하여도 진데기같이 싫여하는 성미였다.

사진은 선전보다 시시하였다. 천편일룰의 미국 영화로 어 떤 얼간 망둥이가 촌색시 하나를 쫓어다니다가 툇자를맛고 실연을 당한끝에 카페에서 술을 잔뜩먹고 눈물을 질질 흘리 며 륙혈포 자살을하려고 총뿌리를 이마에다 대고 막 방아쇠 를 잡어다리랴는데 가치술을 마시는 녀급에게 구원을 받는 것이 사진의 장면이었다. 봉희는 사진속의 남녀를 저와 장 발이로 바꾸어 보고는 혼자입을 가리며 웃었다.

사진이 끝날때쯤해서 봉희는 불이 켜지기전에 일어나서 충 충대로 미끄럼을 타듯이 급히 나려오는데 등위에서 쿵쾅쿵 쾅하고 구두소리가 시끄럽게났다. 봉희는 (어느틈에 쫓어 나려오는구나) 하고 동관 큰길로 힘나게 올라가는데

『봉희씨 봉희씨! 나좀 잠감 보세요』

하고 씨근벌덕거리고 쫓아 올라오는것은 역낙없는 장발이다.

『왜 그러서요? 전 집으루 곧 가야겠어요』

봉희는 장발의 너털머리를 활낏 돌려나 보여 싸늘하게 한 마디를 끼얹었다.

『저-난 내일 갈텐데 윤군헌테 무슨 전헐말슴 없에요?』

『아무말두 없어요』

하고는 상대자의 얼굴은 보지도않고 저혼자『시피-드』를 내어 것는데

『댁이 여기서 초간헌데 내 바래다 들이지요. 이야기 헐것 두 좀 있으니……』

하고 팔이나 낄듯이 가까히 불어서 것는다. 봉희는 (여기서 아주 딱지를 시켜야지) 하고 눈이 한차가량이나 쌓인 길우에다 두발을 모으고 우 뚝 서면서

『헐말슴이 있건 여기서 하서요』

하고 이번에는 장발을 똑바로 처다보았다. 장발은 너무나 냉정한 봉희의 태도에 놀란듯 마주서서 이름어름하더니

『저번에 말슴헌걸 윤군의 부인이 아시니요?』

『왜 날더러 말허지 말라구 그러지 않으섰어요? 옵바가 연 애를 허는게 장선생한테 무슨 큰상관이 되시길래 그렇게 여 러말슴을 허서요?』

하는 봉희의 말은『남의일에 어째 그렇게 오질아피넓으 냐』는 질책과 다름없다. 장발의 얼골은 으스름한 외등알에 서도 발개지는것이 보이는듯 마진편 골목안에서 따-ㄱ 따- ㄱ 하고 딱딱이치는 소리가 가까히 울녀 온다. 장발은 그만 큼 무안을 당하였것만

『그건 그러치만 봉희씨 허구 단십분간 만이라두 꼭 이야 기를 헐일이 있는데요』

하고 이번에는 손목이라도 잡어 다릴 형세를 보인다.

봉희는 눈우에서 발을 동동굴르며

『난 발이 실여서 더 섰을수가 없어요 꼭 허실말슴이 있거 든 내년 방학때 또나오시건 허서요』

하고 홱 돌처서 골목으로 빠저 나가려는데 딱딱이를치며 골목을 돌아 나오는 시껌언 사나히와 딱 마주첫다. 봉희는 한거름 물러서며 길을 비켜주는데 장작개비 같은 딱딱이를 두손에 갈러들은 사나히는, 봉희와 그의 뒤를 밧작 대어서 는 머리긴 남자의 얼굴을 무슨 법인이나 되는듯이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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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이를 치는 사나히는 두눈만 내놓고 방한모를 눌러써서 얼굴은 알어 볼수가 없으나 학생복을 입은 전형은 어디서 보든 사람같다. 그사나히 역시 목도리로 얼굴을 푹싼 봉희 의 악에 우를 흘터보더니

『봉희씨지요?』

어떠고 입김이 쏘일듯한 거리에서 우뚝 서며 뭇는다.

『아 세철씨!』

봉희는 그러지 않어도 세철이가 아닌가 하는터이라, 죽을 자리에서 구원병이나 만난 듯이 사나이의 일흠을 부르짖듯 이 불렀다. 세철은, 봉희의 등뒤에서 외투주머니에 손을 찔 르고는 가도오도 못하고 서있는 사나이와 봉희를 시컴언 눈 동자를 굴려 번갈러 보더니

『헤살을 놀라서 미안하군요』

장발의 귀에까지 들리도록 한마디를 배아터 내듯하고는 두 사람의 귀가 따겁도록 힘을 들여딱딱이를 따-ㄱ 따-ㄱ 치면 서 눈우를 저벅저벅 걸어간다.

봉희는 잠시 어쩔줄을 모르다가

『나 잠간 보서요』

하고 세철에게로 다름질을해서 쫓어갔다. 세철은 못들은체 하고 여전히 딱딱이 소리만 유난히크게 내면서 왼손편 좁다 란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세철씨 절 좀 보세요 네』

봉희는 다름질을 해서 따러오며 세철의 소매라도 잡어 다 릴것같다.

『왜 그러세요?』

세철은 누구와 이야기를 하는것이 업무의 방해나 되는듯이 고개를 뺏뺏이 처들고 봉희의 얼굴은 보지도 않는다.

『미안하지만 집이 꺼정 날좀 바래다 주서요』

봉희는 애원 하는 조자로 보호를 청하였다.

『왜 입때까지 아이비끼(밀회한다는말)를하든 남자가 있지 않어요?』

세철의 말세는 여전히 거세고도 냉정하다.

『애고 망측해라「아이비끼」가뭐야요?온 별소릴 다듣겠 네. 우리 오빠친군데……』

봉희는 한번 펄쩍 쏘고는 그래도 놓지기만 하면은 등뒤의 사나이에게 옆여나 갈듯이 앞만보고 다라나다 싶이하는 세 철의 뒤를 허급 허급 쫓아간다.

세철은

『흥!』

하고 코방귀를 뀌더니

『오빠친구 친구는 연애 하지말란 법이 있나요? 이렇게 밤 새두록 순경을 돌구 돌아다니면 골목속에서 마주 붙어서서 속살거리는 남녀를 하로저녁에두 몇쌍씩 발견을 허거든요.

겨울엔별로 없지만 눈우에서 정열을 시키는 봉희씨 같은 여 자두 간혹 있지요』

『아-니, 연애가 무슨 연애얘요? 온 큰일 나겠네. 남자허구 마주서서 이야기만해두 연애를 하는겐게요? 단성사 구경을 갔다나오다가 그이를 만났는데 작꾸만 집까지 바레다 주겠 다구 따러 오는걸, 벌어진니 떼어 버리나요 그럼 어떡해 요?』

『그렇게 변명할게 없지요. 눈이 폭신 나린 깊은밤에 으슥 한 골목속에서 봉희씨 같은 미인이 예술가같은 머리 긴 청 년하구 마주서서 속삭이는 장면을 내눈으로 본것만은 틀림 없으니까요 오빠의 친구면야 밝은데서 정당히 이야기를 할 수가 있을테지요』

세철은 작꾸만 이죽거리며 봉희의 비위를 긁어준다. 봉희 는 빨근하고 약이 올라서 참다 못해 세철의 앞을 딱 막어서며

『글세, 누구하구 연애를 한다구 그러서요? 그이가 멀린 안갔을테니 우리 그이 헌테루 가서물어봐요! 어서요. 속 시 원하게 가서 물어 봐요!』

하며 발을 동동 굴르면서 사뭇 세철의 소매를 잡어 껀다.

『노세요. 남의 밤버리를 방해해선 않돼요』

하고 세철은 슬그머니 봉희의 손을 뿌리치고 여전히 딱딱 이를 치면서 골목 밖으로 빠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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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람은 XX궁 앞까지왔다. 세철은 잘들어가 자라는 말도 또만나자는 인사도 아니하고

『밤늦도록 혼자 댕기면 재미 적지요. 여우헐테 홀리거나 이러떼한테 물려가기가 쉬우니까…』

하고 혼잣말 하듯 한마디를 던지고는 마진짝 골목으로 딱 딱이를 뚜드리며 들어 가더니 그럼자 까지 살어저 버린다.

봉희는 우두커니 서서 세철의 뒷모양을 바라다 보다가

『괘는사람을 가지구 싫건 놀려만 먹고는 어쩌면 인사 한 마디 않어군 간담』

하고 홱 돌아서 뒷문으로가서 개구녁에 손을 넣어 빗장에 달린 줄을 잡어 다려 대문을 소리안내게 열고 들어 갔다.

인숙은 그때까지 잠을 안자고 책상앞에 앉어서 추후 시험 을 볼 준비를 하기에 골몰히다가

『얼마나 추우? 그런데 구경은 벌서 파했을텐데 왜 인제 들어오?』

하고 피곤해서 매어달린 눈으로 시누이의 심상치 않은 눈 치를 본다. 봉희는 장발이가 뒤를 쫓어오며 잔소리를 퍼붓 고 성가시게 굴어서 간신히 떼어놓고 길을 돌아 오느라고 좀 늦었다고 바른대로 고하였다. 그러나 뜻밖에 세철이를 만나서 어떠한 말을 주고 받으며 집앞까지 같이 왔다는 말 은 허지 않었다. 여늬때같으면 『아 어디서 어떤 사내를 만 나서 이러구 저러구했다』고풍을 떨어가며 이야기를 하든 봉희였만 세철이와 만난 일절은 인숙에게 말을 하고 싶지가 않었다 『박세철』석자만은 아직 아모도 터를 닦오 들어앉 이않은 저의 가슴속에 깊숙히 색여두고 싶었다 이제 까지 서로 속을 주고 무슨 일에나 피차에 통사정을 하고 자내오 든 사이에, 봉희가 인숙에게 실토를 하지 않기는 이번이 처 음이다.

봉희는 장발이하고 이야기 하든동안에 꽁꽁 얼었든 발이, 세철이하고 실랭이를 하듯이 말을 주며 받으며 걸어오는 동 안에 몸에서 김이 날만치나 후끈후끈 해젔다. 그래서 방바 닥이 덮고이불속이 훗훗해서 자리옷까지 버서 버리고『즈로 스』하나만 입은채 반드시 누어서 나르-ㄴ한 두 다리를 쪽 뻐드면서 진저리를 치듯 하였다.

(연애? 연애? 날더러 장발이허구 연애를 한다구? 호호호) 하고는

『예-끼, 이 장발귀신!』

하고 장발이가 아닌 이불자락을 가벼히 걷어 찼다.

(밤늦도록 혼자 단기면 내가 여우헌테 홀린다구? 이리떼헌 테 물려가기가 쉽다구?) 봉희는 세철이가 수수꺼기처럼 던지고 돌아간 말을 다시금 생각해보고는

『누가 나를 홀려? 어느놈이 나를 물어가?』

하고 당장에 여우가 꼬리를 사리고 소리없이 와서 연기같 은 독기를 내뿜어 정신을 마취 시키고 이리(狼)가 송곳끝같 은 닛발을 들어내고 달려들어 제살을 물어뜯기나 하는듯.

무르익은 연시와같이 말신말신한 젖통이를 움켜쥐고, 백납 처럼 매끄러운 사지를 옴치라트리며 가만히 어루만저도 보 았다.

탁자우의 유리시계가 열두시를 첬다. 인숙이도 하품을 두 어번 연겊어 하더니 이튼날 새백에 일어나서 시험준비를 맞 어하려고 치마끈도 끌르지 않고 모로 쓸어저 첫잠이 들었다.

밖에는 바람이 일어 복창이 덜덜 떨리는데 바람결을 따러 간간이 딱딱이 치는 소리가 멀어젔다 가까워젔다 한다. 세 철에가 먼 동내의 골목 골목을 돌아 다니다가 다시 나려 오 는 소리나아닐가.

『아아 누구는 이불속이 더워서 속옷까지 벗고 편안히 누 어 자는데 어떤 사람은 이 바람 부는 눈밤을 새워가며 저렇 게 쏘다닌단 말이냐』

잠못 일우는 봉희는, 바로 머리맛 창밖에서 세철이가 온세 상의 불평……을 일부러 딱딱이를 힘들여치는것 같어서 좁 쌀같은 소름이 전신에 옷삭 돗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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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희에게 막연하나마 연애의 개념(槪念)을 넣어준것은 현해 탄을 건너서 오는 여러가지 부인 잡지와 신문에 나는 통속 소설과 요새 와서 세우다니며 보게된 이른바「에로」미가 농후한 미국영화였다. 몇해전에 어느 나이 더먹은 등부와 소꼽작란하듯 동성연애를 하는 흉내를 내느라고 서로 찾아 다니고「나의 가장 사랑하는 아무개야」하고 편지를 써서 날마다 만나면서도 책갈피에끼워서 주고받기도 하여보았다.

그러나 차츰차츰 나이가 차가면서 정신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것은 말장 연애타령이요 애욕묘사 투성인 소설과 영화 였다. 판매정책만 위주하는 천박한 신문잡지는 수많은 처녀 들로 하여금 나이가 들기도 전부터 달콤한 남녀 관계를 여 러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그려내고. 심지어 사진까지 찍어서 실감을 주게하면서

『남들도 저렇게 연애를 허는데』

하는 부러운 생각을 들게하고, 고대로 모본을 떠서 실제로 연습을 해보았으면 하는 충동을줄뿐 아니라 한걸음 더나아 가서는 육체가 제대로 발육이 되기전부터 성적 자극을 주사 침 놓듯한다.

그리하야 연애를 할줄 모르는것이 일종의 수치요 한사람의 애인이라는것은 두지못하는 영자는 병신치부를 하게까지 된다.

어떠한 남자에게 든지 사랑을 받고 또 신비스럽고 신선한 연애의 궁전의 여왕으로 찬란한 보좌에 앉어보는것은 여성 의 자랑이요 겸하야 아무도 침범하지 못할 청춘의 특권으로 여긴다. 그러나 연애란 과연 그본질이 어떠한 것인지, 어떻 게 하는것이 정당한 연애인지, 그 상대자를 어떻게 골라야 할것인지는 조금도 모른다. 모른다느니보다도 그런것을 생 각도 해보려고 들지않는다 더구나 연애란 오색이 혼란한 비 단으로 싼 화약 같아서 한번잘못 들추어 보거나 멋모르고 건들였다가는 얼마나 위험할지를 모르고 작난감 다르듯 하 는 용감한 여자가 얼마나 많은가. 뿐만 아니라, 사춘기에 있 는 나어린 처녀들에게 있어서 연애란 악성의 유행감기보다 호열자와 같이 한번 걸리기만하면 사망률(死亡率)이 가장높 은 열병인줄 모르고 돌이어 그런 병에 한번 걸려보았으면 하고 속으로 바라고 기다리며 자청해서 그병균을 마시지소 해서 애를 쓴다. 다만연애란 『초코렛』맛과같이 달콤하고

『오렌지』냄새와같이 향기롭고 간지럼을 타는것처럼 자릿 자릿 한것으로만 상상할뿐이다.

봉희는 모든 행동을 저의마음대로 할수있는 자유가 있는대 신에, 부모나 형제간은 물론 학교의 선생까지도 정신적으로 또는 생리적으로 지도를 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학교 에서는 현모양처가 되라고 가사니 재봉이니 할팽(割烹)이니 하는 과목은 가르치면서도 정작 현모 양처가 되는 가장 중 란한 첫걸음이요. 여자의 한평생의 운명을 좌우하는 연애나 결혼문제에 들어서는 남의 일과같이 등한하다. 등한할뿐아 니라 그러한과목은 가르치지 않고. 일부러 애써 지도하지 않어도 저절로 알어지고 힘안드리고 터득이되어 시집가서 아들딸낳고 사는줄만 안다. 방금재학 중인 수만의여학생과 또는 교문을 나선 이른바 신여성들이 제가끔 연애의 섶(薪) 을지고 연애의 화약을 가슴에안고 불속으로 뛰여드는것을 보면서도, 수없는 희생자의 무참한 시체를 자기네눈으로보 고 탄식하고 비난할줄을 안다. 그러면서도 가정과 학교와 사회는 그 결과만을 볼뿐이요그 원인을 살펴 근본문제를 해 결지어 주기위해서는 너무나 무관심하다. 성교육이 필요하 다고는 떠들면서도 실제로는 아무런 연구가 없고 지도해줄 성의가 없고 설비와 기관이 없다.

그리하야 조선의 귀엽고 순진한 어린양과같은 딸들은 아직 도 저역시 세상경험이 없이 봉희에게 해던진 세철의 말과같 이 여호와 같은 간악이 무리에게 유혹을 당해서 신세를 망 치고 이리떼와 같은 남성들의 성욕의 니빨에 그 고흔 살을 찢기고 물어뜯기는 것이 아닐가. 만일 봉희가지금 이불속에 서 이런 생각을 하였으면 발가벗은 온몸둥이를 불안과 공포 에 발발 떨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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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튼날 아츰, 속달로 불인편지 한장이 봉희에게 배달 되였다.

『어제밤에 실례되였음은 피차에 용서 하여야만 할줄압니 다. 나는 그 야경을 도는 고학생인듯 한 사람이 봉희씨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나 나에게 인사도 없이 그 남 자를 따러가는 것은 나를 무시하신것이라고 오해할수가 있 읍니다. 그러나 그것은 봉희씨가 아즉 사교술이부족한 탓이 요 결코 나를 싫여하고 일부러 모욕을 주기위한 행동이 아 니라는것을 믿읍다. 긴말은 쓰지 않거니와 오늘 저녁차로 꼭 떠나겠으니 오후다섯씨까지 정거장식당으로 잠시 와주 시기를 바랍니다. 봉환군에게 관한 일도 있고 봉희씨하고 단둘이만 의론할 중요한 일도 있으니 시간을 어기지 마시고 꼭 와주시기를 믿고 기다리겠읍니다』

봉희는 장발의 편지를 대장 흘터보고

『장발이가 지긋지긋허게 정거장 식당에서 맞나자는구려』

하고 책보를 싸는 인숙에게다 편지를 던지면서

『오빠헌테 관헌 의론이 있다니 새언니나 나가 보구려』

하고는 학교시간이 늦어서 허둥지둥 교복으로 갈어 입는 다. 인숙은

『오늘 떠난다구 그랬우?』

하고 편지를 받어 죽 나려보더니

『자근아씨허구 단둘이 서만 꼭 의논헐말이 있다구 그랬는 데 왜 날더러 나가보라우?』

『글세 나허구 꼭 헐 얘기가 뭐란말요. 난 다 알어. 연애를 허자는게지 뭐. 내뒤를 쫓어 댕기면서 허는 짓을 보면 속이 빤이 들여다 뵈는걸』

하고 봉희는 세루 양복을 뒤집어 쓴다.

『아이 자근아씨두. 우슴의 소리래두 그런 얼토 당토않은 말은 허지 마우. 장발이두 오빠허구 같은해에 장가를 들어 서 벌서 딸을 둘이나 낳다는 말을 오빠헌데 들었는데 온 연 애란 다뭐요. 장난으로래도 아예 그런말은 입밖에두 내지마 우』

인숙은 봉희가 방금 장발이와 정말 연애나하는듯이 펄쩍 뛴다. 봉희는 옷을 다 갈어입고서서 생글생글 웃으며

『참 정말 새언니두 숫백이구려. 그걸 정말루 알어들우?

누가 연애에 걸신이 들였읍디까 장발이허구 어찌니 어찌니 허게. 난그런 진데기같은 사낸 꿈에두 보기 싫여』

하고 깡충깡충 무도를 하듯하며 나가는것을

『아무튼 눈이 깜않게 기다릴테니 못간다는 통지나 해주어 야 허지않겠우?』

하고 인숙이가 말하니까

『글세 오빠일루 의론헐일두 있다니깐 새언니가 대표루 나 가 보구려』

하고는 두번이나 나가다말고 다시 들어 오더니

『참 새언니, 내가 장발이헌테 무슨 들은말이 있는데……

저…오빠는 동경있구두 안나오는것같으니 즉접맞나서 시원 허게 얘기를 들어요. 난 말헐수없어』

하고 누가 쫓어나가 봇잡기나 하는것처럼 문을 탁닫고 다 름질을 해서 나가 버린다. 인숙은 (동경있으면서두 안나오다 니 그게 무슨소리야) 하고 의중이 더럭나서 학교에 갈생각도 나지않는것을 간신 히 일어섰다. 종일 그생각을 하기에 추후 시험도 정신없이 치르고 집으로 오니 뜻밖에 봉환에게서 전보가와서 기다리 고 있었다. 용한이는 이틀 동안이나 첨의집에서 오지를 않 어서 사랑을 직히는 청직이가 전보를 뜯어보고 안으로 드려 보냈든것이다. 인숙은 전보를 펴보기도전에 가슴부터 두근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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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こウインシタ二○○オクレアトフミ』

『입원하였으니 돈이백원 보내라 편지는 나종한다 』

인숙은 전보지를 떨어트리고 멍허니 바람벽만 바라도 보다가 (입원까지 했다니 불시에 무슨 급헌 병에 걸렸나? 전차에 서 떨어졌나. 자동차에 치었나. 누구허구 시단을 하다가 몸 이 약헌 사람이 어더 맞었나. 다른 병으로는 그새 입원까지 했을리는 없는데……어쨌든 간호해주는 사람하나 없이 얼마 나 괴롭고 외로울가) 인숙은 어린애를 움물가에 내세운 어머니 이상으로 안심이 아니되는터에 덜컥 그런전보를 받고보니 별안간 눈알맹이에 백태가 낀것처럼 앞이 침침하였다. 입원해 누어 신음하는 남편이 여러가지 모양으로 눈앞에 떠올라서

『그래두 동경서 입원을 했으니 다행이지 북해도까지 갔더 면 어쩔번했어) 하고 우에노(上野)라고 전에도 찍혀오던 일부인이 분명한것 을뚫을 듯이 들여다 보았다.

(아무튼 돈을 급히 보내야 헐텐데 어떡허면 좋아) 하고 생각다 못해서 전보를들고 큰동서에게로 갔다. 그래 도 큰 동서밖에는 의론을 할사람이 없었던것이다. 큰동서도

『그러니 별안간 이백원탐이나 어떻게 구처를 헌단 말인 가. 단돈 십원 얻이보기가 중의 상투보기버만들었 어려운 판에……』

하고 입맛만 쩍쩍 다시더니

『서방님 학비는 청직이가 맡어 보내니까 시재가 있는지 불러서 물어나 불가』

하고 상노를 시켜서 청직이에게 전갈을 하였다.

『지난 달에도 백여원이나 부첬는데 학비로 보낼 예산은 없고, 큰서방님이 꼭 맡어두라고 맡기신 오십원짜리 소절수 한장밖에 없읍니다』

하는것이 세간을 맡은 청직이의 대답이였다.

『내일은 삼수갑산을 가드래두 입원을 허섰다는데 더급한 일이 있나』

하고 돈표를 들여 오라고 해서

『엇네. 자네가 찾어다 부치게』

하고 인숙에게다 맡긴다.

(오십원만 가지면 우선 급헌 불은 끄겠지) 하고 인숙은 생후 처음으로 은행으로 가서 현금을 찾어가 지고 그길로 정거장으로 나갔다. 그는 아직도 전보환으로 돈을 부친줄을 모르고 있었기때문에 생각건대 장발이가 오 늘 저녁차로 떠난다니까 그편에 부치는것이 제일 속할듯 싶 었던것이다.

장발이가 봉희에게 한 편지에 오후 다섯시에 정거장 식당 에서 만나자고 했건만 인숙은 눈이 빠지도록기다려도 나타 나지를 않는다.

(웨 그저 안올가 벌서 다섯시가 지냈는데) 하고 대합실의 전기시계만 고개가 아프도록 쳐다보다가

『참 정거장식당에서 기다린다구 그랬든걸』

하고 깜짝놀라 일어나서 이층의 식당으로 허위단심하고 찾 어올라갔다 서양식으로 으리으리하게 꾸며논 넓다란 식당에 는 손들이 한오십명가량이나 식탁을 격해서 죽 늘어 앉었는 데 대그락대그락하고 양식접시에『나이프』부시는 소리와 여러사람의 이야기하는 소리가 웅성 웅성한다 인숙이가 막 들어서자 박수하는 소리가 우뢰 같이 일어나서 가뜩이나 뽀 이에게 안내를 받으면서도 말한마디못하고 촌계 관청 이라 어리둥절하던 인숙은 눈이 희동-그래졌다. 멀리서 온 손들 의 환영회 같은것이 열린 모양이다. 인숙은 머리를 푹 숙이 고는 무작정 하고 식당 모통이로 비슬 비슬 걸러들어가는데 맨구석에 놓인테불에 앉었던 머리긴 청년이 인숙의 앞으로 뚜걱뚜벅 걸어온다. 인숙은 장발인줄 알자 여학생식으로 공 손히 허리를 궆였다. 장발은 목을 누리고 인숙의 뒤를 기웃 거리더니

『혼자 오세요?』

하고 봉희가 인숙의 뒤를따러 들어 오는가보아 연방 출입 구만 건너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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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희씨는 안직 이런데 나다니질 못허게 허서서 기다리실 가봐 내가대신 왔어요』

하고 인숙은 장발이가 마시든『커피』잔만 나려다 보았다.

장발은 자솜 실망한듯이

『네!』

하고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왼팔에 수건을 걸고선 뽀이 에게 차두잔을 가져오라고 하고나서

『나오시기 어려운줄은 알었지만 떠나올때 두분증에 만나 구 오지를 않었다면 윤군이 섭섭허게 알듯도 싶구. 또 봉희 쌔헌테 오라버니 대신으루 좀 타일르고 싶은 말도 있어서 잠간 나와 달라고 헌겐데…』

하고 말끝을 맺지 맞는 못하는것을 보고 인숙은

『봉희씨헌테 타일을 말슴이라니요?』

할 묻지 않을수 없었다.

『혼자만 들어 두세요. 일전에 두 밤중까지 어느 고학생비 슷한 사람허구 어깨를 겻다싶이허구서 다니는걸 봤는데 안 직 혼자 구경을 다니거나 아무 남자허구나 교제를 하는게 여간 위험해 보이지가 않단말슴이예요. 그래서 당자를 보구 주의를 시켜 주려구 했더니 못만나구 떠나게됐군요』

하고 친 오라비나 되는듯이 간접으로 봉의에게 주의를 시 킨다. 인숙은 (제가 줄창 따러 댕기며 성사시게 굴구는 남의말허듯허네.

고학생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하고 일부러 점잖을 빼는 장발의 얼굴만 할낏 쳐다 보았다.

『봉희씨가 그만큼 숙성헌데 어디 약혼헌데나 있나요?』

장발은 꿩대신에 닭이나 쓴다는 격으로 봉희에게 즉접 물 어 보고 싶던 말을 인숙에게다 묻는다.

『몰라요. 어른들이 알어 허실 일이니까요』

인숙의 대답은 자연 냉정해졌다. 그러자 등뒤 연회석에서 는 또다시 박수소리가 일어 났다. 조금있자

『에-오늘 여러분과 같은 귀빈을 맞이해서 이사람이 XX일 보를 대표해서 환영의 말슴을 드리게 된것은 몸에 넘치는 영광으로…』

하는 굵다란 목소리를 듣고 인숙은 소스라치듯 놀라서 저 도 모르는 겨를에 뒤를 돌아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귀에 익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모-닁』을 입은 용환이가 틀림없 다. 인숙은 (이를 어쩌나 큰 아주버님이 나를 보섰겠네) 하고 사지가 불에 덴것처럼 오그라드는것 같다.

장발은 인숙이가 권하는 차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바눌방 석에가 앉은것처럼 안절부절을 못하는것을 보고 피어 물었 던 담배를 끄면서 연방 팔뚝시계를 들여다 본다. 사실 봉희 가 아닌 인숙이하고야 길게 말을 주고받을 흥미가 없는 눈 치다.

인숙은 제가 어릿어릿하고 사람을 찾으며 들어 올때에 유 표한 제모양이 시아주버니의 눈에띠웠을것이 틀림없었을것 을 생각하니 단 멫초동안이라도 장발이와 마조 앉었을 용기 가 나지를 않어서 남편이 동경서 입원을 하였다는 전보가 왔다는 것을 말한후

『오십원밖에 변통이 못됐는데 가시는대로 즉시 전해수시 면 곧 또부치겠다구요. 그러구 무슨병이 급작시리나서 입원 까지 했는지 궁금허니 돈받는대루 자세헌 기별을 해달라구 전해 주섰으면 고답겠읍니다』

하고 십원짜리 지전 다섯장을 끄내서 식탁우에 놓고는 일 변 일어나 공손히 예를 하였다. 장발은 손길을 펴서 긴머리 만 쓰다듬어 넘기면서 한쪽 입귀만 찡굿거리며 비웃는 웃음 을 웃더니

『돈은 전허지요 허지만 젊은사람은 다 한번씩 걸리는 열 병이기가 쉬우니 너무 염려는 마세요 그렇지만 입원까지는 너무과헌걸요』

하고는 따러 일어서며

『나누 아래층으로 나려가서 짐을 부처야 겠군』

하고 동부인이나 한것처럼 인숙과 나라니 서서 나오면서 봉희씨헌테 못만나가가서 대단히 섭섭해 허드라구 말슴이나 전해주세요』

하고 여러사람이 주목을 하는데도 귓속을 하듯한다.

인숙은 어떻게허면 용환의 시선을 피할가하고 거기에만 정 신이 쏠려서 장발의 말에는 대답도 아니하고 연회석 마진편 벽으로 바짝붙어서 도망하듯이 식당을 나왔다.

十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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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지 며칠후 복순은 일부러 인숙을 찾아와서 봉희에게서 들은말은 전하였다.

남편이 일본여자에게 빠저서 방학에도 오지 않었다는 이야 기를 듣는동안 인숙의 얼굴빛은 몇번이나 붉으락 푸르락 하 였다. 그런말은 듣는대로 즉시 저에게 전해주지를 않고 저 의 눈치만살금살금 보는 시누의까지 섭섭히 녁이는 눈치가 력력히 보였다. 그런일을 번연히 알면서 저하나만 싸고도는 주의의 여러 사람이 원망도 스러운 모양이다.

인숙은 넘우도 기가막힌듯 아모말도못하고 입을 버린채 복 순의 얼굴만 처다 보더니 책상우에다 두팔을 언고는 폭 업 드려버린다. 눈물도 흘릴만치 흘녀서 인제는 그런놀라운 소 식을 들어도 두눈이 뽀송뽀송한듯. 그러나 소리없이 가슴속 으로 흘르는 눈믈을 뉘라서 알것이랴. 복순도 말도 못하도 록 인숙이가 낙심을 하는것이 참아 보기에 딱해서

『내가 괜시리 안헐녀다 그런 말을 했구려. 넘우 속상해 허지 마우』

하고 인숙의 들먹거리는 등을 얼우 만저준다. 인숙은 얼굴 을 파 묻은채

『그러니 난 인제버텀 어떡허면 좋단 말요?』

실났같은 목소리는 오장에서부터 떨여 나오는듯. 복순은 인숙의 어깨에 팔을언지며기왕 그렇게 된일을 애를 태우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 몇철리밖에서 맘대루허는 짓인데다가 더군다나 상대자가 조선여자두 아니니, 쫓어가서 멱설을 잡 구 매달여서 몸부림을 처본다는수두없구 또 그렇게 상쓰러 운 숭내를 내기로서니 속시원 헐게 뭐요? 지금 둘이 맞붙어 서 하늘이 문허지는지 땅이 깨지는지 모르구 죽자사자허는 판일텐데 섯불리 건드리면 되려 인숙씨헌테해가 돌아 올께 분명허니까요』

입살만 깨물며 복순의 말을 듣는 인숙은

『연애야 허든말다니 입때까지 감쪽같이 속은게 분해죽겠 어 여행을 간다는것두 입원을 했으니 돈을 보내라는것도 멀 정헌 거짓말인줄 모르구……』

인숙의 목소리는 그예 울음으로 변했다.

『허기야 분허구 여부가 있겠수만 첫번 당허는 일두 아니 니 이번 한번만 더 꿀꺽참어요 그『모델』노릇허는 계집애 눈에두 드물게보는 미남잔데다가 조선 귀족의 아들이라니까 홀딱 반해서 가진 애교를 다부린게지. 처음으로 객지에서 쓸쓸허게 지내든 봉환씨가 깜빡헌게 보지 않어 두 환허지 뭐요. 게다가 학생으로는 아직까진 돈을 흔전맘전허게 쓰겠 다. 압따 그만헌 남자면야 나래두 이파닥지만 이뿌게 생겼 드면 한번 죽자꾸나 허구 달려들어 불테요. 허울 잘쓴사내 가 길에 지나가면 정절부인두 한번은 처다봅디다 호호호』

하며 복순은 인숙의 마음을 풀어 주려고 일부러 우수운 소 리를 한다. 인숙은 그런말은 귀에도 들어가지 않는듯

『그이 마저 맘이 변해서 나를 모르체허면 부도동기두 남 과같이 못헌 내가 누구를 의지허구산단말요? 난 죽으면 죽 었지 또다시 그런 꼴은 안볼테야』

하고 머리를 내졌는다.

『아 그까짓 남편 없으면 못산답디까? 싫다면 고만이지, 비릿비릿 허게 의지 헐데가 없는건다 뭐요?

인숙씨버텀두 남편이 없으면 못살줄알구 남자헌테 기대려 구만 드니까 틀였단말야요. 인제 조선여자들두 남편이 있으 나 없으나간에 혼자라두 살어 갈수있다는 각오를 해야 돼 요. 그만헌준비를 언제든지 허구 있어야만 유리 여자들두 코큰 소리를 허구 살어볼날이 오지, 육신이멀쩡허니 사내 턱만 쳐다보고 기생충 노릇을 못허는걸 되려 큰변으루 아니 사내들헌테 한평생 문서 없는 종 노릇을 해두 싸지요』

복순은 저혼자 분개해서 말이 연설체로 나가며 언성이 높 아 젔다. 그러다가는

『어쨌든 이런』경우에는 안해 되는 사람이 알고도 모르는 체 허는게 상책입디다 강짜를 허구박아지를 긁는댓자 이편 만 점잖지 못헌 사람이 되니까…그저 시간이 모든 문제를 해결 지어 줄때까지 허는 꼴이나 두구보면 자연이 인숙씨 헌테로 맘이 다시 돌아 올걸요』

하고 다시금 인숙을 위로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