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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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몹시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하늘에서는 흰 새의 날개같이 희고도 보드라운 눈송이가 펑 ─ 펑 ─ 쏟아져 내리고 땅 위에는 바람까지 홱 ─ 홱 ─ 사납게 불어서 두터운 솜옷을 겹겹이 입고 따뜻한 방 속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기에도 추운 생각이 더럭더럭 나는 날이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인데 오후가 되니까 눈은 더욱 퍼붓고 추위는 점점 더해져서 행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 때인데 서울 종로 네거리에 있는 종각 모퉁이에는 아까부터 다 떨어진 얇디 얇은 홑옷을 입고 발발 떨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돈 한 푼 줍시요! 돈 한 푼 줍시요!”

하고 애걸애걸하는 불쌍한 어린 거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 하나 돌아보지도 않고 또, 불쌍하다고 동정해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 때 마침, ○○ 여자 보통 학교에서 하학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소녀 셋이 그 앞으로 지나가다가 이것을 보고 하도 불쌍해서 한 소녀는 10전을 주고 또 한 소녀는 5전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한 소녀는 구차한 집 아이가 되어 돈은 한 푼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거지 아이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다른 두 소녀보다도 더 지극하였습니다.

다른 동무들과 같이 줄 돈은 없고 어린 거지가 추위를 참지 못하여 발발 떠는 것을 보니 차마 발길이 돌아서지를 않아서 그 소녀는 한참 동안 우두커니 서서 불쌍한 거지를 바라보고 있더니 그만 두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해지며 무엇을 생각하였는지 별안간 거지 아이의 앞으로 와락 달려들어 그 때묻은 이마에다 따뜻이 입을 맞추었습니다.

소녀의 두 눈에 글썽글썽하던 눈물은 불쌍한 거지 아이의 뺨 위로 줄줄 흘러 내렸습니다.

그 때, 어린 거지는 정신을 잃은 아이처럼 그 소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섰더니 얼른 그 옆에 있는 꽃 파는 집으로 뛰어가서 지금 두 소녀에게서 받은 돈 10전과 5전을 죄다 주고 어여쁜 꽃 한 묶음을 사다가 입 맞추던 소녀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어린 거지의 때묻은 얼굴에는 알지 못할 감격의 눈물이 방울방울 흘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