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변/망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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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가리라
마지막엔 돌아가리라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아이들이 한울타리 따는 길머리론
계림사(鷄林寺)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잔나비가 우는 산골

잔등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글레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
접중화 싱아 뻐꾹채 장구채 범부채 마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곰방대 곰취 참두릅 개두릅을 뜯던 소녀들은
말끝마다 ‘꽈’소리를 찾고
개암쌀을 까며 소년들은
금방망이 놓고 간 도깨비 얘길 즐겼다

목사가 없는 교회당
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도(講道) 상을 치며 설교하던 촌
그 마을이 문득 그리워
아라비아서 온 반마(斑馬)처럼 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메밀꽃이 하이야케 피는 곳
조밥과 수수엿이 맛있는 고을
나뭇집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
서울 구경이 소원이니
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겄네

꿈이면 보는 낯익은 동리
우거진 덤불[叢]에서
찔레순을 꺾다 나면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