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황국(黃菊)을 안고 산소를 찾은 것은 가랑잎이 빨―가니 단풍 드는 때였다. 이 길을 간 채 그만 돌아오지 않는 너 슬프다기보다는 아픈 가슴이여 흰 패목들이 서러운 악보(樂譜)처럼 널려 있고 이따금 빈 우차(牛車)가 덜덜대며 지나는 호젓한 곳 황혼이 무서운 어두움을 뿌리면 내 안에 피어오르는 산모퉁이 한 개 무덤 비애(悲哀)가 꽃잎[瓣]처럼 휘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