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극장/3권/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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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의 길[편집]

1[편집]

「방 월령! 아니, 하세가와 . 나미에!」

손을 들고 뒷 걸음질을 하면서 장 일수는 그때 분노에 찬 어조로 힘찬 한마디를 입에 담았다.

「나는 오늘 밤 이 자리에서 나의 원수 샹하이 . 도라에게 붙잡히는 몸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십 중 팔구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미에! 오늘 밤에 취한 그대의 행동은 너무나 비열하다!」

「미안 했읍니다, 쨩위!」

나미에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러나 비열하고 비겁한 건 쨩위, 그대였다는 걸 알아 둬요. 나는 단지 그대의 비열로서 보답했을 뿐이야. 아무 것도 없어!」

그리고는 푸우 하고 연기를 내뿜으며

「그러나 그 비열이 조국애가 된담 오죽 좋아요?」

했다.

「음 ─」

그것은 확실히 하세가와 . 나미에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조용히 포승을 받아라. 그럼으로서 너는 황국신민으로서의 자격을 다시금 얻을 것이다.」

고지마의 이야기다.

「샤라쿠사이 . 꼬도워 . 누까스나! 고도모쟈 . 아루마이시 . 고오고꾸 . 신민 또와 나니고도쟈?(쾨쾨한 이야긴 작작 해라! 어린애두 아닌데 황국 식민이란 무어야?) ─」

유창한 일어가 장 일수의 입으로부터 튀어 나왔다.

「나니웟? (무엇이?) ─」

「너희들에게는 조국이 있을는지 모르나 조국애를 바칠 대상이 없는 것이다.」

「무슨 뜻이냐?」

「너희들의 조국은 너희들의 조국애를 받을만한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무슨 뜻이냐? 똑똑히 말을 해라!」

「너희들의 조국은 악을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악을 행한다?……」

고지마의 히번득거리는 얼굴이 무섭게 달려 들며 너희들은 대동아 공영권을 「 건설하여 동아의 천지에 평화를 가져오려는 일본의 참된 뜻을 모른다. 영미의 세력을 동아로부터 구축하여 동아의 동아, 대일본 제국을 맹주로 하는 대동아의 건설이야 말로 구미와 동아의 세력 균등을 가져옴으로서 동아의 평화를 영원히 유지할 수가 있다는 사실은 너희들은 모른다.」

「아니다. 그것은 구실일 뿐이다. 그 훌륭한 구실 밑에 감추어진 약육강식의 제국주의적 야망을 말하는 것이다. 약자의 피와 살을 아낌없이 빨아 먹으려는 너희들의 조국이다. 그러한 조국에 바칠 애정이 있다면 그러한 악덕 조국의 발 밑에서 끝없이 신음하는 약소민족의 비참한 상태에 한 방울 눈물을 흘려 보라는 말이다!」

「칙쇼! 고노 . 닌니꾸 . 쿠사이 . 센진노 . 쿠세니……(에잇, 이 마늘 냄새 풍기는 선인이 무슨……)」

그 순간이었다.

「탕 ─」

하는 한 방의 요란한 총성과 함께 쥐었던 권총을 힘 없이 떨어뜨리며 고지마의 장대한 체구가 휘친 하고 방바닥에 쓰러지지 않는가.

장 일수도 나미에도 허 운옥도 깜짝 놀래어 휘이 방안을 돌아다 보았다.

총알은 분명히 발코니로 통하는 유리문을 뚫고 들어온 것이 틀림 없다.

뒤이어 유리문이 휙 밖으로부터 열리며 무기를 든 괴한 한 사람이 나는 듯이 방안으로 뛰어 들어 왔다.

「오오, 너는……너는……?」

나미에의 날카로운 부르짖음을 비웃으며 우뚝 유리문 안으로 들어선 괴한은 틀림없는 호궁의 거지 강 시후 노인 그 사람이었다.

2[편집]

실로 그것은 일 찰나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 보다도 좀 더 찰나적인 적극 광경이 다음 순간을 한층 더 처참하게 장식하였던 것이니

「수령, 빨리 이리로 도망을 치시요!」

하는 강 시후 노인의 거세인 부르짖음과 함께 노인의 총뿌리가 이번에는 삼면 경 앞에 선 나미에를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삼면경 설합에서 권총을 끄집어 낼려던 나미에의 손이 허공에서 두어 번 우쭐거리다 멎었다.

「그대는, 그대는 정말 나를 쏠테야?」

공포에 찬 나미에의 외침이다.

「부인, 염려 마셔요. 우리 일동이 이 자리를 떠날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계시면 되오. 그것이 부인에게 대한 나의 최대의 인정이요.」

그러는 사이에 장 일수는 고지마가 떨어뜨린 권총을 부리나케 걷어 잡고 일어 섰다.

고지마가 발코니 층층대 밑에 배치하여 놓았던 헌병 한 명이 총성을 들고 발코니로 뛰어 올라 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앗!」

헌병의 총뿌리가 강 시후 노인의 뒷덜미를 겨눈것과 거의 동시에 장 일수의 권총은 발코니에 선 헌병의 가슴을 노리었다.

「탕 ─」

그리고 또 한 방

「탕 ─」

그렇다. 이 두 방의 총성은 장 일수와 헌병과 강시후 노인을 정점(頂點)으로 하여 형성되었던 삼각형(三角形)의 두 개의 정점을 허무러뜨리고 말았다.

二十[이십]여 년 동안 북간도 개척민으로서 흙과 싸우고 태양에 쪼들린 강시후 노인의 강인한 체구가 먼저 쓸어졌다. 발코니 문지두리에서 헌병이 쓸어진 것은 그 뒤의 일이었다.

다음 순간 장 일수가 총뿌리를 돌리며 나미에를 향하였을 때는 벌써 나미에 의 손에 쥐여진 총구멍이 장 일수를 겨누고 있었다.

「유에링, 그대는 나를 쏠 작정이요?」

장 일수는 한 걸음 물러서면서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나미에는 거기는 대답이 없이

「짱위, 당신은 나를 쏠테요?」

하고 똑 같은 말을 반문하였다.

「아니요. 나는 그대를 쏘지는 않을 것이요! 다만 우리가 이 자리를 무사히 떠나게 하여 주면 고마울 뿐이요.」

「그러나 나는 당신을 쏠 수 밖에 업소!」

차디찬 한 마디가 나미에의 입으로부터 툭 떨어졌다.

「유에링, 아니 나미에 상!」

하고 장 일수는 힘차게 부르며

「청이요! 장 욱 일대의 단 한번의 청이요! 들어주시요!」

「안 되오.」

「한번만 눈 감아 주시요! 그렇지 않으면 그대와 내가 다 함께 이 자리에 불행해질 것이요.」

「위, 나의 사랑하는 위! 나는 그것을 바라고 있어요! 당신의 총알이 내 심장을 뚫고 내 총알이 당신의 가슴을 뚫는다면 거기서 더 큰 행복은 없어요. 자아, 위! 조준을 잘 맞춰서 내 심장 한복판을 뚫어야 해요!」

「아, 유에링!」

「하나, 둘, 셋을 셀테니 그 셋을 신호로 하여 당신과 나는 동시에 방아쇠를 잡아댕겨야 해요. 그리고 단 한 가지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다시 말하면 당신의 총알과 나의 총알이 일직선으로 진행을 계속하다가 중간에서 딱 부딪쳐 버리는 기적이 생기지 않는 한, 당신과 나는 이 자리에서 넋을 잃고 쓰러질 것이야요. 자아, 나의 심장을 똑똑히 겨누어요!」

3[편집]

「아, 잠깐만!」

장 일수는 긴장한 얼굴로 남은 한 손을 내저으며 상대자를 막았다.

「유에링, 그대는 나를 기어코 쏠는지 몰라도 나는 그대를 쏘지 않을 것이니 그래도 좋소?」

「그것은 당신의 자유요. 나는 당신의 동정을 구하지는 않았소. 다만 나는 나의 목적한 바를 달성하면 그만이야요.」

「그대의 목적한 바가 대체 무어요? 나를 죽이는 것이요?」

「그렇소. 그리고 동시에 나 자신을 죽이는 것이야요.」

「그러나 나는 그대를 쏘지 않을 것이요.」

「아니요. 쏘지 않고는 견뎌 배길 수가 없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 혼자만이 쓸어지는 결과를 맺을 것이니까요.」

「음 ─」

「당신은 죽임으로서 나미에의 조국이 사는 것이요. 당신에게 죽음을 받음으로서 나미에의 사랑이 사는 것이요. 시간이 촉박하오. 자아, 내가 셀테니 똑바로 귀담아 들어요!」

「아, 나미에!」

그러나 나미에는 마이동풍, 총뿌리를 다시금 똑바로 잡아 정확시 겨누우며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하낫!」

하고 세기 시작하였다.

「아, 잠깐만, 유에링!」

「둘!」

「잠깐만, 나미에상!」

「탕 ─」

그렇다. 한 방의 총 소리가 방안을 뒤흔든 것은 나미에가 「셋」을 채 세기 직전의 일이었다.

무기를 잡은 나미에의 오른 손이 잠시동안 허공중에서 오쭐오쭐 춤을 추다가 외인 손으로 자기 오른편 어깨를 독수리처럼 굵어 쥐고 마침내 삼면경 앞에 쓸어지고 말았다.

「고…고노 . 히꾜오모노가! 사끼니 . 우찌야갓다!(이…이 비겁한 자가 먼저 쏘았구나!)」

비분에 넘친 한 마디가 나미에의 입으로부터 날쌔게 튀어나왔다. 총알은 나미에의 입으로부터 날쌔게 튀어나왔다. 총알은 나미에의 오른 어깨박죽을 궤뚫었다.

그러나 대체 이것이 어떻게 된 노릇인지를 장 일수는 몰랐다. 어째 그러냐 하면 장 일수는 아직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장 일수는 후딱 머리를 돌려 한편 구석에 오뚜기처럼 서 있는 허운옥의 자태를 바라보다가 그만 저도 모르게

「앗, 운옥씨!」

하고 부르짖지 않을 수 없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 흩어져 내린 머리카락, 사지는 키질하듯이 떨리고 있었고 한자루의 녹슬은 구식 권총이 운옥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었다.

「운옥씨!」

장 일수가 다시 한번 그렇게 부르짓으면서 운옥의 앞으로 달려 왔을 때, 운옥은 마치 꿈꾸는 사람처럼 무기를 거두어 트렁크에 든 버선짝 속에 넣으면서

「빨리 여기를 빠져 나가야겠읍니다.」

「그렇습니다! 자아, 운옥씨, 빨리 저리로……」

장 일수는 운옥과 함께 발코니로 뛰어나가다가 잠시 후 노인의 시체 앞에서 황급히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숙이며 명복을 빌었다.

「강 선생, 조국의 한 개 주춧돌이 되신 강 선생님! 고달프시던 일생! 편히 주무십시요. 사정이 급박하여 유골을 거두지 못하는 마음 애달픕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삼면경 앞으로 달려가서 나미에의 손목을 잡으며 유에링 상처는 「 , 가볍소. 기약합시다. 인연이 있거든 또다시 만날 날을……」

그때 나미에는 원한이 사모치는 눈동자로 장 일수의 얼굴을 물끄러미 처다보며 경련을 일으킨 입술을 간신히 열었다.

「쿠야시잇! 데모 . 아다시오 . 웃다노와 . 기미데와나깟다!(분하다! 그러나 나를 쏜 것은 님이 아니었다!) ─」

그리고는 시선을 운옥에게로 옮기면서

「칙쇼! 아마메가!(에잇, 요년이!)」

그러나 그때는 벌써 캄캄한 발코니로 뛰쳐 나간 두 사람이 좁고 가파러운 층계를 황급히 뛰어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이 참극을 일으킨 네 방의 총성을 다행히도 아래층 홀에서는 그리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밴드」에서 끊임없이 흘러 나오는 「폭스 . 트롯트」

의 소란한 광조곡(狂躁曲)은 정문과 뒷문과 홀 안에 배치해 놓은 고지마의 부하 세 명의 귀를 어둡게 했을 뿐 아니라, 장 일수의 동지 두 사람의 귀까지도 막아버리는 결과를 맺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