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나도향)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추억(追憶)

보-펜산(모파상) 작(作)

나빈(羅彬) 역(譯)


젊었을 때의 그윽한 추억도, 최초 서광(曙光)의 애무(愛撫) 그대로 어떻게 그리웁게 내 머릿속에 다시 살아나오는지요?

그것은 모두 은혜스러웁게 유쾌하고 도취를 결인(結引)한 생애의 한 시(時)입니다.

여기에 지나간 옛 봄에 그리운 추억을 보기 좋게 써보려 합니다.

제군(諸君)이여! 나의 늙어진 친우(親友)여, 동포여! 너희들의 생활은 화미(華美)한 승리와 기꺼운 웃음뿐이었다. 너희들은 환락의 그 시대를 추억하는 때가 있는가? 기억하고 있는가?

너희들은 파리의 주위를 방황하던 그 날…… 새로이 살아난 신록의 삼림(森林) 속을 산책하던 그날…… 어디까지든지 구차한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세—인 하반(河畔)의 조고만한 요릿집에서 푸른 공기에 취하였으며 그러고는 또 야비(野卑)하고도 달콤한 연애한 모험에 빠졌을 때 그날 일 너희는 기억하는가?

나는 이와 같은 사랑의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 한다.

그것도 생각하면 20년 전 일이다. 지금은 벌써 나는 이렇게 늙어버렸다…… 그래서 그 일도 지금에는 나의 생활의 닳은 끝(端)과 같은 생각이 든다. 인생의 꼬부러지는 산모롱이에 서서 보면…… 아, 이 추악한 산모롱이에서 나는 기다란 나그네 길의 종국(終局)을 보고 있다. 그렇게까지 벌써 늙어버렸다.

그러나 그때에는 내가 아직 25세였다.

나는 파리에 있었다. 2관성(官省)에 고용되어 있어 1주일에 한번씩 오는 일요일이 나에게는 넘치는 듯한 행복에 가득한 특별한 제일(祭日)과 같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신통한 일도 없었으나.

지금에는 날마다 일요일이지만은 도로혀 지금에는 그때 1주일에 한 번씩밖에 오지 않는 일요(日曜)가 아까워서 못 견디겠다.

아, 어떻게 즐거운 날이었던가? 그때의 일요일을 지금 하루라도 가질 수가 있었으면 육법(六法)을 내여도 아까울 것이 없다.

그날 아침 나는 그렇게 자유스러운 새장을 벗어난 새와 같이 활활(活活)한 기분인 것은 우리 같은 고리(雇吏) 외에는 알 수가 없다. 으로 아침 일찍이 차리 속에서 벗어져 나왔다. 활활 하고 휴식의 가득한 고요하고 독립적 기분이었다.

그리고 우선 창 옆으로 가까이 갔다.

그것은 말할 수 없이 좋은 일기(日氣)였다.

동네 집들의 위에는 새파란 하늘이 걸리어 있고 햇빛은 아름답게 번뜩거리고 제비들은 기꺼웁게 날개를 치며 날어 다니었다. 나는 얼른 옷을 입고 집 문을 나섰다. 마음은 다만 삼림(森林) 중을 산책하며 나뭇잎의 그윽한 향내를 마시고 싶은 희망으로 찼었다. 그것은 내가 풀과 나무 사이서 생육(生育)한 시골 사람인 까닭이다.

파리는 열과 광(光)에 덮인 속에서 즐거웁게 눈을 떴다.

집들의 담벼락은 윤채 있게 빛나고 문 지키는 가나리야(· · · ·)는 조롱(鳥籠) 속에서 듣기 싫도록 세차게 지적거렸다. 그러고 길거리에는 터질듯한 유락(愉樂)의 기분이 떠돌고 사람들의 얼굴은 청청(晴晴)하게 빛나고 이르는 곳마다 웃음 소리가 흐르고 아침 볕 아래에 모든 사람과 듣기 좋은 소리가 신비적 법열에 취한 모양이었다.

나는 선 그루(· · ·)─로 가기 위해 세인(· ·)하(河)로 나아가 이론텔(· · ·)(세인 河의 도선(渡船)명)에 나아가는 곳까지 갔습니다.

배가 나아가는 것을 멀거니 선교(船橋) 상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어떻게 좋았는지?

그리하여 배를 기다리고 있은즉 웬일인지 비상히 아름다운 보지도 못한 나라에 세계의 저 끝까지 써가는 듯하였다.

나는 선교에서 배가 떠나가는 것을 멀건히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쪽 편의 제2철교 밑을 아주 적게 1편(片)의 연기를 토하고 오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아주 크게……… 더욱 크게 점점 그것이 커다래졌다.

그러할 동안 배는 언덕에 닿았습니다. 그러고 나는 탔습니다. 청명한 일요일을 향락하는 사람은 벌써 가득 찼었다. 남 보기 좋게 농후한 화장과 ■■하게 번득거리이는 번과 발그스름한 둥근 얼굴이 떼를 지어 있었다.

나는 선두(船頭)의 자리를 점하고 항구와 제방과 나무와 집과 다리가 점점 뒤로 달아나는 것을 서서 보고 있었다.

그런즉 갑자기 이내 물을 색한(塞限)하고 있는 폰 쭈주(· · ·)─의 커다란 잔교(棧橋)가 보였습니다.

그것은 파리시(市)의 끝이다. 거기서부터 교외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두 줄기의 고교(孤橋)의 배후로부터 세인하(河)는 널찍한 폭을 벌리어 사람들의 사조이는 가슴을 풀어지게 하고 아주 시원한 기분을 일으킨다.

그런 동안에 또 어느 틈에 삼림 아래를 흐르고, 전야(田野)의 중앙을 꿰뚫고, 나무들의 번성한 소구(小丘)의 기슭을 달아나 야원(野原)을 지나서 점점 아름답고 온화하게 되어 한정(閑靜)하여진다.

두 개의 섬 사이를 지나가면 이론텔(· · ·)은 백인(白垔)의 집들이 나란히 있는 푸른 빛이 도는 소구의 곁을 통과한다.

그런즉 선원이 『밤돈(△△)』하고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러고 다음에는 『세─불』 조금 더 가면 『센그루(· · ·)』가 된다.

겨우 『센그루』에 배가 닿았을 때 나는 육지에 내렸다.

그러고 천천히 조그마한 시가(市街)를 통해 삼림(森林)으로 가는 가도(街道)를 걸어갔다.

나는 파리로 가는지, 그 조그마한 삼림으로 가지는지를 틀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 근처 지도를 가지고 걸어갔다.

나무 그늘까지 왔을 때에 가장 간단하고 속히 갈 수 있는 길을 알기 위해 나는 안내기를 펴보았다. 그래서 그쯤 하여 벨사유─(· · · ·)에 도착될 모양이었다.

밤에 거기에 도착하여 저녁밥을 먹을 모양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하고 또다시 천천히 걸어갔다.

한가슴 잔뜩 신아(新芽)와 수액(樹液)의 상쾌한 향이 가득한 달큼한 공기를 마시면서 신록의 밑으로 걸어갔다.

쓸데없는 고서(古書)류의 일이라든가 관청 일이라든가 장관의 일이라든가 동료라든가 소송이라든가 이 모든 일은 다─ 잊어버리고 다만 미래의 전혀 미지인 세계로부터 무엇인지 이렇게 마음을 녹이는 듯한 행복이 올 것이라는 것을 마음에 그리면서 자금자금 걸어가고 있었다.

수천의 추억이…… 소년시대의 추억이…… 이 전야(田野)의 조그만한 길을 걸어가던 때의 즐거움이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나는 걸어가면서도 모두 그러한 매혹적인 생생한……… 7월의 태양으로 따뜻하여진 삼림의 녹정(錄精)에 탄동(坦動)하고 쾌락에 취하면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때때 경면(傾面)에 연(沿)하여 모든 종류의 초화(草花)가 모조리 되여 있는 것을 바라보기 위하여 풀 위에 걸어 앉었다.

옛날 시골서 보던 것과 조금도 다름 없는 꽃들까지도 나는 그의 이름과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황색과 붉은 것과 보랏빛과 그러고는 야들야들하고 약해 보이는 것과 조그마하고 어여쁜 것과 기다란 넝쿨 끝에 피어 있는 것과 지면을 기며 가는 꽃과 꽃들이었다.

모든 빛과 모양 가진 곤충……… 동글동글한 것과 길고 길은 것과 구조가 이상한 것과 보기 싫은 괴물 같은 것과 여간해서는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조그마한 버러지들은 소충(小蟲)의 무게까지 귀찮아 하는 풀 끝에서 풀 끝으로 평화스럽게 춤추면서 날아 다니었다.

그러고 나는 움푹 들어간 땅 위에서 잠깐 낮잠을 잤다. 그러고 달게 잔 은덕으로 피곤함도 아주 잊어 버리고 다시 원기를 차려 걸어갔다.

가는 곳에는 도취(陶醉)를 유인하는 병목(竝木)이 이어 있고 조금 세장(細長)한 나뭇잎이 지상에 빝늠없이 태양빛을 비처럼 퍼붓고 있다. 비와 같이 퍼붓는 태양광선은 하얀 말게럿트(· · · ·) 꽃을 반짝반짝 번쩍이고 있었다.

넓은 길은 한이 없이 서쪽으로 통하여 있었다.

다만 한 마리의 쓸쓸스러운 황봉(黃蜂)이 그윽한 날개를 치며 날고 있었다. 그러고 위에서 내려 쐬이는 듯이 달려 있는 꽃들의 이슬을 마시기 위하여 때때 멈칫하다가는 또다시 날아 갔습니다. 그러고는 또다시 그 앞에 있는 꽃에 날아 앉었다. 그 커다란 동체(胴體)는 한없이 적은 투명체의 날개가 붙어 있는 황생의 광택을 가진 갈색 천아모(天鵝毛)와 같이 보였다. 그러할 때 실연(實然) 길 옆에 나란히 있는 저쪽으로부터 남녀 두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꼭 자 산보하기에 매우 심심함을 깨닫고 있었으므로 나는 이 풀이 높다랗게 나 있는 가운데로 몸을 던져 뒹굴어보려 했을 때 누구인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부인(婦人)이 양산을 함부로 휘두르고 남자가 속옷을 하나도 안 입은 채로 웃옷은 팔에 건 채 매우 슬픈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도 얼른 그들에게로 가보았다. 두 사람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걸음을 속히 아여 나에게로 달려왔다. 여자는 깡칭깡칭 짧고도 속한 걸음으로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 왔습니다.

두 사람은 무엇에 분(憤)이 난 듯이 그렇지 않으면 비상(非常) 피곤한 모양이었다.

여자는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말씀 잠깐 여쭈어 보겠어요……… 여기를 어디라 하나요? 이 우리 남편이 어디든지 다 안다고 고집을 세우더니 그만 이렇게 길을 잃어버리게 했답니다.』

그래서 나는 분명하게 대답하였다.

『여봅쇼. 이대로 똑바로 가면 센 그루─(· · ·)로 가고 반대되는 길로 가시면 벨사유(· · ·)로 갑니다.』

그런즉 그 여자는 자기 남편에게 향하여 참을 수 없는 업신여기는 듯한 표정으로서

『무엇이요? 벨사유(· · ·)의 반대되는 길을 우리가 지금 걷고 있어요? 어쩌면! 우리들은 마침……… 벨사유(· · ·)에서 저녁밥을 먹으려 했는데요!』

『그렇습니까? 여봅쇼? 나도 그렇게 하려 했는데도.』

그런즉 그 여자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여러 번 이렇게 말을 하였다.

『그러세요……… 어쩌면 그래요! 어쩌면 그래요, 남자들은 어쩌면 그래요! 여자만 보면 밀쳐버리는 태도로 맘대로 휘둘러서 못난이를 만드니까요……… 이야말로………』

그 여자는 생기 있고 아직 나이 젊고 밤빛 머리털을 가진 미인이었다. 입술 뒤에 있는지 없는지 보일락말락 한 엷은 수염이 있다.

남편이란 자는 이마의 땀을 씻고 있었다.

생각건대 그들은 파리의 중류 계급의 가정임이 틀림없었다.

남자는 매우 피곤하고 낙담하여 기막혀하듯 하였다.

그러고

『그러나……… 여보……… 그것은 당신이………』

하고 입속으로 자기 부인을 향해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는 그것을 가로막는 듯이

『내가? 무엇을 내가 그랬어요? 아, 이번에는 나로구료? 언제든지 고집만 하고 아무 말도 이리 하지 않고 미리 정하지도 않고 나온 것이 나요? 길을 너무 잘 안다고 장한 소리를 하더니 산허리 위를 바른편으로 자꾸 가자고 주장한 것이 나였지? 그리고 또 있지? 카슈─(· · ·)책임을 갖겠다 하고………』

이때에 남편은 미친 듯이 이상한 기다랗게 부르짖는 소리를 하므로 그 여자는 말을 끊어버렸다.

그 부르짖는 소리는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입에 낼 수도 없다. 다만 찍찍찍 하는 소리와 같을 뿐이었다.

젊은 여자도 거기에 조금도 놀란 빛이 없고 성내는 일도 없이 말을 계속했다.

『아뇨……… 세상에는 당신과 같이……… 무엇이든지 안다, 안다 하고 그 실상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지요!

그리고 작년 하─볼(· · ·)시(是)행 기차를 잘못 알고, 됩프(· ·)행 기차를 타고 간 것도 나지요! 네? 여보! 그리고 루도룬 씨를 말틜(· ·)시에 산다고 주저 없이 단언한 것도 내가 그랬지……… 또 있지요! 세레스트(· · · ·)가 도적놈이라고 믿지 않으려 한 것도 내가 그랬지요?』

그러고 그 여자는 또 무슨 말을 계속할 듯이 전신을 분노로 떨면서 의외에 모든 저주하는 말소리로 돌발적으로 압박하는 듯한 태도로 보통 생활에 숨겨 있던 모든 불만과 분노로서 그 남편의 행위와 사상과 태도의 노력과는 또다시 길을 잃어버리거나 이런 쓸쓸한 삼림 속에서 밤을 새지 않으면 안 될 위험은 당하기 싫으니까요.』(주: 원문 자체가 문장이 안 이어짐.)

나는 공경스럽게 몸을 굽혔습니다. 그런즉 그 여자는 내 팔목을 잡고 자기의 모든 일과 자기의 생활의 모든 일과 가정의 모든 일과 장사의 모든 일을 시작해 웬만해서는 끝이 날 듯하지 않았다.

그들은 센 라사─ㄹ(· · · · ·)시에서 장갑 장사를 했다. 그 여자의 남편은 그 곁을 거닐고 있었다. 그리고 그칠 새 없이 때때 직……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 나중에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견딜 수 없도록 몸을 파묻고, 그리고 그 신비적(神秘的)인 심처(深處)를 탐급(探及)한 듯이 보였다.

그러고 때때 기죽한 예리한 조자(調子)로 직…… 하고 부르짖었다.

나는 이 이상한 부르짖는 소리는 꼭 무슨 신경병으로 인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젊은 여자는 갑자기 나에게 향하여 이상한 속도로 돌연 목소리의 조자(調子)를 변하여 말했다.

『여보세요. 만일 수고가 되지 않으시거든 어떻게 저하고 같이 가주실 수는 없는지요? 이제는 우리들 시험(試驗)과 결혼 동시부터 현재까지의 생활을 질매(叱罵)하였다.

남편은 떠듬떠듬 아내를 극력 만류하려 애썼다.

『아니, 그러나 여보……… 그 그 그것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이 양반 앞에서……… 응……… 우스운 연극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야……… 자……… 그만둬……… 이 양반에게는 조금도 재미있는 일이 아니야……… 응……… 그만둬요………』

그리고 슬픈 듯한 눈으로 풀이 무성한 곳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속으로 달아나 누구에든지 보임이 없었음으로

『왜 당신은 그런 소리를 내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런즉 그는 허둥지둥하는 듯한 모양으로 기가 막힌 듯이

『이것은 나의 보이지 않게 된 귀여운 개(犬)요』라고 대답하였다.

『무엇이요? 당신이 없이 한 개요?』(주: 당신에게 보이지 않는 한 마리 개요?)

『예, 그렇소. 벌써 그런지 1년이나 됩니다만 그놈(개를 말함)은 벌써 상점에 들어온 후로 한 번도 바깥에 나간 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삼림으로 산보하려 데리고 가주려고 언제든지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놈은 풀을 본 일도 없고 풀잎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고 나중에는 미친개가 되어버렸습니다. 지독하게 짖으면서 삼림으로 달아난 뒤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로부터 이러한 추측을 할 수가 있지요. 즉 그놈은 철도를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그놈을 정기(正氣)가 되게 한 것이 틀림없지요.

아무리 불러도 도로(徒勞)였습니다……… 얼마를 지낼지라도 돌아오지 않아요. 그놈은 삼림 속에서 굶어 죽은 것이 틀림없지요.』

그런즉 젊은 여자는 남편을 돌아다 보지도 않고 설명을 하였다.

『틀렸소! 한번 목도리를 떠나가면 다시 돌아오지는 않아요! 우선 당신같이 짐승 같은 사람이 기른다는 것이 되지 않을 일이지요.』

그러자 남자는 비싯비싯 조그마한 소리로 말하였다.

『그러나 여보! 그것은 당신이………』 라고 그 여자는 벌떡 서서 멀건히 남편 눈을 들여다보며 당장에 그것을 뜯어버릴 듯한 어조로 수(數)를 알 수 없는 저주와 질매를 연발했다.

그동안 해가 아주 저물어 버렸다. 석양에 시골을 덮고 있던 저녁 안개는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다.

밤에 재여 가는 삼림을 싸고 돌아가는 쾌미(快美)하고 이상한 양기(凉氣)를 띠게 하는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시상(詩想)이 끓어 올라왔다.

그런즉 돌연 젊은 남자는 우뚝 서서 라고 하고 급하게 체중(體中)을 탐색하면서

『야─ 큰일 났다! 큰일 날 일을………』 하였다.

그 여자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무엇이? 어떻게 했어?』

『아니! 지금까지 팔뚝에 걸었던 옷이……… 아, 조금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지갑을 잃어버렸는 걸! 돈이 들어 있는데!』

그런즉 그 여자는 또다시 비상(非常)히 성이 나서 눈이 빠질 듯한 모멸(侮滅)의 언사로

『무엇? 또 이 모양일세. 왜 그렇게 정신이 없소? 그러니! 왜 이렇게 못났소! 이런 허수아비하고 같이 살 수가 있나? 자─ 자 어서 가서 찾아 가지고 와요! 자! 애를 써서……… 찾을 때까지 찾아보고 오세요! 나는 이 양반과 벨사유(· · ·)로 가서 기다릴 터이니 나는! 삼림 속에서 자기는 싫어요.』

그런즉 남편은 조용하게

『아, 다녀올 터이야. 찾아올 터이야. 그러나 어디서 만날까?』라 하였다.

그래서 나는 레스토란(· · · ·)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런즉 남자는 걱정이 되어서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듯한 눈을 사면으로 돌리면서 정성을 하여 땅 위에 몸을 수그린 채 오던 길로 돌아갔다. 그리고 쉴새없이 그 직─하는 소리(· · · · · · ·)를 거푸 하면서 멀리 가버렸다.

그의 모양 아주 없어지기까지는 웬만큼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그림자가 보이고 그것이 점점 엷어지고 그리고 나중에는 저쪽 길 끝에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그의 그림자까지 알 수 없게 되었으나 아직 안 된 것은 찍찍이 오래오래 밤 어둠이 점점 깊어질수록 예리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나는 행복으로 찼다. 쾌활한 보조로 박모(薄暮)의 정적에 잠기면서 나의 팔에 몸을 안기고 있는 알지 못하는 부인과 같이 걸어갔다.

나는 될 수 있는 데까지 고상(高尙)하고 염려(艶麗)하게 울리는 말소리를 들었으나 틀렸었다. 그래서 도취(陶醉)한 중에도 조금은 오뇌(懊惱)하듯이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하여 불의에 지나가는 길을 가로막는 넓은 가로에 나왔다.

그런즉 우편에 조그마한 골목이 보였다. 거기는 아주 작은 동리를 이루고 있었다. 어떠한 남자 하나가 지나가므로 곧

『이 동리는 무슨 동리요』 하고 물어본즉

브지발(· · ·)이요』 했다.

나는 의심스러워서 오히려

『뭐요? 브지발(· · ·)요? 정말 그렇습니까?』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즉 그 남자는 괴아(怪訝)한 얼굴로

『참으로 그런데요』라 하였다.

그런즉 그 여자는 광인과 같이 웃었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으므로 마차를 세내어 벨사유(· · ·)로 가려 하였다. 그런즉 그 여자는

『아니 그렇게 할 것이 없지요. 우스운 일이에요. 나는 배가 고프지 않으니까 다른 길로 돌아가더라도 관계치 않아요. 조금도 걱정은 없어요. 우리 남편은 그대로 내버려 둬도 아무 일도 없어요. 자기가 좋을 대로 할 터이니까. 나에게는 이렇게 2, 3시간일지라도 기를 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들은 시내가에 있는 어떠한 카페에 들어가서 특별히 조그마한 방을 빌기로 정하였습니다. 그 여자는 조금 술에 취해 엷게 불그레해졌다. 나는 참으로 마음이 상쾌해져서 노래도 부르고 떠들기도 하고 모든 광태(狂態)를 연(演)하였다……… 그 여자도 지지 않게 날뛰고 모든 유쾌를 지었습니다. ………모든 쾌락 가운데서 가장 좋은 행위까지도………

그래서 이야기는 이것뿐이오.

이것이 그 나의 최초의 간통(姦通)한 기억이요!

(출처=《신민공론(新民公論)》 1922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