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
<아니리>
영웅열사(英雄烈士)와 절대가인(絶對佳人)이 삼겨날 제 강산정기(江山精氣)를 타고 나는디 군산만학부형문(群山萬壑赴荊門)에 왕소군(王昭君)이 삼겨나고 금강활 이아미수(錦江滑 峨嵋秀)에 설도문군탄생(薛濤文君誕生)이라. 우리나라 호남좌도(湖南左道) 남원부(南原府)는 동으로 지리산 서으로 적성강(赤城江) 산수정기(山水精氣) 어리어서 춘향이가 삼겼겄다. 숙종대왕(肅宗大王) 직위초(卽位初)에 서울 삼청동(三淸洞) 사는 이한림(李翰林)이 계시난디 세대명문지족(世代名門之族)이요, 국가 충신지후예(國家忠臣之後裔)라, 상감께서 충의록(忠義錄)을 보시고 이 생원을 돌령(郭寧) 참봉(參奉) 출육시켜 과천현감(果川縣監) 두어도목 지낸 후 남원부사(南原府使)로 제수(除授)허시니 도임(到任)한 지 수삭(數朔) 만에 백성에게 선치(善治)하사 거리거리 선정비(善政碑)요 곳곳마다 칭송가(稱頌歌)라 그 사또 자제 한 분을 만득(晩得)으로 두었으되 용몽을 얻어 낳은 고로 이름을 꿈몽(夢)자 용용(龍)자 몽용이라 지었겄다. 부친 따러 골에 와서 책실에서 공부할 제 때마참 오월 단오절이라 일기 화창하니 남원산세 구경차로 방자를 불러 물으시겄다. " 이 얘 방자야 너의 고을에 볼 만한 승지강산(勝地江山)이 어디 어디 있느냐?" "공부하시는 도련님이 승지는 찾어 무엇하시랴오?" "늬가 모르는 말이로다. 천하제일 명승지 도처(到處)마다 글귀로다. 내 이를게 들어봐라."
<중중모리>
'기산영수별건곤(箕山潁水別乾坤) 소부허유(巢父許由) 놀고 적벽강추야월(赤壁江秋夜月)에 소자첨(蘇子瞻)도 놀았고 채석강명월야(采石江明月夜)의 이적선(李謫仙)이도 놀았고 등왕각(藤王閣) 봉황대(鳳凰臺) 문장명필(文章名筆)의 자취라. 내 또한 호협사(豪俠士)로 동원도리(東園挑李) 편시춘(片時春) 낸들 어이 허송(虛送)헐거나 잔말 말고 일러라'
<아니리>
"도련님 분부 그러 하옵시니 낱낱이 여쭈리다."
<중중모리>
"동문밖 나가면 금수청풍(錦水淸風)의 백구(白鷗)난 유랑(遊浪)이요. 녹림간(綠林間)의 꾀꼬리 환우성(喚友聲:벗을 부르는 소리) 제서 울어 춘몽을 깨우난 듯 벽파상(碧派上) 떼오리는 왕왕(往往)이 침몰하여 은릭옥척(銀鱗玉尺)을 입에 물고 오락가락 노난 거동 평사낙안(平沙落雁)이 분명허고 선원사(禪院寺) 쇠 북소리 풍편에 탕탕 울려 객선의 떨어져 한산사(寒山寺)도 지척인 듯 석춘(惜春)하는 연소들은 혹선 혹후 어깨를 끼고 오락가락 노는 거동 도련님이 보셨으면 외도 할 마음이 날 것이요,남문밖을 나가오면 광한루(廣寒樓) 오작교(烏鵲橋) 영주각(瀛洲閣)이 있사온디 삼남 제일승지니 처분하여서 가옵소서."
<아니리>
"늬 말을 듣더라도 광한루가 제일 좋구나. 광한루 구경가게 나귀 안장 속히 지어 사또님 모르시게 삼문밖에 대령하라." "예이"
<자진모리>
방자 분부듣고 나귀 안장 짓는다. 홍영자공(紅纓紫 :붉은 고삐와 재갈) 산호편(珊瑚鞭) 옥안금천(玉鞍錦薦) 황금륵(黃金勒) 청홍사 고운 굴레 상모(象毛) 물려 덤벅 달아 앞 뒤 걸쳐 질끈 매 칭칭다래 은엽등자(銀葉 子) 호피도둠이 좋다. 도련님 호사헐 제 옥골선풍 고운 얼굴 분세수(粉洗手) 정이하야 긴 머리 곱게 따 갑사(甲紗)댕기 듸렸네. 선천동우주(宣川東羽綢) 겹저고리 당모시 상침바지 외씨 같은 고운 발 극상세목(極上細木) 보선 지여 남 수갑사(繡甲紗)로 대님매 진안(鎭安) 모수 통행전(通行廛) 쌍문초(雙紋 ) 겹동옷에 청중추막(靑中赤莫)에 도복 받혀 당 분함(唐分含) 띠 맺네. 갑사복건 만석당혜 나귀등 선뜻 올라 뒤를 싸고 앉은 후 채금당선(彩錦唐扇) 좌르르 피어 일광을 가리우니 하릴없는 선동이라. 관도성남(官道城南) 너른 길 기봉하(奇峰下)에 나는 띠끌 광풍 쫓아 펄펄 도화점점 붉은 꼭 보보향풍(步步香風) 뚝 떨어져 쌍옥제변(雙玉蹄邊) 네 발굽 걸음걸음이 생향이라. 일단선풍(日團仙風) 도화색 위절도(魏節度) 적표마(赤驃馬)가 이 걸음을 당할소냐 가련인마(可憐人馬) 상광휘(相光輝)니 만성견자(滿城見子) 수불애(誰不愛)라. 취과 양주(醉過楊洲) 귤만거(橘滿車)의 두목지(杜牧之) 풍채로구나. 호호거리고 나간다.
<아니리>
도련님 나귀나려 풀 띄끼고 사면경치를 살펴보시난디,
<진양조>
적성의 아침날의 늦인 안개는 띄어 있고 녹수의 저문 봄은 화류동풍 둘렀는디 요헌기구(瑤軒綺構) 하최외(何崔嵬)난 임고대(臨高臺)로 일러있고 자각단루(紫閣丹褸) 분조요(紛照耀)난 광한루를 이름이로구나. 광한루도 좋거니와 오작교가 더욱 좋다. 오작교가 분명허면, 견우직녀(牽牛織女) 없을소냐 견우성은 내가 되려니와 직녀성은 게 뉘랴 될고, 오날 이곳 화림중(花林中)에 삼생연분(三生緣分)을 만나를 볼까
<아니리>
"좋다 좋다 호남 제일루라 하겠다. 때는 천중지가절이요 또한 이러한 승지 좋은 데 술이 없어 되겠느냐 술상 가져 오너라." 술상 놓고 이 삼배 자시더니 취흥(醉興)이 도도하야 글 한수를 지어 읊었으되 춘향 상봉할 글이었다.
<시창>
교명오작선인교(橋名烏鵲仙人橋)요 루호광한(樓號廣寒) 옥경루(玉京樓)를 차문전생(借問前生) 수직녀(誰織女)오 지응금일(知應今日) 아견우(我牽牛)를 글지어 읊은 후에 다시 일어 배회(徘徊)할 제
<중중모리>
앉었다 일어나 두루두루 거닐며 팔도강산 누대경계 손꼽아 헤아린다. 장성일면용 용수 대야동두점점산(長城一面溶溶水大野東頭點點山) 평양감영은 대동문 연광정(練光亭)일렀고 주렴취각(珠簾翠閣)은 벽공의 늘어져 수호문창(繡戶紋窓)의 덩실솟아 앞으로난 영주각 뒤로는 무릉도원(武陵桃源)흰 백자 붉은 홍은 숭얼숭얼 꽃피고 붉은 단 푸른 청은 고물고물이 단청이라 유막황앵환우성(柳幕黃鶯喚友聲) 벗 부르는 소리허고 화초백접쌍쌍무(花草白蝶雙雙舞)는 향기를 찾는 거동이라 물을 보니 은하수요 경(景)은 정녕 옥경인디 옥경이 분명허면 월궁항아(月宮姮娥)가 없을소냐.
<자진중모리>
백백홍홍 난만중(爛漫中)에 어떠한 미인이 나온다. 해도 같고 달도 같은 어여쁜 미인이 나와 저와 같은 계집아이를 앞을 세우고 나온다. 장장채승(長長彩繩) 그넷줄 휘느러진 벽도(碧桃)까지 휘휘 칭칭 감어매고 섬섬옥수(纖纖玉手) 번 듯 들어 양 그네줄을 갈라잡고 선뜻올라 발굴러 한번을 툭 구르니 앞이 번 듯 높았네 두 번을 구르니 뒤가 점점 멀었다. 머리위에 푸른 버들은 올을 따라서 흔들 발밑에 나는 티끌은 바람을 쫓아서 일어나고 해당화 그늘속의 이리가고 저리갈 제 그 때의 도련님 살펴 보시더니 마음이 으쓱 머리끝이 쭛빗 어안이 벙벙 흉중이 답답 들숨날숨 꼼짝딸싹을 못허고 눈을 번히 뜨고 방자를 부르는디,
<아니리>
도련님이 혼은 벌써 춘향에게 가서 있고 등신만 서서 정신없이 방자를 부르겄다. "이 얘 방자야" "예이 " "저기 저 건너 장림숲속의 울긋불긋 오락 가락 하는 저게 무엇이냐?" 눈치빠른 방자놈이 도련님이 춘향보고 넋나간 줄 벌써 알고 시치미를 뚝 따고 하는 말이, "멀 보시고 그러십니껴? 소인놈 눈에는 아무 것도 안보입니다." "이만치 와서 내 부채발로 봐라" "부채발로 아니라 미륵발로 봐도 안 보입니다요" "그럼 너 건너가서 보고 오너라!" 방자 충충 다녀오더니, "소인 다녀왔습니다." "거 무엇이드냐?" "다른 무엇 아니오라 이 고을 퇴기 월매 딸 춘향이라 하옵난디 제 본심 도고하야 기생구실 마다허고 대피넣고 물러나와 백화춘엽의 글귀나 생각하옵난디 오날이 마침 단오절이라 몸종 향단이를 다리고 추천( 韆:그네)하러 나온 줄 아뢰오." "그게 기생의 자식이란 말이냐? 그 일 잘되었구나 이 얘 방자야, 너 건너가서 내 말 전하고 불러 오너라!" "아 도련님 그건 안됩니다." "어째서 안된단 말이냐?" "안될 내력을 소인이 여쭙지요."
<자진모리>
"춘향의 설부화용(雪膚花容) 남방에 유명하여 감사(監司) 병사(兵使) 목부사(牧府使) 군수(郡守) 현감(縣監) 관장(官長)님네 무수히 보랴호되 장강(莊姜)의 색과 이두(李杜:이백과 두보)의 문장이며 태상의 화순심(和順心:온화하고 순한 마음)과 이비의 정절행을 흉중에다가 품었고 금천하지절색이요 만고여중 군자 옵고 어미는 기생이나 근본이 양반이라 호래(呼來) 청키 어렵습니다."
<아니리>
"네 말이 무식허다. 형산백옥(荊山白玉)과 여수황금(麗水黃金)이 물각유주(物各有主)라 잔말 말고 불러 오너라!"
<자진모리>
방자 분부듣고 춘향 부르러 건너간다. 맵씨있는 저 방자 태도좋은 저 방자 연입 벙치 눌러쓰고 충충거리고 건너갈 제, 조약돌 덥벅 쥐여 양유앉인 저 꾀꼬리 툭 처 휘여 날려보며 서왕모(西王母)요지연(瑤池宴)의 편지 전튼 청조(靑鳥)같이 이리저리 건너가 춘향 추천 하는 곳 바드드득 달려들어 아니 옛다 춘향아!
<아니리>
"너 무슨 소리를 그렇게 지르느냐? 하마트면 낙상할 뻔 했다." "허 허 시집도 안 간 가시네가 낙태(落胎)했다네." "내가 낙상이라고 했지 언제 낙태라고 하더냐?" "하하하... 그건 잠시 농담이고 여보게 춘향이 , 딱헌 일이 있어 왔네." "무슨 일이란 말이냐?" "사또 자제 도련님이 광한루 구경 나오셨다가 자네 추천하는 것을 보고 불러오라 허시기에 하릴없이 건너 왔으니 어서 바삐 같이 가세." "공부하시는 책방 도련님이 나를 어찌 알고 부르신단 말이냐? 네가 도련님 턱밑에 앉어 춘향이니 난향이니 종조리 새 열씨 까듯 조랑조랑 까 바쳤지?" "허 제 행실 그른 줄 모르고 나보고 일러바쳤다고." "내가 행실 그른 게 무엇이란 말이냐?" "그럼 내가 네 행실 그른 내력을 이를테니 들어봐라."
<중중모리>
"그른 내력을 들어를 보아라. 네 그른 내력을 들어보아. 게집아해 행실로서 여봐라 추천을 헐 양이며는 네 집 후원에다 그네를 매고 남이 알까 모를까 헌데서 은근히 뛰는 것이 옳지, 광한루 머지 않고 또한 이곳을 논지하면 녹음은 우거지고 방초는 푸르러 앞냇 버들은 초록장(草綠帳) 두르고 뒷 냇 버들은 청포장(靑布帳) 둘러 한 가지는 찌여지고 또 한 가지 펑퍼져 광풍이 불면 흔들 우줄우줄 춤을 출제 외씨 같은 네 발 맵씨는 백운간의 해뜩 홍상(紅裳) 자락은 펄렁 도련님이 보시고 너를 불렀지 내가 무슨 말을 하였단 말이냐? 잔말 말고 건너가자!"
<아니리>
"못 가겠다." "아니 양반이 부르시는데 천연히 못간다고?" "도련님만 양반이고 나는 양반이 아니란 말이냐?" "흥 너도 회동 성참판(成參判)의 기출이니 양반 아닌 것은 아니로되 너는 절름발이 양반이니 어서 건너 가자!" "양반이든 아니든 나는 못가!" "여보게 춘향이 오날 이 기회가 시호시호 부재내라. 우리 사또 자제 도련님은 얼골이 관옥이요, 풍채는 두목지(杜牧之)요 문장이 이 태백, 필법은 왕희지라 세대 충효대가로서 가세는 장안갑부라 남편을 얻을테면 이런 서울 남편을 얻지 시골 남편 얻을텐가?" "아니 남편도 서울남편 시골남편이 다르단 말이냐?" "암 다르고 말고. 사람이라는 것은 서울산세 시골산세 다 다르니라. 그러니 산세 따라서 사람도 타고나는 법이여. 내 이를테니 들어보소."
<자진모리>
경상도 산세는 산이 웅장허기로 사람이 나면 정직허고 전라도 산세는 촉(矗:높이 솟아 뽀족함) 하기로 사람이 나면 재주있고 충청도 산세는 산이 순순허기로 사람이 나면 인정있고 경기도로 올라 한양터 보면 자른 목이 높고 백운대 섰다. 삼각산 세가지 북주가 되고 인왕산이 주산이요 종남산이 안산이라. 사람이 나면 선할 때 선하고 악하기로 들면 별악지성(別惡之性)이라 양반근본을 논지컨대 병조판서가 동성 삼촌이요 부원군대감이 당신 외삼촌이라 시즉(時卽) 남원부사 어르신네 너를 불러 아니오면 내일 아침 조사 끝에 너의 노모를 잡아다가 난장형문(亂杖刑問)에 주릿대 방망이 마줏대 망태거리 학춤을 추면 굵은 뼈 부러지고 잔뼈 어시러져 얼맹이 쳇궁기(체구멍) 진가루 새듯 그저 살살 샐테니 올테거든 오고 말테면 마라. 떨떨 거리고 나는 간다."
<아니리>
이렇듯 돌아서는데 춘향은 얼골을 들어 누각을 살펴보니 늠름하게 서있는 도련님이 군자의 거동이요, 맑은 기운이 사람에게 쏘이시니 열사의 기상이라. 방자를 다시 불러, "방자야 글쎄,존중(尊重)하신 도련님이 나를 부르시니 황송허나 여자의 염치 차마 못가겠다. 너 도련님께 여쭙기를 '안수해접수화해수혈'이라 이 말만 전하열." 방자 돌아오니 도련님 보시고, "이놈 어찌 혼자만 오느냐?" "혼자고 무엇이고 안 간다고 안 간다고 허니 가라고 가라고 하시더니 춘향이가 도련님보고 숭은 숭은 다 봅디다." "뭐라고 하드냐?" "안수해접수화 해수혈(上隨海蝶隨花蟹隨穴0이라 합디다." "그래 그 일 잘 되었다. 이 얘 방자야." "예이" "너 춘향집을 아느냐?" "예이 아옵니다." "날더러 찾아오란 뜻이다. 춘향집을 일러라!" "방자가 손을 들어 춘향 집을 가르키난디.
<진양조>
저 건너 저 건너 춘향집 보이난디 양양은 상풍이요. 점점 찾어 들어가면 기화요초(奇花瑤草) 난 선경을 가르키고 나무나무 앉은 새난 호사를 자랑헌다. 옥동도화 만수춘(玉洞桃花萬樹春)은 유랑(劉郞)의 심은 뜻과 현도관(玄都關)이 분명허고 형형색색 화초들은 이향(異香)이 대로우(大路迂:큰길 까지 퍼지고)허고 문앞에 세류지(細柳枝)난 유사무사 양유사요(有絲無絲楊柳絲)요 들출칙백 전나무는 휘휘칭칭 엉그커져서 담장 밖으로 솟아있고 수삼층 화계(花階)상의 모란 작약 영산홍이 접접이 쌓였난디 송정죽림 두 사이로 은근히 보이난 것이 저것이 춘향이 집이로소이다.
<아니리>
"좋다 좋다. 송죽이 울밀하고 장원이 정결하니 여이지절개(余已知節介)로다. 방자야 책실로 돌아가자."
<자진모리>
도련님 그 시부터 구경에도 뜻이 없고 글짓기도 생각없어 무엇을 잃은 듯이 섭섭히 돌아와 동헌에 잠깐 다녀 내아(內衙)에 뵈온 후에 점심상을 받었건만 밥먹기도 생각없어 책방으로 돌아와 옷을 벗어걸고 침금(枕衾)에 벗겨누니 몸은 광한루 앉인 듯 눈은 선연히 춘향을 대하는 듯 눈감으면 곁에 있고 눈만 뜨면 간 곳 없다. 깊은 상사(相思) 최심병(催心病) 도련님 어린 촌장 다 끊어져 아이고 나 못 살겠네!
<아니리>
도련님 실성발광이 되니 마음잡기 위하여 만권서책을 들여놓고 놀이 글로 펄적펄적 뛰여 읽난디 "맹자견(孟子見) 양혜왕(梁惠王)허신데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요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라 대학지도(大學之道)는 재명명덕(才明明德)하며 재신민(在新民)하며 재지어지선(在之於至善)이니라. 칠월유화(七月流火) 어든 구월수의(九月授衣)로다. 천고일월명(天高日月明)이요 지후초목생(地厚草木生)이라. 가갸거겨 방자 듣다. "도련님 이게 웬 야단이시오. 도련님이 글난리를 꾸미시오. 글전을 보시오?" "이 자식 듣기 싫다. 주역을 드려라. 건(乾)은 원(元)코 형(亨)코 이(利)코 정(貞) 코 춘향코 내코 한데 데면 좋코 좋코." 방자 듣다. "도련님 그게 무슨 책이요?" "이 게 주역이다." "그 어디 주역이요? 코책이지. 그책 속에 코 많소 그 흔한 코 밑에 소인 코도 넣어 주시오." "이 놈아 네 코는 상놈의 코라 여기 범치 못한다. 사략(史略)을 읽어보자. 태고라 천황씨는 이(以) 쑥떡으로 왕허시다.(太古天皇氏以木德王)" 방자 어이없어 "태고라 천황씨가 이 목덕으로 황하신단 말은 들었어도 쑥떡으로 왕하신단 말씀은 금시초문이요." "네 모르는 말이로다. 태고라 천황씨가 일만팔천세에 나이 오죽 많으시냐 만년 낙치(落齒)하사 목덕은 못 자시고 물신 물신한 쑥떡을 원하시기로 관학(館學)에서 공론하고 사략판(史略版)을 고쳤기로 동도동읍(同道同邑) 향교(鄕校)에서 통문(通文) 났느니라. 이 글도 정신없어 못 읽겄다. 굵직굵직한 천자를 읽어보자. 하늘 천 따지" "허허 양반댁 도련님은 치 된다는 데 우리 도련님은 내려 되시오 그려" "무식한 네가 깊은 뜻을 알겠느냐. 천자라 하는 것이 칠서(七書)의 본문이라 천자 뒷풀이 하는 것을 뜻을 알면 별 맛이라 했느니라. 내 이를테니 들어보아라."
<중중모리>
자시에 생천(生天)하니 불언행사시(不言行四時) 유유창창(悠悠蒼蒼) 하늘 천 축시에 생지(生地)하여 금목수화를 맡었으니 양생만물(養生萬物) 따 지 유현미묘(幽玄微妙) 흑정색(黑正色) 북방현무(北方玄武) 감을 현 궁(宮) 상(商) 각(角) 치( ) 우 (羽 동서남북 중앙토색 누루 황 천지사방이 몇만리 하루광활(廈樓廣 ) 집 우 연대국조(年代國祖) 흥망성쇠 왕고래금 집 우 우치홍수(禹治洪水) 기자추연(箕子推衍) 홍범구주(洪範九疇) 넓을 홍 제제군생(濟濟群生) 수역중(壽域中)에 화급팔황(化及八荒) 거칠 황 요지성덕(堯之聖德) 장헐시고 취지여일(就之如日) 날 일 억조창생 격양가(擊壤歌) 강구연월(康衢煙月) 달 월 오거시서(五車詩書) 백가어(百家語)를 적안영상(積案盈箱) 촬 영 이 해가 어이리 더디긴고 일중직측(日中則徐)의 기울 측 이십팔수 하도낙서(河圖洛書) 진우천강(辰宇天岡:북두칠성) 별 진 가련금야(可憐今夜) 숙창가(宿娼歌)라 원앙금침 잘 숙 절대가인 좋은 풍류 나열준주(羅列酒) 버릴 열 의희월색(依稀月色) 삼경야의 탐탐정회(耽耽情懷) 베풀 장 부귀공명 꿈밖이라 포의한토(布衣寒土) 찰 한 인생이 유수같아 세월이 절로 올래 남방천리 불모지대 춘거하래(春去夏來) 더울 서(暑) 공부자의 착한 도덕(道德)이왕지사 갈 왕(往) 상풍(霜風)이 소술(簫瑟) 추서 방지초목(方知草木)이 황락(黃落) 가을 추(秋) 백발이 장차(將次) 오게 되면 소년풍도(少年風度) 거들 수(收) 낙목한천(落木寒天) 찬바람에 백설강산(白雪江山)의 겨울 동(冬) 오매불망(寤寐不忘) 우리 사랑 규중심처(閨中深處) 감출 장(藏) 부용작약(芙蓉芍藥)의 세우중(細雨中)의 허정석기(虛庭石氣:정원에 비가 내리어 돌에 비가 적시었다.) 부를 윤(閏) 저러한 좋은 태도 일생 보아도 남을 여(餘) 이 몸이 훨훨 날아 천사만사 이룰 성(成) 이리저리 노니다 부지세월(不知歲月) 해 세(歲) 조강지처(糟糠之妻)는 박대(薄待) 못하느니 대전통편(大典通編)의 법중율(法重律) 춘향과 나와 단 둘이 앉어 법중 여(呂)자로 놀아보자. 이리 한참 읽어가더니마는, "보고지고 보고지고 우리 춘향 보고지고 추천하든 그 맵시를 어서어서 보고지거."
<아니리>
이렇게 소리 질러노니 안에서 사또 들으시고 놀래시어, "이리 오너라." "예이." "책방에서 응당 날 만한 글 소리는 아니나고 어느 놈이 생침을 맞느냐. 손아귀 힘센 놈에게 신 다리뼈를 주물리느냐 웬소리가 이리 요란허며 보고지거 소리가 웬일인고! 사실하여 아뢰여라! " 통인이 책방을 나가, "쉬이 도련님은 뭣을 그리 보고지고 소리를 지르셨기에 사또 들으시고 놀래시여 알어오라 야단이 났소." 도련님이 듣더니, "야속한 일이다. 다른 집 노인네는 이롱증(耳聾症)도 계시드구만 우리집 노인네는 늙어 가실사록 귀가 더 밝아지나부다. 이얘 큰일났구나. 이런 때는 거짓말이 약이니라 내가 논어를 읽다 차호(嗟乎)라 오소야(吾衰也) 몽불견(夢不見) 주공(周公) 이라는 대문을 보다 나도 주공을 보아지다. 흥취로 소리가 높았습니다. 라고 여쭈어라.!" 통인이 사또전 그대로 여쭈었겄다. 사또 들으시고 공부하는데 취미를 꼭 부친 듯 싶어 자랑을 허실 량으로 책방의 목낭청(睦郎廳)을 청했겄다. 낭청이 사또 턱밑에 바싹 꿇어 앉으며, "불러 계시오니까?" "자네 듣게 !" "들으라니 듣지요." "기특하거든." "기특하지요." "거 묘 헤여." "묘허지요." "재주가 절등(絶等)이여." " 재주가 절등이지요." "저네 뉘 말인 줄 알고 대답을 저리 부지런히 허나?" "사또는 뉘말을 그리 부지런히 하시오?" "아 우리 몽룡이 말이야." "사또님이 몽룡이 말이면 나도 몽룡이 말이지요." 이렇듯 자랑이 낭자(狼藉)헐 제 그렁저렁 십오일이 되니 춘향집 가고 싶은 마음 일각이 여삼추라 해지기를 기다릴제,
<진양조>
이윽고 퇴령(退鈴) 소리 하인 불려라 청령나니 도련님이 좋아라고 방자 불러 앞세우고 춘향집을 건너갈 제 청조의 편지보고 주문황의 요지 찾듯 차츰차츰 첮어갈제 춘향집을 당도허여 대문 안을 들어서 좌우로 살펴보니 동편에난 죽림이요 그 앞에 연당있고 연당가에 벽오동은 청풍에 건 듯 맑은 이슬이 뚝 떨어지니 잠 든 학이 놀래깨여 다리쉬엄을 하노라고 한 나래는 사우리고 또 한 나래 반만 펴고 징검 꾸붓 뚜루 뚜루 낄룩 그도 또한 경이로구나. 가만 들어갈 제 문전의 청삽사리 킝킝 짖고 쫓아 나오니 건넌방 춘향모친 개를 쫓으면 나오는구나.
<아니리>
저 개야 짖지마라. 공산에 잠긴 달 보고 짖느냐. 망월폐견(望月吠犬)이라더니 너를 두고 한 말이로다.
<중중모리>
달도 밝다. 달도 밝다. 휘영청청 밝은 달대 당년의 밝은 달 나도 당ㄴ녀 소시 때는 남원 골에서 이르기를 월매 월매 허였더니 세월이 여류(如流)허여 춘안호걸(春顔豪傑) 다 되었다. 늙어지니 하릴없네.
<아니리>
방자 쉬 하고 달려드니 춘향모 깜짝 놀래 "쉬라니 웬 놈이냐! 이 밤에 웬 놈이여!" "방자 올시다." "방자면 이 밤에 내 집에 웬일이냐?" "사또자제 도련님 모시고 왔는디 새수없이 이리 떠드시오" "아이고 이 자식아 진즉 말을 헐 것이지!" "도련님 누지(陋地)에 왕림하시기는 천만 의외로소이다. 어서 들어오시지요. 향단아 ! 등촉에 불키고 화문석 펴라!" 도련님을 상좌로 모시니 도련님은 숫된 양반이라 말을 못하고 방안만 둘러보니 별반 사치없을 망정 뜻있는 서화(書畵) 주련(珠聯)이 걸렸구나.
<평중모리>
방치레가 수수하다. 정결한 이간방의 영창으로 칸을 막고 열선도(列仙圖)를 붙였구나. 한 편을 바라보니 상산사호(商山四皓: 秦末 난리를 피해 상산에 숨어 지냈다는 4명의 신선) 네 노인 바둑판을 앞에 놓고 일점 이점 놓아갈 제 어떤 노인은 학창의(鶴 衣) 입고 윤건(輪巾) 쓰고 백기(白棋)를 손에 들고 또 어떤 노인은 갈건야복(葛巾野服)의 흑기(黑棋) 들고 하도낙서법(河圖洛書法)을 찾아 놓아갈제 그 옆의 어떤 노인 훈수하다가 무렴을 보고 요만허고 앉었구나.
<아니리>
알심있는 춘향모 도련님 말문을 열리난디 '귀중하신 도련님 이 누지에 오셨는디 무엇을 대접하오리까? ' 그제야 도련님 말 궁기가 열려, "오날 내가 찾어온 뜻은 수일 전 소풍차로 광한루 구경갔다 늙은이 딸 춘향이가 추천하는 거동을 보고 내마음 산란하야 의논코져 왔으니 늙은이 뜻이 어떨는지?" "무슨 말씀이오신지요?" "춘향과 백년가약 함이 어떨는지?" 춘양모 이 말 듣고, "말씀은 감격하오나"
<엇중모리>
"나의 말을 듣조시오. 내 나이 젊었을 제 회동 성참판 영감께서 남원부사로 오셨을 제 일색명기 다 버리고 소리개를 매로 보았든지 나를 수청케 하옵시니 모신지 수삭만에 천만의외 잉태하야 십삭이 다 못되어 이조참판(吏曹參判)으로 승차하신 후 낳은 제 춘향을 낳어 그 연유로 고백하였더니 젖줄 뗄만하면 다려간다 하시더니 그 댁 운수 불길하여 영감께서 별세하신 후의 춘향을 못 보내고 나혼자 기를 적의 제 근본이 있난 고로 만사가 달통이라 누가 내 딸이라 하오리까 저와 같은 배필을 얻자헌 들 상하사불급(上下寺不及)이라 주야걱정으로 지내는 디 도련님은 사대부라 탐화봉접(探花蜂蝶)으로 잠깐 보고 바리시면 천문백발 두 목심이 사생이 가련허니 그런 말씀 마옵시고 잠깐 노시다나 가옵시오."
<아니리>
"늙은이 말은 그리 헐 법허나 장부 일구이언 할 리 있나 불충불효 하기 전에 저 바리지 안 할 것이니 허락해 주게 !" 춘향모 간밤에 몽조가 있었난 디 용꿈을 꾸었는 지라 하날이 내신 인연으로 생각하고 이면에 허락하였겄다. "도련님 ! 육례는 못 이루나 혼서예장 사주단자 겸하야 증서나 한 장 써 주시오?" "글낭은 그리허게" 필년 내놓으니 도련님이 일필휘지(一筆揮之) 허시되 '천장지구(天長地久)는 해고석난(海枯石欄)이요 천지신명은 공증차맹(共證此盟)이라' 이몽룡 필서(筆書) "자 이만허면 되었지?" 춘향모 그 증서 간직허고 술 한잔씩 나눈후의 술 한 잔으로 도련님 춘향과 반분 (半分)으로 나눴구나 알심있는 춘향모 그 자리 오래 있을 리 있겠느냐 향단이 시켜 자리 보전헌연후의 건넌 방으로 건너가고 춘향과 도련님 단 둘이 앉었으니 그 일이 어찌 될 일이냐 ! 그 날밤 정담이야 서불진해(書不盡解)요 언불진해(言不盡解)로다. 하루 이틀 오륙일이 넘어가니 나이 어린 사람들이 부끄럼은 훨씬 멀어 가고 정만 담북 들어 사랑가로 노난디
<진양조>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어허 둥둥 내 사랑이지. 만첩청산(萬疊靑山)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다 담쑥 빠져 먹들 못허고 으르릉 아앙 넘노난 듯 단산봉황(丹山鳳凰)이 죽실(竹實)을 몰고 오동(梧桐)속의 넘노난 듯 구곡청학(九曲靑鶴)이 난초를 물고 송백(松柏)간의 넘노난 듯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 간의 넘노난 듯 내 사랑 내 알뜰 내 간간이지야 오호 둥둥 늬가 내 사랑이지야 목난무변 수여천(木欄無邊 水如天)의 창해같이 깊은 사랑 사모친 정 달밝은 데 무산천봉(巫山天峯) 완월(玩月) 사랑 생전 사랑이 이리커니 사후기약이 없을소냐! 너는 죽어 꽃이 되돼 벽도 홍삼춘화가 되고 나도 죽어 범나비 되야 춘삼월 호시절의 네 꽃송이를 내가 담쑥 안고 너울너울 춤추거든 늬가 나인 줄만 알려무나 '화로(花老)하면 접불래(蝶不來)라 나비 새꽃 찾어가니 꽃 되기도 내사 싫소' 그러면 죽어 될 것이 있다. 너는 죽어 종로인경이 되고 나도 죽어 인경마치가 되어 밤이면 이십팔수 낮이면 삼십삼천 그저 뎅치거들랑 늬가 나인줄 알려무나. '인경 되기도 내사 싫소' 그러면 죽어 될 거 있다 너는 죽어서 글자가 되돼 따지따곤 그느름 안해처 계집녀가 글자가 되고 나도 죽어 글자가 되돼 하날 천 하날 건 날일 별냥 지애비 부사나이 남 아들 자짜 글자가 되어 계집녀 변에 똑같이 붙어서서 좋을 호(好)자로 만 놀아 보자.
<아니리>
오늘같이 즐거운 날 사후 말씀만 하시나이까? 그럼 업고도 놀고 정담도 하여 보자.
<중중모리>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 야 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마도 내 사랑아 네가 무엇을 먹을 랴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 떼띠리고 강능 백청(江陵白淸)을 다르르~ 부어 씰랑 발라 버리고 붉은 점 흡벅 떠 반간진수(半間眞水)로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싨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당동지(짜리몽땅) 지루지(길쭉한) 허니 외가지 단참외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실헝 아마도 내 사랑아 포도를 주랴 앵도를 주랴 귤병(橘餠)사탕의 외화당을 주랴 아마도 내 사랑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 도령 스느디 먹으랴느냐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러아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아마도 내 사랑아
<아니리>
"이 얘 춘향아 나도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날 좀 업어다고 " "도련님은 나를 가벼워 업었지만 나는 무거워 어찌 업어요." "내가 너를 무겁게 업어 달라느냐? 내 앙팔을 네 어깨에 얹고 징검징검 걸어 다니면 그 가운데 좋은 일이 있지야" 춘향이도 아조 파급(破怯)이 되어 낭군짜로 업고 노난디,
<중중모리>
둥둥둥 내 낭군 오호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을 업고 노니 좋을 호자가 절로나 부용 작약 모란화 탐화봉접(探花蜂蝶)이 좋을시고 소상동정(瀟湘洞庭) 칠백리 일생 보아도 좋을 호로구나 둥둥둥둥 오호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 얘 춘향아 말 들어라 너와 나와 유정허니 정자노래를 들어라 ! 담담장강수 (淡淡長江水) 유유원객정(悠悠遠客情) 하교불상송(河橋不相頌)호니 강수원함정(江樹遠含情) 송군남포(送君南浦) 불승정(不勝情) 무인불견(無人不見) 송아정(送我情) 하남태수(河南太守) 의구정(依舊情) 삼태육경(三台六卿)의 백관조정(百官朝庭) 소지원정(消紙寃情) 주어 인정 네 마음 일편단정(一片丹情) 내 마음 원형이정(元亨利貞) 양인심정(兩人心情)이 탁정(托情) 타가 만일 파정(罷情)이 되거드면 복통절정 (腹痛絶情) 걱정이 되니 진정으로 완정(玩情:정을 나누다) 허잔 그 정(情)자 노래다.
<아니리>
이렇듯 세월을 보내는디 사또께서 동부승지(同副承旨) 당상(堂上)하야 내직으로 올라깃게 되니 춘향과 이도령은 헐수없이 이별이 되난디.
<중모리>
도련님이 이별차로 나오난디 , 왼갖 생각 두루헌다. 절잖허신 도련님이 대로변으로 나오면서 울음울리가 없지마는 옛 일을 생각허니 당명황(唐明皇)은 만고영웅이나 양귀비(楊貴妃) 이별에 울어있고 항우(項羽)는 천하장사(天下壯士)로되 우미인(虞美人) 이별에 울었으니 날 같은 소장부야 아니 울 수 있겠느냐 ! 춘향을 어쩌고 갈꼬 두고 갈 수도 없고 다리고 갈 수도 없네 저를 다려간다 하면 부모님이 금할테요 저를 두고 간다 하면 그 행실 그 기운에 응당 자결을 할 것이니 저 못 보면 나 못살고 나를 못보면 저도 응당 죽을테니 사세가 난처로구나 ! 질 걷는 줄 모르고 춘향집 문전을 당도허니,
<평중모리>
그 때여 향단이 요염섬섬(妖艶纖纖) 옥 지겁에 봉선화를 따다가 도련님 얼른 보고 깜짝 반겨나오며, "도련님 인자 오시나이까? 우리 아씨가 기다라오. 전에는 오시랴만 담밑에 예리성(曳履聲:신 끄는 소리,발자국소리)과 문에 들면 기침소리 오시난 줄을 알겄더니 오날은 누구를 놀래 시랴고 가만가만이 오시니까?" 도련님이 속이 상하야 아무 대답을 아니허고 대문안을 들어스니 그 때여 춘향 어머니난 도련님을 드릴랴고 밤참음식을 장만허다 도련님을 반기보고 손뼉치고 일어서며, "허허,우리 사우 오네! 남도 사위가 이리 아질자질 어여뿐가! 밤마다 보건마는 낮에 못보아 한이로세 사또자제가 형제분만 되면 데릴사위 꼭 청하지." 도련님이 아무 대답없이 방문열고 들어서니 그 때여 춘향이난 촉하(燭下)의 침상 (針箱)놓고 도련님 드릴랴고 엽랑(葉囊)에 수를 놓다 도련님을 얼른 보고 침상을 물리치고 단순호치(丹脣皓齒:붉은 입술과 흰 이)를 열어 쌍긋 웃고 일어서며 옥수 잡고 허는 말이, "오날은 책방에서 무슨 소일 허시느라 편지일장이 없었으며 방자가 병들었소? 나를 보면 반기하시더니 오날 이리 수심키는 뉘에게 나의 험담을 들었소? 사또께서 꾸중허시더니까? 답답허니 말좀 허시오. 게 앉지도 못허시오." 약주를 과음허여 정신이 혼미헌가 입에다가 코를 대고 쌍긋쌍긋 맡어보며 술내도 안나는 걸 저녁 이슬의 새벽바람 실습을 과히 허셨는가 이마위에다 손을 얹고 진 듯이 눌러보며 머리도 안 더운걸 겨드랑의 손을 넣어서 꼭꼭꼭 찔러보아도 종시 대답을 아니허니,
<중모리>
춘향이가 무색하여 잡었던 손길을 스르르르 놓고 뒤로 물러나 앉으며 내색 섞어 하는 말이 "내 몰랐소 내 몰랐소 도련님 속 내 몰랐소,도련님은 사대부 자제요 춘향 나는 천인(賤人)이라 일시풍정(一時風情) 못이겨 잠깐좌정(暫間坐定) 허였다가 부모님전 꾸중을 듣고 수응하기 몸 괴로워 떼는 수가 옳다허고 하직을 하려 와 게신걸 속 없는 이 계집은 늦게 오네 편지없네 짝 사랑 외즐거움 오즉 보기 싫었겠소 속이 진정 저러허면 누추하온 첩에 집을 오시기가 웬일이요 이치제 좋은 기구 책방의 가만이 앉이시고 방자에게 편지하여 의절(義絶)한다 하옵시면 젊은 년의 몸이 되어 사자 사자 하오리까 아들없는 노모를 두고 자결은 못허겄소. 독수공방 수절을 허다 노모당고(老母當故) 당허오면 초종(初終) 장사 삼년상을 정성대로 지낸 후에 소상강 맑은 물에 풍덩 빠져 죽을는지 백운청산 유벽암자(幽僻庵子) 삭발위승(削髮爲僧)이 되올는지 소견대로 나 헐 것을 첩의 마음 모르시고 말허고 우서서는 떼기가 쉽잖다고 금불이요 석불이요 도통하려는 학자신가 천언만설(千言萬說) 대답이 없으니 그게 계집의 대접이며, 남자의 도리시오. 듣기싫어 허는 말은 더허여도 쓸데없고 보기 싫어 허는 얼골을 더 보여도 병 되나니 나는 건넌방 우리 어머니 곁에 가 잠이나 자지." 부뚜부뚜 일어스니, 도련님이 억색하야 춘향치마 부여잡고, "게 앉거라 속 모르면 말을 마라 그럴 리가 있겄느냐 말을 허면 울 것기에 참고 참었더니 너의 허는 거동을 보니 울음 밑을 비저내니 어디 말을 허겄느냐."
<아니리>
" 속모르면 말 말라니 그 속이 웬 속이요 잠 속이요 꿈 속이요 그 속 몰라 답답하오." " 네가 하 물으니 말이지 사또께서 동부승지 당상하야 내직으로 올라가신단다." "댁에는 경사났소 그려, 양반의 댁에서는 그런 경사가 나면 한바탕씩 우는 전례가 있소. 오 내가 아니갈까봐서? 도련님 먼저 올라가시면 나는 예서 세간등물 방매하야 노모와 걸어 갈 수는 없고..."
<평중모리>
"건장한 두패교군 밤낮없이 올라가서 남대문밖 칠패거리 유벽한데 쥔(主人) 정허고 도련님께 소식커든 도련님은 나귀타고 가만가만이 나와겨서 우리 둘이 만나본 년후에 날다리고 입성하야 일갓댁 협실이나 단정한 초가에나 내 거처를 헌 년후에 도련님 엄부형시하시라 자주 다닐 수는 없을테니 한달에 두 번씩만 다니시고 글공부 힘써하야 귀가댁 장가들어 벼살길 높이하여 외방출입을 다니실 제 날과 함께 다니시면 살이 썩고 뼈가 사라진들 그 정공이 어떻겄소 " 도련님 속이 더욱 답답하야 , "네 말을 들어보니 세상이 모다 편타마는 그리도 못허지야 네가 만일 올라오면 만나보니 좋지마는 너를 어데 숨겨두고 남모르게 왕래헐 제 하나 알고 둘이 알어 점차전파(漸次傳播) 허게되면 오입장이들이 이 말을 듣고 기생으로 알게되면 내 아무리 양반인들 내 계집이니 그리말라 누구를 붙들고 말을 허며 오입장이 서울 법은 새로 구슬드는 기생 서방 한번 내세우면 죽기는 쉽거니와 마단 말은 못허는 법이니 그런 말도 허지마라"
<아니리>
" 오 그럼 나는 서울 같이 못가고 이별하자는 말씀이요 그려." "춘향아 양반의 법은 무슨 법인지 미장전에 외방작첩 하였다허면 사당참알도 못 허고 베살질(벼슬길) 끊어지고 족보에 이름을 돌린다니 지금은 섭섭허나 아마도 훗 기약을 둘 수 밖에 없다" 춘향이가 이 말을 듣더니 사생결단을 하기로 드는디,
<진양조>
분같은 고개는 제절로 숙여지고 구름같은 머리가닥 시사로 흘러지고 앵도같이 붉던 입술 외꽃같이 노래지고 샛별같은 두 눈은 동튼 듯이 뜨고 도련님만 무뚜뚜름히 바라보며 말못허고 기절을 허니 도련님이 겁이나서 춘향의 목을 부여안고 , "춘향아 정신차랴라! 내가 가면 아주 가는게 아니다." "무엇이 어쩌고 어째요 지금가신 그 말쌈이 참말이요 농담이요. 이별말이 웬말이요. 답답허니 말을 허오 우리 당초 언약헐 제 이별하자 말하였소 작년 오월 보름날의 소녀 집을 찾아와겨 도련님은 저기 앉고 춘향 나는 여기 앉어 천지로 맹세하고 일월로 증인을 삼어 상전(桑田)이 벽해되고 벽해가 상전이 되도록 떠나 사지 마자더니 말경(末境)의 가실 때는 뚝떼여 바리시니 이팔청춘 젊은 년이 독수공방 어이 살으라고 못허지 못해요. 공연한 사람을 사자 사자 조르더니 평생신세를 망치요 그려. 향단아 건넌방 건너가서 마누라님께 여쭈어라 도련님이 떠나신다니 사생결단을 헐란다 마누라님께 여쭈어라."
<아니리>
건넌방 춘향모친은 초저녁잠 실컷 자고 춘향방에서 아고지고 소리가 나니 사랑 쌈 하는 줄 알고 쌈 말리러 나오겄다.
<중중모리>
춘향모친이 나온다 춘향 어머니 나와. 건넌방 춘향모 허든일 밀떠리고 상추머리 행주초마 모냥이 없이 나온다. 춘향방 영창밖을 가만이 선뜻 올라서 귀를 대고 들으니 정녕한 이별이로구나. 춘향어머니 기가 맥혀 어간 마루 선뜻 올라 두 손뼉 땅땅! "어허 별일 났네 우리 집에가 별일 나" 쌍창문 열다리고 주먹쥐여 딸 겨누며 "네 요년 썩 죽어라 너 죽은 시체라도 저 냥반이 치고가게 내가 일상 이르기를 무엇이라고 이르다냐 후회되기가 쉽것기로 태화(太過:지나친)헌 맘 먹지말고 여염(閭閻: 사람이 많이 모이는곳)을 헤아리여 지체도 너화 같고 인물도 너와 같은 봉황같이 짝을 지어 내 눈앞에서 노는 양 내 생전에 두고 보았으면 너도 좋고 나도 좋지 마음이 너무 도고(道高:교만하여)허여 남과 별로 다르더니 잘 되고 잘 되었다" 딸 꾸짖으여 내어놓고 도련님 앞으로 달려들어, "여보 여보 도련님 나도 말좀 허여보세 내 딸 어린 춘향이를 버리고 간다허니 무슨 일로 그러시요,군자숙녀 버리난법 칠거지악의 범찮으면 버리난법 없는 줄 도련님은 모르시오. 내 딸 어린 춘향이가 도련님 건즐(巾櫛:수건과 빗,즉 살림을 차림) 받은지 준일년이 되었으되 얼골이 밉든가 행실이 그르든가 어느 무엇이 그르기에 이 지경이 웬일이요. 내 딸 춘향 사랑하실 적의 앉고 서고 눕고 자기 일년 삼백육 십일 백년 삼만육천일 떠나사지 마자고 주야장천 어루다 말경의 가실제 뚝 떼여 바리시니 양류 천만산들 가는 춘풍을 잡어매며 낙화후 녹엽(綠葉)이 된 들 어느 나비가 돌아와 내 딸 옥같은 화용신(花容身) 부득장춘절(不得長春節)로 늙어 홍안이 백수된들 시호시호불재래(時乎時乎不再來)라 다시 젊든 못하느니 못허지 못해요. 양반의 자세허고 몇 사람을 죽이랴는가!"
<중모리>
춘향이가 엿짜오되, "아이고 엄마 우지말고 건넌방으로 가시오. 도련님 내일은 부득불 가실테니 밤새도록 말이나 허고 울음이나 실컷 울고 보낼라요." 춘향어모 기가 막혀, "못하지야 아흐흐 못허지야 네 맘대로는 못하지야 저 양반 가신 후로 뉘 간장을 녹이랴느냐 보내여도 각을 짓고 따러가도 따러가거라 여필종부가 지중허지 늙은 어미는 쓸데가 없으니 너의 서방을 따러 가거라 나는 모른다 너의 둘이 죽든지 살든지 나는 모른다 나는 몰라!" 춘향어모 건너간 직후의 춘향이가 새로 울음을 내여, "아이고 여보 도련님 참으로 가실라요 나를 어쩌고 가시랴오 인제 가면 언제와요 올날이나 일러주오. 동방작약 춘풍시의 꽃피거든 오시랴오 눞드라는 상상봉이 평지가 되거든 오시랴오 조그마한 조약돌이 크드라는 광석이 되어 정이 맞거든 오시랴오 마두각(馬頭角:말 머리의 뿔이 남)허거든 오시랴오 오두백(烏頭白:까마귀 머리가 희어짐)허거든 오시랴오 운종룡(雲從龍),풍종호(風從虎)라 용가는데 구름이 가고 범이 가는데는 바람가니 금일송군(今日送君) 님 가신곳 백년소첩 나도 가지" 도련님도 기가 막혀, "오냐 춘향아 우지마라 오(吳)나라 정부(征婦: 오나라 군사가 월나라 군대에게 3년동안 포위당해 있을때의 남편을 싸움터에 보낸 오나라 아낙네)라도 각분동서(各分東西:동서로 갈라져 있어) 임 그리워 규중심처(閨中深處) 늙어있고 홍문난간 천리 위에 관산월야 높은 절행 추월강산이 적막(寂寞)헌디 연을 캐며 상사(相思)허니 너고 나고 깊은 정은 상봉헐 날이 있을 테니 쇠끝같이 모진 마음 홍로(紅爐)라도 녹지말고 송죽같이 굳은 절행 니가 날 오기만 기다려라." 둘이 서로 꼭 붙들고 방성통곡 설히 울제 동방이 히번이 밝아오니,
<아니리>
방자 충충 들어오더니 "아 도련님 어쩌자고 이러시오 내 행차는 벌써 오리정(五里亭)을 지나시고 사또께서 도련님 찾느라고 동헌(東軒)이 발칵 뒤집혔소 어서 갑시다." 도련님이 하릴없이 방자 따라 가신 후 춘향이 허망하야 "향단아 술상 하나 차리여라 도련님가시는디 오리정에 나가 술이나 한잔 듸려보자."
<진양조>
술상차려 향단 들려 앞세우고 오리정 농림숲을 울면 불며 나가는디 치마자락 끌어다 눈물흔적을 씻으면서 농림숲을 당도허여 술상내려 옆에 놓고 잔디땅 너른 곳에 두다리를 쭉 뻗치고 정강이를 문지르며 "아이고 어쩔거나 이팔청춘 젊은 ssu이 서방이별이 웬일이며, 독수공방 어이살고 내가 이리 사지를 말고 도련님 말굽이에 목을 매여서 죽고지거!"
<자진모리>
내행차(內行次) 나오난디 쌍교(雙轎)를 거루거니 독교를 어루거니 쌍교 독교 나온다 마두병방(馬頭兵房) 좌우나졸(左右邏卒) 쌍교를 옹위하야 부운같이 나오난디 그 뒤를 바라오니 그 때여 이 도령 비룡같은 노새등 뚜렷이 올라앉어 제상(制喪) 만난 사람 모냥으로 훌적훌적 울고 나오난디 농림숲을 당도허니 춘향의 울음소리 가 귀에 언뜻 들리거날 "이 얘 방자야 이 울음이 분명 춘향의 울음이로구나 잠깐 가 보고 오너라" 방자 충충 다녀오더니, "어따 울음을 우는디 울음을 우는디..." "아 이 놈아 누가 그렇게 운단 말이냐?" "누가 그렇게 울겄소? 춘향이가 나와 우는디 사람의 자식은 못 보겄습디다."
<중모리>
도련님이 이 말을 듣더니 말아래 급히 나려 우루룰.... 뛰여 가더니 춘향의 목을 부여안고 "아이고 춘향아! 네가 천연히 집에 앉어 잘 가라고 말허여도 나의 간장이 녹을 턴디 삼도 네 거리에 떡 버러진데서 네가 이 울음이 웬일이냐!" 춘향이 기가 막혀 "도련님 참으로 가시요그려 나를 아조 죽여 이 자리에 묻고 가면 여영 이별이 되지마는 살려두고 못가리다 . 향단아! 술상 이리 가져 오노라." 술 한잔을 부어들고, "옛소 도련님 약주잡수! 금일송군 수진취(今日送君須盡醉:오늘 임을 보내니 실컷 취하여보자)니 술이나 한잔 잡수시오." 도련님이 잔을 들고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천하에 못 먹을 술이로다. 합환주(合歡酒)는 먹으려니와 이별허자 주는 술은 내가 먹고 살어서 무엇허리!" 삼배를 자신 후에 춘향이 지환(指環)벗어 도련님께 올리면서, "여자의 굳은 절행 지환빛과 같은지라 니토(泥土)에 묻어둔들 변할 리가 있으오리까!" 도련님이 지환 받고 대모석경(玳瑁石鏡:거북 등껍질로 만든 거울)을 내어주며 "장부의 맑은 마음 거울빛과 같은 지라 날본 듯이 네가 두고 보아라" 둘이 서로 받어 넣더니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을적에 방자 보다 답답하여라고. "아 여보 도련님 아따 그만좀 갑시다." 도련님 하릴없어 말 위에 올라타니 춘향이 정신을 차려 한손으로 말고삐를 잡고 또 한손으로 도련님 등자디딘 다리잡고 "아이고 여보 도련님 한양이 머다말고 소식이나 전하여주오! " 말은 가자 네굽을 치는디 임은 꼭 붙들고 아니놓네.
<자진모리>
저 방자 미워라고 이랴 툭쳐 말을 몰아 다랑다랑 훨훨 너머가니 그때여 춘향이 난 따라갈 수도 없고 높은 데 올라서서 이마위에 손을 얹고 도련님 가시는디만 뭇두두루미 바라보니 가는대로 적게뵌다.달만큼 보이다 별만큼 보이다 나비만큼 불티만큼 망종 고개 넘어 아주 깜박 넘어가니 그림자도 못 보겄네.
<중모리>
그 자리 퍽석 주저 앉더니 방성통곡 설히운다. "가네 가네 허시더니 인자는 참 갔구나 아이고 내 일을 어찌여.집으로 가자허니 우리 도련님 안고 눕고 노든 디와 오루 내리며 신벗든디 옷 벗어 걸든 데를 생각 나서 어찌 살거나 . 즉자허니 노친이 계시고 사자허니 고생이로구나 죽도 사도 못허는 신세를 어찌하면은 옳을거나!"
<아니리>
이리 한참 설히 울적에 춘향모친이 나와 "아이고 이 자식아 늙은 어미를 생각해서라도 집으로 돌아가자." 춘향은 효성이 있는 사람이라 저의 모친의 말은 거역치 못하야 집으로 돌아갈제.
<진양조>
비 맞인 제비같이 갈지자 비틀걸음 정황없이 들어와서 방가운데 주저앉더니, "아이고 허망하여 도련님 만나기를 꿈속에서 만났든가 이별이 꿈인거나 꿈이거든 깨어주고 생시거든 임을 보세. 향단아, 발걷고 문닫혀라 침상편시춘(枕上片時春) 몽중의 꿈이나 이루어서 가시는 도련님을 몽중에나 상봉허지 생시에는 볼 수가 없구나" 베개우의 엎드러져 모친이 알까 걱정이 되어 속으로 느끼여, "아이고 우리도련님 어데만큼 가겼는고,어데 가다 주무시는가 날 생각코 울음을 우는거나 진지를 잡수셨는가 앉었는가, 누었는가 자는가 아이고 언제 볼꼬." 자탄으로 밤이 깊어 비몽사몽간의 도련님이 오시난디 가시든 그 맵씨로 청사도 복의 홍띠 밤색당혜를 끌며 충충 들어와 춘향 방문꼬리 잡고 지긋지긋 흔들며, "춘향아 잘 자느냐? 내 왔다 문 열어라" 이 삼차 부르도록 대답이 없으니 도련님 돌아서 발 구르며 "게집이라 허는 것이 무정한 것이로구나. 나는 너를 잊을 길이 바이 없어 가다가 도로 회정을 허였는디 너는 나를 그새 잊고 잠만 저리 깊이 들어자니 나는 간다 잘 살어라!" 충충 나가거날 춘향이 꿈결이라도 반거워 깜짝 놀래 일어서 문 펄쩍 열고 바라 보니 도련님 청중추막자락이 바람결에 휘날리고 담배불로 반짝반짝 허거날 춘향 이 반가워 붙들어 볼 줄로 우루루.... 뛰어 나서보니 도련님은 간 곳없고 청중추막도 흔적이 없고 파초잎만 너울너울 담배불도 간 곳 없고 반디불만 반짝 반짝 허거날 춘향이 허망하여, "아이고 꿈아 무정한 꿈아 오시는 님을 꼭 붙들어주고 잠든 나를 깨울 것이지 꿈도 빌어 볼 수가 없구나." 방으로 들어가서 촛불로 이웃삼고 서로 벗을 삼아 긴 밤을 지내갈제,
<중모리>
하로가고 이틀가고 열흘가고 한달가고 날가고 달가고 해가 지낼수록 님의 생각이 뼈속의 맺힌다. "도련님 계실 적에는 밤도 짤루어 한이더니 도련님 떠나시든 날 부터는 밤도 길어 원수로구나! 도련님 계실적의 바느질을 헐량이면 도련님은 책상높고 대학 소학 예기(禮記) 춘추(春秋) 모시(毛詩) 상서(商書) 백가어(百家語)를 역력히 외여가다 나를 힐끗 돌아보며 와락 뛰어 달려들어 나의 목 부여안고 내 사랑이지 허든 일도 생각히고 무심코 앉으셨다. 귀에 대고 놀래기와 그 중 더욱 간절헌게 이백이모 오기전에 주련(柱聯)한장 쓰시기를 시련유죽(始憐幽竹) 산창 하에 불개정음 대아귀(不改情陰待我歸: 시련 ~대아귀 : 객지에 갔다가 고향에 돌아오니 모든 것이 변했건만 산창아래 대만이 변치않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구나)를 붙여두고 보라기에 심상히 알었더니 이제와 생각을 허니 이별을 당헐라고 실 참으로 쓰셨든가, 님의 생각이 점점나네. 행궁견월 상심색(行宮見月傷心色)의 달만 비쳐도 님의 생각 춘풍도리(春風桃李)의 화개야(花開夜)의 꽃만 피여도 님의 생각 ,야우문령 단장성(夜雨聞鈴斷腸聲:장한가의 한 구절)의 비죽죽 와도 님의 생각 ,추절(秋節)가고 동절 (冬節)이 오면 명사벽해(明沙碧海)를 바라보고 뚜루룰 낄룩 울고 가는 기러기 소리에도 님의 생각 앉어생각 누어생각 생각 끝일 날이 전혀 없어 모진 간장의 불이 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꿀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일이야" 이리 앉어 울음을 울며 세월을 보내는구나.
<아니리>
춘향은 이렇듯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적의 서울 자하(紫霞:세검정일대)골 사는 변학도(卞學道)란 양반이 계시난디 이 분은 욕심많고 탐 많고 호색하는 분으로 남원에 성 춘향이가 절세미인이란 말을 듣고 밀양 서흥 마다 허고 간신히 서둘러 남원부사를 하여 내려오시난디 신정절차(新廷節次)가 이렇겄다.
<자진모리>
신년맞이 내려올제 별연(別輦: 특별히 만든 수레) 맵시 장히 좋다 모란색임의 만자창 네 활개 쩍 벌려 일등 마부 유량달마(留糧達馬:양곡을 나르는 튼튼한말) 덩덩그렇게 실었네 키 큰 사령 청장옷 뒷채잽이 가다 힘을 주어 별연 뒤 따렀네. 남대문 밖 썩 내 달라 칠패팔패 청패(서울 남대문 밖의 동네이름) 배다리 아이야 고개를 넘겠구나 좌우산천을 둘러봐 화란춘성(花爛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 버들잎 푸릇푸릇 양유청청(楊柳靑靑) 녹수진진(綠水津津) 만산화 경 좋은데 흐늘거리고 내려와 이방수배(吏房隨陪) 형리통인(刑吏通引) 급창나졸(及唱邏卒)이 옹위(擁衛) 하야 권마성(勸馬聲:귀인이 지나갈 때 아랫사람들이 외치는 소리) 벽제(酸除)소리 태고적 밝은 날의 요순적 닦은 길로 각차비시(各差備時)에 말을 타고 십리에 닿었네 마부야 네말이 낫다말고 내 말이 좋다말고 경마(擎馬:마부가 말탄 사람을 모시기 우해 잡는 고삐)손 잡아들고 챗질 척척 굽이러 일시마음 놓지말고 든든히 잘 오너라. 신연급창 거동보소 키크고 질(길)잘 걷고 맵씨있고 어여뿌고 영리한 저 급창 김제망건(金提網巾)의 대모관자(玳瑁貫子:거북등껍질로 만든 관자) 자주(紫舟)당줄 달어서 가는 양태(洋太:갓테두리) 평포립(平布笠) 갑사갓끈을 넓게 달아 한입지우러 비식차 전배 자전토수 포래동옷 방패철융 앞자락 맵씨있게 뒤로 돌쳐 잡어매 비단쌈지 전주머니 은장도 비씩차 누비바지 새 질보선 사날초신을 얽어신고 결백한 장유지(壯油紙) 초록대님에 거드러졌다 좌우급창 청장줄 검쳐잡고 활개 훨훨 종종걸음치며 이 놈 저 놈 나지마라. 병방집사 거동보소 들 너른 벙거지 남일광단(藍日光緞)안 올려 날랠 용(勇)자 떡 붙여 둥글 짓 채공작미(彩孔雀尾) 북포 짓을 달아서 성성전(猩猩氈) 정도리 주먹같은 밀화주(蜜化珠) 양귀 밑에 가 빛이나고 천은매기 검은 둥채(등책:藤策)삼색수건 달아 바람결에 펄렁 소리 좋은 왕방울 걸음 따라서 웽기렁 쩡기렁 꼭두 부채짓은 햇빛에 번쩍번쩍 위엄을 도두그려 에이 찌루어 통인한쌍 착전립마상태(着氈笠馬上態) 그뿐이로다. 경기 충청도를 지나여 전라감영 들어가 객사에 염문(廉問)허고 영문에 얼풋 다녀 노고바우에 중화(中火: 여행중의 점심)하고 계수역을 다다라 집사 나서 지경포(地境砲) 꿍 별감일인 감색 일인 부검(簿檢)을 올리거날 골로 대령하라. 청파총(靑把總) 좌수별감수교(手轎) 까지 후배(後陪)허고 병방집사 거동봐 외올망건을 주어맺어 흑관자 자지당줄 앞을 맺어 졸라매고 세모립 금파갓끈 호수입식(虎鬚笠飾:붉은 갓에 전후좌우에 꿩꼬리 같은 장식) 옳게 붙여 게알탕건을 바처써 진남항라(眞藍亢羅) 자락 철륭 진자주 대구띠에 전령패 비식차 흐늘거리고 내려와 일등명기 기생들의 채의단장 책전립 쌍쌍히 말을 타고 쌍교앞에 타고 가는 거동 하릴없는 선녀라 일등공인 청철육 앞 뒤 마피 가디통 시석광침(失錫光釘) 용두 걸어서 북 장고 떡쿵쳐 해금 젓대 피리 소리 영채(映彩)가 절로난다. 수성패하문(守城牌賀門)이라.
<휘모리>
청도기(靑導旗)를 버렸난디 청도한쌍 홍문한쌍 청룡동남각 동북각 청호소(靑縞銷) 청도한쌍 주작남동각 남서각 홍호소 홍문한쌍 백호서북방 서남각 백호소 백문한쌍 현무북동각 서북각 흥호소 호통(胡統)한쌍 황신호미(黃神虎尾) 금고(金鼓)한쌍 영기 두쌍 좌관이 위엄 청중사면 집사한쌍 집회관이 두쌍 종로징 열두 쌍 죄마두기요 좌우네줄이라 둥쾡 촤르르르 고마중아 예이 ~ 수문돌이 종종허고 내민돌의 거침피어 무심코 딛나니라 정마손 잡아들고 챗질 척척 굼이러 일시 마음을 놓지 말고 든든히 잡어꺼라 후배사령 예이 금난장교(禁亂將校:금난패를 갖고 다니며 법을 어긴 사람을 잡아드리던 사령의 우두머리) 없느냐 앞뒤채비를 훨씬 치고 훤화 (喧譁:매우시끄럽고 떠들석함)금치 못한단 말이냐 예라 이놈 대포수 방포일성(放砲 一聲)하라 쿵 -.
<아니리>
객사에 연명허고 동헌에 좌정하야 도임상 잡수신후에 삼행수(三行首) 입례받고 육방하인 현신 후에 호장 부르라 숙이라 호장이요 네 여봐라 예이 육방하인 점고는 제삼일로 물리치고 우선 기생점고부터 하여라. 예이 호장이 기안을 안고 영창 밑에 엎드리며 기생점고를 하는디,
<진양조>
우후 동산의 명월이 명월이가 들어온다 명월이라 허는 기생은 기생중에는 일행수라 점고를 맞이랴고 큰머리 단장을 곱게허고 아장 아장 이긋거려서 예 등대나오 좌부진퇴(左部進退)로 물러난다. 청정자연이나 불개서래로다 기불탁속 굳은 절개 만수문장의 채봉이요 채봉이가 들어온다. 채봉이라 헌느 기생은 아름아리가 북창문인제 걸음을 걸어도 장단을 맞추어 아장아장 어긋거려서 예 등대나오 점고 맞더니만 후보진퇴로 물러난다.
<아니리>
"네 여봐라!" "예이" "네가 그렇게 기생점고를 허다가는 장장춘일이라도 못다 불러들일테니 자주자주 불러들여라!" "예이" 그제는 호장이 넉자화두로 불러 들이겄다.
<중중모리>
"조운모우(朝雲暮雨)양대선(陽臺仙) 우선옥이 춘홍이 사군불견 반월이 독좌유황 (獨坐幽篁)의 금선이 어주돈수(魚舟逐水) 홍도가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팔월 부용군자용 만당추수(滿塘秋水)의 홍연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사창의 비치여 섬섬연약 초월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오동복판의 거문고 시르렁 둥덩 탄금(彈琴)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만경대 구름 속 높이 놀던 학선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만화방창의 봄바람 부귀할 손 모란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바람아 둥땡 부지마라 낙락장송의 취향(翠香)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단산오동의 그늘 속에 문왕어루든 채봉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장삼 소매를 떨쳐입고 지정거리든 무선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이산명옥이 차산명옥이 양명옥이 다 나왔느냐?" "예 등대나오."
<아니리>
"기생점고 다 헌줄로 아뢰오!" 사또 물으시되, "너의 고을에 춘향이란 기생이 있다는데 점고에 불참이니 웬일이냐?" 호장이 엿짜오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춘향은 본시 양반의 기출로서 대비(代婢:사람을 사서 대신 넣고)넣고 구실떼여 여공만 숭상하옵다가 전전 구관사또 자제 이 몽룡씨와 백년언약하고 가신 후에 수절하고 있삽기 대령치 못했나이다." 사또 반기 듣고 "얘 거 희안한 말 듣겠구나 기생에게 수절이 있어. 잔말 말고 불러들여라!" "예이!"
<중중모리>
군로사령이 나간다 사령군로가 나간다 산수털 벙거지에 남일공단을 안을 올려 날랠 용짜를 떡 부치고 충충충충 거덜거리고 나온다. 구정댓뜰 너른 마당의 덜렁거리며 나간다. 서로 이름 부르며 나오난디, "이 얘 김 번수야!" "왜야" "이 얘 박 번수야 무엇 할랴느냐? 걸리었다 걸리여!" "게 뉘가 걸리여?" "이애 춘향이가 걸렸다." "옳다 그 제기붓고 발기갈년이 양반서방을 허였다고 우리를 보면 초리(草履:짚신)로 보고 당혜만 잘 잘 끌며 교만이 너무 많더니만 잘되고 잘 되었다. 사나운 강아지 범이 물어가도 물도 가득차면 넘치니라 네나 나나 일분사정 두는 놈은 제 부몰르 모르리라!" 청령코 나올제 세 수양 버들 속에 청철육이 펄렁 남문 밖 썩 나서 영주각을 당도 오작교 다리 우뚝 서, "아나 옛다 춘향아!" 허고 부르는 소리 원근산천이 떵그렇게 들린다. "사또분부가 지엄허니 지체말고 나오너라."
<창조>
그 때여 춘향이는 사령이오난지 군로가 오는지 아무런 줄 모르고 독수공방 주야 상사 세월을 보내는디,
<중모리>
갈까부다 갈까부네 님을 따라서 갈까부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따라 나는 가지 바람도 쉬여넘고 구름도 쉬여넘는 수진(길들인 매)이 날진(길들이지 않은 매)이 해동청(海東靑:송골매) 보라매 모도다 쉬여넘는 동설령 고개 우리님이 왔다 허면 나는 발 벗고 아니 쉬여 넘으련만 어찌허여 못가는고 무정허여 아주 잊고 일장수서가 돈절헌가. 뉘여느 꼬임을 듣고 여영 이별이 되었는가 하날의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어도 일년일도 보건마는 우리님 계신 곳은 무산 물이 맥혔기로 이다지도 못오신가 차라리 내가 죽어 삼월동풍 연자되여 임계신 처마 끝에 집을 짓고 내가 노니다가 밤중만 임을 만나 만단정회를 풀어 볼거나 아이고 답답 내 일이야 이를 장차 어쩌꺼나 아무도 모르게 청삽사리 흑삽사리 컹컹짖고 나서거늘, "게 뉘랴 남의 개를 그리 짖기나?" 문틈으로 가만히 내다보니 사령군로가 나왔거날
<평중모리>
"아차 아차 아차 내 잊었다 오날이 기삼일 점고라더니 무슨 야단이 났나부다. 내가 전일의 장공방청 사령들게 인심을 과히 잃었더니 홈초리를 내가 바르리라." 치자(梔子) 다래 그린 유문지유사(有紋地柔紗)로 머리를 바다득 졸라매고 반물치마를 떨쳐입고 사령을 도르러(속이러) 나오난디 문 펄쩍 열다리고 거짓 깜짝 반기는체, "허허 번수네 오라버니 이번 신연길에 가겼더라더니 노독이나 아니 나게시며 새 사또 정처가 어떠허오? 내가 전인의 양반을 모시자니 자연 정이 베면한 일을 부디 섭섭히 생각마소!" 우수를 번뜻 들어 김 번수 소매를 부여잡고 좌수를 번뜻 들어서 박 번수 소매를 부여 잡고 "뉘 집이라고 아니 들어오고 문밖에 와서 주저를 허는가! 이리 오소 이리 오소 내 방으로 들어가세!"
<아니리>
춘향 잡으러간 사령들이 춘향의 홈초리에 돌려 낙수춘빙 얼음녹듯 스르르르 풀렸구나. "들어감세" 방으로 들어서며 "여보소 춘향각씨 사또께서 춘향각씨를 기안에 택명하고 불러들이란 분부가 성화 독촉이니 어서 급히 들어가세!" 알심있는 춘향이가 맛 좋은 술 내놓고 구너하니 어찌 먹어놨던지 사령들이 술이 담북 취하여 춘향방을 저희 문간방으로 알고 침을 탁탁 뱉으며 함부로 말을 허겄다. "여봐라 춘향아 들어가는게 옳겠나 아니 들어가는게 옳겠나?" 눈치빠른 춘향이가 궤문열고 돈 열냥 내 놓으며 "번수네 오라버니 들어가시다 남문안 맛좋은 술집에 가서 내말 이르고 술 한잔씩 나눠자시고 들어가시게." 사령등이 돈을 보더니 "아서 아서 이 사람아 우리 터에 돈이라니 당헌 말인가 아서 아서." 한 사령이 썩 머라는고니 "어라 이 자식 새 사또 마수붙임이니 받어 주소." 돈을 들어 엉등이에 콱 차고 일어나며 "관두소 설마 곤장에 닭알 박아치며 형장에 바늘 박아 칠까 들어가소." 저희끼리 가며 백구타령을 헌느디 그런 가관이 없든 것이었다.
<중모리>
백구야 백구야 백구야 백구야 껑청 뛰여 달아나지 마라 너는 잡으러 내 안 간다 오류춘 광경 좋은데 백마금편(白馬金鞭)의 소년들아 예이 소년들
<아니리>
하하하 잘 부른다 잘 불러 너 이녀석아 어디서 그렇게 배웟느냐 그녀석 제법 허는걸 이리 허였다 허되 사또 분부신데 그럴 리가 있겠느냐 행수기생을 보내는디.
<중모리>
행수기생이 나간다 행수기생이 나오난디 손뼉을 땅땅 두다리며 "정절부인 아기씨 수절 부인 마누라야 너만헌 정절이 어디가 없으며 너만한 수절은 나도 있다. 조그마한 널로하여 육방이 소동 각청두목이 다 죽어난다 들어가자 나오너라" "아이고 여보 행수형님! 자네 남과 무슨 협의있나 사람을 부르면 고히 부르지 화 젓가락 윗마디 틀 듯 뱅뱅틀어 부르는가! 들어가자면 들어가지 내가 들어가면 영 죽는가" 춘향이가 나오면서,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어떤 사람팔자 대광보국 숭녹대부 삼태육경 아내되여 만종녹(萬鍾祿)을 누리시고 또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만민백성중의 아내되여 아들낳고 kf을 낳어 오며가며 잘 사는디 나는 무삼 팔자로서 기생의 몸에 태여나서 불러 오너라 잡아오너라 투십스러워 나는 못살겠네!" 그렁저렁 길을 걸어 관문 앞에 당도헌다.
<아니리>
행수기생 춘향을 부축하고 동헌에 올라, "춘향 대령이요" 사또가 영창문을 열고 지긋이 내다보니 "거 옹골지게 잘 생겼다. 동헌협방으로 올라 오래라" 춘향이가 올라가 아미를 숙이고 서 있으니 사또 욕심이 대발하야 "게 앉거라 듣던 말과 과연 같구나. 침어낙악(沈漁落雁)이란 말을 과히 존가 하였더니 폐월수화(閉月羞花:미인을 극찬하는 말) 허는 태도 보는 중 처음이요 짝이 없는 일색이로구나 네 소문이 하 장하여 경향에 낭자키로 내 밀양 서흥 마다 허고 간신히 서둘러 남원부사 허였더니 오히려 늦은 바라 선착편은 다 되었으나, 녹엽성음자만지(綠葉成陰子滿枝:여자가 혼인해서 자식을 많이 둠을 비유하는 말)가 아직 아니 되었으니 불행중다행이다 그래.구관자제가 네 머리를 얹혔다니 그 양반 가신 후로 독수공방 했을 리가 있나 응당 애부(愛夫)가 있을테니 관속이냐 건달이냐 어려히 생각말고 바른대로 말하여라." 춘향이 공손히 여짜오되 "소녀 비록 천기의 자식이오나 기안에 택명않고 여염생장(閭閻生長)하옵더니 구관댁 도련님이 연소한 풍정으로 소녀집을 찾어와서 서상가약(西廂佳約)간청허니 노모가 허락허고 백년기약 받들기로 단단맹서(團團盟誓) 했아온데 관속건달 애부 말씀 소녀에게는 당치 않소." "하하하 그 거 얼굴을 보고 말들으니 안팎으로 일색이로구나. 옥안종고 다신루(玉顔從古多身累:예부터 미인은 정절하지 못하다는 뜻)는 구양공의 글짝이라 인물 좋은 여인들이 절행이 없다건만 저 얼골 옥 같은데 마음마저 일색이루구나! 네 마음 기특허나 이 도령 어린아해 귀가댁에 장가들고 대과급제 허게되면 천리타향의 잠시 장난이지 네 생각할 리가 있느냐? 너 또한 고서를 읽었다니 사기로 이르리라. 옛날에 예양(禮讓)이는 재초부(再醮婦)의 수절이라 너도 나를 위해 수절하거드면 에양과 일반이니 오날부터 몸단장 곱게허고 수청들게 하라!"
<평중모리>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춘향의 먹은 마음 사또님과 다르외다.올라가신 도련님이 무신허여 안 찾으면 반첩녀의 본을 받어 옥창형영(玉 螢影:옥창에 비치는 반딧불) 지키다가 이 몸이 죽사오면 황능묘(皇陵廟)를 찾아가서 이비혼령(二妃魂靈) 모시옵고 반죽지(班竹枝) 저믄 날에 놀아볼까 하옵난디 재초수절(再醮守節)허란 말씀 소녀에게는 당치않소."
<아니리>
이렇듯 말을 허니 기특타 칭찬허고 고만 내여 보냈으면 관촌무사(官村無事)좋을 것을 사또 속으로 괘씸하여 울러보면 될 줄 알고 절자로 한번 을르는디, "허 이런 시절 보소 기생의 자식이 수절이라니 뉘안이 요절할고 대부인께서 들으시면 아주 기절을 허겄구나. 네 만한 년이 자칭 정절이라 분부거절키는 간부(間夫: 샛서방) 사정 간절하야 별층절(別層節)을 다 허니 네 죄가 절절가통이라 형장아래 기절허면 네 청춘이 속절없지 기생에게 충효가 무엇이며 정절이 다 무엇이냐." 춘향도 그말에 분이 바쳐 불고사생(不顧死生) 대답헌다.
<중모리>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충신은 불사이군이요 열녀 불경이 부절을 사또는 어이 모르시오 기생에게 충절이 없다 허니 낱낱이 아뢰리다. 청주 기생 매월이는 삼충사에 올라있고 안동기생 일점홍이난 열녀문 세워있고 선천기생은 아희로되 칠거학문 들었으니 기생에게 충이없소 열녀가 없소 대부인 수절이나 소녀 춘향수절이나 수절은 일반인데 수절에도 상하가 있소? 사또도 국운이 불행허여 도적이 강성하면 적하의 무릎꿇어 두 임군을 섬기랴오 마오 그리마오 창녀자식이라고 그리마오.
<아니리>
사또 오장이 벌컥 뒤집혀저 논것이 미처 통인을 못 부르고 "사령아 이 년 잡아 내려라."
<휘모리>
골방의 수청통인 우루룰 나오더니 급창 "예이 춘향잡어 내리랍신다." "예이 사령 예이 춘향잡어 내리랍신다." 벌떼같은 군로사령 우루루루 달려들어 춘향의 머리체를 휘휘칭칭 감어 쥐고 질 넘은 댓돌아래 동뎅이처 내떠리며, "춘향잡어 내렸소."
<아니리>
형리 부르라 숙이라 형리요 춘향다짐 사연 분부모와라
<창조>
형리가 바라보니 춘향을 동틀에다 덩그렇게 올려 매놨구나. "살등여의신이 창가(娼家)의 소부로 동가식 서가숙은 구십유풍이요 창낭부이낭처는 본부의 정성이어늘 감히 엄불경지설로 능멸 관장지엄령하야 가해죄상인즉 각별엄형이시라는 다짐이시니라." 형리가 춘향에게 붓을 들려주니 춘향이가 붓을 들고 사지를 벌벌떨며 사또가 무서워 떠는 바도 아니오 저 죽을 일을 생각하야 떠는 바도 아니요 육십당년 늙은 노모와 한양계신 이도령을 못보고 죽을 일을 생각하야 사지를 벌벌벌 떨며 한일자 마음심자 일심으로 드르르.... 긋고 붓대를 던져노니 형리가 받어들고 신혹을 그린 후에,
<진양조>
집장사령 거동을 보아라 형장 한 아름을 안어다 동틀밑에다 좌르르르르 펼쳐 놓고 형장을 앉어서 고른다. 이 놈 골라 이리 놓고 저 놈 골라 저리 놓더니마는 그 중의 등심좋고 손잽이 좋은 놈 골라 쥐더니마는, "고두 아뢰오." "각별히 매우 쳐라!" 사또 보시는데는 엄령이 지극허고 춘향을 보면서 속말로 말을 헌다. "여보라 춘향아 말 듣거라 어쩔 수가 바이 없다 한 두 낱만 견디어라 셋째낱부터는 안세를 두마." "꿈쩍꿈쩍마라. 뼈부러질라." "매우치라!" "예 이" 딱 ! 찍근 피르르르르 부러진 형장개비는 삼동으로 둥둥 날라가서 상방 댓뜰앞에가 떨어지고 춘향이는 정신이 아찔 온몸에 소름이 쪼가끼쳐서 아푼 매를 억지로 참느라고 고개만 빙빙 두루면서, "응-응 소녀가 무삼죄요 국곡투식 허였소, 부모불효하였소 음양작죄 진 일없이 이형취가 웬일이요 일개형장 치옵시니 일자로 아뢰리다. 일편단심 먹은 마음 일시 일각에 변하리까 가망없고 무가내요." 둘째낱을 부쳐노니, "이짜로 아뢰리라. 이부불경이 내심사 이 도령만 생각헌디 이제 박살 내치셔도 가망없고 안되지요." 셋째낱을 딱 때려놓으니 "심치형문 치옵신다 삼생가약 변하리까?" 넷째낱을 부쳐놓으니 "사대부 도련님은 사기를 모르시오 사지를 찢어서 사대문에다 걸드라도 가망없고 안되지요." 다섯낱 딱치니 "오장섞어 피가된들 오륜으로 생긴 인생 오상을 생각허면 오매불망(寤寐不忘) 우 리낭군 잊을 가망이 전혀없소." 여섯째를 부쳐노니 "육국달랜 소진장(蘇秦張)도 소녀는 못달래지요." 일곱째를 딱 부쳐노니 "칠척검 드는 칼로 어서 목을 베어주오 형장으로 칠 것 있소 칠때마다 동감이요" 여덟째낱 부쳐노니 "팔도감사 수령님네 치민하러 보내셨지 무력공사 웬일이요" 아홉째 낱을 딱 치니 "구곡간장 흐르난 눈물 구년지수 되오리다." 열째낱을 부쳐노니 "십생구사 하올망정 십분인들 변하리까 가망없고 무가내요." 열다섯을 딱치니 "십오야 둥근달이 떼 구름속에가 들었구나."
<중모리>
스물치고 짐작헐까 삼십도의 맹장허니 백옥같은 두 다리에 검은 피만 주루룰 업졌던 형리도 눈물짓고 이방호장도 눈물짓고 중계위에 청령급창도 발 툭툭 혀를 찰 제 매질허든 집장사령도 매를 놓고 돌아서며 "못 보겄네 못보겄네 사람인륜으로는 볼 수가 없네 이제라도 나가서 문전걸식을 헐 지라도 집장사령 노릇을 못허겄네" 수십명이 구경을 허다가 오입장이 하나가 나서드니,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사또가 모지도다 저런 매질이 또 있으냐 집장사령놈을 눈익혀 두었다 사문 밖을 나가면 급살(急煞)을 내리라 저런 매질이 또 있느냐 나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떨떨거리고 나는 간다."
<아니리>
사또님은 노기충천하여 춘향을 큰 칼 씌워 하옥하라는 명을 내리신 후 내하로 듭시니 춘향은 형틀 아래 기절하였구나. 그때여 남원읍중 여러 기생들이 춘향이 주앙 하였단 말을 듣고 서로 부르며 들어오난디
<중중모리>
여러기생이 들어온다 여러기생이 들어온다 서로 부르며 들어오난디 "이 얘 농선아" "왜야?" "이 애 계월아" "무엇하랴느냐?" "죽었단다." "누가 죽어야?" "춘향이가 매를 맞고 거이 죽게 되었단다." "아이고 이게 웬말이냐 어서 가고 자주가자" 삼문거리를 당도허여 각기 항렬찾어 부르난다. "아이고 동생!" "아이고 조카!" "무슨죄가 지중허여 이 형벌이 웬일인가!" 또 어떤 기생이 들어서며 추세를 쫓아 부른다고 "아이고 서움집아" 이리울고 들어오고 또 어떤 기생이 들어서면 춤을 추면서 노닌다. "얼씨구나 절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여러 기생들이 책망헌다. "아이고 저 년 미쳤구나 전날 협의가 있더라도 사람이 죽게 된디 네가 춤이 웬 춤이냐?" "몰랐네 몰랐네 자네들이 내 속 몰랐어 진주기생 논개씨 평양기생 계월향 우리남원 교방청(敎坊廳:기생 학교)의 현판깜이 생겼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 구나 허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야!"
<중중모리>
춘향모친이 들어온다 이 소문을 늦게야 들었든다 엎어지고 자빠지며 관문앞으로 우르르 춘향앞에 엎더지며 "아이고 내 딸이 죽었네 아이고 이 몹쓸 년아 누가 너를 열녀라고 석비 철비 세워줄 거나 아이고 이게 웬일아냐 이방상존 호방상존 내 딸이 무삼죄요 칠십당년 늙은 년이 진외원족(眞外遠族) 하나없이 다만 독녀춘향하나 열쇠경 한 막대로 행실공부를 일 삼드니 이 지경이 웬일이요 제 낭군 수절한디 그게 무삼 죄가 되어 생목심을 죽이였소. 나도 마자 죽여주오 !" 가삼을 쾅쾅 머리로 찟고 여광여취(如狂如醉) 실성발광 치둥글 내리둥글 목제비질 덜컥, "향단이 남문밖에 빨리 나가 삯사람을 사오너라 서울로 쌍급주나 띠울란다."
<중모리>
춘향이가 정신차려 "아이고 어머니!" "왜야!" "쌍급주란 말이 웬말쌈이요 서울로 편지하여 서방님이 보거드면 엄부형시하 내설 치 못허시고 속으로 병이날 것이니 부디 편지 마옵소서. 잘되여도 나의 팔자 못 되어도 나의 팔자 억으로 가사이다" 향단이는 춘향업고 춘향모친 뒤를 따러 옥으로만 내려간다 옥문앞을 당도 허니 사정이 거동봐라 춘향을 옥에다 놓고 옥쇠를 절컥 채워 놓으니 춘향모친 기가맥혀 우루룰 달려들어 옥문을 부여잡더니, "아이고 내 새끼야 네가 이게 웬말이냐 네 정열은 장커니와 칠십당년 늙은 에미는 뉘게다 의지를 허드라는 말이냐! 아곡(我哭)을 여곡(汝哭)할 때 여곡을 아곡허니 내 울음을 누가 울어 아이고 이 일을 어쩌를 헐거나!" 복통단장성으로 울음운다.
<창조>
그때여 춘향모친은 동네 여러 부인들게 붙드리여 집으로 돌아갈 제 저의 모친 울음소리 차차차 멀어지니 옥방의 더진 듯이 홀로 앉아,
<진양조>
옥방형상을 살펴보니 앞문에는 살만 남고 뒷벽에는 외만 남어 바람은 우루루루 쏜살 듯이 드려분다. "내 죄가 무삼죈고 국곡투식을 허였든가 살인죄인가 음양작죄 진 일없이 엄형중치(嚴刑重治) 항쇄족쇄(項鎖足鎖)의 옥방엄수(獄房嚴囚) 웬일인가" 욕사욕사(欲死欲死:죽고 싶은 마음) 분한 마음 머리도 탕탕 치듲치며 춘하추동사시절을 망부사(望夫詞)로 울음을 운다. "둥풍이 눈을 녹여 가지가지 꽃이 피고 작작허고나 두견화는 나비를 보고 웃는 모양 반갑고도 아름답구나. 눌과 함께 보드라는 말이냐 꾀꼬리는 북이 되야 유상 세지(柳上細枝)늘어진디 구십춘광 짜는 소리 아름답고 슬프도다 눌과 함께 듣고보 면 눌과 같이 담화를 헐거나 잎이 지고 서리치니 구추단풍 시절인가 낙목한천(落木寒天) 찬 바람의 홀로 피는 저 국화는 능상고절(凌霜高節) 그 아닌가 먹은 맘이 가득허여 북풍이 단을 열어 백설은 펄펄 휘날릴제 설중의 푸른 솔은 천고절개를 지키여 있고 아미(峨嵋)의 한(寒) 매화는 미인태를 띠웠구나 단오장추는 연연히 푸르렀고 추풍혼백은 섧은 마음을 자어낼제 공산의 만수음의 피가 나도록 슬피울어 님의 귀에다 들리고저 상사일념으로 모진 간장 불이 붙어 피골이 상연이라 낮이면 꾀꼬리 밤이면 두견성 서로 불러서 화답을 허니 꿈도 빌어 볼 수 없구나 아니고 어쩔거나 님이 그리워 어쩌자는 말이냐" 아무도 모르게 자탄을 헌다.
<중모리>
일야(一夜)는 꿈을 꾸니 장자가 호접이 되고 호접이 장자되어 실 같이 남은 혼백 바람인 듯 구름인 듯 한곳을 당도허니 천공지활 헌디 은은한 송림 속으 일층화와 허고 산명수려 이아각이 밤비여 잠겼어라. 대저 귀신이라 헌느게 배풍어그허어고 승천입지(昇天入地)허매 춘향의 꿈 혼백이 만리소상강으로 갔던가 보더라. 어디인지 알 수 없어 문 밖에서 방활헐 제. 안에서 단장 소복한 차환이 쌍등을 돋우와 들고 앞길을 인도커날 중계에 다달으니 백옥현판우으 황금대자로 뚜렷이 새겼으되 만고정열 황릉지묘라 심신이 산란하여 좌우를 살필 적으 당상의 백의한 두 부인이 옥패를 느즈시 들어 대상으로 청하거날 춘향도 선경현전과 예기 춘추를 아는 사람이라 "황후의 좌석을 용익히 오르리까?" 당상에 북향사배허고 궁궁정립을 허니 부인이 간절히 청허거날 마지 못허여 말석에 참례허니 부인이 이른 말씀 "니가 춘향이라더냐? 기특코 얌전허다 조선이 소방이나 예의 동방 기자 유풍 청루출신 소생으로 저런 절행이 또 있느냐 내가 일전 조회차로 옥경에 올라가니 네 말이 천상에 낭자키로 가득히 보고 싶은 마음 일시 참지 못하여서 네 꿈 혼백을 만리 소상강가에 청하여 왔으니 내 마음이 편안허다." 춘향이 이말듣고 다시 일어 재배허고 괴좌하여 여짜오되 "첩이 비록 무식하오나 고설르 일찍 보니 부인의 높으신 사적 왼천하 낭자키로 어찌하면 속히 죽어 존안을 앙대헐까 주야불망 지냈드니 오늘날 황릉묘에 진진면을 모시오니 이제 죽어 한이 없나이다." 부인이 또한 이른 말씀, "니가 우리를 안다허니 우리 설움 네 들어라. 우리 성군 유우씨가 남순수허시다 가 창오산의 붕허시매 속절없는 이 두몸이 소상강 대수풀을 피눈물을 뿌렸으니 가지마다 아롱이 지고 잎잎이 원한이라 창오산붕(暢梧山崩) 상수절(湘水絶)이래야 죽상(竹上) 지히이루내가멸(之淚乃可滅)이라 천추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너를 보고 말하노라" 이렇듯이 슬피울제 남벽에서 어떤 부인이 울며 불며 나오더니 "니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뉜고허니 진루명월(秦樓明月) 옥소성(玉瀟聲)의 화선(花仙)허든 농옥(弄玉)이라. 소사(瀟史)의 아내로서 태화산(太華山) 이별후에 승룡비거(乘龍飛去) 한(限)이 되어 옥소(玉簫)로 소원을 푸니 곡종비거부지처(曲終飛去不知處)하야 산하벽도(山下碧桃) 춘자래(春自來)라." 말이 맺지 못하여서 뜻밖에 광풍이 일어나며 촛불이 벌렁펄렁 일어나며 냉기가 이르더니 평싱기기 괴괴한 무엇이 때구르르르 궁굴어서 촛불 앞에 전도커날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도 아니요 불타진 나무둥치도 아니요 은은한 가운데 귀곡성(鬼哭聲)이 낭자허며 "니가 나를 모르리라 우리 황제 붕허신 후 여후의 독한 솜씨 조왕녀를 짐살허고 나의 수족 끊은 후에 두 귀에 불지르고 두 눈 빼고 암약 맥여 칙간 속에 집어넣고 인체라고 이름ㅇ르 지으니 천후의 깊은 한을 어느때나 풀어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어쩔거니" 이리 한참 울음울제 상군부인(湘君夫人)이 은은히 불러 유명(幽明)이 노수(路殊) 허고 현해(玄海)가 자별(自別)허니 오래 지체 못헐지라 여동을 재촉을 허니 동방의 실솔성이 스르르르르 일장 호접이 펄펄 깜짝 놀래 깨달으니 황릉묘넌 간 곳없고 남은 옥중이 웬일이냐.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이를 장차 어쩔거나 이리 앉어 울음을 울며 세월을 보내는구나.
<아니리>
그때여 사또는 춘향을 옥중에 가두어 두고 아무리 달래어도 죽기로서 고집허니 장방청 기생들을 불러 "너희들 중에 춘향을 달래어 회절시키는 자가 있으면 관하에 이름도 떼어 주고 수천냥 상을 주마" 허니
<빠른 중모리>
기생중 난향이 여짜오되 "소녀와 춘향과 동갑으로 정이 매우 깊사오니 지가 달래어 보겄네다" 적적한 심야간의 술상 차려 들리우고 옥으로 나려가 "야양 춘향아 날치운디 장처가 어떠허냐. 진즉 와 보잤더니 지연이 다사허여 이제 와서 보난 것을 부디 노여 생각마라마는 너는 고집도 맹랑터라. 허무할손 우리 인생 세세연연 젊을소냐 구십춘광(九十春光) 두견이도 봄을 만나 즐기다가 화불송춘춘자거(花不送春春自去)라 삼촌이 전짐허면 낙화풍진동서비다 화진(花盡)허면 접무정(蝶無情) 어느 나비 돌아오며 일색홍안(一色紅顔) 여자 몸도 소년가절 이십세의 장부호걸 사랑타가 역녀건곤(逆旅乾坤:여관과 같은 세상) 후리치고 귀 밑에 서리치면 따를 남자 없느니라. 너 죽어도 흙이 되고 나 죽어도 흙될 인생 허송세월 어이허리 녹음방초 좋은 때으 임의 신정(新情) 새로 만나 천만고태 노닐적에 구정(舊情)은 멀어지고 신정이 미흡허매 어찌 아니가 좋을소냐. 내 오날 마참 동헌에 들렀더니 사또께서 공사 없어 혼자 앉어 벼르기를 너를 이제 불러다가 굳이 허락을 아니허면 아조 박살 낸다기로 내가 듣다 민만허여 이제 와서 헌 말이니 마음을 강작(强作)허고 날과 같이 들어가자"
<중모리>
춘향이가 이 말을 듣더니 "말인즉 옳다마는 나의 말을 들어봐라 내 고집이 남과 달라 북향천후 계성상의 송백죽절 굳은 절행 이제로서 허락허면 장송이 낙낙 푸른나무 서 있을까. 역녀건 곤 후리치고 상하동낙을 허잔말이냐 내 고집이 이러허니 장차명을 바치리라. 사또 전에 여쭙기를 춘향을 알아보니 회절은 그만두고 어서 박살 죽여주면 혼비중천 높이 올라, 삼청동을 찾어가서 이몽룡을 보겠다고 그 말이나 전하여라. " 난향이가 무색허여 가져갔든 주안상을 권하는체 먹는체 허망이 돌아가니 춘향이 기가맥혀 혼자 앉어 탄식허며 망부사로 울음을 운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 나는 것은 임 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이 보고 지고, 오리정 정별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 봉양 글 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여인신혼(輿人新婚) 금슬우지(琴瑟友之)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듯이 솟아서 비치고저. 막왕막래(莫往莫來) 막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이 보며 전전반측(輾轉反側)의 잠못 이루니 호접몽(胡蝶夢)을 어이 꿀 수 있나. 손가락의 피를 내어 사정으로 편지헐까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까. 이화일지춘대우에 내 눈물을 뿌렸으니 야우문령단장성(夜雨門令斷腸聲)에 비만 와도 임의 생각 추우오동 염락시의 잎만 떨어져도 님의 생각, 녹수부용채련여와 제룡망채엽(提龍網菜葉) 뽕 따는 여인네들도 낭군 생각 일반이라. 날보다는 좋은 팔자. 옥문 밖을 못 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려나. 내가 만일에 님을 못 보고 옥중고혼이 되거드면 무덤 앞에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요 무덤 근처 섰는 낭기(나무)는 상사목(相思木)이 될 것이니 , 생전 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아고 답답 내일이야 이를 장차 어쩔거 나 그저 퍼버르고 울음운다.
<아니리>
이렇듯 통곡으로 세월을 보낼 적에 이 몽룡은 춘향과 이별 후 글 공부 힘써하여 과거를 기다릴 제 그 때 마침 국태민안허고 시화연풍(時和年 )허여 태평과를 보인다 하거늘
<자진 중중모리>
서책을 품에 품고 장중(場中)들어가 어탑(御榻)을 바라보니 홍일산 홍양산 봉미 선이 완연허고 병조판서 봉명기(奉命旗),도총관(都摠管)의 별윤금관 승사각신(承司閣臣)이 늘어서 선상의 훈련대장 후상의 어영대장 유진의 금무대장 총융사 별곤직 좌우포장의 도감중군 일대장이 대장금군 칠백명 늘어서 억조창생 만민선비 일시에 사례헐제 어전풍류 떡 쿵쳐 앵무새 춤 추난 듯 대제학이 택출하야 어제(御題) 를 내리시니 도승지가 모셔내어 포장위에 번뜻 춘당춘색 고금동(春塘春色古今同) 이라 둥 두렷이 걸렸네. 시제를 펼쳐놓고 해제(解題) 생각하여 용연석에다 먹을 갈아 호황모(胡黃毛) ,무심필,일필휘지(一筆揮之)하야 일련에다가 선장허니 상시관 이 글을 보시고 자자비점(字字批點)이요 구구관주라 싱지상의 등을 달아 마장(摩壯) 장원허였네 어진에 숙배허니 어주삼잔 주시난 술 천은망극 중할시고 노복이 칭찬허고 만인이 부러허니 세상의 좋은 것이 과거밖에 또 있나 머리위에 어사화요 몸에난 금포로다 금의화동을 앞세우고 장안 대도상의 부르나니 신원이요 따르나니 실래라 부모님전의 영화뵈이고 벼살이 차차 올라갈 제 승문으로 문관허고 홍문관 정사 박사 초입사 주사 한림 옥당하여 교리 수찬(修撰) 당당명사로 물망이 자자허다니 하로난 위에서 부르거날 복지하여 들어가니 가만히 봉서 주시거날 계수허고 물러나와 열고보니 허였으되 호남이 작추실농되여 민정이 황급타길 너를 택출하야 보내니 수령의 치불치 백성의 질고사(疾苦事)를 세세히 탐지하여오라. 수의 마패 들었거날 심독히 자부허시고 수의를 속에 입고 서리 역졸 초래 마패 의레신측 하신 후 하인 먼저 발송시켜 너일랑 먼저 떠나 전라도 여산읍에가 기다 려라 예 ~이.
<자진모리>
남대문밖 썩 내달아 칠패팔패 철패(鐵牌) 배다리 동작 월강 과천들어 중화허고 수월들어 숙소허고 춘안삼거리 지내어 도리치(道里峙) 등기 영말 원터고개를 넘은 후 팔풍정을 당도허니 퉁소소리 들리거날 퉁소소리 잠깐 듣고 궁원 환원 광정 공주 금강 월강 장기대 높은 행길 소사무너미 지낸 후 경천 들어 중화허고 노성 앞을 막 지내어 풋개 사다리 지낸후 사진읍 얼른 지내 황화정을 당도허니 잔라도 초입이라 양재 역마 갈아타고 여산읍을 들어가니 서리역졸 문안커날 각처로 분발 헐제 "중방 역졸 너희등 오날 일찍 발행하야, 익산, 고산, 진산, 금산, 무주, 용담,진안, 장수,운봉, 구례, 동복, 낙안 낱낱이 염문하되 부모불효 허는 놈 형제윤기 모른나 놈 각골 관장 억지공사 각면 풍월 늑진 죄 세세히 염문하야 금월 십사일 남원 북문으로 대령하라!" "예 이!" "중방 역졸 너희등 오날 일찍 발행하야 용안, 함열, 임피, 옥구, 김제, 만경, 고부, 흥덕,순창, 담양, 광나주로 세세히 염문하야 그 날 그 시로 대령하라!" 예 이!"
<중모리>
각처로 다 분발허고, 그 때여 어사또난 폐의파립( 衣破笠)을 차리난디 앞살터진 헌망건의 박쪼가리로 관자달어 두 눈썹 잔뜩 눌러 두통나게 졸라매고 절대없는 헌 파립 버릿줄 충충매여 노갓끈을 달아쓰고 자락없슨 헌베도복 열두토막 이은 띠를 흉당 눌러 잡어매고 질목 짚신 감발허고 주령을 끌면서 독담무를 지내어 숙고개를 얼른 넘어 한내가리내 지낸후에 전라감영 들어가 계수역에 숙소허고 성안 성외 염문하여 임실 지경을 당도허니,
<진양조>
건넌 산 애굽은 길로 아이하나 올라온다 연광(年光:나이)은 이팔총각 초록대님 잡어매고 개나리 봇짐 윤이리 지팽이를 우수에 툭툭치고 엇걸어서 올라오며 시절 노래를 부르난디, "어이가리너 어이를 갈거나 한양성중을 어이가리 오날은 가다가 어데가 자며 내일은 가다 어디 자리 자룡타고 월강허든 청역마나 갖었으면 즉시 한양을 가련마는 조고만한 요 내다리로 몇밤자고 가잔 말이냐 불쌍터라 춘향각시, 올라가신 구관자제 이 몽룡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후의 수절하고 지내는디 신관사또 도임초의 수청을 아니든다하고 월삼동추 수옥중 명재경각이 되었는디 이 몽룡씨, 가더니마는 여영잊고 일장수서가 돈절허니 세상의 독허고 모진 양반 서울양반 밖에는 못 보았네.어서 수이 올라가서 삼청동을 찾어가 이몽룡을 뵈옵거든 춘향의 깊은 설움 세해세게에 정을 달라네."
<아니리>
아이는 올라가고 어사또 내려오다 그 놈을 지내놓고 가만히 서서 생각해보니 방자가 틀림없거날 내가 저 놈을 불러 물어볼 수밖에 없군. "아나 이 애 저기가는 애야!" 저놈이 힐끗 돌아보며 대답도 않고 서일거날, "이 자식 어른이 부르면 썩오는 것이 도리옳지 가만히 서서 보기는 이놈 !" 방자란 놈 어긋나기로 남원서 유명한 놈인데 어사또를 바라보니 하도 헐게 차려 제 마음에 더 가소롭든 것이었다. 어사또 턱밑에 바싹 들어서며, "바쁘게 가는 사람 왜 부르요?" " 이 자식 너 어디사느냐?" "나 살기는 다죽고 나혼자 사는데 사요" "이 자식 혼자사는데가 있단 말이냐?" "나만 산게 혼자산 디 아니요" "아 -이 자식 남원산단 말을 나만 산다고 헌느구나" "하하하 맞었소 맞어 ! 당신 죽도 않고 귀신먼저 됐소 잉?" "예라 이놈 그래 너 어데가느냐?" "양반 독차지한 디 가요" "한양간단 말이로구나" "아따! 당신 소강절(邵康節:미래를 잘 알던 사람) 뒷문에 움막짓고 살었소?" "하 그 놈 괘씸한 놈이로고 ! 그래 한양엔 누구를 찾어가는고?" "나 한양 묵은 댁에 가요" "묵은 댁이라 짚시락 두터운 데도 아닐게고 너 구관댁에 간단 말이로구나" "워따메! 당신이 귀신이 아니라 귀신잡어먹고 도깨비 똥 싸겄소" "에라 이 자식 구관댁에는 어찌하여 가는냐?" "왜 그렇게 물어쌌소?" "내가 알어야 할 일이 있어 그런다" "꼭 알어야겠소?" "오냐!" "그럼 내가 바쁜게 얼른 일러주지라오. 우리골 남원옥중 춘향편지 갖고 구관댁 이 몽룡씨 찾어갑니다." "이 얘 추면에 무레한 말이나 그 편지 잠깐 보여줄 수 없니?' "아따 그놈의 어른 염치없는 소리허고 있네 생김새는 점잖게 생겨갖고. 여보시오 남의 규중편지 사연을 무슨 말을 쓴지알고 함부로 보잔단 말이요 이 놈으 어른아!" "이 자식 네가 무식허단 말이로다 옛 문장에 이르기를 부공총총설부진(復恐忽忽說不盡)허여 행인임발(行人臨發) 우개봉(又開封 : 부공 ~~ 우개봉 : 급히 쓴 편지라 빠진 말이 없나 가지고 갈 사람이 떠나기 앞서 봉투를 뜯어본다는 뜻, 당(唐) 시인 장상의 시 마지막 구절) 이라 허였으니 잠깐 보고 다시 봉헌들 허물되겠니?" 문자하나 모르는 놈이 그 문자를 아는 척 하느라고, "아따! 거, 채린 조격보담 문자는 거드러 거졌네그려 편지줄 일은 아니요마는 당신 문자 쓰는 것이 하도 신통해서 주는 것이니 얼른 보고 주시오" 어사또 편지받어 떼여보니 춘향글씨 분명쿠나 편지사연 하였으되,
<창조>
'일함정누홍루습(一函情漏紅淚濕)이요 만지춘수묵미간(滿紙春愁墨未幹)을 한 봉한 전에 눈물이 붉어 있고 가득한 근심 맑은 먹이 마르지 않는지라. 비두(飛頭)에 문안허고 열번 남아 죽은 바에 다만 일개 혼뿐이옵기로 겨우 정신을 수습하야 두어 줄 글을 올리오니 깊이 하감(下鑑)하옵소서. 작춘(作春) 이후로 수택(手澤)을 뵈옵지 못하오니 멀리 바라는 마음 갈수록 새로우며 군자 계실 때는 술 마시고 글 지을제 빗소리난 운이 되고 달빛은 글귀 되어 백향산으 값을 기다리옵더니, 한 번 올라가신 후에 잎에 맞어 듣는 비는 첩의 근심을 따라 울고, 가지 들어 빛는 달은 군자으 얼굴이 오신 듯 허옵고, 도리어 상심허여 거문고로 울음을 대허오니 육현이 끊어지고 글귀로 회포를 말아 구회(久懷)가 마르나이다. 유수같인 광음(光陰)이 석화같이 바쁘오니 아까운 청춘은 반일이 저물어 동군(東君:해)이 애지하사 허하지 아니시며 뜻밖으 변이 있어 위터운 목슴ㅇ이 조석을 다투오니, 확철으 마른 고지 물을 누가 대어주며 고운 꽃이 흐려진들 뉘라서 애끼리까? 어찌어찌 오실테면 다시 보지 못헐 사람 천금일찰(千金一察)로 위로하여 주시옴을 천만복망 바래내 다. 신관사또 도임후에 수청들라 하옵기로 저사모피(抵死謀避:죽기로 피하다가) 하옵다가 참혹(慘酷)한 악형을 당허여 모진 목숨이 끊지든 아니 허였아오나 장하지 혼(杖下之魂)이 미구에 될터이오니 바라건대 서방님은 기리 만종록(萬鍾祿:높은 벼슬을 하여 받는 봉록)을 누리시다 천추만세후(千秋萬歲後) 후보(後報)에나 다시 만나 이별없이 살겄내다 백운홍수(白雲洪水) 깊은 곳에 인거인내(人去人來) 추천헐제 귀중하신 도련님과 부질없이 눈이 맞어 이 지경이 웬일이요 ' "앗자(字)에 따니허고 그 밑에 고짜쓰고 손가락을 아드드드득 물어 점을 툭툭 찍었으니 '아이고'라는 말이로구나. 춘향아 네가 이게 웬일이냐 수절이 무삼죈고 제 낭군 수절헌디 그게 무삼 죄가 되어 엄치형장이 웬일이냐 이것이 모도다 내 탓이 로구나! 아 분하다 오메"
<아니리>
"아 분하다.!" 방자곁에서 어사또 우는 모습을 이리저리 보더니 "오메메메 오메 오메! 내 편지 물걸레 되어 버렸네 여보쇼 울려면 내 편지 좀 띠고 울란 말이오 아이고 이것 참 큰일났네." "얘 이 편지 꼭 전해야겠지" "아 두말이나 헐 것이요" "이 편지가지고 한양 가봤자 그 양반 안계신다 " "있고 없는 속을 당신이 어찌 안단 말이요." "그런게 아니라 그 분과 나와는 동문수학하는 처지로서 친한터인디 같이 내려 오다가 가 분은 좌도로 가시고 나는 우도로 오는 길이다. 남원서 만나기로 했으니 니가 한양까지 헛걸음 할 것 있겄느냐? 편지 잘 전했습니다. 허고 거 삯이나 톡톡히 받아 먹으랴므나" "아니 당신 거짓말 아니요?" "이놈아 어른이 아이한테 거짓말 헐 리가 있겄느냐?" "그렇다면 내가 그냥 남원으로 내려가면 쓰겄구만." "그런디 여보쇼 당신 나 본일 없소?" "오 내가 지금 초행이다." 이리 허였다 허나 소리헌느 사람의 재담이지 소년 모시던 사람을 모를 리가 있겄느냐? "아이고! 여 우리 서방님 아니시오 아이고 서방님!"
<중모리>
"소인 방자놈 문안이요 대감마님 행차후의 문안안녕 하옵시며 서방님도 먼먼길의 노독이나 없으시요니까 살려주오. 살려주오, 옥중 아씨를 살려주오.!" "오냐 방자야 우지마라 마라 마라 우지를 말어라 이 얘 방자야 우지마라!"
<아니리>
"이 놈을 당장 삼문출도허여 봉고(封庫)를 허리라!" 방자란 놈은 눈치가 비상헌데다 관물을 많이 먹은 놈이라 이 말을 들으니 어찌 좋든지 저도 말을 함부로 하겄다. "소인이 사또님 보호역졸이 되오면 남원출도시 방망이 로 대강생을 깨뜨리지요." "이 놈아 내가 어사만 하였으면 그리 허겄다. 그런 말이다." "서방님 그런대도 아옵고 저런 대도 아옵내다 소인을 속이지 마옵소서!" 어사또 방자 듣던데 실수를 허셨는지라. "이 애 방자야!" "예 이!" 서간을 얼른 적어주시며, "이걸 가지고 운봉관가에 드리면 주시는게 있을테니 잘 간수했다 남원 광한루에서 만나자" "예 이 서방님 부디 안녕히 행차하소서!" 방자를 보내고 어사또 춘향생각에 더욱 걸음을 재촉하여 내려갈제 때마참 오유월 이종시(移種時)라 농부들이 모를 심으며 풍장(風 )을 치고 농부가를 허는디,
<중모리>
"두리퉁퉁퉁 두리퉁퉁퉁 두리퉁퉁퉁 어럴럴럴 상사뒤여 여흐여 여흐어여여루으 상사뒤여 여럴럴 럴럴 상사디여. 여보시오 농부님네 이내 말을 들어보소 여보 농부님 말 들어요. 인정전 달 밝은디 순임금의 놀음이요 학창의 푸른솔은 산신님의 놀음이요 오뉴월 당도허면 우리 농부시절이로구나. 패랭이 꼭지다 장화(薔花)를 꽂고서 마구잽이 춤이나 추어보세. 여여 여흐어 여루 상사디여 어럴럴럴 상사디여, 여보시오 농부님네 이내 말을 들어보소 농부님 말들어요. 전라도라 허는디는 신산 빛친 곳이라 이 농부들도 상사소리를 상사맺이는디 각기 저정거리고 더렁거리세 여여 여흐어 여루 상사디여" 이리 한참 맥이더니마는 해가 살풋이 넘어가니 자진농부가로 해보는 것이었다.
<중중모리>
두리퉁퉁 퉁퉁 캐갱개갱 얼럴럴 상사디 어흐여루 상사디 어럴럴럴 상사디여 여보소 농부들 말듣소 어화 농부들 말들어 운담풍경 근우천의 방화수류허여 편편으로 나려간다. (후렴) 어화어루 상사디여 어럴럴럴 상사디. 여보소 농부들 말듣소 어화 농부들 말들어 충청도 중복성은 주지가지가 열렸고 강릉땅 밤대추는 아그대 가그대 열렸단다 (후렴) 떠들어온다. 점심 바구니 떠들어 온다. 어화 여루 상사디여. 우리 남원은 사판이요 어찌허여 사판인가 우리골 원님은 놀이판이요 거부장자는 뺏기는 판 육방관속은 먹을 판 났으니 우리 백성들은 죽을 판이로다 어화여루 상사디여 (후렴) 다 되었네 다 되어 서마지기 논뱀이가 반달 만큼 남었네 네가 무슨 반달이냐 추생달이 반달이로다 (후렴)
<아니리>
어사또님이 농부들 틈에끼여 점심얻어 자신 후 대강 탐문하고 가실제 이 곳은 바로 박석고개였다.
<진양조>
박석 튀를 올라서서 좌우산천을 둘러보니 산도 보던 옛산이요 물도 보든 물이다 마는 흐르난 것이니 그 물이야 있겄느냐 광한루야 잘 있드냐 오작교도 무사턴가 객사청청 유색신(客舍靑靑柳色新)은 나귀를 매고 모든 데요 농림숲을 바라보니 춘향과 나와 꼭붙들고 가느니 못가느니 이별허든 곳이로구나. 선운사 종성소리 예듣던 소리로구나 북문안을 들어서니 서리역졸 문안커날 명월거행을 분부허시고 춘향집을 찾아갈 제 일락서산 황혼이되여 집집마다 밥짓노라 저녁연기는 자욱하여 분별할 길 전혀없다. 춘향집 문전 당도허여 취병뒤에 은신하고 동정을 살필적으,
<중모리>
동편에 섯난 반송 주인의 모범의 군자절이요 연못가운데 석가상도 무너지고 강림의 어린 연꽃 물밖의 반만나와 나를 보고서 반기난 듯 후면의 두룬 담은 간간이 무너지고 행랑은 쓰러져서 몸체는 이우러졌네 문위에 붙인 부벽서 충성충자를 붙었더니 가운데 중자풍파에 떨어지고 마음심자만 붙었구나. 뜰아래 청삽사리 큉큉짖고 나서거날 어사또 이른 말쌈, "저 개야 짖지마라 주인과 같은 손님이로다." 문전에 방황하며 이리생각 저리생각
<진양조>
그때여 어사또님이 춘향집을 드려다 보니 춘향모친이 단을 묻고 빌고 있거날, 그 때여 춘향모친은 후원에 단을 놓고 새 사발의 정화수(井華水)를 떠서 새 소반에 받쳐넣고 두손 합장 비난 말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지신 일월성신 화의동심(和議同心) 허옵소서 임자생 성춘향은 낭군을 위하여 수절하다 명재경각이 되었으니 효자 충신 열녀부터는 하나님이 아신 배라 명천이 감동하사 삼청동 이 몽룡씨 전라 감사나 전라어사나 양단간에 시켜주면 옥중 춘향 살리겠소 . 향단아 단상의 물 갈어라 정성도 오날이요 지성신공도 오날밖에 또 있느냐?"
<아니리>
어사또님이 이모양을 보시더니어, 내가 어사되기는 선영덕으로 알었더니 이 곳에 와보니 우리 장모의 정성덕이 반 이상이로구나.이 모양 이꼴로 들어갔다가는 저 늙은이 성질 나를 위여 뜯을테 니 잠시 속여 볼 수 밖에, "이리오너라! 안에 아무도 없느냐 일 오너라!" 춘향모 빌다 깜짝 놀래, "향단아 전에는 이런 일이 없드니 너희아씨가 죽게되니 성조조왕(成造 王)이 발동을 했는가 어떤 사람이 술많이 먹고 오뉴월 장마에 토담무너지는 소리가 난다 내다봐라!" "밖에 누가 왔소? 누구를 찾으시오?" "오 너의 마나님을 잠깐 보러 왔으니 좀 나오시라고 여쭈어라!" "마나님 어떤 거지같은 분이 마나님을 뵙자고 합니다." "이 정황없는 사람을 누가 보자고 헌다냐? 없다고 따 보내라!" "우리 마나님이 어디가고 안 계신디라우" "머 그렇게 딸 것 있느냐 여기서 비는 것 다 듣고 보았다 . 너희 마나님이 안계시다고 허거든 아까 그 삼청동 이 몽룡이 잘되라고 빌든 그 분좀 나오라고 여쭈어라." 향단이 들어와 "마나님, 여기서 비는 것 다 듣고 보았습데다 . 어서 좀 나가보시지요." "그 어떤 사람이와서 오너라 가거라 성가시게 헌다냐!" 춘향모친이 떠들고 나오난디
<중중모리>
춘향모친이 나온다 춘향 어머니가 나오난디 백수민머리 파뿌리되야 가닥가닥이 늘어지고 꼬부라진 허리 손들어 얹고 어정거리고 나오다니, "어허 저 걸인아 물색모르는 저 걸인 알심 없는 저 걸인 남원 사십팔면 중에 내 딸 소문 못들었나 내 신수불길하야 무남독녀 딸하나 금옥같이 길러내여 옥중의 둘었는디 무슨 정황이 있다고 날 찾아왔어." 어사또 이른 말, "내가 왔네 자네가 날 몰라?" "나라니 누구야! 말을 허여야 내가 알지 해는 저물어지고 성부지명부지헌디 내가 자네를 어찌알어!" "허허 늙은이 망령이여 나를 모르나 어허 자네가 나를 모르겄나 내 성이 이가래도 나를 모르겄나?" 춘향모친 이 말 듣고 "이가라니 어느 이가여 성안성의 많은 이가 어느 이간줄 알수 있나 이 사람아 말을 듣소 칠십당년 늙은 년이 무남독녀 내딸 춘향 옥중에다가 넣어두고 옥수바라지를 허느라고 밥못먹고 잠못자니 정신이 없고 눈이 어두워져 어끄저끄 보든 사람 정녕 나는 모르겄네" 어사또 이른 말 "경세(經歲) 우경년(又經年)허니 자네 본지가 오래여. 세거(歲去: 인두백(人頭白: 경세 ~~ 인두백 : 여러해가 지나 자네 본 지가 오래되어 세월이 흘러 머리가 희어 지니.)허여 백발이 완연(宛然)히 되었으니 자네일이 모두 말 아닐세 . 나를 모르나 장모 자네가 망령이여" 춘향모친 이 말 듣더니 "아니 무엇이 어찌여? 장모라니 웬말이여 남원읍내 오입쟁이들 아니꼽고 녹녹터 라 내 딸 어린 춘향이가 외인상대를 아니허고 양반서방을 허였다고 공연히 미워하여 명재경각이 되어지니 너희 마음들이 시원하야 인사 한마디는 전혀없고 내 집 문전을 다니면서 싱글빙글 비웃으며 여보게 장모 장모 라면 환장헐 줄 알고? 이 가라면 이갈린다 듣기싫네 어서 가소!" 어사또 이른 말 "장모가 진정 모른다고허니 거주성명을 일러줌세. 서울 삼청동사는 춘향낭군 이몽룡 그래도 날 몰라" 춘향모친이 이 말을 듣더니 어안이 벙벙허고 흉중이 답답 두 눈이 캄캄 한참 말을 못허더니만 어사또를 무뚜뚜뚜루미 바라보더니, "아이고 이 사람아 왔구나! 우리사위 왔네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는가 얼씨구 내 사우 하날에서 뚝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하운이 다기봉터니 구름속에 쌓여왔나 풍설이 쇄란터니 바람결에 날려왔나. 춘수는 만사택이라 허더니 물이 깊어서 이제온가. 무정허고 야속허데 한번 가더니마는 여영잊고 일장수서가 돈절허니 어찌그리도 무정헌가 야속허다고 일렀더니 어디를 갔다가 이제온가 들어가세 이 사람아 뉘 집이라고 아니 들어오고 문밖에서 주저를 하는가 들어가세 들어가세 내 방으로 들어가세."
<아니리>
방으로 들어가 좌정헌 후 향단이 절을 하며 "소녀 향단이 문안이요" "워따 향단이 인제 너의 아씨는 살었다. 건는 방에 점화허고 고두쇠를 불러 관청에가 고기사오라허고 너는 닭잡어 찬수장만허고 진지 지어라 .그리고 향단아 우선 급한게 촛불이다 춧불 좀 가져 오너라." "촛불은 뭐하러 이리 급히 야단인가" "아이고 우리 사위 얼굴좀 봐야허겄는디 눈이 침침해서 부여야지" "아 이사람아 내일아침에 보아도 실컷 볼텐데 무엇이 그리 급한가" "워따 사위양밤은 대장부마음이라 마음이 넉넉허여 그렇지만 나는 밤이나 낮이나 기다리고 바래든 우리 사위 에전 얼굴이 그대로 있나 어서 좀 보세" 향단이 촛불을 가져오니 춘향어모 받쳐들고 어사또를 자세히 살펴보니,걸인 중에 도 대방걸인이 되었거날 춘향모 간담이 서늘허여 어사또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중모리>
들었던 촛불을 내던지고 "잘 되었구나 잘 되었네 열녀 춘향신세가 잘 되었네 책방에서 글 읽을 때는 낮이 나 밤이나 보고보고 또 보아도 귀골로만 생겼기로 믿고 믿고 믿었더니 믿었던 일 이 모두다 g사로군. 설마 설마 허였더니 설마가 사람을 죽이네그려 " 춘향모친 광기증이 나서 후문으로 우루루루루 들어가더니 칠성단 부어논 물동이 를 눈위에 번쩍 들어서 쾅쾅 부두치며 "백일 정성을 드린다면 아니 된다는게 없다더니 일년이 다 가도록 밤낮 축수 빌었더니 걸인되여 왔네그려. 이 삶아 저 모양 허여가지고 왜 여기 왔나. 내 정성이 부족허여 저 지경이 되었는가 하나님도 노천이 되어 영험이 없어서 이러는가 이제는 잘 되라고 빌어볼 데도 없게 되니 죽었구나 죽었구나 내 딸 춘향이는 영 죽었네." 떳다 절컥 주저앉으며 가삼을 쾅쾅 두다리고 머리도 찍꺽 부딪치며 여광여취 칠성발광 남지서지를 가르킨다.
<아니리>
어사또는 시치미를 뚝 떼고 우는 춘향모만 더 답답허게 꾸미고 있겄다. "장모 날로 봐서 그만 참소 참어. 그런데 참 장모가 말허니 말이지 내 얼골 많이 변했지? 춘향에게 장가올 때는 얼골 좋았지. 얼골 뿐 아니라 형세로 말하드라도 서울서 둘때자라면 섧게 알던 형세인데 그 돈이 나발소리들은 돈이라 그런지 허망허게 달아나 버리데 그려. 아 집안이 망허고 보니 내 꼴도 이렇게 되데 그려 헐 수 있나. 아버님께서 일가댁 사랑에 가 학장질 허시고 어머님은 외가로 가시고 나는 친구 사랑으로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가 풍편에 듣자허니 춘향이가 본관수청을 들어 잘 되었다기에 돈백이나 얻어쓸까하고 불원천리 왔더니 춘향신세는 나보다 더 불행하게 되었으니 내 일이 낭팰세." 춘향모친 기가 맥혀 울화증 나는대로 해서는 당장 쫓겠으나 그럴 수는 없고 살살 말로 따서 쫓을 작정이었다. "이 서방 말을 들으니 가이없소마는 내 신세를 생각허면 더 기맥히요. 어느 아들이 있소 춘향 하나 믿고사는디 제가 저렇게 죽게되니 낸들 무슨 재미로 세간 두 겠소. 이 집도 벌써 팔아 먹고 춘향미움 양식거리도 없으니 이 서방은 구관 사또 자제니 저녁은 물론 잡솼을터이지만 우선 주무실 데가 없소. 불땔래야 낭기도 없고허니 널직한 객사동대청에나 가 주무시오" 향단이가 듣다 엿자오되,
<평중모리>
"여보 마나님 그리마오 쌀 한줌이면 밥을 짓고 나무 한뭇이면 불때지요 서방님 괄세허셨단 말 아가씨가 들으시면 옥중자결 헐 것이니 너무 그리 괄세마오." 만단으로 위로허고 밖으로 나가더니 기둥앉고 돌아서서 옥있는 곳 바라보며 치마자락 끝에다 눈물 흔적을 씻으면서, "아이고 아기씨 무슨 죄가 지중허여 이지경이 웬일이요 서방님 정대허신 처분 아기씨 착한 마음 어찌 복을 못받는고 하나님도 무심허여 살펴주실 줄을 모르시나." 측은한 울음소리 어사또 목이매여, "오냐 향단아 우지마라 마라 마라 우지를 말어라 이 얘 향단아 우지마라 충비로 다 충비로다 우리 향단이 충비로다."
<아니리>
"향단아 그만 울어라 여보게 장모 밥이나 있으면 거 밥이나 한 술 주소" "하이고 자네 줄 밥 있으면 내 속곳에다 풀해 입고 살겄네" "그러면 춘향이나 좀 보여주소" "춘향 죽고 없네." 향단이가 나오며 "서방님 파루(罷漏)나 치거든 가사이다." "오 파루를 쳐야 가느냐?"
<진양조>
초경 이경 삼사오경이되니 파루시간이 됐는지라 파루는 뎅뎅치는데 옥루(玉漏:물시계)는 잔잔(潺潺)이라. 춘향모친은 정신없이 앉아 있고 향단이는 파루소리를 듣느라고 대문밖에 서 있다가 파루소리듣고, "여보 마나님 파루쳤나이다 아기씨한테 가사이다" "오냐 가자 어서가자 갈 시간도 늦어가고 먹을 시간도 늦어간다." 향단이는 등롱을 들고 걸인사위는 뒤를 따라 옥으로 내려갈제 밤 적적 깊었는데 인적은 고요허고 밤새소리난 북 북 옥문거리를 당도하여 옥문열쇠 부여잡고 사또가 알까 걱정이 되어 크게 부르든 못허고, "사정이 사정이! 아이고 웬수놈 또 투전하러갔구나. 아가 춘향아 춘향아!" "아 이사람아 춘향을 그렇게 불러서 알아듣겠나 목소리를 크게 내어 불러보게 춘향아!" 춘향모 깜짝놀래 어사또 입을 막으며 "어따 이 사람아 왜 이렇게 떠드는가! 만일 사또가 알거드면 자네죽고 나 죽고 춘향죽고 향단 죽고 뭍죽음이 날거진데 어쩌자고 알심없이 떠들며 사또가 알면 촉대빼(뼈) 옹두리빼 부러져!" "촉대빼 오두리빼는 나중에 어느 놈이 부러지든지 좀 크게 불러보소" "아가 춘향아 아이고 저게 기절했나 대답이 없네." 이렇듯 춘향을 부르고 자진헐게 그때여 춘향이난 내일 죽을 일을 생각허니 정신이 삭막하여 칼머리 베고 누었다가 홀연히 잠이 들어 비몽사몽간에 남산백호가 옥담을 뛰어 넘어들어 춘향앞에가 우뚝 주홍입 짝 허헌 으르르르르 깜짝 놀래여 깨달으니 무서운 마음이 솟굳하여 소름이 끼치며 몸에서 땀이 주루 벌렁벌렁 떨고 앉었을제 부르는 소리가 언뜻언뜻 들리거날 모친인 줄은 모르고 귀신소리로 짐작하고, "아이고 이 몹쓸 귀신들아 나를 잡어 갈라거든 조르지 말고 잡아 가거라 내가 무삼 죄있느냐 나도 만일 이 옥문을 못 나가고 이 자리에서 죽게되면 저것이 모도 다 내 동무지. '음금금여울령사바아(庵急急 如律令 裟婆阿)' "
<아니리>
춘향모친 그 소리를 듣더니 "아이고 인자 죽을란가. 헛소리를 허네그려" "밖에 누가 왔소?" " 아가 춘향아! 어미왔다 정신 차려라." "아이고 어머니 이 밤에 어찌 또 오시었소?" "오냐 내가 너더러 헐 말이 있어왔다. 이만큼 나오너라.
<중모리>
춘향이가 나오는디 형문맞인 다리 장독이 나서 걸을 수가 전혀없네 아픈다리를 저만큼 옮겨놓고 몽구작 몽구작 나오더니 "아이고 엄마 어찌왔소?" "오냐 왔다" "오다니 누가와요 서울서 편지가 왔소?" "흥 ! 호장없는년 차라리 그전대로 있고 편지나 왔으면 뉘아니 좋겠냐 통째 왔드라" "아이고 어머님 통째라니 나다려 갈라는 가마가 왔소?" "너 죽으면 태워갈 들것도 안왔드라" "아이고 그러면 누가와요" "네 평생 원하든 ,앉어도 서방 누워도 서방 죽어가면서도 서방허든 너의 서방 이몽룡씨 비렁거리되어 왔다. 어서 나와 얼골 좀 보아라." 춘향이가 이 말을 듣더니 어간이 벙벙 흉중이 콱 맥히여 한참 말을 못더드니마 는 눈을 번히 뜨고 바라보더니 옥문큼으로 손을 내어 빈손만 내두르며, "서방님이 오셨거든 나의 손에 잽혀주오." 어사또 목이매어 춘향손을 부여잡더니 누물이 듣거니 맺거니 "오냐 춘향아 우지마라 부드럽고 곱던 손길 피골이 상연허니 네가 이것이 웬일이냐?" "나는 이게 내 쥐요마는 귀중허신 서방님이 저 모양이 웬일이요!" "나도 역시 팔자로다" "아이고 저 빌어도 못 먹을년 저렇게 헐게 생긴 것 보더니마는 단박에 환장을 허네그려."
<중모리>
"어머니 그리마오 그게 웬 말쌈이요. 잘 되어도 내 낭군 못되어도 나의 낭군 고관대작 나느 싫고 만종록도 내 다 싫소 어머님이 정한 배필 좋고 글코 웬말이요 나를 찾어오신 낭군 어찌 그리 괄세하오." "서방님" "오냐 헐 말이 있거든 어서 말하여라." "내일 본관사또 생신잔치 끝에 나를 올려 죽인다니 부디 멀리 가시지 말고 옥문 밖에가 서셨다가 날 올리라고 영 나리거든 칼머리나 들어주오. 나를 죽여 내치거든 다른 사람 손대기전에 삯군인체 허고 달려들어 나를 업고 물러나와 우리 둘이 인연맺든 부용당 날 뉘이고 내 속적삼 벳겨내어 세벌둘러 초혼허고 서방님 속적삼 벗어 나의 가삼을 덮어주고 지상여를 곱게 꾸미여 나를 메고 나갈 적의 심산구산 다 버리고 서울로 올라가 선대감 제절하의 은근히 묻어주고 무덤앞에 비를 세워 글을 지어 새겨쓰되 '수절원사 춘향지묘(守節寃死 春香之墓)' 라 여덟자만 새겨주고 정초 한식 단오 추석 선대감시 제 잡순 후 내 무덤을 찾어와기여 술 한잔만 부어들고 발 툭툭 세 번굴러 '춘향아 청초는 우거진디 앉었느냐 누었느냐 내가 와서 주는 술이니 퇴지말고 많이 먹어라' 한두말로 위로 허면 혼이라도 한 없겄소" 어사또 이 말을 듣고 "오냐 춘향아 우지마라 오늘밤이 새고보면 상여를 탈지 가마를 탈른지 그 속이야 누가 알겄느냐 '천붕우출(天崩牛出)'이라 하날이 무너져도 소 살어날 궁기가 있는 법이니 오늘 밤만 죽지말고 내일날로 상봉허자"
<아니리>
"춘향아 내가 너더러 꼭 할말이 있다마는 지금은 말못하겄고 내일 설화허자" 새수없는 춘향모 "자네 누구 때문에 말 못허는가 나 없으면 사담(私談)할 일 있는가?" 어사또 들은 척도 아니허고 "춘향아 내가 너더러 할 말은, 내가 어어 참 기맥힌다" "아가 너 이 말속 알어 듣겄냐? 서울서 여기까지 어어 얻어먹고 왔단 말이다" "아이고 어머니 서방님 참혹한 형상 차마 눈으로 못 보겄소. 내 함속에 은비녀와 가락지도 들었으니 얼마라도 받고 팔어 서방님 의관 의복 해 드리고 나 죽은 후에라도 부디 괄시를 마옵소서" 춘향모 이 말을 듣더니 "오, 가락지 비녀가 다 있고만." "서방님 마나님 말씀 노여마시고 댁으로 가옵시다." "나는 볼 일이 총총허니 내 밥이나 지어두어라 내일 아침에 가마" 춘향모와 향단이는 집으로 돌아가고 어사또는 내일 거사할 일을 생각하며 이리 저리 거닐적의 날은 벌써 밝은 지라 이 날은 본관 사또 생신 잔치날이라 날이 늦으막허니 각골 수령들이 모여드는디,
<자진모리>
각읍수령 모여들제 인물좋은 순장군수 임실현감 운봉영장 자리호사 옥과현감 부채치례 남평현령 울고나니 곡성원님 문무좋다 강진원님 서면으로 들어올제 청전에 구름뫼듯 백운중의 신선뫼듯 일산(日傘)이 팟종지여 행차따린 하인들 통인 수배 급창 나졸들이 야단이로구나. 본관사또 주인이라 동헌에 포진을 헌다 분합문 (分闔門)을 높이달고 백포장으로 해를 막고 육간대청 너른 마루 화문석 호피도듬 안석(案席) 타구(唾具) 재떨이 좌촉롱(坐燭籠) 청사입혀 불킬 듯이 달어놓고 녹의 홍상 기생들 채색단장 착전립(着氈笠) 오락가락의 노는 양 내하의 몸이 들고 음식이 풍부헌디 풍악이 낭자헌다. 통인불러 새면치고 기생은 마주서서 배따래기 년풍대 쌍검무 보기좋고 생황 양금 줄풍류 피리 젓대 풍악소리가 원근에 낭자헐제 그 때여, 어사또는 조반 많이 먹고 동헌에 급히 가서 구경꾼 함께 섞여 이리저리 다니다가 신명이 우쭉나니 여가 끼웃 저가 끼웃 여가 웃줄 저가 웃줄 대상으로 뛰어올라. "좌중이 평안하오." 통인 급창 달려들어 옆밀거니 등밀거니 귀퉁이 겹뺨치니 어사또 기가 막혀 상기둥을 꽉붙들고,
<아니리>
"예라 이놈들! 가난한 양반 옷찢어진다. 기둥뿌리가 빠졌으면 빠졌지 내가 나갈 사람같으면 여기를 왔겄느냐 나를 쫓아내라는 놈은 쇠 아들놈이요 나가는 사람은 인사불성이니라!" 운봉이 무변(武邊)에 있었던 양반이라 눈치있고 재치있어 어사또를 바라보니 분명 일이 든듯하여 하인을 꾸짖고 "여보시오 본관양반 저 분을 보아허니 의복은 남루허나 양반이 분명한디 시속에 상한(常漢)들 이 양반을 모르오니 관장된 우리네가 양반을 대접을 아니하면 뉘가 아오리까 말석에 좌를 주어 한잔 대접 하옵시다." "그러시다니 운봉뜻대로 하시요마는 저런 사람은 하인청에서 대접헐텐데 진찬헌 일이요" 운봉이 사령들을 호령하며 "에라! 네, 그 양반 일 모셔라." 어사또 이 말을 듣더니 신발벗고 발에 먼질르 털며 혼자말로 군담허되, "안다 안다 운봉이 아는군 운봉이 과만(瓜滿)이 되었으나 가삼년을 시켜보자." 선뜻 올라 운봉옆에 앉으니 운봉이 사령들게 분부허여 "여, 너 이 양반께 상차려 올려라." 물색모르는 사령들이 어사또 상을 차리는디,
<휘모리>
모떨어진 개상반에 긁어먹든 갈비한 대 건저 먹든 콩나물국 병든 대추 묵전포 뻑뻑한 막걸리를 어사또 앞에 놓으며 "어서 먹고 속거천러(速去千里)"
<아니리>
어사또 운봉옆으로 바싹 앉으며, "운봉영감, 여러관장네 입이나 이런 과객의 입이나 입은 마찬가질테니 나도 거 약주 한잔 주오" 운봉이 받었든 술잔을 주며, "자 , 이 술 자시오" 어사또 술을 받어놓고 부채를 거꾸로 들더니 운봉 갈비대를 쿡 찌르며, "운봉영감" 운봉이 깜짝놀래 "허 이 양반 왜 이러시오" "저기 저상에 갈비한 대 좀 먹게 해주오." "아 이 양반아 갈비를 달라면 익은 쇠갈비를 달라헐 일이지 사람의 갈비를 그렇게 찌른 단 말이요" "네, 여봐라. 저상의 갈비 내려다 이 양반께 올려라!" "그망두오. 얻어먹는 사람이 남의 수고까지 빌릴 것 있나?" 벌떡 일어나더니 이 상 저 상 다니며 진미만 잔뜩 갖다놓고, "허, 이래놓고보니 내 상도 볼 품이 나는구나." 부채꼭지로 운봉옆구리를 또 쿡 찌르며 "여보 운봉" 운봉이 질색허여 "아니 이 양반 미쳤소?" "내가 미친게 아니라 기생보니 술을 그대로 먹을 수가 있소? 저기 본관 곁에 앉은 기생 불러 날 권주가 한마디 시켜주오." "글세 권주가는 좋으나 그 부채좀 놓고 말씀하시오 옆구리 창나겠소" "네 여봐라. 저 기생 이리와 이 양반께 권주가 한자리 불러드려라." 기생이 일어나며 관장의 말이라 거역할 수도 없고 아니꼬운 태도로, "참 별꼴을 다 보겠네. 간밤꿈에 박작을 쓰고 벼락을 맞어 보이더니 별놈의 꼬락 서니를 다 보겠어." "이 얘. 네 꿈 열락없이 잘꾸었다. 박작을 쓰고 벼락을 맞어? 하하하. 흉몽대길이 로다 무슨 좋은 수가 있겠다. 어서 권주가나 불러봐라."
<시조종장>
"진실로 이 잔 곧 받으시면 천만년이나 이 모양 이 꼴. 엣수 잡수!"
<아니리>
어사또님이 기가맥혀 "너 어디서 권주가 배웠는지 참 잘한다. 명기로다! 권주가를 들어보니 새로난 권주가로구나. 이 술 너와 둘이 동배주허자." 기생에게 술을 권하거니 기생은 안받을랴거니 밀치락 닥치락허다 술이 자리에 쏟아졌구나. "허! 점잖은 좌석에 좋은 자리를 버렸도다" 도포소매 술을 적셔 좌우로 냅다 뿌려노니 좌중이 발동허여 "이런, 운봉은 별 것을 다 청하여 좌석이 이리 요란허요." 본관이 불쾌허여 운자(韻字)를 내여 걸인을 쫓기로 하겄다. "좌중에 통할 말이 있소. 우리 근읍 관장들이 모여 노는 좌석에 글이 없어 무미하니 글 한 수씩 지음이 어떻겠소?" "좋은 말씀이오." "만일, 문자대로 못짓는 자 있으면 곤장 댓개씩 때려 밖으로 내쫓읍시다" "그럽시다" "운자는 본관영감이 내시오" "본관이 운자를 내는디, 기름고(膏) 높은고(高) 두 자운을 내놓으니 어사또 함소 (含笑)허며 허는 말이 "나도 부모님덕에 천자권이나 읽었으니 나도 글한 수 짓겠소" 운봉이 눈치있어 통인 불러 "네, 저 양반께 지필연(紙筆硯) 갖다 드려라" 지필묵 갖다 어사또 앞에 놓으니 어사또 일필휘지하야 글지어 운봉주며 "운봉은 밖으로 나가 조용한 틈을 타서 한번 떼여보시오" 운봉이 받어 밖에 나가 떼어보니 글이 문장이요 글씨 또한 명필이라. 고금을 막론하고 위정자는 이 글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할 여지가 있는 것이었다. 그 글에 허였으되, 유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락시(燭淚落時)에 민루낙(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에 원성고(怨聲高)라 (금술동이에 담긴 좋은 술은 천사람의 피로 만들었고 옥쟁반에 담긴 안주는 만사람의 기름으로 만들었으니 촛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운성소리가 높다.)
<자진모리>
동헌이 들석들석 각청이 뒤누을제 "본부수리 각창색(本部首吏各倉色:본청 관아의 아전 우두머리와 각 창고지기) 진휼감색(賑恤監色:흉년에 가난한 백성을 도와주는 직책) 착하뇌수(捉下牢囚:감옥에 가둠)허고 거행형리 성명을 보한 연후 삼행수 부르고 삼공형을 불러라. 위선(爲先) 고량(庫粮)을 신칙(申飭:알아듣게 타일르고)하고 동헌에 수례차(受禮次)로 감색을 차정(次定)하라 공형을 불러서 각고하기(各庫下記)재촉 도서원(都書員)을 불러서 결총(結總)이 옳으냐 전대동색(錢貸同色) 불러 수미가(需米價) 줄이고 군색을 불러서 군목가(軍牧價) 감허고 육직(肉直)이 불러서 큰소를 잽히고 공방을 불러서 음식을 단속 수노(首奴)를 불러서 거회(巨會)도 신칙 사정이 불러서 옥쇄를 단속 예방을 불러 공인을 단속 행수를 불러 기생을 단속하라!" 그저 우군우군 남원성중이 뒤넘는디 좌상의 수령네는 혼불부신(魂不付身)하야 서로 귀에대고 속작속작 남원은 단절이요 우리가 여기 있다가는 서리맞기 정녕하니 곧 떠납시다 .운봉이 일어서며 "여보 본관장 나는 떠나야게소" 본관이 겁을 내며 운봉을 부여잡고 "조금만 더 지체하옵시오." "아니요. 나는 오날이 우리 장모님 기고일이라 불참하면 큰 야단이 날 것이니 곧 떠나야겠소." 곡성이 일어서며 "나도 떠나야겠소." "아니 곡성은 또 웬일이시오" "나는 초악(疾)이 들어 오늘이 직(첫)날이라 어찌 떨었든지 시방 떠나야겠소." 그때여 어사또는 기지개를 불끈 "예이 잘 먹었다. 여보 본관사또 잘 얻어먹고 잘 놀고 잘 가오마는 선뜻허니 낙흥(落興)이요." 본관이 화를 내여 "잘 가든지 마든지 허제 분유헌 통에 쉰사라니 그럴일이요" "우리 인연있으면 또 만납시다" 어사또 일어서며 좌우를 살펴보니 청패역졸(靑牌驛卒) 수십명이 구경꾼같이 드문 듬성 늘어서 어사또 눈치를 살필적의 청패역졸 바라보고 뜰아래로 내려서며 눈한번 꿈쩍 발한번 툭 구르고 부채짓 까닥허니 사면의 역졸들이 해같은 마패를 달같이 들어메고 달같은 마패를 해같이 들어메고 사면에서 우루루루 삼문을 후닥딱! "암행어사 출두야 출두야 암행어사 출두허옵신다!" 두세번 외는 소리 하날이 답숙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백일벽력(白日霹靂) 이 진동허고 여름날이 불이붙어 가삼이 다 타는구나. 각읍수령이 겁을 내여 탕건 (宕巾)바람 보선발로 대숲으로 달아나며 "통인아 공사궤(公事櫃) 급창아 탕건 줏어라" 대도집어 내던지고 병부 입으로 물고 힐근 실근 달아날제 본관이 겁을 내어 골방으로 달아나며 통인의 목을 부여안고 "날 살려라 통인아 날 살려라" 혼불부신이 될 적의 역졸이 장난하다 이 방딱 공방 형방 후닥딱 "아이고 아이고, 나는 삼대독신이요 살려주오 어따 이 몹쓸 아전놈들아 좋은 벼슬은 저희가 다 허고 천하몹쓸 공방시켜 이 형벌이 웬일이냐!" 공형 아전 갓철대가 부러지고 직령동이 떠나가고 관청색은 발로채여 발목삐고 팔 상헌채 허둥지둥 달어날제 불쌍하다 관노사령 눈빠지고 코떨어지고 귀떨어지 고 덜미치여 엎더지고 상투지고 달아나며 "난리났네!" 깨지나니 북 장고요 둥구나니 술병이라 춤추든 기생들은 팔벌린채 달어나고 관 는 밥상잃고 물통이를 들어오며 "사또님 세수잡수시오" 공방은 자리잃고 멍석말아 옆에 끼고 멍석인 줄은 모르고 "어따 이 제기럴 자리가 어이 일 무거우냐" 사령은 나발 잃고 주먹쥐고 "홍앵홍앵" 운봉은 넋을 잃고 말을 거꾸로 타고 가며 "어따 이 놈의 말이 운봉으로는 아니가고 남원성중으로만 부두둥 부두둥 들어가니 암행어사가 축천축지법(縮天縮地法)을 허나 부다." "훤화(喧譁)금 하랍신다." "쉬 -이 " 어사또 동헌에 좌정하시고 대안형리 불러 각각죄인 경중 헤아려 처결 방송하신 후 "옥죄인 춘향 올려라!" 영이 나니
<중모리>
사정이 옥쇠를 물와들고 삼문밖을 썩나서며 옥문앞을 당도허여 용수없이 잠긴 열쇠를 땡그렁청 열다리고 "나오너라, 춘향아 수의사또 출도후의 널르 올리라고 열 나렸나니 어서 급히 나오너라!" 춘향이 기가막혀 "여보시오 사정번수(司丁番手) 사문밖에나 옥문밖에나 포도복(布道服) 헌 파립(破笠)의 과객(過客)하나 못 보았소?" "아 이사람아 이 난리통에 누구 누군 줄 안단 말인가?" "아이고 이게 웬일이고 아이고 이게 웬일이여 갈매기는 어데가고 물드는 줄을 모르고 사공은 어데가서 배떠난 줄 몰랐으며 우리서방님은 어데가시고 내가 죽는 줄을 모르신가." 울며 불며 쩌 붙들고 관문앞을 당도허니 벌떼같은 군로사령 와르를 달려들어
<아니리>
"옥죄인 춘향 대령이요!" "해칼허여라" "해칼하였소." "춘향 듣거라 너는 일개천기의 자식으로 관장에 발악을 허고 관장에게 능욕을 잘 한다니 그리허고 네 어찌 살기를 바랄까" "아뢰어라" "절행에도 상하가 있소. 명백허신 수의사또 별반 통촉하옵소서." "그러면 네가 일정한 지아비를 섬겼을까?" "이(李) 부(夫)를 섬겼내다" "무엇이 ? 이부(二夫)를 섬기고 어찌 열녀라 할꼬?" "두 이자가 아니오라 오얏이자 이 부로소이다" 어사또 마음이 하도 좋아 슬쩍 한번 떠보난디, "네가 본관 수청은 거역하였지만 잠시 지나는 수의사또 수청도 못 들을까 이 얘 내 성도 이(李) 가(哥)다"
<중모리>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어사라 하는 벼살은 수의를 몸에 입고 이골저골 다니시며 죄목을 염탐하여 죽일 놈은 죽이옵고 살릴 놈은 살리옵지 수절하는 게지에게 금남허러 내려왔소 소녀 절행 아뢰리다 진국명산 만장봉이 바람이 분다 쓰러지며 층암절벽(層岩絶壁) 석상 돌이 눈 비 온다고 썩어질까 내 아무리 죽게 된들 두 낭군이 웬 말이요. 소녀의 먹은 마음 수의사또 출도후의 새 새원정을 아뢴 후에 목숨이나 살아날까 바랬더니마는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 ,양반은 도시 일반이요 그려. 송장 임자가 문밖으 왔으니 어서 급히 죽여주오."
<아니리>
어사또 다시 묻지 안허시고 금낭(金囊)을 어루만저 옥지환을 내어 행수 기생을 불러주며 "네, 이걸 갖다 춘향주고 얼골을 들어 대상을 살피래라" 춘향이가 받어보니 서방님과 이별시에 드렸던 지가 찌든 옥지환이라 .춘향이가 넋을 잃은 듯이 들고보더만 "네가 어데를 갔다 이제야 나를 찾어 왔느냐" 대상을 바라보더니 "아이고 서방님!" 그 자리에 엎드러져 말 못허고 기절을 허는구나. 어사또 기생들에게 분부하사 춘향을 부축허여 상방에 뉘여놓고 찬물도 떠먹이며 수족을 주무르니 춘향이 간신이 정신차려 어사또를 바라보니
<창조>
어제 저녁 옥문밖에 거지되여 왔던 낭군 춘풍매각(春風梅閣) 큰 동헌에 맹호같이 좌정허신 어사낭군이 분명쿠나 춘향이가 어사또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중모리>
"마오 마오 그리마오 서울양반 독합디다. 기처불식(其妻不識)이란 말이 사기에는 있지마는 내게조차 이러시오 어제저녁 오섰을제 날보고만 말씀허였으면 마음놓고 잠을 자지 지나간 밤 오늘까지 간장탄 걸 헤아리면 살어있기 뜻밖이요. 반가워라 반가워라 설리예춘(雪裡睿春)이 반가워라 외로운 꽃 춘향이가 남원옥중 추절이 들어 떨어지게 되었더니 동헌에 새봄이 들어 이화춘풍이 날 살렸네 우리 어머니는 어디를 가시고 이런 경사를 모르시나."
<아니리>
그때여 춘향모난 사위가 어사된 줄도 알고 춘향이가 옥중에서 살아난것도 알았건만 간밤에 사위를 너무 괄시한 간암이 있어 염치없어 못들어가고 삼문밖에서 눈치만보다 춘향입에서 어머니소리가 나니 옳제,인자되었다 하고 떠들고 들오난디,
<자진모리>
"어데가야 여기있다 도사령아 큰문잡어라 어사 장모님 행차허신다. 열녀춘향 누가 낳나 말도 마소 내가 낳네 장비야 배 다칠라 열녀 춘향 난 배로다 네 요놈들 오늘도 삼문깐이 억셀테냐
<중중모리>
얼씨구나 좋을씨구 절씨구 풍신이 저렇거든 보국충신이 안될까 어제저녁 오셨을 제 어산줄은 알었으나 남이알까 염려가 되어 천기누설(天機漏泄)을 막느라고 너무 괄세허였더니 속모르고 노여웠지 내 눈치가 뉘 눈치라 그만 일을 모를까 얼씨구나 내딸이야 위에서 부신 물이 발치까지 내린다고 내 속에서 너 낳으니 만고열녀가 아니 되겠느냐 얼씨구나 좋을씨구 절로 늙은 고목 끝에 시절연화가 피였네 불중생남(不重生男 生重女) 날로두고 이름이로구나.지화자 좋을시구 남원부중 사람들 아들낳기 원치말고 춘향같은 딸을 나 곱게곱게 잘 길러 서울사람이 오거들랑 묻지 말고 사위 삼소 얼씨구나 잘씨구 수수광풍(誰水狂風) 적벽강 동남풍이 불었네. 궁뎅이를 두었다가 논을 살까 밭을 살까 흔들데로만 흔들어 보세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좋을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