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풍속/기차
보이기
< 태양의 풍속
레일을 쫓아가는 기차는 풍경에 대하여도 파랑빛의 로맨티시즘에 대하여도 지극히 냉담하도록 가르쳤나 보다. 그의 끝없는 여수를 감추기 위하여 그는 그 붉은 정열의 가마 위에 검은 강철의 조끼를 입는다.
내가 식당의 매뉴 뒷등에
(나로 하여금 저 바닷가에서 죽음과 납세와 초대장과 그 수없는 결혼식 청첩과 부고들을 잊어버리고
저 섬들과 바위의 틈에 섞여서 물결의 사랑을 받게 하여주옵소서)
하고 시를 쓰면 기관차란 놈은 그 툰탁한 검은 갑옷 밑에서 커-다란 웃음소리로써 그것을 지워버린다.
나는 그만 화가 나서 나도 그놈처럼 검은 조끼를 입을까 보다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