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풍속/태양의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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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아

다만 한 번이라도 좋다. 너를 부르기 위하여 나는 두루미의 목통을 비러오마. 나의 마음이 무너지 터를 닦고 나는 그 위에 너를 위한 작은 궁전을 세우련다. 그러면 너는 그 속에서 살아라. 나는 너를 나의 어머니 나의 고향 나의 사랑 나의 희망이라고 부르마. 그리고 너의 사나운 풍속을 쫓아서 이 어둠을 깨물어 죽이련다.

태양아

너는 나의 가슴속 작은 우주의 호수와 산과 푸른 잔디밭과 흰 방청에서 불결한 간밤의 서리를 핥아 버려라. 나의 시냇물을 쓰다듬어 주며 나의 바다의 요람을 흔들어 주어라. 너는 나의 병실을 어족(魚族)들의 아침을 데리고 유쾌한 손님처럼 찾아오너라.

태양보다도 이쁘지 못한 시(詩). 태양일 수 없는 서러운 나의 시를 어두운 병실에 켜놓고 태양아 네가 오기를 나는 밤을 새워 가며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