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풍속/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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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햇볕은 백금의 비눗방울

수평에 넘쳐 흐느끼는 황해의 등덜미에서 그것은 투겨올리는 푸른 비눌쪼각.

젖빛 구름의 '스카트'가 淫奔(음분)한 바다의 허리를 둘렀다.


傲慢(오만)한 해양의 가슴을 갈르는 뱃머리는

바다를 嫉妬(질투)하는 나의 칼날이다.

젖혀지는 물결의 흰 살덩이. 쏟아지는 흰 피의 奔流(분류).


내 눈초리보다도 높지 못한 먼 돛

그 돛보다도 더 높지 못한 수평선

검은 섬이 달려온다. 누른 섬이 달려간다.

함빡 바람을 들이켠 붉은 돛이 미끄러진다.


나의 가슴에 감겼다 풀리는 바람의 '테이프'

저기앞은 벌써 북한산의 저편에-

열대의 심술쟁이 태붕은 적도에서 코고나보다.


'마스트' 춤추는 빨간 깃발은 일직선.

우리들의 항해의 방향.

항구도 벌서 부풀어 오르는 潮水(조수)의 저편에 꺼져버렸다.


바람은 羅紗(나사)와 같이 빛나고

햇볕은 부스러 떨어지는 雲母(운모)가루.


키를 돌리지 말어라.

해도는 옹색한 휴가증명서.

뱃머리는 언제든지 서남의 중간에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