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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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원여러분,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통합진보당의 18대 대통령선거 후보 이정희입니다.

지난 6개월, 우리 민중들 앞에 한없이 죄송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통합진보당이 멈춰 있던 그 시간에 그렇게도 피하고 싶었던 쌍용차의 23번째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콜트콜텍 노동자는 대법원에서 이기고도 세 번째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또 다시 송전탑에 올라야 했습니다. 지난 5년간 정치권 최대 쟁점이었던 한미FTA는 이번 대선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습니다.

통합진보당이 아픈 만큼 당원들도 아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통합진보당은 삶이고 사랑이며 희망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긴 시간을 견디게 해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오로지 민중에 헌신하는 마음으로 단결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길이고 그래야만 이긴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중요한 순간에 제가 이 교훈을 잊었습니다.

그런 제가 감히, 이번 대선에서 후보로 나서겠다고 당원 여러분께 청했습니다. 부족했지만 거짓으로 이익을 취하지 않았고 박영재 당원을 떠나보내는 고통을 만들어냈지만 쏟아지는 공격 피하려고 제 살 길 찾아 떠나지 않았기에 청했습니다. 상처 입은 몸, 들씌워진 굴레 그대로라도 길을 헤쳐 나가야 우리 민중이 죽어가지 않는다는 것 알기에, 책임감 하나로 국민들 앞에 다시 섰습니다. 맡겨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경선 기간 동안 당을 위해 애쓰신 민병렬 후보님께 감사드립니다. 힘을 모아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겠습니다. 강병기 비상대책위원장님과 함께 당의 단결을 가장 큰 힘으로 삼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번 대선을 우리 민중의 승리로 만들겠습니다. 통합진보당이 역사에 진 진보적 정권교체의 책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5년 전 우리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평화는 이미 반석 위에 올랐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나라당이 다시 집권한다 해서 민주주의와 평화가 근본에서 파괴될 일은 없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했습니까? 지난 5년 동안 우리 모두 똑똑히 보았습니다.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위기, 민중 생존 위기, 남북관계 위기에 빠졌습니다. 용산 참사와 쌍용차 강제 진압의 악몽이 SJM 용역투입으로 되풀이됩니다. 이제 연평도를 넘어 임진각까지 남북 충돌의 급박한 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 민중은 두 번 다시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우리 민중은 유신 독재의 퍼스트레이디가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는 일을 결코 허락하지 않습니다. 수구보수세력은 재집권을 위해 신북풍공작과 공안탄압으로 야권을 분열시키고 위축시키며 민중을 짓밟을 것이지만, 통합진보당은 우리 민중의 단호한 결심을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실현시킬 것입니다.

우리 민중은 민주정부 10년의 쓰라린 상처도 잊지 않았습니다. 민중 스스로 힘을 가져야만 정리해고, 손배가압류, 한미FTA로 죽어간 노동자 농민이 다시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 민중은 이 과제를 더 이상 미루어 두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 과제가 이번 대선에서 동시에 실현되는 것, 수구보수세력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입니다. 다시는 한국 사회가 수구 보수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지 여러분, 남은 59일 동안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실현하느냐 못하느냐는 오직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우리를 기다려준 민중들에게 이제는 정말 보답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이유이고 우리가 영광으로 간직한 책무입니다. 두 가지 과제를 실현시키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오직 하나, 헌신입니다. 오직 하나, 단결입니다. 동지 여러분, 해내시겠습니까? 해 내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앞에 서겠습니다. 집요하고 지독한 보수언론의 화살, 제가 다 맞을 것입니다. 어떤 독이 묻어 있더라도 다 녹여 없애겠습니다. 깊이 쌓인 민중들의 원망, 제가 무릎 꿇고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체념과 좌절을 극복하고 목표를 이루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다시 일어서는 것 밖에 없다는 것, 누구보다 우리 민중들이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당원 여러분, 노동자 농어민 서민 속으로 들어갑시다! 그 심장에 불을 붙입시다!

한국 정치는 진보 정치의 성장만큼 발전했습니다. 민주노동당 창당으로부터 13년 만에 진보의제가 한국정치의 보편 주제가 되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말합니다. 재벌개혁의 여러 방안을 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재벌개혁을 말한 어떤 정권도, 정경유착의 음습한 고리를 끊지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경제민주화는 수십 년 지속돼 온 낡은 기득권의 고리를 끊는 일입니다. 재벌개혁 아이디어가 나열된 공약집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경제 주체가 서로 대등한 힘과 권한을 갖지 못하면, 노동과 자본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소용없습니다. 재벌대기업에 대한 어떤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대통령의 의지가 약화되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으면 다시 예외가 생겨나고 규제는 사라집니다. 재벌대기업을 몇 개로 분리하더라도, 대대로 이어져온 재벌대기업의 권력과 부는 대통령 임기 5년을 가볍게 뛰어넘어 원상회복됩니다. 우리 국민들이 이 모습을 한 두 번 보았습니까. 다 알지 않습니까. 또 다시 대통령의 선의에 우리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 없습니다.

어떤 분은 20세기 초반 미국의 뉴딜을 말합니다. 그러나 그 시대에 미국 연방정부가 ‘전국노동관계법’을 제정하고 노동조합 가입을 적극적으로 독려해서 10%대의 노동조합 조직률을 35%로 끌어 올린 것은 말하지 않습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노동자의 단결된 힘이 커져, 경제 주체 간 힘의 균형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저는 노동3권을 전면 보장하고 노동조합 조직률을 50%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을 경제민주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일하는 사람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통합진보당의 당원들은 아래에서부터 노동조합을 건설해 왔습니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강력하게 옹호해야 합니다. 이것이 경제민주화로 가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길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정권이 바뀌어도 결코 역전되지 않는 경제민주화로 가는 길입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정치가 싸우기만 하고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한다고들 합니다. 정치가 분열이 아닌 통합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상합니다. 새누리당을 두고 정치 혁신이 됩니까? 4대강 사업에 MB악법, 한미FTA 밀어붙인 새누리당이 국민 무시 정치의 표본 아닙니까? 야당이 힘 합칠 만하면 분열 공작 일삼고 통합진보당에 부정 종북 딱지 붙여 조리돌림으로 내몰고는 선거철 됐다고 또 NLL 논란 만들어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까지 종북으로 모는 새누리당이 정치 통합의 가장 큰 장애물 아닙니까? 매관매직으로 의원 자리 나눠주고도 제명시키면 그만이고 보육비 공약 반값등록금 공약 뒤집어도 입 다물면 그만인 새누리당이 정치 혐오를 불러온 가장 큰 책임자 아닙니까?

정치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새누리당을 한국 정치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그러면 싸우는 정치 사라지고 토론 정치가 시작됩니다. 그 때서야 말 바꾸는 정치 없어지고 신뢰의 정치가 시작됩니다. 아무리 쇄신 외쳐도 부정부패 끊이지 않아 정치 혐오 키운 새누리당 놓아두고 아무리 과거를 사과해도 또 다시 유신 밖에 할 것 없는 박근혜 후보 놓아두고 야당이 쇄신하면 정치 혐오가 없어집니까. 거악을 제거해야 정치가 바뀝니다. 정치혁신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새누리당을 몰아내 인신공격과 흑색선전, 북픙공작과 종북공세를 한국 정치에서 없애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안의 부족함은 아무리 작더라도 크게 보고 바꿀 것이지만, 거악의 본산 새누리당에 맞서 단합해야 할 민주진보세력의 단점을 파헤쳐 그것을 이유로 단합을 미루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국민들은 민주진보진영 안에서도 더 깨끗하고 정직하며 민중들 속에서 숨 쉬는 세력을 알아보고 지지하실 것이지만, 거악과 일전을 앞에 둔 지금, 국민들을 작은 것에 분노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정치는 곧 새누리당 없는 정치입니다. 새누리당을 퇴출시키기 위해 모든 힘을 다 모아내야 합니다. 친일의 과거로부터 시작된 한국 정치 부패의 본산을 뿌리 뽑아 한국 정치를 근본부터 혁신시키겠습니다. 통합진보당과 제가 해내겠습니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연평도를 찾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목숨을 바쳐 NLL을 지키라’고 우리 젊은이들에게 지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자기 자식에게는 6억 돈다발 들려 내곡동 땅 사라고 보낸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남의 자식들에게는 목숨을 바치라고 지시합니까? 도대체 그에게 우리 청년들의 목숨을 요구할 자격이 있습니까?

서해는 이미 동아시아의 화약고입니다.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의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서해의 우리 어선들에게 가급적 북으로 올라가라고 하고, 군인들에게는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면 백배, 천배 보복하라고 합니다. 대북 전단 살포계획에 "주민들 대피하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증폭된 남북 위기상황에 국방부장관이 나서서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입니까? 재집권을 위해서라면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빠뜨려도 괜찮습니까? 그러다 정말 불똥이라도 튀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 NLL을 이용한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 당장 중단하십시오.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는 서해의 화약고를 평화와 상생의 바다로 바꾸는 방법이 이미 합의되어 있습니다. 6.15, 10.4 선언은 통일로 가는 민족의 앞길을 여는 장전이며 동시에 민주정부 10년의 성과입니다. 저는, 통합진보당은 6.15, 10.4 선언을 지킬 것입니다. 종북 공세가 두려워 슬그머니 물러서는 분들도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적자임을 자처하면서도 두 분이 이뤄낸 가장 빛나는 성과를 애써 가리려 합니다. 그렇게도 어렵다면, 제가 지키겠습니다. 우리 통합진보당이 6.15, 10.4 선언을 지켜 낼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우리는 한국 민중의 운명을 책임져왔습니다. 우리가 성장하는 만큼만 한국 정치는 진보의 방향으로 전진했습니다. 우리가 결심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이번 대선의 성과는 나타날 것입니다. 진보적 정권교체, 우리가 해낼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가장 낮고 넓은 모습으로, 가장 겸손한 마음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10월 20일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 이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