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본 것 늣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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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巴里[파리]에 있을 적 일이다.

주인[主人]집에서 친구 哲學博士[철학박사]를 主賓(주빈)으로 여러 사람을 招待[초대]하였었다. 約[약] 二時間[이시간] 食事[식사]하난 동안에 主客間[주객간]에 對話[대화]가 一分[일분]도 치지 안니 하엿다. 그러나 博士[박사]는 이금 청을 하다시피 얼진 사람갓치 마지 못하야 말對答[대답]을 하는 樣(양) 갓햇다.

食事[식사] 後[후] 談話(담화)며 스로 愉快[유쾌]히 놀다가 演劇場[연극장] 同行[동행]으로 主客[주객]이 다 한 電車[전차]를 타게 되었다.

내 옆에 앉았던 主人[주인] 딸이 나에게

「여보, 저이가 왜 저럿소, 나는 저런 사람이 시러」

「누구 말이오 저 哲學博士[철학박사] 말이오」

「아직 박사난 되지 않았고 지금 박사 논문을 쓰는 中[중]이라오」

「그러니까 論文[논문] 쓸 生覺[생각]에 그렇지 안켓소」

「그렇지만 사람이 왜 저래. 나는 실혀」

옆에 안젓든 그의 형이

「그러게 말이지, 왜 그래 사람이, 나도 슬혀」

「그런데 저이가 夫人[부인]이 없지 喪妻(상처)하였소. 未婚者(미혼자)요?」

나는 오늘 招待[초대]에 혼자 온 것을 무럿다.

「아니 그 사람은 極度[극도]의 獨身主義(독신주의)자라오」

나는 마주 안즌 三十六[삼십육], 七歲[칠세]쯤 되여 보이는 그 사람을 자세히 보앗다. 그는 허리가 굽고 얼골이 누러케 고 눈이 멀거서 電車[전차]바닥만 굽어보고 무어슬 골몰히 生覺[생각]하고 있다.

나는 도라와 자리에 누어서 가만히 生覺[생각]해 보았다.

그 사람이 왜 그리 病身[병신] 갓고 못난이 갓고 말도 잘 못하고 쓸々[쓸]스러워도 보이고 世上[세상]이 다 귀치안은 것 갓치 보이나 우리 同行[동행]이 다 그사람을 실탄다 나도 실타

그 사람의 머리 속은 엇더할가. 東西洋[동서양] 哲學史[철학사]가 환할 거시오 人生觀[인생관]이  定[정]해 잇슬 거시다. 무어신지 모르나 論文[논문] 問題[문제]에 精神[정신]이 集中[집중]해 있을 거시오 라서 아는 거시 오작 만켓나 各國[각국] 方語(방어)로붓허 各[각] 方面[방면] 科學[과학]이 머리 속에  차서 잇슬 거시다. 果然[과연] 學問[학문] 만흔 사람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營養不足(영양부족)과 運動[운동] 不足[부족]으로 몸이 가늘고 血色[혈색]이 없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에게 실음을 밧는다. 나는 문듯 生覺[생각]낫다. 어느  어느 친구 한 사람이 「나는 모 ─ 든 女性[여성]이 실혀해요」하든 말을‥‥‥ 그러고 그 친구의 머리에도 저 哲學博士[철학박사]만치 學問[학문]이 잇구나 하고 瞥眼間(별안간) 尊敬心[존경심]이 생겼다.

그러면 사람들은 엇던 사람을 조와하나 卽[즉] 사람은 엇던 사람이 되여야 하나 圓滿(원만)하여야 한다. 德[덕]스러워야 한다. 健康[건강]해야 하고 親切[친절]하여야 한다.  學識[학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누구든지 좋아하고 사람으로도 滿点[만점]이다. 그러나 이러케 具備[구비]하려면 天品[천품]이 그러하든지 그러치 안으면 生活條件[생활조건]이 그러하든지라야 될 것이요 수양으로는 되기 좀 어려울 것이다.

세상에는 怜悧(영리)한 사람, 똑똑한 사람이 만타. 이러한 사람은 大槪[대개] 無識[무식]한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經驗[경험] 많고 鍛鍊[단련] 많은 사람이다. 無識[무식]하면 대담할 수 잇다. 경험 많고 단련 많으면 능 할 수가 있다. 그러나 학문 만흔 사람으로만은 똑똑할 수 없다. 왜 그러냐 하면 학문은 바다물과 갓다. 바다물을 한 동이 두 동이 퍼낸대야 바다와 물에난 아모 應[응]함이 없을 것이다. 퍼낸 그 자리는 퍼내기가 무섭게 채워 잇다. 그러므로 학식을 만히 가질수록 지 못하게 된다. 勇氣[용기]를 잃는다. 疑惑(의혹)을 품는다. 더구나 次代[차대]를 創作[창작]하려고

設頭[설두]하는 藝術家[예술가]의 生涯[생애]랴.

現代[현대]는 々[]한 世上[세상]이다. 卽[즉] 分明[분명]한 世上[세상]이다. 分明[분명]한 사람이 人物[인물]이오 事業家[사업가]요 또 사람들이 조와한다. 社會[사회]가 複雜[복잡]해지니 々[]하지 안코는 簡單(간단)히 要領(요령)을  수 없다. 自然[자연] 々[]하게 되고 々[]하여야만 하게 된다. 그러나 모 ─ 든 創作[창작]은 々[]지 못한 흐릿한 가운데서 나온다. 順境[순경]보다 逆境[역경]에서 나온다. 苦痛[고통] 煩悶[번민] 중에서 나온다. 順境[순경]에 處[처]한 사람은 々[]할 수 있으나 逆境[역경]에 처한 사람은 々[] 할 수 업다.

巴里[파리]라면 누구나 다 華麗[화려]하고 奢侈[사치]한 곳으로 想像[상상]할 뿐 아니라 人情[인정] 風俗[풍속]이 다 愛嬌(애교) 있고 산뜻하고 々[]한 곳으로 알지마는 國立圖書館[국립도서관]에나 市立圖書館[시립도서관]에를 가보라, 七[칠], 八十[팔십]된 대머리 老人[노인]들이 冊[책]을 山[산]같이 싸노코 보난 거슬. 그들은 집에 도라갈 때 自動車[자동차] 소리에 작 놀나고 電車[전차]를 타면 終點[종점]지 가지 안나, 누가 말하면 東問西答[동문서답]을 아니 하나 그들을 누가 々[]하다 하랴. 그러나 現代文明[현대문명]이 모다 그들의 머리에서 나온 事實[사실]이야 누가 否認[부인]하랴. 何如間[하여간] 學問[학문]이 잇든지 업든지 사람은 탁튼 맛이 잇서야 한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 硏究[연구]로 精神[정신]이 一[일]에 集中[집중]하고 보면 사람이 自然[자연] 偏狹(편협)해지고 너그러워지지 못하난 거시 常例[상례]이다. 그러니까 사람이냐 學問[학문]이냐 하는 疑問[의문]이 생겼다.

그 哲學博士[철학박사]는 지금 무엇을 思考[사고]해 노앗난지 새로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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