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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박용철 인형의 집(1934).pd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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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괜찮어요. 그동안엔 빗을 얻어 쓰지요.

헬머 노라! (그는 노라에게로 가서 장난삼아 귀를 잡는다) 그래도 속이 들지 않아! 가령 내가 오늘 千圓을 빗을 내서 당신이 크리스마스 주일 동안에 진탕 맘을 놓고 써본다고 합시다. 그러다가 섯달 그믐날 밤에 집웅에서 기왓장이 떨어져서 내 골통을 깨트린다고 합시다.

노라 (손으로 남자의 입을 가리며) 아니 웨 그렇게 무서운 소리를 하셔요

헬머 그렇지마는 그렇게 가정을 해보란 말이오— 그러면 어쩔 테요?

노라 그렇게 무서운 일이 생긴다면 나는 머 빗이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지요.

헬머 그렇지마는 빗받을 사람들은 어쩌란 말이요?

노라 그 사람들을 누가 알아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헬머 노라, 노라! 당신은 참말 별 수 없는 「여자」요. 그러나 농담은 그만 두고, 노라 당신은 거기 대한 내 주의를 알지요. 빗 쓰지 않기. 취해 쓰지 않기! 취해 쓰고 빗 쓰고 하기 시작하면 가정 생활이란 자유롭고 아름다운 것이 되지 못한단 말이오. 우리 둘이는 지금까지 용감하게 견디어 오지 아니했소, 우리는 이 최후의 순간에 와서 저서는 안 되오.

노라 (난로로 가며) 네 알앗서요! 좋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