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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소학생 75호.pd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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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 소설 ★

염 상섭 ・ 그림 김 규택

병 위문

1

"어제 그 자식 뭐라구 찡얼대던?"

이튿날 규상이가 학교 운동장에서 이 영길(李永吉)을 만나니까 핀둥이를 주듯이 말을 건다. 영길이는 오늘도 학교에서 공을 차려는지, 스타킹에 축구화를 이것 보라는 듯이 신고 왔다.

"몰루 얻어 터지구, 그까짓 자식이란 소리까지 듣두서, 누군 가만 있겠니!"

그러나, 규상이가 채석장의 소년의 역성을 들어주는 말눈치에, 영길이는 한층 더 핏대를 올리며,

"제깐 놈이 가만 안 있으면 어쩐다든? 그래 동무한테 주먹을 내두르며 욕질을하는 그깐 자식을 꿉쩍 꿉쩍 달래면서 데리구 가는, 네따위 자식은 뭐냐?"

하고 삿대질이라고 하려는 기세로, 한 걸음 달려든다. 영길이는, 어제 분하던 품이, 곧 그 자리에서 달겨들고 싶은 것을, 머리가 아파 하는데 쥐어 박았다가 어찌된지 겁도 나고, 저의 어머니가 있으니 꿈쩍 참고 말았지마는, 그 애를 달래며 데리고 가던 규상이가 더 밉고, 샘도 나던 것이었는데, 그래도 그 애 편을 들어주는 말을 들으니, 더욱 불끈하는 것이었다.

"남 아무려거나!"

규상이도 얼굴이 발개지며 코웃음을 치다가,

"넌, 무엇 잘났다구, 남을 깔볼줄만 아니?"

하고 쏘아주었다. 다른 때 같으면, "넌 웨 성머가 그 모양이냐?" 어쩌고, 좋은 낯으로 달랬겠지마는, 영길이가 첫째 싸우려는 사람처럼 덤비니, 규상이도 팩토라져 버린 것이다.

"무어 이 자식! 그래두 내가 잘못했단 말야? 너두 내 발길맛좀 보랸?"

영길이가 축구화 신은 발길로 지를 듯이 덤비는 기세에, 이때것 무심코 보던 아이들고 싸움인가 보다고 우우들 몰려들었다.

"웨 그러니? 왜 그래?"

어제, 채석장에서 공을 같이 차던 박 봉수(朴鳳洙)도 뛰어왔다.

"이 자식이. 그래두 제가 잘했다니 말이지."

영길이는, 봉수가 제 편이라는 생각으로 하소연을 하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두 손을 허리에 올려 짚고 다시 버티어 보인다. 규상이가 자기보다 아랫반이지마는, 동갑세요, 또 제 부하처럼 만만히 끌려 다니는 봉수와 단짝이기 때문에, 자연 어울려 놀기는 한다. 그러나, 언제나 자기가 상급생이거니, 소년 축구단의 뽈빽이요, 기운 개나 쓰는고로 같은 육학년생들도 제 앞에서는 꿈쩍들을 못하거니 하는 갸기로, 제 심사에 조금만 틀리면 친하거나 말거나 부루대고 줴지르고 하는 버릇이다. 하지마는, 규상이는 한반 아래일망정 첫째로 반장이다. 자기 집보다도 더잘 사는 집 아이다. 이런 점으로도 사귀어 놀지마는, 또 이러한 점에 기가 눌리는지, 전부터 규상이에게는 달겨들면서도 감히 손찌검을 하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하듯이 마구 굴지는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