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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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길을
바람처럼 더듬어 갈 양이면
꽃다발 대신 가슴에 지닌 시름이
고개를 든다

뒷간과 부엌과 방과 쓰레기통이
형제마냥 같이 있는
골목 골목을 벗어나면
바람이 옷자락을 물어뜯는 거리

숨도 죽은 밤거리
저 쪽 어둠 속에
큰 짐승의 눈깔처럼
깜빡이는 등불 등불…

등불이 켜진 곳마다
길은 있는데 큰 길도 있는데
길은 있어도 길은 없다

별을 보면 어금니가 저리고
달을 보면 억새밭처럼 서걱이는 가슴
어머니! 나의 갈 길은
어느 대에 있나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