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찬 달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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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하 노피곰 도드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 井邑詞에서

찬 달 그림자 밟고
발길 가벼이 옛 성터 우헤
나와 그림자 짝지어 서면
괼 이도 믤 이도 없은 몸하!
누리는 저승보다도 다시 멀고
시름은 꿈처럼 덧없어라

어둠과 손잡은 세월은
주린 내 넋을 끄을고 가노라
가냘픈 두 팔 잡아끄을고 가노라
내사 슬픈 이 하늘 밑에 나서
행여 뉘 볼세라 부끄러워라
마음의 거울 비취오면 하온 일이 무에뇨

어찌 하리오 나에겐 겨레 위한
한 방울 뜨거운 피 지녔기에
그예 나는 조바심에 미치리로다
허망하게 비인 가슴 속에
끈 모르게 흐르는 뉘우침과 노여움
아으 더러힌 이 몸 어느 데 묻히리이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