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의 실상
한자(漢字) 폐지문제의 핵심으로서의 한자어(漢字語)
[편집]한자(漢字) 폐지론을 에워싸고 지난 겨울에 한참 물론이 높았었다. 특히 한자 폐지론을 반대한 국어학자 李崇寧씨의 공세 개시에 대하여 한자 폐지론의 본바닥이 아니라, 문학자 편으로 金東錫씨의 날카로운 반격이 있어 자못 눈부신 바가 있었다. 이 문제는 실상 1945년 늦은 가을인가 겨울에 어느 한편에서 한자 폐지론의 전단을 휘날린 일이 있었고, 특히 그때 군정 문교부(軍政 文敎部) 편수국 수뇌부에 한자 폐지론의 총대장격인 崔鉉培씨가 진을 치고서, 학교 교과서에서부터 한자를 없앨 계획을 세우고, 마구 우겨서 실천에 옮기고 있어서, 그적에 벌써 당연히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현란한 정국의 격동에 휩쓸려, 또 한편에는, 崔鉉培씨가 걸머진 군정과 조선어학회라는 두 겹의 후광에 압도되었든가, 이런 문제의 전문가인 어학자편에서도 더 이상 문제를 전개시키지 않고 말았고 문학자 또한 별로 거들떠보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처럼 등한히 할 성질의 것도 아니요, 또 원칙만 냅다 내붙이고만 말면 그만일 성질의 것도 아니다. 실로 우리 앞에 닥친 민족문화 건설의 위대한 사업의 기초가 될 우리 말의 통일과 확립에 직접 관련을 가진 중대하고도 긴급하기 짝이 없는 문제의 하나이었던 것이다.
앞에서 말한 1945년 겨울에 군정 문교부에서 부른 국어 심사위원회에 필자도 당시 문단측 관계자의 한 사람의 자격으로 李泰俊, 朴泰遠씨 등 몇분과 함께 참석하였다가 주최한 편에서 다짜고짜로 교과서에서만이라도 한자를 폐지하자는 일로로 휘몰아가는 바람에 이처럼 중대한 문제가 면밀주도한 과학적 예비공작 없이, 더군다나 학교 문 밖에서 일어나는 언론, 출판의 무통제한 현상을 그대로 둔채 학교 교과서에서만 과감한 실험을 해가려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어 있고, 국어심의회의 토론은 결국 사후승인으로서 요구될 것밖에 아닌 것임을 알았을 때 그 이상 더 참석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을 느끼고 앞의 두 분과 함께 물러나오고 만 일이 있다.
그 뒤로 군정 문교부에서 만든 국민학교 교과서들은 대체로 한자를 없이하는 방침으로 편찬되어 왔고 다만 상급학년에 가면 교과서 속의 한자어에 혹은 그 말 위에 작은 활자로 한자(漢字)를 달아 놓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괄호 속에 한자를 집어넣어 두었다. 그 한자가 도대체 배우는 생도를 위한 것인지 또는 가르치는 교사를 위해서 있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또 교과서 속에서 한자어 대신에 전부터 있던 우리말로 옮기려한 노력도 적지아니 엿보이나 특히 때때로는 기상천외의 새말을 만들어낸 창조적 활동의 자취도 놀랄만한 것이었다. 중학교 국어교과서 만은 역시 문교부 편찬으로 국민학교 교과서 편찬의 정신을 계승한 것 같고, 그밖의 교과서는 검정제도인 까닭에 국어교과서에 비해서는 그 지은 사람을 따라서 가지각색이다. 한편 「옮살이 갈」「묻살이 갈」 등의 순수론자가 있는가 하면 한편에는 한자폐지 문제에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인 듯한 것도 없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서 5년째 지나오는 동안에 중학 2, 3년으로부터 소학생은 일반 신문이나 잡지를 읽어낼 수가 없는 정도로 순수(?)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위한 순 국문 신문이나 잡지 또는 출판이 거기 따라가지 못하는 동안에 많은 부형들은 그들의 자녀가 결국 눈뜬 문맹이 되어 간다고 야단들이다.
한편 일반 신문·잡지·출판물 등은 한자폐지 문제에 대하여 거의 무감각한 상태로서 이러한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앞에서 본 것처럼 어린이들은 지적으로 부당한 격리상태로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새로운 조건 아래서 또 1945년 겨울과는 다른 위치에서 바로 崔鉉培씨가 문교부를 물러나온 뒤를 받아서 한자 폐지론은 이번은 우선 반대측에서 다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자 폐지론은 불행하게도 이렇게 해서 처음부터도 어떤 정치적 조작 속에서 주장되고 강행되어 왔던 것은 유감이다. 당당한 민족문화 건설 상의 긴급과제로서 학자와 문인들과 언론인과 출판가 등 관계 각방면의 명랑하고 활발한 대중적인 토론과 연구와 실천의 정당한 과정을 밟지 못한채 일당일파의 고집한 우계인 듯한 인상을 어느새 이 말은 물려 가져버렸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한자 폐지론이라느니보다 「한자」 문제로서 이번에는 실로 학자는 과학적 연구에 기초해서, 저술가들은 그 실천의 경험에 비추어, 그리하여 언론・출판・문학창작・저술・인쇄의 모든 모를 통틀어, 민주적 민족문화 건설, 또는 문화의 대중화라는 백년대계를 세울 대목표 밑에서 이 문제의 해결을 지어 곧 옳은 결론의 실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한자 폐지론자가 내세우는 대의명분, 즉 우리 말을 글로 쓰는 방식을 한 갈래로 통일하며 더군다나 배우기 힘들고 쓰기 어려운 한자를 버리고 그 대신 쓰기 쉽고 배우기 헐한 국문으로 통일하자고 주장하는 그 원리원칙은 옳다. 우리 말의 기재방식은 (첫째) 쉽고, (둘째) 편하고, (세째)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세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말을 글로 옮기는 데 가장 알맞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면할 수만 있다면 이원적(二元的)이 아니고 일원적(一元的)이라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일은 무슨 관념적인 대의명분에서가 아니라, 국민의 다대수가 가장 손쉽고도 능률적으로 의사교환, 문화교류의 수단으로 쓰기 위해서다. 말은 결국 민중의 무기(武器)인 것이다.
또 한자 즉시 폐지 반대론자가 갑작스런 한자폐지를 망설이는 것도 한자가 너무나 깊이 들어박힌 우리 어문(語文) 생활의 오늘의 실제 형편을 주목한 나머지일 것이다. 그런데 한자 폐지론자나 또 그 반대론자나 할 것 없이 오늘 우리 글에 한자가 쓰여지는 실제 형편과, 또 그것을 없이할 때에 따르는 곤란이나 폐단이 가령 있다고 하면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정확한 조사를 시험한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막연히 가령 오늘의 신문 잡지나 출판물을 자료로 해가지고 거기 쓰이고 있는 한자들의 범위를 대충 결정한다든지, 또는 그 한 자 한 자가 같은 범위 안에서 몇번 씩이나 일어나나 하는 소위 「빈도」(Frequency)의 문제를 세움으로써 「돈다익」이 한 것과 같은 말의 등급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함으로써 만약에 한자 폐지가 아니라 제한을 하게 되는 경우에 그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얼른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한자문제는 그런 현행 한자의 기계적인 조사로 해서 밝혀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실상은 한자로 쓰여지고 있는 것이 원칙이 되다시피 되어 있는 이른바 한자어(漢字語) 그것에 있는 것이다. 한자폐지 반대론자가 걱정하는 것도 이 한자어를 국문자로 썼다가는 무슨 큰 탈이나 나지 않을까 하는 의심에서 하는 것이겠고, 가령 그 의심만 풀린다고 하면 그들의 주장은 맥심이 저절로 풀리고 말 것이요, 또 한자 폐지론자로서도 이 한자어 문제를 밝혀 놓지 않고서 덮어놓고 한자만 폐지하자고 우긴다면 그것은 한낱 우계지 중대한 민족적 어문(語文) 생활을 처리하는 신중한 과학적 태도나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자어」 문제야말로 한자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그 해명, 해결이야말로 긴급한 것이다. 여기 시험한 것은 우리 말 속에 들어 있는 이 한자어의 실상의 전모는 아닐지라도 우선 그 한 모나마 밝혀서 그 처리방법을 생각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생활의 구석구석에 스민 한자어
[편집]우선 우리는 우리말 속에는 도대체 한자어가 얼마나 섞여 있나, 그리하여 실제로는 어떻게 쓰여지고 있나 하는 점부터 밝혀 놓아야 하겠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 말들은 어떻게 처리할까, 또는 기어이 한자로 써야만 할 것인가, 국문으로 쓸 적에는 의미 전달의 능률에는 어떤 이해 득실이 있나 하는 문제들도 두드러져 나올 것이 아닌가 생각한 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한자어(漢字語)라고 하는 것은 첫째는 한문(漢文)에서 온 말들이다. 둘째로는 그런 말의 본을 따서 한자어 뜻을 좇아 한자를 모아서 만든 말로 그 말의 뜻은 그 한자들의 뜻에 의해서 결정되는 그러한 말들이다. 가령 「漢字」라는 말은 그 뜻이 「한자」라는 소리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실상은 우리 말에서는 그게 줏대가 되는 것이나) 「漢字」라는 두 표의문자(表意文字) 자체의 고유한 의미로 해서 분명해지는 것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같은 「한자」라 해도 「韓字」라고 적어놓으면 뜻이 홱 달라진다. 어찌 보면 운명적으로 표의문자의 그림자를 걸머진 것이 이 한자어다. 그러한 까닭에 우리도 뜻의 혼란을 피하고 그 분명을 기하기 위해서 말로 할 적에는 할 수 없어도 글을 쓸 적에는 그러한 한자어는 한자로 적어 왔다. 그리해서 한자어는 그 내용뿐 아니라 외형에 있어서까지 여느 우리 말과는 좀 동안 명실이 가진 한자어가 되고만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한자어가 글은 막론하고서라도 우리들 일상 대화 속에 얼마나 많이 쓰여지고 있나 하는 사실은 조금 주의만 해서 살핀다고 하면 실로 「날틀・배움집」 주의자들(순수주의자들)을 신경쇠약에 걸리게 하기에 족할 만큼 놀라운 정도인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잠시 이 한자어가 우리의 개인생활과 사회생활의 각 방면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나를 살펴보자.
(1) 우리 몸에 관계있는 말……수족, 사지, 이목, 모발, 무명지, 항문, 수염……등등
(2) 음식에 관한 말……상, 대접, 소반, 중식, 조반, 죽, 채소, 육회, 장, 곡식, 음식, 냉수, 진유······등등
(3) 의관에 관계있는 말……모자, 망건, 관모, 도포, 장삼, 사모, 각대······등등
(4) 집에 관한 말……방, 벽, 곳간, 대문, 대청, 문간방, 중문, 담장, 창, 처마……등등
(5) 가정생활에 관한 말……부부, 내외, 부자, 모자, 계모, 서모, 형제, 자매, 손자, 시부모, 자부, 여식……등등
(6) 혼인에 관한 말…… 약혼, 신랑, 신부, 중매, 매파, 혼수, 정혼, 친정, 혼사, 혼인, 결혼……등등
(7) 상사에 관한 말…… 장례, 상주, 초상, 소상, 대상, 굴건, 임종, 복인, 삼일장, 장지, 명정……등등
(8) 생업에 관한 말……농사, 농군, 소작, 지주, 야장, 목수, 화공, 무당, 행상, 거간, 관리……등등
(9) 친척에 관한 말…… 삼촌, 숙질, 일가, 친척, 외가, 생질, 고모, 백부, 숙부, 양자, 외인……등등
(10) 성질을 형용한 말……순진한, 음흉한, 활달한, 능한, 미숙한······등등
이것은 오직 한 구석을 들춘 데 지나지 않는다. 또 한자어는 반드시 일부 특수한 계급에서만 쓰는 게 아니라(물론 그런 말도 있겠지만) 사회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널리 쓰이는 말이 적지 않으며 지역적으로도 전국을 들어 쓰이는 것이 많다고 하는 것은 앞에서 든 얼마 아니 되는 예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겠다.
한자어가 쓰이는 종목과 범위와 말의 수가 얼마나 넓고 거창한가 한 점은 이로서도 대충 짐작하겠으나 다시 한자어가 우리말 속에 들어온 내력을 상고한다면 아마도 멀리 삼국시대(三國時代) 불교(佛敎) 유학(儒學)이 우리 나라로 들어온 그적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신앙, 새로운 학문, 새로운 생활양식, 새로운 물건이 「지나」로부터 들어올 적에 거기 관련된 새로운 말들이 함께 들어 왔거나 만들어졌으리라는 것은 족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그 중에서는 새 풍토에 들어와서 재래의 말로 고쳐지거나, 재래의 말을 재료로 한 새말로도 대표되기도 했겠으나, 그 대부분은 본바닥 말 그대로를 끌고 들어왔을 게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재래의 말을 어느새 밀쳐 버리고 대신 들어앉은 일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개인생활이나 가정생활, 학문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를 가진 부면에 남아있는 한자어 중에는 예를 들면
수족, 사지, 이목, 모발, 채소, 조반, 진유, 자부, 여식
등과 같이
손발, 팔다리, 눈코, 머리털, 나물, 아침밥, 참기름, 며느리, 따님
등 한자어 아닌 우리 말이 병행되는 것도 있으나, 또 한편 꽤 까다로운 한자어면서 달리 한자어 아닌 우리 말로 옮길 수 없는 말들이, 우리 조상 적 오래전부터 우리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방면에 남아 있음은 주목할 일이다. 가령
수염, 상, 곡식, 방, 대문, 벽, 처마, 부부, 내외, 임종, 상주, 농사
등을 보아 이 일을 알 수 있겠다.
오늘 우리가 구경할 수 있는 우리 말에 대한 가장 오랜 재료인 신라 향가(新羅鄕歌)에서 시작해서 고려가요(高麗歌謠) 시조(時調) 가사(歌辭) 이야기책 한말(韓末)의 신소설(新小說)에 이르기까지의 자료를 통해서 우리 말에서 한자어가 쓰여진 실상을 살펴본다면, 한자어가 우리 말 속에 들어온 자취와 또 각 한자어의 어원(語源)과 내력도 적지아니 밝혀지리라 믿으나, 이는 전문 학자의 손을 빌어 비로소 될 수 있는 일이겠다. 이제 잠시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남아 있는 향가 14수에서만 보더라도 한자어가 우리 말에 들어온 역사가 실로 길고 오래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가령
방(薯童謠), 공주(同上), 혜성(彗星歌), 공덕=功德(風謠), 서방=西 方(願往生歌), 명=命(月明兜率歌), 생사=生死(爲亡妹營齋歌), 도=道(同上), 신=臣(安民歌), 민=民(同上), 전에=前에(禱千手觀音歌), 자비=慈悲(同上), 본대=本대(處容歌).
다시 고려가요(高麗歌謠)를 잠시 훑어보면 덕, 복, 정월, 이월, 등 불, 만인, 삼월, 사월, 오월 오일, 약, 칠월, 원, 팔월, 구월 구일, 시월, 후=後, 십일월, 십이월, 한삼(이상 動動), 인생, 삼재, 팔난, 일시, 천금, 소멸, 산(이상 處容歌), 천만업소이다(鄭瓜亭), 선생, 소년(이상 翰林別曲), 사주=社主, 상좌=上座, 용=龍(이상 雙花店), 신=信, 사공=沙工 艄工(이상 西京別曲), 청산(靑山別曲), 옥, 연꽃, 철사(이상 鄭石歌), 벽력, 기약(이상 履霜曲), 정=情, 서창, 소=沼, 사향, 평생(이상 滿春殿).
위에서 본 가요와 마찬가지로 우리 말 본래의 모양에 충실하려고 한 정신이 이조(李朝)의 시조(時調) 가사(歌辭)에도, 물론 계승된 흔적이 뚜렷하나 한편 여말(麗末)이래 머리를 추어든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왕성해진 한문학의 등살로 해서 시조 가사에도 한문투 한문숙어가 함부로 뛰어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이조의 시조 가사를 통해서 한자어를 살펴본다고 하는 것은 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일제 36년간의 야만적 언어정책의 침노를 받기 이전, 한말의 우리 말에 한자어가 얼마만치나 널리 또는 깊게 들어와 박혀 쓰이고 있었나. 이것도 또한 오직 그 일단만을 살펴서 한자어 처리방식의 참고를 삼는 정도로 그치고자 한다.
「九雲夢」・「謝氏南征記」・「春香傳」을 그 대표작으로 삼는 구소설 또는 「이야기책」의 뒤를 받아 주로 부녀자를 상대로 하고 그 밖에 넓은 대중 사이에 읽혀지기를 목적으로 한 한말 신소설은 말할 것도 없이 순국문으로 되었으며, 거기 쓰인 말은 될 수 있는대로 대중이 쉽게 알 수 있는 어문일치(語文一致)의 문체(文體)를 목표로 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신소설을 통해서 한자어가 그 적의 우리 말 속에서 쓰여지고 있던 실상을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깝게 그려낼 수도 있음직하다. 이도 또한 여기서는 그 일단을 살피는 데 그치고자 한다. 가령 신소설의 가 강 대표적인 작가 菊初 李人稙의 대표작품 「鬼의 聲」(상권)을 자료로 살펴보면 이러한 말들이 쓰여져 있는 것을 본다.
가련한, 가령, 가색, 각처, 간단한, 간악한, 간절한, 간호부, 감기, 감동된다, 감옥, 강화회의, 강하다, 결심, 경계, 경륜, 경대, 경사, 경영, 경품, 계관된다, 고사하고, 고손, 고생, 고절, 곤하다, 공교롭게, 공로, 공론, 공연히, 공중, 공치사한다, 과부, 과하다, 관계, 광경, 괴이하다, 구경, 구(救)한다, 군수, 굴, 귀신, 귀애한다, 그시에, 근처, 금, 금옥같은, 급히, 기절, 기박한, 기별, 기색, 기어이, 기운, 기왕, 기특한, 기품, 기회, 긴한다,
나중, 낙, 낙루한다, 낙상, 난리, 남자, 남편, 낭패, 냉수, 내외, 내 월, 노인, 노자, 노파, 농담,
다행히, 단풍, 담대한, 답답한, 당, 당한다, 당부, 당연한, 당장, 당 초에, 당황한다, 대강, 대관절, 대단한, 대답, 대문, 대신(정승), 대통령, 대포, 덕, 도(예=도를 닦는다), 도리, 도망, 도적, 독재한다, 동구, 동네, 동편, 두통,
만류, 만리타극, 만무하다, 만사, 만일, 만호장안, 면한다, 면대한다, 명망, 명창, 모녀, 모양, 모자(어머니와 아들), 무당, 무식, 무정한, 무죄, 무주공산, 무궁무진한, 문서, 물종(그릇 이름), 물정, 민망한, 민첩한,
박대, 박살한다, 박절한, 반(절반), 반신반의, 발각, 방, 방문, 배송한다, 배치, 배포, 백로(새 이름), 번열증, 범사, 범연한, 법률, 별안간, 벽, 변한다, 병신, 병원, 복, 복색, 복중, 본래, 본의, 봉한다, 봉변, 부녀, 부모, 부인, 부자(돈 있는 사람), 부정한, 부족, 부지불각, 부탁, 분하다, 분명한, 분수, 산합, 불과사오일, 불안한, 불한당, 불의에, 불측한, 비위,
사기(사연), 사당, 사면, 사정, 사족(팔다리), 사지, 사후, 산, 산란한, 산모, 삽시간, 상한다, 상관, 상약, 상의한다, 생소한, 생억지, 생이별, 생질, 쌍창, 서산, 서창, 성품, 세력, 세상, 세수, 세월, 소식, 소요한, 소원, 손자, 손해, 쇠하다, 수건, 수년전, 수단, 수령, 수상한, 수절, 수치, 숙성한, 순한, 승전고, 시각, 시기한다, 시량, 시비한다, 시절, 시하, 식구, 식전, 신고, 신상, 신세, 신통한, 실성한, 심덕, 심병, 심술,
아편, 악심, 안심, 애물, 애매한, 약하다, 약과, 양반, 양자, 억지, 언문, 여간, 연하다, 연기, 연분, 연세, 연지, 연지분, 염려, 염치, 영(명령), 영각, 영결, 영물, 영웅, 영이별, 영특한, 예사, 오정, 옥동자, 옥중, 외면, 외모, 요란한, 요악한, 욕심, 운수, 운신한다, 원망, 원수, 위로, 위태한, 유모, 유심히, 유익한, 육지, 육회, 은, 은해, 읍내, 의(사이), 외관, 의논, 의례, 의사(뜻), 의심, 의사, 이(이치), 이별, 이사한다, 이상한, 이십, 인간, 인력거, 인물, 인생, 인심, 인정, 인품, 일반이다, 일심전력, 일제히, 일평생,
자녀, 자명종, 자수(자살), 자세히, 자연히, 자정, 자초지종, 작별, 작정, 잠간, 장사(힘센 사람), 재물, 재미, 재주, 재촉, 재판, 적적한, 적막한, 적악한다, 전한다, 전당, 전부, 전신(온몸), 전장(논밭), 전정이, 만리, 전차, 점점, 점친다, 정, 정한다, 정숙한, 정절, 정치, 정표, 제사, 제일, 조심, 조처한다, 졸업, 졸지에, 종용한, 죄, 죄명, 주선으로, 주정, 준비, 중하다, 중문, 중병, 중재, 즐비한, 지경, 지구, 지금, 지방, 지성, 지식, 지칙, 지척이 천리, 지체한다, 진정, 진정된다, 진중한, 징역,
차차, 차례로, 차일피일, 착실한, 창고, 창자, 처결, 처량한, 천격, 천리, 천둥, 천리타향, 천만년, 천식, 추수, 천연한, 천지, 천진한, 천하각국, 철통, 첩, 첩첩한, 청, 청천, 초록, 초면, 추수, 추후로, 출입, 충동, 측량, 측은한, 친정, 침모, 칭찬,
탐스러운, 태도, 태중, 토죄, 통기, 투기, 특사,
편, 편하다, 편지, 평생, 평일, 폐, 폐맹된, 풍화, 피한다, ······필, 필경, 하직한다, 한(예=한이 없다), 한가한, 한량, 한정, 한탄, 해롭다, 해친다, 해산, 행실, 「행액」한다, 행중, 허락, 「험」한, 형제, 형체, 호각, 호강, 호기, 호령, 「혹」한다, 혼, 혼인중매, 홀연, 화답, 화산, 「환장」한다, 황모, 회(음식 이름), 회사, 횡설수설, 효성, 「후」하다, 후생, 「흉」하다, 흉계, 흉중, 「흡족」한, 흥,
여기 든 것은 모두 한자어로서, 그 대부분은 오랜 시일을 두고 우리 조상 때부터, 두고두고 써오는 동안에 글뿐 아니라 말 속에까지 없지 못할 정도로 일어나는 말들이다. 그 중에서 「간호부, 강화회의, 개회, 군수, 대통령, 대신, 독재한다, 병원, 인력거, 자명종, 졸업, 징역, 화산」과 같은 말들은 아마도 갑오경장(甲午更張, 1894년) 전후해서부터 차츰 대중의 말 속으로 기어들기 시작한 것이겠으나, 「낙상, 낙루, 만호장안, 만리타국, 민망한, 무주공산, 무궁무진한, 반신반의, 부지불각, 불과사오일, 생이별, 승전고, 일심전력, 자초지종, 지척이 천리, 차일피일, 천리타국」 같은 말을 꽤 노골한 한문구면서도 오래 두고, 필시 가사・소설(小說)・창극(唱劇) 같은 것을 통해서 대중에게까지 퍼뜨려지고 말았을 성싶다.
위에서 들지 않은 것으로서
결발부부, 경상(모양), 구매장장, 난가(어지러운 집안), 남녀유별, 단사, 동자(아이), 동태한다(태가 동한다), 만, 천문, 무자귀(무자식 어미), 반비(밥값), 반도국, 백척간두, 벌력(벌), 법사(법), 병상병(병들거나 상한 군사), 부상삼백척, 부귀가(부귀한 집), 불고전후, 비편한(불편한), 사기상(역사상), 삼순구식, 삼추같이, 상성(높은 소리), 생산(애기낳기), 소상바숙, 수쇄한다, 수유, 수통한다(괴로움을 받는다), 시작이 반, 여장군, 역적모의, 양양자득한, 영독한, 육국을 합종하듯, 인피(사람의 가죽), 일국정부, 자주한다(제일을 제가 주장한다), 적모, 전제한다, 정렬한, 종명정식, 중무소재한, 허희탄식, 혼혼한(캄캄한), 황궁 국토, 흥망성쇠,
등의 매우 어려운 한문구들도 역시 가사(歌辭)・구소설(舊小說)・창극(唱劇) 같은 것을 통해서 대중의 이해에서 반드시 먼 것도 아니었던 것같다.
그 밖에도 한말의 봉건유제(封建遺制) 속에서는 일상 일어나며, 알기 쉬운 말이었으면서도 오늘 와서는 지금 사람의 귀에는 거슬리거나 알아 들을 수 없이 되어가는 말들이 적지 않다.
남존여비, 대궐, 도임, 만승천자, 반상(양반과 상사람), 비서승(벼슬 이름), 사족(양반), 상전, 세도재상, 실내(아내), 재상, 하마석, 하인, 하인청, 행기, 행차,
이같은 말은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적 기분에는 도무지 맞지도 않으며, 또 오늘의 젊은 세대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시대에 뒤지기 한량없는 관념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순검」・「순포막」 같은 말도 오늘은 그 의미하는 바를 이러한 말로는 나타내지 않고 딴 말로써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순전한 한자어는 아닐지라도 한자와 재래의 우리 말이 한데 얼려서 된 말하자면 혼합어 (混合語)라고 할까 한 것들이 있다.
「괴상」야릇한, 「귀」염, 「기」막혀, 「망」할놈, 물「총」, 밥「상」, 「별」다른, 「별」소리, 「상」준다, 「생」사람, 「상」사람, 「앵무」새, 「정」다운, 「초가」집, 「초」저녁, 「초」롱불,
위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또 한말에 비록 예수교인이라는 특수한 집단에 주로 영향력을 가졌다고는 할지라도 가장 널리 퍼지고 있던 신약 전서 초두의 두 복음에 나오는 한자어를 살펴보기로 한다. 그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신약전서 전편의 한자어의 기초가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하다, 가령, 가산, 「가증」한, 각……, 각각, 각색, 각종, 「간」한다, 「간절」히, 간질, 「감」한다, 「감」히, 「감당」한다, 「감동」한다, 감사, 「강」하다, 강도, 객실, 「거역」한다, 거절, 거처, 건강, 계속, 「결」, 「결단」코, 결국, 결박, 결심, 「겸」하여, 「겸손」한, 「경」하여진다, 경계, 경매, 경문, 계자, 고국, 고난, 고생, 고자, 고통, 고향, 곡간, 곡식, 공경, 공양, 과부, 과연, 광채, 「고」한다, 공중, 과실(허물), 관세(관청 세금), 「광명」한, 교만, 교훈, 「구」한다, 구원, 구제, 군대, 군병, 군사, 군호, 「귀」한, 귀신, 귀인, 「권」한다, 권고, 권세, 「그」시에, 「극」히, 근방, 근심, 근원, 근처, 금, 「금」한다, 「급」히, 기구, 기근, 기념, 기어이, 기억, 기운, 「기이」한, 「기진」한다, 기회, 기록, 기색, 기업,
나중, 나팔, 난리, 남자, 남편, 내세(사후), 내일, 냉수, 「노」한다, 「노략」질, 노중, 농부, 「늑탈」한다, 「능」히, 능력, 능욕,
「담당」한다, 「당」한다, 「당돌」히, 「대」하여, 「대담」하다, 대부분, 대수(세대), 대우, 「대적」한다, 「대접」한다, 도(예=도를 닦는다), 도망, 도보, 「도적」질, 독촉, 동(구리), 「동거」한다, 동관, 동리(동네), 동무, 동생, 「동침」한다, 동편, 「둔」한, 등대, 등불,
마귀, 만국, 만물, 만민, 만일, 만족, 「망」한다, 망대, 매년, 「매매」한다, 매양, 매일, 맹세, 면류관, 「멸」한다, 멸망, 「명」한다, 명망, 「명시」한다, 모욕, 모신, 목수, 「몰살」한다, 몰약, 묘지, 「무성」한, 「무익」한, 「무죄」한, 문, 「문안」한다, 「문의」한다, 「문직」이, 물론, 미명, 「미혹」한다, 「민망」히, 민요, 민족, 민중,
박사, 박하, 반, 반대, 반석, 발견, 방언, 방탕, 배척, 백배, 백성, 변리, 「변형」한다, 「별」로, 「병」든다, 병인, 보물, 보배합, 보좌, 보호, 보화, 복, 본래, 본전, 본처, 부모, 「부인」한다, 부자, 부족, 「부종」한다, 부친, 분하다, 분별, 분부, 분명, 분쟁, 「불가」하다, 불구자, 불법, 불의한, 불화, 비방, 비밀, 비석, 비유, 비판, 「빙자」한다,
「사」한다(고맙게 여긴다), 사경(시각), 사령, 사망, 사무, 사방, 사십일, 사자(심부름군), 사천명, 「사화」한다, 산, 살인, 삼십배, 상(바치는 것), 상(상품), 상관, 「상당」한, 상대, 상론, 상석, 상속, 「상업차」로, 상전, 상좌, 생명, 생일, 생활비, 서편, 「선」하다, 선생, 선인, 설명서, 성내, 세, 세리(세금 차지한 관리), 세대, 세마포, 세상, 소녀, 소동, 소문, 소반, 소수, 소원, 소위, 소유, 소자, 소제, 소출, 송사, 수고, 「수리」한다, 수일후, 수족, 「수종」든다, 「수직」한다, 수하, 「순결」한, 「순전」한, 「순종」한다, 「시기」한다, 시위병, 「시인」한다, 시작, 시장, 시체, 시험, 식사, 신(신용), 신랑, 「신뢰」한다, 「신속」한, 신판, 실과, 「심」히,
아문, 「악」하다, 악인, 「안녕」하시다, 「안심」한다, 「애곡」한다, 「애통」하다, 「약」하다, 약속, 양양식, 「어눌」한, 어부, 언약, 「엄」하다, 여복, 여왕, 여자, 여행, 역서, 「연」하여, 연고, 「연약」한, 열병, 염려, 영(병영), 영광, 영영, 「영접」한다, 영혼, 「예비」로, 예물, 오찬, 오천명, 오해, 옥함, 옥합, 「온유」한, 「외」에, 외모, 「외식」한다, 외인, 「완전」한, 「완악」한, 왕, 왕궁, 요구, 욕구, 「욕」한다, 욕심, 「용납」한다, 용서, 「우맹」한, 우편, 운동, 운명, 「원」한다, 원래, 원망, 원수, 「위」하여, 위로, 유(같은 유), 「유」한다(머무르다), 「유리」한, 유업, 「유익」하다, 유전, 유향, 유혹, 육신, 육십배, 육지, 육체, 은, 「은밀」, 「음란」한, 음부, 음식, 음행, 읍내, 의(의리), 의논, 의복, 의사(뜻), 의심, 의원, 의인, 의자, 의택, 「이상」한, 「인」하여, 「인도」한다, 인도자, 「인봉」한다, 일막, 일척, 일치, 「임」하여, 「임박」한다, 「임의」로, 잉태, 외부,
자(예=그자), 자기, 자매, 「자복」한다, 자비, 자산, 자색, 「자세」히, 자손, 자식, 작별, 잔, 잠간, 잠시, 장모, 장사, 장차, 재난, 재능, 재롱, 재물, 「재촉」한다, 재판, 재판관, 저주, 「전」에, 「전」혀, 전래, 전멸, 전부, 전차, 전토, 전파, 절반, 정리, 정신, 정혼, 제단, 제사, 제삼일, 제자, 조심, 「족」하다, 족속, 「존귀」한, 「종용」히, 종일, 좌편, 죄수, 죄인, 「주의」한다, 주객, 「주관」한다, 주목, 주인, 주추, 준비, 「준행」한다, ……중, 「중」히 여긴다, 중심, 중풍병, 즉시, 「즐비」한, 증거, 증서, 증인, 증참, 지경, 「지극」히, 지금, 「지방」, 지시한다, 지진, 지혜, 직원, 진노, 진동, 「진실」로, 진주, 징조,
「참람」한, 「참례」한다, 참상, 창고, 창기, 책망, 처, 처녀, 처처, 천기, 천사, 천치, 천하, 「청」한다, 「청결」한, 청년, 「청직」이, 초막, 촌, 추수, 「충실」한, 「취」한다, 「친」하다, 친구, 친족, 친척, 「침노」 한다, 침상,
타국, 타인, 타작, 탄식, 「탐」한다, 탐관, 탐욕, 「탕감」한다, 태, 「택」한다, 토기, 「통곡」한다, 통과, 통지,
「파송」한다, 파수군, 판결, 편, 「편안」하다, 평상, 「평탄」한, 「폐」한다, 포도, 포도원, 포도주, 포박, 표적, 표준, 「풍족」한, 피한다, 피곤, 「핍근」한, 핍박, 「핍절」하다,
하속, 하인, 「한적」한, 합한다, 「합당」한, 합심, 항상, 해, 해변, 해 직, 행한다, 행위, 행실, 향하여, 향유, 「허」하다, 「허다」한, 허락, 「허비」한다, 「현몽」하다, 혈루증, 혈육, 협의, 형, 형상, 형제, 형편, 호리, 호수, 혹, 혼인, 「홀연」히, 화, 화목, 화평, 「확실」히, 환난, 황금, 황폐, 회(벽을 바르는 것), 회개, 회계, 회당, 회복, 효험, 「후」에, 후사, 훤화, 훼방, 휘장, 희롱, 힐난,
이상과 같은 말들은 적어도 중류 이상의 사람들의 대화에는 오늘 와서도 과히 부자연하지 않을 정도로 일어나는 말들이다. 그 대부분은 무식한 부녀자나 하층계급의 대화에서도 잘 통하는 말들이다.
같은 신약 속에서도 아래와 같은 꽤 어려운 한자어나 한문구가 눈에 띄는데, 그 중에는 오늘 우리의 귀에는 벌써 잊어버린 것도 있고 아직 ]도 거슬리는 것도 있으나, 번역이 되던 그 당시에는 그리 어색하지 않았던 탓으로 그대로 쓴 것인지, 또는 번역상 필요로 생각해 낸 말인지 도 모른다.
「가능」한, 「간구」한다. 「간난」한, 「거」한다(=산다), 건물, 「건전」한, 건축자, 「결안」한다(=결정을 내린다), 경련, 경배, 경점(시각), 고민, ……「고」로, 고노, 관예(관청종), 광야, 광장, 광풍, 광패, 굴현, 권능, 「권능화」한다, 궤계, 금세, 「긍휼」히 여긴다, 기사(기적), 난방, 대속물, 대신(=재상), 대인(대신), 독서, 동일, 멸절, 백합화, 백체(百體), 세계(=계보), 「소멸」된다, 영벌, 유령, 「유일」한, 유구무언, 음욕, 이거(=이사), 이적(=기적), 정제(세금), 「정죄」한다, 죄패, 「주재」한다(주장해간다), 중언부언, 지도자, 지파(분파), 진설병, 집권자, 첩경, 축사, 「칭」한다, 「회향」한다, 흑암,
신약에 나오는 특수한 한자어로서는 그 밖에
간음, 계시, 계명, 공회, 공회원, 교인, 금식, 대제사장, 무화과, 무교절, 방주, 백부장, 복음, 부활, 서기관, 선지자, 성경, 성령, 선전, 성소, 세례, 십자가, 「안수」한다. 안식일, 연보, 영생, 「영원」한, 예언, 유월절, 율, 율법, 율법사, 이방, 이방인, 이혼, 인자, 장로, 전도, 주, 찬송, 찬미, 창세, 창조, 창조시, 천부, 천국, 축복,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세례」・「십자가」・「영원」한・「예언」・「이방」・「이방인」・「이혼」・「찬미」・「창조」・「축복」 같은 말은 차츰 예수 교인 아닌 일반 사람의 어휘 속에 들어오고 말았다.
이렇게 보아오면 결국 우리 말 속에는 실로 엄청난 정도로 한자어가 밀려들어와 있어서 일부의 순수론자들이 생각하듯, 우리말 속에 마치 우리말 아닌 요소로 물에 뜬 기름처럼 유리되어 있는 혼잡물인 게 아니라, 오랜 시일을 두고 우리의 말과 글 속에 그대로 스며들고, 한데 융합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오늘의 우리말의 터가 되고 뿌리가 되어 있는 것은 한문에서 빌어왔거나 암시받아 만든 말이 아닌 본래의 우리말이겠으나, 한자어는 한자어대로 그 대부분이 제각기 우리 생활과 그 필요에 깊은 관련을 가진채 뿌리를 박은 것임을 어찌할 수가 없다. 우리말 속에 들어온 외래어(外來語) 또는 외래어 계통으로서 한자어는 그 가장 중요하고도 양으로 보아 압도적인 부문이라 하겠다.
그렇게 쏟아져 들어온 내력
[편집]한자어는 어떻게 해서 우리말 속에 생기게 되었으며 더군다나 그처럼 넓고도 깊게 자리잡게 되었는가.
삼국(三國)시대에 중국으로부터 한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한 다음부터 줄곧 우리 나라가 한문화의 영향 아래 있었다는 일에 첫째는 유래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한자어와 관련이 있는 한문 글자가 이나라에 들어온 것은 언제쯤일까. 아직 항해술이 유치한 옛날에는 주장은 육로를 거쳐서 문화도 들어왔을 터인데, 삼국시대중에도 특히 지리상 지나(支那)대륙에 제일 가까이 붙은 고구려(高句麗)에 응당 먼저 들어왔으리라는 것도 미루어 생각할 수 있다. 서력으로 372년 소수림왕(小獸林王) 2년에 불교가 처음으로 이 나라에 발을 들여놓았을 적에는 벌써 그 이전부터 한자가 이 나라에서 알려지고 있었던 듯하다. 백제(百濟)에서는 비교적 정확한 추단을 내린다면 서기 제5세기에는 한자를 쓰고 있었을 게 분명하며, 신라(新羅)에 이르러서는 제6세기 초에는 왕을 중심으로 한 상층에서는 한자를 쓰고 있었던 듯하다. 그리하여 그 뒤로 시일이 옮아갈수록 한자와 한문이 적어도 이 나라의 상층부에는 가속도적으로 몰려들어오고 있어서 신라통일 이전에 고구려에 李文眞, 백제(百濟)에 王仁 등 한문의 대가가 나왔었고 신라통일 이후에는 드디어는 당(唐)의 문장(文章)에 육박할 것을 목표로 한문의 숭상이 상당히 높아가서 崔致遠 같은 대가가 나오기도 한 것이다.
유교와 거의 전후해서 들어온 불교도 또한 지나를 거쳐서 들어왔으며, 불교의 경전도 한문으로 된 것이 주장 전해졌던 것이다. 중국의 문물이 그대로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판인데다가 삼국시대 이래 한말까지 1천 수백년 동안 이 나라에서 쓰여지는 글이라고 하는 것은 주로 한문이었다. 신라시대에 벌써 이두(吏讀)로 우리말을 그대로 적는 방식이 고안되었으나 이는 아주 보수적인 것이었고 서력 1443년에 세종이 한글을 제정한 뒤에도 한말까지, 줄곧 정부에서 공식으로 쓴 글도, 양반계급이 상용하는 글도 마찬가지 한문이었고, 국문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부의 적은 범위에서만 그나마 대부분은 여벌로 쓰인 데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통일 이후의 신라는 불교가 전성하던 당(唐)나라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고려(高麗) 5백년 동안은 불교가 국교라 하면서도 유교가 엄연한 세력을 가지고 있다가, 이조(李朝)에 들어와서는 그만 유교가 불교를 산 속에 몰아넣고 대신 국교가 되어 한말에 이른 것이었다.
이러한 사정 아래서 한문에서 그대로 왔거나 또는 거기 유래한 한자어가 우리 말 속에 끊임없이 몰려들어오고 말리라는 것은 쉽사리 상상할 수가 있다. 한 옛날보다도 중세(中世), 중세보다도 근세(近世)에 그 들어온 양과 형세가 더 많고 활발했으리라는 것도 또한 상상할 수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봉건문화로서 자라났던 유교문화가 상층의 특권계급의 문화였던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불교는 신라와 고려를 걸쳐서 유교에 비해서 훨씬 민중 속에 친밀한 접촉을 가진 듯한데 따라서 불교가 중매한 한자어는 보다 더 쉽사리 민중의 말 속에 들어왔던 것 같다. 유교는 원체가 봉건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특히 이조(李朝)에는 양반계급의 자기옹호의 유력한 터전이었던 터이라, 양반계급은 자기 계급의 특권을 중인(中人)과 상민(常民)에게 뽐내기 위한 안팎의 무장으로서 유교 「이데올로기」와 한문으로써 단단히 단속하였던 것이다. 말에 있어서 그들은 지배당하고 있는 계급과 구별을 짓기 위해서는 그들이 쓰는 우리말 자체의 어법과 어조와 어휘에 딴 수작을 가했을 뿐 아니라 하층계급으로 하여금 엄두에도 두지 못하게 하는 독점적인 방식으로써 한문투와 한자어를 그 말 속에 풍부하게 집어넣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유교문화가 뼈에 젖은 그들로서는 어느 정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양반계급의 독차지이던 어떤 한자어가 차츰 민중의 말 속에 동화되기에 이르기까지는 때로는 윗계급에 대한 부러움에서 온 모방에 연유하는 때도 있었겠으나 양반계급의 광우리를 넘쳐흘러 떨어진 유교문화의 찌꺼기로서, 또는 양반계급에게 강요된 어떤 필요에서, 그렇지 않으면 민중 자신의 생활상의 필요로 해서 이끌어들였던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관계가 1천 수백년의 시일을 두고 얽힌 결과가 오늘의 우리말 속의 한자어의 현상으로 되고 만 것이다.
오늘 우리말 속에 한자어가 무척 많이 섞이고 보존되어 온 원인의 또 하나는 이런 데도 있다. 즉 갑오경장(甲午更張)이래 중국에 대신해서 우리 나라 새 문화에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구라파 문화를 매개하였고, 1910년 뒤의 36년 동안은 의식적으로 우리 문화를 말살하고 그 대신 제 문화를 옮겨 놓으려고 한 일본이 한문화(漢文化)와의 관계가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했고, 그 쓰는 글에 한자를 섞어 쓰고, 따라서 그 말 속에 우리 나라에 못지 않게 많은 한자어를 받아 가지고 있었다는 일이다.
그리하여 「유럽」의 새로운 학문과 정치・경제・법률・사회생활에 관한 술어들은 대부분 일본말에서 한번 한자어가 되었다가, 한말 이래 다시 우리 나라로 수입되어 우리말 속에 새로운 한자어로 채용되었던 것이다. 다만 같은 한자어를 읽는 방식만 우리는 재래의 우리식 음으로 읽어 왔던 것이다.
철학, 인식, 형이상학, 논리학, 윤리학, 삼단론법, 물리학, 화학, 생물학, 생리학, 동물학, 식물학, 문학, 의학, 척수동물, 양서류, 산술, 수학, 미분, 적분, 대수, 기하, 삼각……
민주주의, 독재, 식민지, 선거, 후보, 무역, 수출, 수입, 소매상, 백화점, 지출, 은행, 회사, 부기, 신임, 위임……
민법, 상법, 헌법, 권리, 의무, 소유권, 상속, 위임, 이혼, 등기, 소송, 파산, 감옥, 경찰, 검거, 공판……
사교, 취직, 초대, 극장, 철도, 기차, 기선, 전차, 정거장, 유행, 유산계급, 사무원, 식당, 요리점, 선도, 출장, 양복, 외투, 안경, 자동차, 자전거, 이발관, 변소, 약속, 종점, 객차……
오늘의 우리말 속에는 이렇게 해서 한문화의 영향에서 직접 온 것과, 일본말을 거쳐서 재수입된 것의 두 조류를 따라 상당히 많은 한자어가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 한자어의 중요한 저수지는 말할 것도 없이 오늘 문화 활동의 중심부대가 되어 있는 중류 이상의 이른바 지식층인 것이다. 교육의 보급, 문화의 대중화가 진행됨을 따라 이 저수지로부터 한자어는 날로 더 민중 속으로 넘쳐 흘러들어갈 것이다. 그리하여 민중의 생활에 가장 긴하게 관계가 있으며 또 그들의 어감(語感)에 맞는 한자어는 이윽고는 민중의 어휘 속에 동화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 한자어는 처음에는 말이 아니라 주장 글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일이다.
한자어(漢字語)에도 여러 층이 있다
[편집]말을 연구나 검토의 대상으로 삼을 적에 쓰여진 말, 즉 「글」보다도 「말해지는 말」 그것에 중점을 둔다는 것은 지난 세기에 새로운 언어학이 대두한 다음부터는 언어학의 중요한 대전제가 되다시피 해온 것은 오늘 언어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상식이 되어 있다. 이러한 모에서, 실로 이러한 모로만 우리말 속에 들어와 있는 한자어 문제도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위에서 보아온 것에 비추어 같은 한자어, 한자어 하면서도 실상은 그 사이에는 우리의 산 말 속에 융합이 된 정도를 따라 여러 층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제1급: 대중의 생활과 긴밀한 관계가 있어서 그들의 필요와 구미에 들어맞아서 아주 그들의 어휘 속에 뒤섞여서 그들의 일상대화 속에도 자연스럽게 나타나며 그리해서 무난히 이해되는 부류다(아래 드는 예는 특히 흥미를 느끼지 않는 이는 한두 줄 정도로 참고하고 넘겨 무방하겠다).
가량, 가련한, 가령, 가족, 가지(채소이름), 각각, 각기, 각색, 각지, 각처, 간신히, 간절히, 감, 감기, 감사, 감자, 감히, 강, 강하다, 강남, 강산, ……개, 객, 객지, 거동, 결단한다, 결박, 결코, 겸손한, 겸해서, 겁, 경문, 경찰, 경찰서, 경치, 고대한다, 고물, 고사하고, 고생, 고초, 고향, 곡식, 곡절, 곡하다, 곳 간, 공로, 공부, 공연한, 공일, 공손한, 공장, 과거(예…과거를 보인다), 과연, 과일(과실), 과수원, 관, 관가, 광, 광고, 광산, 광채, 교만, 교장, 구한다(찾는다), 구한다(구원한다), 구년, 구목, 구월, 구일, 국기, 국화, 군, 군사, 군악, 군청, 궁, 궁궐, 궁리한다, 궁중, 귀신, 귀여운, 귀신, 귀애한다, 귀인, 귀중한, 귀하다, …권, 권한다, 궤, 규모, 귤, 그중에, 그후, 극진한, 근, 근기, 근심, 근원, 근처, 금, 금광, 금시에, 금시계, 금융조합, 금은, 금한다, 급제, 급히, 기, 기계, 기구, 기도, 기별, 기부, 기술, 기어코 (—그에), 기운, 기진한다, 기차, 기특한, 길흉간……
나중, 낙심, 난간, 난도, 남, 남녀, 남루한, 남매, 남북, 남자, 남편, 납, 낭패, 내년, 내외, 내일, 노인, 노자, 노한다, 농가, 농부, 농사, 농삿군, 누각, 늠름한, 능금, 능라, 능하다……
다소간, 다정한, 단……, 단번에, 단장, 단정한, 단지, 단풍, 당신, 당한다, 대강, 대개, 대궐, 대꾸, 대단히, 대담한, 대답, 대대로, 대략, 대문, 대신, 대신(재상), 대왕, 대장, 대접한다, 대체, 대추, 댁, 다사하다, 다행히, 답답한, 당당한, 당대, 당장, 대관절, 대, 덕, 덕택, 도, 도망, 도둑, 도령님, 도리, 도배, 도보, 도사, 도시, 도원수, 도청, 도포, 독립, 독사, 동, 동갑, 동네, 동무, 동산, 동생, 동서, 동자(눈동자), 동전, 동정, 동족, 두창, 둔하다, 등, 등잔……
마적, 마차, 만, 만국, 만년, 만단설화, 만리경, 만리전정, 만물, 만세, 만약, 만일, 망치다, 망하다, 매……, 매년, 매일, 맥, 맹세, 먹, 면소, ……명, 명란, 명산, 명심, 명절, 명태, 모녀, 모양, 모자, 목석같은, 목욕, 목재, 목침, 목화, 묘한, 무뇌, 무도한, 무리하다, 무명지, 무사하다, 무수한, 무식한, 무심한, 무안하다, 무정, 무지한, 문, 문간, 문루, 문병, 문안한다, 문초, 물건, 물론, 물욕, 미련한, 미안한, 미륵, 민망한……
박장, 반(절반), 반(예, 애국반), 반대, 반사, 반석, 방, 방문, 방위, 방학, 배급, 배달, 배반, 백, 백년, 백발, 백성, 백일해, 백일홍, 백사장, 백지장, 번, 번번이, 번화한, 벌, 법, 벽, 변소, 변호사, 별로, 별도리, 별수, 별안간, 별천지, 병, 병(예, 꽃병), 병신, 병원, 병자, 병풍, 보고, 보답, 보배, 보살, 보통, 복, 본래, 본시, 봉(봉우리), ……봉, 봉숭아, 봉양한다, 봉지, 봉투, 봉한다, 봉화대, 부근, 부녀, 부녀자, 부득이, 부모, 부인, 부자, 부족하다, 부지중, 부친, 부탁, 부형, 북, 북어, 분, 분간한다, 분량, 분명히, 분부, 분수, 분주하다, 분필, 분하다, 불도, 불편한, 붕어, 비각, 비단, 비등한, 비료, 비석, 비용, 비한다, 비행기……
사공, 사과, 사기, 사당, 사면, 사무소, 사방, 사사, 사양, 사월, 사자, 사정, 사진, 사촌, 사치, 산, 산소, 산중, 상, 상가, 삼복, 삼월, 삼천만, 삼형제, 상한다, 상관없는, 상급, 상사하다, 상가, 상점, 상처, 색색이, 색다른, 색지, 생사, 생생한, 생선, 생일, 생전에, 쌍, 서당, 서산, 서양, 석탄, 선녀, 선물, 선생님, 설탕, 설합, 성, 성하다, 성력, 성명삼자, 성심, 성질, 성품, 세금, 세배, 세상, 세수, 세월, 소견없는, 소녀, 소년, 소문, 소상한, 소설, 소소히, 소식, 소용, 소원, 소작인, 소풍, 속하다, 손자, 손해, 송어, 수, 수건, 수고한다, 수단, 수두, 수문, 수박, 수백, 수상한, 수심, 수십 리, 수없이, 수은, 수천, 수치, 수통, 수판, 수효, 순금, 순전히, 순한, 슬하, 습, 습관, 습기, 시, 시간, 시계, 시기한다, 시비, 시세, 시월, 시작, 시절, 시종든다, 시초, 식구, 식기, 식량, 식사, 식음, 신기한, 신령한, 신문, 신용, 신작로, 실로, 실수, 실과, 실상, 심, 심상하지 않다, 심정, 심지, 심지어, 심하다……
악, 악한, 악독한, 악어, 악형, 안경, 안녕하시다, 안락한, 안심한다, 애원, 애정, 애통, 앵두, 야심, 약, 약간, 약식, 약한, 양(짐승 이름), 양(모양), 양미간, 양반, 양복, 양식, 양지, 양철, 양편, 양한다, 어부, 어항, 억, 억만, 억울한, 억지로, 언약, 엄하다, 여간, 여관, 여인, 여자, 여전히, 역시, 연, 연한다, 연기, 연설, 연약한, 연필, 열, 열려, 염치, 엽서, 영(고개), 영웅, 영전, 영특한, 예법, 예사, 예절, 오월, 옥, 옥중, 옥토, 온화한, 왕, 외에, 외상, 외양, 외투, 요긴한, 요통한다, 요란한, 욕심, 용, 용상, 용서, 우매한, 우산, 우선, 우유, 우체국, 우표, 운동회, 운수, 운전수, 원두막, 원래, 원리, 원망, 원수, 원통, 원한다, 월급, 위대한, 위로, 위해서, 유독히, 유람, 유리, 유리창, 유성기, 유심히, 유월, 유언, 유황, 육신, 육중한, 육지, 윤, 은, 은근히, 은덕, 은어, 은은히, 은하수, 은혜, 음력, 음률, 음산한, 음침한, 읍내, 의견, 의논, 의례, 의병, 의복범절, 의사(병 고치는 의사), 의심, 의외로, 의원, 의장, 의지한다, 이남, 이등, 이롭다, 이사, 이상, 이상한, 이외에, 이용한다, 이월, 이유, 이일, 이질, 이층, 이치, 이후, 인도한다, 인력거, 인물, 인사, 인색한, 인생, 인심, 인자한, 일가, 일기, 일년, 일년감, 일등, 일생, 일시, 일식, 일일이, 일제이, 임종, 임진난, 잉태……
자기, 자동차, 자두, 자본, 자세히, 자본, 자식, 자연히, 자전거, 작년, 작문, 작별, 작정, 잔인한, 잔잔한, 잠간, 잠시, 잡곡, ……장, 장하다, 장갑, 장구, 장군, 장난, 장래, 장마, 장수, 장원급제, 장차, 장정, 재간, 재목, 재물, 재미, 재봉, 재산, 재촉, 쟁반, 저금, 적선, 적적한, 전에, 전한다, 전기, 전당, 전당표, 전등, 전보, 전부, 전쟁, 전혀, 전후, 절대로, 절반, 절벽, 점, 점심, 점점, 정거장, 정경, 정다운, 정도, 정력, 정사, 정성껏, 정신, 정월, 정정한다, 정직한, 정하게, 제사, 제일, 제자, 조목, 조상, 조속, 조심, 졸지에, 종래, 종시, 종용히, 종일, 죄, 죄상, 주년, 주로, 주막, 주사, 주석, 주야, 주옥, 주인, 주장, 주저한다, 주전자, 죽순, 중간, 중량, 중천, 중한, 중량, 즉, 즉시, 증거, 증인, 지경, 지극히, 지금, 지기한, 지남철, 지독한, 지동, 지리한, 지성, 지옥, 지전, 지혜, 진동, 진실한, 짐작……, 징역, 징용,
차, 차례(순서, 제사), 차차, 차표, 찬성, 참례한다, 참혹한, 창(들창, 무기이름), 창문, 창자, 채소, 책, 책력, 책망, 책상, 처녀, 처량한, 처마, 처소, ……척, 천한, 천년, 천둥, 천막, 천성, 천연, 천장, 천지, 천필, 천하, 철, 철로, 철사, 철석, 첩, 첩첩이, 청한다, 청결, 청년, 청렴, 청명한, 청첩, 초……, 초록, 초록색, 초목, 초입, 촌, 총, 추분, 추석, 추수, 추하다, 춘분, 춘추, 출입한다, 출중한, 충성, 충실한, 취미, 측은히, 치하한다, 친구, 친정, 친척, 칠월, 침식, 칭찬……
탄탄한, 탐한다, 탑, 태극기, 태도, 태연한, 태자, 택한다, 택일, 터득한다. 토한다, 통, 투구, 특히……
파도, 파선, 피한다, 팔도, 팔방, 팔월, 패물, 편, 편리하다, 편안한, 편지, 편편한, 편하다, 평생, 평시, 평평한, 평풍, 폐, 폐병, 포도, 포수, 포악한, 포장, 폭포, 표, 표시, 표한다, 풍금, 풍랑, 풍로, 풍상, 풍선,풍성한, 풍속, 풍채, 피한다, 필한다, 핍절한……
하지, 하직한다, 학교, 학대, 학비, 학생, 학식, 학질, 한도, 한문, 한사하고, 한심한, 한약, 한유한, 함정, 합, 항상, 해, 해군, 해로운, 해면, 해방, 행차, 향기, 허가, 허락, 허비한다, 헌병, 험한, 헛간, 형, 형벌, 형세, 형제, 형편, 혜택, ……호, 호각, 호두, 호령, 호수(집호수), 혹간, 혹시, 혹은, 혼, 혼인, 홍수, 화경, 화로, 화목하다, 화장, 화초, 환갑, 환등, 활달한, 활동사진, 황겁한, 황송하다, 황토, 회, 회사, 회색, 효도, 효력, 효성, 후에, 후하게, 후원, 후회, 훈장, 흉년, 흉측한, 흉하다, 흔적, 흡사, 흡족하다, 훙, 훙한다, 희미한, 희한한……
이러한 한자어들은 거의 외래어라는 의식이 없이 대중 속에서 쓰여지는 말로서, 그 대부분은 일본말의 매개가 없이 오랜 옛날부터 차츰 우리말 속에 자리잡은 말들이다. 일본 사람이 가져온 말이면서도 대중의 생활에 보편적으로 관련이 크거나, 그들의 세계에 새로 들어와 터가 잡힌 물건의 이름이나 관념은 어느새 대중의 친근한 말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예를 들면
경찰서, 공장, 과수원, 광고, 광산, 금융조합, 기차, 대신(정승), 도청, 면, 면소, 배급, 배달, 변소, 변호사, 병원, 비료, 비행기, 양복, 연설, 연필, 우편국, 월급, 인력거, 징역, 징용, 헌병
같은 것이 그렇다. 물건은 일본을 매개로 들어왔으면서도, 「유성기, 우체통, 우표, 일년감, 자명종」 등과 같이 우리식으로 이름을 지어붙인 한자어도 있다. 해방같은 말은 아마 8.15 이후에 어느덧 3천만의 말이 되어버린 말이겠다. 중국으로부터 「화차」라는 말이 들어와 가지고 「불술기」라는 우리말로 번역이 되어 쓰여진 일이 있었으나, 필경 일인이 가지고 온 기차라는 한자어에 쫓겨나고 만 일도 있다. 「장원급제, 태자, 대궐, 궁, 궁궐, 대왕, 세자, 훈장(서당선생)」 따위는 한말(韓末)에는 필시 널리 알려진 말이었겠으나, 민주주의의 훈련을 받아가는 오늘의 세대의 어휘에서는 이윽고 사라지고만 봉건시대의 찌꺼기일 것이다. 「의병」이라는 말도 할아버지들과 함께 가고만 말일지 모른다. 대중은 꽤 까다롭고 장황한 한자어라 할지라도 필요와 구미에만 맞으면 곧잘 제 것을 만들어 경우를 따라 멋을 부릴 줄도 아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무식한 시골 할머니들의 주고받는 수다스러운 잡담 속에서도 「길흉간, 만단설화, 만리전정, 백발, 부지중, 의복범절, 파선, 풍랑, 신작로」와 같은 복잡한 한자어나 한문구조차 얻어 듣는 때가 있는 것이다. 위에 들지 않은 말 가운데서도
공원, 간호부, 구공탄, 국민학교, 동물원, 동태, 목욕탕, 방송국, 붕대, 빙수, 수도, 순경, 양말, 연탄, 전차차장……
같은 말은 적어도 도회지에서는 대중의 말이 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지방으로 지방으로 흘러 넘쳐서 이윽고는 이 제1급에 들고 말 말들이 아닌가 한다.
제2급: 다소 교양을 쌓은 사람들의 대화와 연설 등에 나오기도 하나 특히 특수한 전문방면이나 학술관계가 아닌 일반 신문・잡지・출판물 등 글에 무시로 나오는 한자어다. 예를 들면
가공한다, 가맹, 가석하다, 가정, 가정교사, 가족주의, 가축, 가혹한, 각도별, 각오, ……간에, 간한다, 간격, 간곡히, 간부, 간섭, 간수, 간장, 간청, 간판, 간호, 감시, 감독, 감동한다, 감복한다, 감정, 감축한다, 감탄한다, 감화, 감흥, 강한, 강사, 강습회, 강인, 강화회의, 개량, 개발, 개선문, 개의, 개인, 개정, 개조, 개척, 개천, 개천절, 거절, 거행, 긴장, 건국도상, 건반, 건전한, 건전지, 건조하다, 건축, 건축물, 건축사, 건판, 검거, 검사원, 결과, 결국, 결석, 결심, 결의서, 결정, 결혼, 경계, 경계색, 경과, 경기장, 경기회, 경기대회, 경서, 경영, 경우, 경제, 경주, 경찰관, 경향, 경험, 계급, 계단, 계산, 계속, 계획, 고국, 고금, 고기압, 고난, 고대, 고독, 고대한다, 고, 고독, 고등, 고문, 고민, 고소, 고아원, 고장, 고진, 고정된, 고통, 고충, 곡물, 곡선미, 곡조, 곡창, 곤하다, 곤충, 공, 공간, 공개, 공격, 공경, 공급, 공기, 공덕심, 공동으로, 공무국, 공문, 공사, 공업, 공예, 공예품, 공적, 공정한, 공중, 공중위생, 공책, 과거, 과학, 과학자, 과학적, 관한, 관공리, 관계, 관련, 관리, 관망, 관문, 관민, 관심, 관중, 관헌, 광경, 광명, 광복, 광석, 광선, 광업, 광영, 광활한, 괴물, 굉장한, 교당, 교문, 교수, 교실, 교원, 교육, 교육상, 교의, 교정, 교통, 교환, 교회, 교훈, 구별, 구분, 구제, 구호반, 국가, 국경, 국내, 국립……, 국민, 국방, 국어, 국장, 국토, 군법, 군병, 군인, 군중, ……권, 권리, 권태, 귀부인, 규모, 규칙, 규칙적, 극, 극히, 근거지, 근래, 근무, 근본, 근세, 근육, 금요일, 금지, 급료, 기계적, 기공한다, 기공비, 기념, 기능, 기로, 기만, 기묘한, 기민한, 기반, 기본, 기본금, 기상, 기상특보, 기선, 기숙사, 기술, 기술자, 기암, 기압, 기온, 기원, 기자, 기초, 기타, 기특한, 기품, 기한, 기회, 기후, 긴급한, 긴요한, 긴장한다……
낙망, 낙엽수, 낙원, 낙하산, 남극, 남생도, 납세, 낭독, 내빈, 내빈석, 내용, 내의, 냉장고, 노동, 노동자, 노력, 노예, 노정, 논어, 논설반, 농민, 농산물, 농업, 농원, 농장, 농토, 농학, 뇌막염, 능히……
단, 단결, 단결력, 단기, 단점, 단청, 단합, 당년, 당시, 당좌, 대군, 대륙, 대륙성, 대리석, 대부분, 대소제, 대양, 대우, 대웅전, 대응, 대통령, 대표, 대학, 대행한다, 대하여, 대회, 덕행, 도덕, 도덕심, 도서관, 도의, 도저히, 도착, 도화지, 도화용지, 독방, 독자, 독자적, 독전, 독창, 독특한, 돌격, 동감, 동경, 동남, 동물, 동시에, 동식물, 동양, 동지, 동창, 동화, 둥지, 등대……
마찰, 만고, 만국, 만발한, 만족, 말기, 망국, 망명, 매장, 매장량, 맹렬히, 맹아원, 면양, 면적, 면직물, 명랑한, 명령, 명보, 명승, 명예, 명의, 명화공, 모범, 모집, 모험, 목록, 목자, 목장, 목적, 목축업, 몽환, 무궁화, 무기, 무난한, 무력, 무례, 무상한, 무선전신, 무성한, 무술, 무전, 무전왕, 무주공산, 무화과, 묵화, 문교부, 문교정책, 문답, 문방구, 문방구점, 문예, 문의, 문학, 문화, 물리, 물리학,물자, 물질, 물체, 미륵불, 미술, 미신, 민족, 민족자결, 민족성, 민중, 밀접한……
박물관, 박사, 박수, 반노, 반성, 반역자, 반지, 반포, 반항, 발견, 발달, 발명, 발명가, 발생, 발전, 발전기, 발전소, 발행, 발휘, 방면, 방법, 방비, 방식, 방송, 방탕, 방향, 배경, 배치, 백로, 백미, 백작, 백화점, 번식, 번창, 번호, 범상한, 법규, 법렬, 법률, 벽력, 벽화, 변경, 변국, 변동, 변천, 변회, 별호, 병균, 병실, 병졸, 병환, 보고, 보도, 보수, 보전, 보호, 복도, 복습, 복종, 본댁, 본래, 부대, 부문, 부분, 부분품, 부업, 부패, 부흥, 북극, 분간, 분개한다, 분노, 분방, 분자, 불과하다, 불교, 불구자, 불안, 불친절한, 불쾌하다, 불행, 비관, 비교, 비밀, 빈민……
사건, 사과한다, 사교, 사기(속이는 것), 사대사상, 사령, 사례, 사막, 사명, 사모한다, 사무, 사무소, 사무실, 사무원, 사물, 사상, 사상자, 사소한, 사숙한다, 사실, 사업, 사용, 사장, 사정, 사진사, 사학, 사해, 사형, 사형장, 사회, 삭군, 산간지방, 산맥, 산수, 산술, 산업, 삼등, 삼면, 삼일운동, 삼창, 삼한사온, 상(형태), 상급학교, 상공업, 상당한, 상록수, 상류, 상상, 상업, 상인, 상징, 상태, 상품, 색안경, 생, 생계, 생기, 생도, 생명, 생명선, 생산, 생애, 생존, 생존경쟁, 생활, 서, 서양, 서기……, 서력……, 석벽, 석류, 선, 선경, 선도한다, 선로, 선망, 선명한, 선배, 선봉, 선서문, 선수, 선언, 선언서, 선전, 선전포고, 선풍기, 설교, 설립, 설명, 설치, 성스러운, 성공, 성벽, 성악가, 성적, 성취, 세계, 세계대전, 세기, 세자, 소독, 소동, 소방대, 소비, 소상한, 소소히, 소작농, 소장, 소재한다, 소중, 소출, 소포, 속력, 속세, 쇠약하다, 수량, 수려한, 수력발전소, 수력전기, 수령, 수면부족, 수백만, 수부, 수분, 수사한다, 수산, 수산물, 수산업, 수영, 수요, 소요일, 수재, 수정, 수증기, 수지맞는다, 수첩, 수치, 수평선, 수학, 수학자, 수학여행, 숙박, 숙박료, 숙제, 순간, 순례자, 순서, 순응한다, 숭배, 습격, 승무원, 승전, 시, 시가, 시각, 시계, 시내, 시대, 시민, 시사, 시선, 시설, 시위, 시위운동, 시위행렬, 시인, 시장, 시조, 시찰, 시험, ……식으로, 식당, 식물, 신경, 신기루, 신문사, 신비, 신선한, 신앙, 신염, 신용, 신음, 신의, 신조, 신탄, 신품, 신호, 신화, 설계, 실례, 실망, 실물, 실업, 실제, 실천, 실패, 실행, 실험, 쌍안경……
아동, 아악, 악곡, 악기, 악대, 악마, 안내, 안목, 안부, 안식처, 안전한, 압력, 압박, 애국정신, 애국지사, 액수, 야학, 야회복, 약……, 약탈, 약혼, 양로원, 양성한다, 양잠, 양잠업, 어업, 어조, 어촌, 엄숙한, 엄습한다, 엄연한, 여관, 여관비, 여생도, 여성, 여성미, 여신, 여직공, 여행, 역, 역마차, 역사, 역사적, 연결한다, 연구, 연구실, 연락, 연맹, 연습, 연합, 연합국, 열대, 열람, 열렬히, 열사, 열심, 열중한다, 열차, 영광, 영구히, 영롱한, 영사관, 영양, 영양물, 영양분, 영어, 영업, 영예, 영원히, 영향, 예, 예기한다, 예금, 예리한, 예민한, 예방, 예방주사, 예배, 예복, 예비, 예술, 예술품, 예식, 예정, 오전, 오정, 오후, 온도, 온순한, 온화한, 완연, 완전한, 왕국, 왕래, 왕성한, 왕자, 왜적, 외교, 외국, 외적, 요건, 요구, 요일표, 욕망, 용감한, 용기, 우군, 우세한, 우승, 우승기, 우수한, 우익, 우주, 운동, 운동가, 운동장, 운동회, 운명, 울창한, 웅거한다, 웅대한, 웅장한, 원고, 원년, 원료, 원리, 원만한, 원자탄, 원 족, 원칙, 원통한, 월계관, 위, 위대한, 위력, 위시하여, 위안, 위엄, 위원, 위원회, 위자료, 위치, 위풍, 위험, 위협, 유고, 유교, 유구한, 유동, 유래, 유명한, 유목민, 유물, 유선형, 유수, 유순한, 유역, 유원지, 유족, 유지, 유창한, 유치원, 유쾌한, 유학, 유학생, 유행, 유혹, 유효한, 육군, 육상경기, 육전, 육체, 육체미, 윤전기, 융성한, 음식물, 음악, 음악가, 음악회, 응당, 응원, 의기, 의기양양한, 의뢰, 의무, 의문, 의미, 의식, 의아한다, 의존한다, 의타성, 의하여, 의협심, 이기(예, 문명의 이기), 이목, 이상, 이하, 이해, 인가, 인격, 인공, 인구, 인도한다, 인도자, 인력, 인류, 인민, 인상, 인쇄소, 인쇄한다, 인정, 인정미, 인정한다, 인하여, 일개 남자, 일광 제염, 일급, ……일당, 일대……, 일례, 일망, 일망천리, 일반, 일방, 일부, 일부분, 일상, 일순간, 일요일, 일용품, 일월, 일자, 일정한, 일주한다, 일학년, 일행, 임시, 임시정부, 입상, 입지, 입학……
자(者), 자각, 자결, 자극, 자금이후, 자급자족, 자동식, 자립, 자문 기관, 자백, 자비심, 자석, 자선, 자선가, 자신, 자연, 자원, 자유, 자유종, 자작농, 자주성, 자체, 자포자기, 자화자찬, 작가, 작곡, 작문, 작성, 잡목, 잡비, 잡지, 잡초, 장령, 장로, 장사(힘센 이), 장성한, 장애, 장애물, 장엄한, 장졸, 장중한, 장지, 장쾌한, 장학금, 장화, 재능, 재래의, 재래종, 재료, 재배, 재차, 저수지, 저장, 적군, 적극적, 적당한, 적도, 적병, 적십자, 적용, 적진, 전교학생, 전국, 전기기관차, 전도, 전람회, 전력, 전망, 전모, 전문, 전문적, 전사, 전설, 전신, 전연, 전열, 전열기, 전염병, 전염한다, 전장, 전지, 전신, 전파, 전화, 전화기, 점원, 접촉, 정가, 정가표, 정기, 정돈, 정류장, 정리, 정문, 정밀히, 정보, 정부, 정식, 정양, 정연한, 정열, 정주한다, 정책, 정치, 정치가, 정확한, 제도, 제련소, 제목, 제어한다, 제일치, 제지공장, 조각, 조건, 조국, 조리, 조물주, 조밀한, 조사, 조소, 조수, 조정, 조화, 존경, 존귀한, 존재, 졸업, 종교, 종류, 종목, 종사한다, 좌우, 좌익, 주간, 주권, 주동, 주둔, 주문, 주민, 주부, 주업, 주요한, 주의, 주일, 중계, 중장, 주재, 준비, 중대한, 중동……, 중망, 중부, 중순, 중심, 중요한, 중앙, 중위, 중지, 중직, 중추, 중책, 중학, 중학교, 중학생, 증감, 증명, 증발, 지구, 지대, 지도, 지도자, 지리, 지방, 지배, 지배인, 지사, 지서, 지식, 지원, 지원서, 지위, 지점, 지조, 지하, 지하실, 지형, 지휘, 직공, 직선, 직업, 직원실, 직접, 직책, 진군, 진력, 진보, 진열, 진용, 진출, 진행, 질문, 질서, 집달리……
차, 차관, 찬란한, 찬미, 찬성, 찬송, 찬양한다, 찬탄, 참가, 참례한다, 참살한다, 창가, 창립, 채색, 채송화, 채용, 책임, 처하여, 천당, 천명, 천문, 천연두, 천재, 철광, 철교, 철도, 철도연선, 철물점, 철상, 청구, 청산, 청소, 체온계, 체질…, 초, 초조한, 촌중, 총대장, 총명한, 총수효, 총인구, 촬영, 촬영기, 최고……, 최고가격, 최고속도, 최근, 최선을 다한다, 추격, 추진, 추측, 축, 춘흥, 출입구, 출전, 출판, 출판물, 충돌, 충동, 충분히, 충실한, 치료, 칙면, 친병, 친일파, 친절한, 친족, 친히, 침묵, 침범, 침상, 칠판……
타락, 탄광, 탄력, 탄복한다, 탄생, 탄압, 탐욕, 탐험대, 태양, 토벌, 토요일, 토의, 통계, 통과, 통신, 통신망, 통일, 통하여, 투사, 특별히, 특수한, 특징……
파멸, 파송, 파업, 판, 판권, 판목, 패배, 패한다, 편집, 편찬, 평, 평균, 평면, 평소, 평야, 평일, 평화, 폐결핵, 폐한다, 포부, 포화상태, 폭격, 폭동, 폭력, 폭발, 폭풍경보, 폭풍우, 표면, 표본, 표상, 표연히, 표적, 표준, 표현, 풍경, 풍로, 풍부하다……
하례한다, 하학, 학급, 학년, 학당, 학리, 학문, 학사, 학예, 학예회, 학원, 학위, 학자, 학파, 학회, 한국, 한대, 한문, 합격, 합계, 합창, 항렬, 항복, 해류, 해상, 해안, 해안선, 해약, 해양, 해외, 해충, 행동, 행락, 행리, 행복, 행사, 행운, 행위, 행한다, 향상, 향토색, 향하여, 헌법, 혁명, 혁신, 현대, 현미, 현미경, 현상, 호, 혼란, 화려한, 화물, 화부, 화분, 화산, 화석, 화신, 화학, 화합한다, 확립, 확보, 확실히, 환경, 환호성, 활동, 활발한, 활자, 황갈색, 황금, 황폐, 황혼, 회복, 회사원, 회수, 회의, 효과, 후생, 후진, 훈련, 훈민정음, 훌륭, 휘황찬란한, 흑연, 흑인, 흥분, 흥취, 희망, 희생, 희소한……
제3급: 일반대화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특수한 전문어나 학술상 용어로서 쓰이는 한자어가 이 급에 속한다. 여기 드는 예는 지금 쓰이는 문교부 편찬 국민학교 각과 교과서에서 뽑아 본 것이다.
가내공업, 각(角), 각도기(角度器), 각추(角錐), 간이관측소, 간토(艮土), 갈탄, 강풍, 개수(槪數), 개산(槪算), 계절풍, 고체(固體), 곤충, 공간(空間), 공배수(公倍數), 공약수(公約數), 공전(公轉), 관계표, 관상대(觀象臺), 관측소, 광년(光年), 광물, 광물질(鑛物質), 구(球), 구풍(颺風), 국선(國仙), 극광(極光), 근왕병(勤王兵), 금관(金冠), 금상(金像), 금성(金星), 기상(氣象), 기상특보, 기체(氣體), 기호(記號),
낭도(郞徒),
단면(斷面), 대응변(對應邊), 도(度), 도통사(都統師), 도형(圖形), 등온선(等溫線), 등분한다,
맹수(猛獸), 면직물(綿織物), 목성(木星), 무과(武科), 무사단(武士團), 무우수(無憂樹), 미(美), 밀도(密度),
발광체(發光體), 발명왕, 발신기(發信機), 방해석(方解石), 배선(配線), 배전선(配電線), 변(邊), 변압기(變壓器), 부호(符號), 북반구, 북서풍, 분모(分母), 불좌(佛座), 불투명체, 빙하(氷河),
사각추(四角錐), 사각형, 사등분, 사면(斜面), 사천왕(四天王), 산세(山勢), 삼각추, 삼각형, 삼국시대, 상막(像膜), 상사형(相似形), 석고, 석불, 석상(石像), 석영, 석순(石筍), 석전, 석탄층, 섭씨, 성경, 성자, 성충(成虫), 소수(少數), 송전선(送電線), 수소(水素), 수성(水星), 수평거리, 수평면, 수사(水師), 습도,
악학, 액체, 양분, 역마, 연권(連權), 연대(蓮臺), 연풍(軟風), 열도, 열풍(烈風), 염분, 염산, 오형(五刑), 온대지방, 온도계, 온도표, 용암(熔岩), 용적(容積), 우량(雨量), 원(圓), 원도(原圖), 원소(元素), 유지(油脂), 음파, 이하선염(耳下腺炎), 인(燐), 인구표, 임야(林野),
자계(磁界), 자기(磁氣), 자연림, 자전(自轉), 자철(磁鐵), 자침, 장방형, 장원(莊園), 저면(底面), 적리(赤痢), 전자식, 전신기, 전류, 전분(澱分), 절도사(節度使), 정비(正比), 정비례, 조의(皂衣), 주성분(主成分), 주자소(鑄字所), 지구의(地球儀), 지층, 직각, 진공, 질소, 질소공업,
찬성(벼슬이름), 책봉(册封), 천기도, 천왕성, 천체, 철분, 최대공약수, 최소공배수, 추선(수선, 錘線), 축도(縮圖), 춘추시대, 측우기(測雨器), 측후소, 치차(齒車),
타원(橢圓), 탄소, 태양계, 통분(通分), 투명체,
팔음석(八音石), 평방, 포자(包子), 풍력, 풍속(風速), 풍수장,
해왕성, 해저전신, 혼천의(渾天儀), 화풍(和風), 화합물, 확대도, 회전체, 회전축, 흑점,
그러나 이 세 등급 사이에는 뚜렷한 금이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어생활에 전면에 연이어 있는 것으로 각 등급의 경계선에 가서는 어느 쪽에 붙여도 무방한 알쏭달쏭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각 등급의 중심부분과 부분을 비교할 적에는 그 차이가 매우 뚜렷해 오는 것이다.
「한술 더뜨기」와 「가짜」
[편집]문화민족의 말치고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층이 나지 않는 말이 없다. 1. 대중의 일상 대화에 나오는 말 즉 구어(口語), 2. 유식한 말 즉 문어 (文語), 3. 학술어(學術語) 또는 특수한 전문어(專門語)의 이 세 구별은 대체로 1. Colloquial, 2. Literary, 3. Learned에 각각 해당한다.
그러나 이 민족어 혹은 국어의 세 지층은 지구를 이루는 지층처럼, 그 경계가 분명해서, 서로서로 딱 갈려 있어 별로 교섭이 없는 그런 종류의 지층은 아니다. 각 지층 사이의 경계선은 무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언어 변천의 정상한 역사로서는 우선 대중적인 구어에 나타나서 어느새 공인을 받은 말이 필경에는 문어에 채용되곤 하는 것이 보통이나, 대부분의 한자어가 우리말 속에 들어오는 경로는 차라리 거꾸로인 것이다. 즉 문어로부터, 거꾸로 구어 속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서양에서 일찌기 근세초에 각 나라에 국어가 자리잡혀갈 적에 「그릭」 · 「라틴」 두 말이 얼마나 굉장히 많이 각국어에 들어갔던가. 「프랑스」말, 「스페인」말이 성립되던 역사는 이 방면의 사정을 잘 말해 준다. 근세 영어가 성립되던 내력을 시험삼아 살펴보자. 서력 1066년 「노오만」 정복을 계기로 해가지고 「프랑스」말이 어떻게 왕의 궁정을 중심으로 한 귀족 사회를 정복하다시피 하였으며 드디어는 중세(中世) 영어의 정치·경제·법제·군사·학술· 사회생활 각 방면의 어휘에 깊은 영향을 주었던가. 그 「프랑스」말은 사실은 거지반 「라틴」을 받아들였다가 영어에 그것을 다시 수출한 셈쯤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의 영어는 「그릭」의 총어휘의 약 4분의 1과 「라틴」의 어휘의 약 절반을 넘겨 가져서, 동화시켜버렸다고 한다. 이리하여 근세 「유럽」 각 나라의 국어 성립에 있어서 「라틴」이 막대한 어휘를 제공하였던 사실은 우리 나라나 일본말과 한자어의 관계와 매우 흡사한 데가 있다.
마치 「라틴」이 근세초의 구라파 각 나라에 있어서 귀족의 전유물이듯이 우리 나라에 있어서도 한문은 양반계급의 독점물이었다. 그들은 글을 쓸 경우에는 한문만을 썼으며 또 말을 할 적에는 한문에서 나온 한문구나 한자어를 수두룩 섞은 여느 평민의 말과는 매우 다른 말을 썼던 것이다(물론 許筠・金萬重・鄭松江・尹孤山 등의 우리말 문학이 이조(李朝)에 없던 것은 아니로되 양반계급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든지 주류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양반계급은 자기계급을 자기보다 지체가 떨어지는 평민계급에서 똑똑히 구별하기 위하여 거처와 의복범절을 달리 꾸몄을 뿐만 아니라, 자기표현, 의사전달의 가장 주요한 수단인 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딴 궁리와 버릇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들은 무식 대중과 구별하기 위하여 자연 한자어와 한문구와 한문투를 말 속에 많이 끌어넣어서 매우 인공적인 말버릇을 꾸며냈던 것이다. 그들의 말은 대중의 말처럼 생기가 있고 소박하고 거칠지 않고, 한문식으로 힘들여 다듬은 가식이 많은 지어낸 말에 가까운 것이었다. 춘향전의 「변학도」의 말과 방자의 말을 비교해 보면 매우 재미있는 대조를 발견할 것이다.
이렇게 계급의 표식으로서 한자어가 양반층의 말 속에 흔히 들어오는 동안에 그들은 필요하고 자연스러운 정도를 넘어서 지나치게 한자어를 만들었거나 끌어다 붙이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말 속에 들어온 한자어 또는 들어오려는 한자어라느니보다는 우리말과 질이 다르다는 것을 일부러 뽐내려는 한술 더 뜬 「억지 한자어」라고도 할 성질의 말하자면, 아니꼬운 말이 있다. 특히 양반과 상사람 사이에 끼인 이른바 중인 나부랭이가 자기는 아주 상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내붙이고 양반도 아닌 양반내를 좀 피워보려고 할 적에 맞지도 않는 팔자 걸음에 게트림을 하면서 양반의 말티를 본떠 보려고 할 적에 피우는 말투에서 구경하는 그러한 현상이다. 이리해서 같은 물건이나 사태나 관념에 대해서 대중의 말과 양반층의 말이 두 가지가 나란히 있어 오기도 하였다. 이렇게 뜻은 같고 모양이 다른 이른바 동의어(同意)에 대해서는 뒤로 밀고 여기서는 달리 쉬운 말로 될 수 있는 것을 억지로 만든 지나친 한자어, 지나친 한문투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또 그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나라의 문화활동 부대가 한문화적 또는 준한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오래 호흡하고 있던 까닭에 그 타성으로부터 저도 몰래, 한자어의 남용에 기울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가령 문교부에서 만든 현행 국민학교 교과서에서만도 이러한 말들을 발견한다.
괴봉(怪峰), 궁구(窮究)한다, 대성(大聖), 대파(大破)한다, 동사(凍 死)한다, 상방(上方), 상정(常情), 생면(生面), 석간수(石澗水), 석반(石盤), 쇠퇴(衰退), 쇠망(衰亡), 식목주간(植木週間), 암흑(暗黑), 연접(連接)한, 열(熱)한다, 위업(偉業), 의타성(依他性), 일호 당(一戶當), 장렬(壯烈)한, 재생력(再生力), 전진(前進)한다, 전모(剪毛), 진봉(進封)한다, 참경(慘景), 참극(慘劇), 청파(淸波)
등의 한자어는 같은 한자어라도 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꿀 수도 있고 또는 쉬운 우리말로 갈 수도 있는 말들이 아닐까. 그중의 대부분은 일본말의 지나친 한자어를 그대로 받아놓은 것이기도 하다. 「매호에」 대신에 「일호당」으로 하며 「나아간다」 대신에 하필 「전진한다」로 할 것은 무엇인가. 「청파」는 시조의 「청파에 좋이 씻은 몸」에서 왔다손치더라도 원래가 지나친 데가 있어 보인다. 「석간수」는 너무나 유식하다. 또
근시, 예수교, 3.1운동 또는 1919년, 대군, 군사, 병자, 해산물, 우체부, 원시,
로도 족한데 구태여 국민학교 교과서에서까지
근안(近眼), 기독교, 기미운동 또는 기미년, 대병(大兵), 병사(兵士), 병인(病人), 수산물, 우편집배인 또는 체전원, 원안(遠眼)
이라고 해서 혼란을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일정시대」도 「일제」. 「왜정」 등의 말이 통용되다시피 되었는데 새삼스러운 것 같다. 「장질부사」・「장티푸스」 둘씩이니 어느 하나로 통일하면 좋겠고, 「전주」・「전선주」도 같은 물건 하나를 두고 부질없는 한자어의 과잉이겠다.
개교(開校), 개축(改築)한다, 경학(經學), 관곡(款曲)한, 광활(廣闊) 한, 목상(木商), 석반(石磐), 게양대(揭揚臺), 곡물(穀物), 면직물(綿織物)
같은 말도 또한 지나친 한자어라 할 수 없을까.
다음에 사실은 반드시 한자어에 가져다 붙일 것까지 없는 따라서 국문으로만 써 무방하며 아니 써야 할 말을 한문과 한자에 너무 젖은 나머지 한자로 적는 말하자면 「가짜 한자어」가 있다.
각시, 광대, 구경, 기다린다, 대단, 두루막이, 비단, 생각, 생긴다, 설령, 설사, 여간, 우선, 일시, 전혀, 종달새, 타령, 하필,
등의 말을 일부러,
閣氏, 廣大, 求景, 期待린다, 大端, 周衣, 非但, 生覺, 生起한다, 設令, 設使, 如干, 于先, 一時, 專혀, 또는 全혀, 從地理새, 打令, 何必
로 적어서 기어이 한자어로 통용시키려는 버릇이 우리 사이에 있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또 서양지명이나 인명이 일본이나 중국에서 한번 한자어식으로 되어서 그대로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이 있다.
獨逸, 佛蘭西, 伊太利, 西班牙, 羅府, 君府, 伯林, 倫敦, 紐育, 蘇 聯, 歐羅巴, 羅馬, 阿弗利加, 亞米利加, 蘇格蘭, 葡萄牙, 英吉利, 羅 甸, 希臘.
또 한말(韓末)에 쓰이다가 없어진 것으로는,
意大利, 拿破倫, 羅甸國, 亞非利加, 俄羅斯, 君士擔丁堡, 法國, 獨乙
등이 있다. 훌륭한 표음 문자를 가진 우리가 남이 한번 한자화한 것을 끌어들여서 잘 맞지 않는 음으로 인명이나 지명을 부르는 것은 역시 지나친 한자의 영향이라 할 밖에 없다. 외국인명이나 지명이 딴 나라에 와서는 딴 나라식으로 발음되거나 적혀지는 것은 항용 있는 일이나, 우리는 우리식이 아니라 한문식 한자식으로 쓴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다시 우리의 한자 읽는 식으로 소리내는 지극히 부자연한 길을 취해온 것이다.
가짜 한자어의 둘째 부류는 일본말의 이른바 「아데지」(當字)에서 온 것으로 일제 36년 동안에 차츰 일어와 공통된 한자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마치 한자어인 듯한 착각을 가지고 쓰고 있는 말들이다. 일본말에서는 가령 취소(取消)는 「도리께시」로 읽어서 한자어가 아니라 이두(吏讀)식 방식을 그냥 아직도 쓰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그것을 마치 한자어인 듯이 취소로 받아들였다. 군정 때 문교부에서 만든 「우리말 도로 찾기」에서 그런 가짜 한자어를 뽑아보면 아래와 같다. 괄호안은 문교부가 대신 붙인 우리 말이다.
曖昧(모호), 赤字(결손, 부족), 惡魔(마귀, 악마), 明渡(비어주기), 編上靴(목다리양화), 安價(싼값, 헐값), 案出(생각해 내다, 고안해 내다), 案內(인도, 알림), 案內者(길잡이, 인도자), 案內狀(청첩, 알림, 통지서), 鑄型(거푸접), 椅子(교의, 의자), 一生(평생, 한평생, 한뉘), 一石二鳥(일거양득), 一品料理(단찬), 移牒(전달), 移轉屆(이사신고), 依賴(부탁), 入口(들목, 어구), 印肉(인주), 請負(도급), 打合(의논, 협의, 상의), 受付(접수), 受付口(접수처), 內譯(속가름), 裏書(뒤다짐, 뒷도장, 뒷보증), 賣切(다 팔렸다), 賣捌(판매), 賣渡(팔아넘김), 賣渡證書(팔아넘긴 표), 上衣(저고리), 繪具(채료), 圓周(돌이), 遠足(소풍), 往往(이따금), 押收(몰수), 御中(귀중), 階段(층대, 층층대, 계제), 傀儡(꼭둑각시, 허수아비), 合議(마주 의논), 係(받), 係員(받아치, 맡은이), 書留(등기, 올림), 書取(받아쓰기, 베끼기), 閣下(님, 각하), 額(현판), 額緣(틀테), 學友(글벗, 글동무, 학우, 동접), 掛物(족자), 貸切(독세), 貸切車(독차), 貸家(셋집), 個所(군데), 型(골, 틀, 판), 肩書(직함, 명색), 家長(바깥주인), 株(고, 고본), 爲替(환), 完結(끝남), 干潮(잦은 물), 觀點(보는 점), 看板(보람판, 보람패), 起案(초안), 議案(의안), 機械製品(기계치), 器具(연무), 菊版(五七版), 旣決(결정됨), 忌中(상중), 企圖(계획), 記入濟(적기마침), 氣分(심기, 기분), 給仕(사환, 급사), 牛車(달구지, 우차), 境遇(경우, 지경), 行商(도부장사, 행상), 行商人(도붓군, 장돌림), 競賣(경매, 뚜드려팔기), 俱覽(보여드림), 局面(판, 판세), 矜持(자랑, 자긍), 寓話(빗댄 이야기, 우언), 具申(가추사리), 組合(도중계), 繰上(닥아올림), 繰越(미넘이), 外出(나들이), 回章(통문, 돌림글), 會組織(회모으기, 회짜기), 懷中時計(몸시계), 課稅(세매다), 活字(활자, 주자), 元金(본전, 본밑), 願望(소원), 元利(본변), 還曆(환갑, 회갑), 契印(마춤도장, 계인), 慶賀(치하), 景氣(세월, 시세), 輕快(차도, 거뜬), 計算出(장기), 罫紙(인찰지), 下宿(사관), 化粧(단장, 성적), 結局(끝끝내, 마침내, 끝장), 結婚(혼인), 決裁(재결), 缺席屆(말미사리), 原案(원안), 原價(본값, 본금), 玄關(문간), 現金(맞돈, 직전), 犬齒(송곳이, 촉돌), 見地(보는 바), 券番(기생도방, 교방), 見聞(문견), 高級(고급, 상등), 貢獻(이바 지), 交際(상종, 추측, 교제), 口錢(구문, 구전), 構造(얽힘, 얽힘새), 交替(번갈음, 교대), 構內(울안), 高利(고변, 중변, 비싼 변), 小賣(조아팔기, 산매), 小賣店(산매점, 구멍가게), 小切手(수표), 告示(방, 고시), 黑板(칠판), 國防色(황록색), 穀物(곡식), 故障(탈), 小使(심부름군, 사환), 滑稽(익살), 虎列剌(괴질, 쥐통), 言語道斷(기막히다, 말할 수 없다), 裁斷(마름질), 祭典(식전), 裁縫(바느질, 재봉), 相互(서로, 호상), 掃除(쓰레질, 치움질), 相談(의논, 문의, 상의), 櫻花(벚꽃), 差入(옥바라지, 들임), 差押(덮잡기), 差引勘定(엇셈, 시재맞추기), 傘下(그늘, 휘하), 參考(참고), 參照(참조), 殘高(시재, 나머지), 散步(거님, 소풍), 仕入(받아 들이기), 仕入先(사들이는 곳, 사오는 곳), 賜暇(말미), 至急(지급), 資金(밑천), 資源(거리밑), 事故(연고, 사고), 志向(의향), 示唆(귀띔, 암시), 支障(거침), 示達(알림, 통첩), 質屋(전당포), 實際(참, 참으로), 失錯(실수), 叱咤(꾸지람), 失敗(낭패), 實(실상은, 실상인즉), 品切(떨어짐, 다나감), 自白(토설, 자백), 支拂(치름), 紙幣(지전, 지화, 지폐, 종이돈), 資本(밑천, 본전), 始末書(전말서), 締切(아주 닫음, 마감, 끝막음), 借金(빚돈), 車賃(차삯, 차비), 收穫高(소출), 十人十色(가지각색), 集配人(체전원, 우편사람), 祝儀(팁, 행하), 熟語(문자), 種種(여러가지, 갖가지), 授受(여수), 出荷(물건부침), 出願(청원), 出産(해산, 풀기), 出張(파송, 파견), 出張員(파견원, 파원), 出頭(출석), 主婦(안주인), 順番(차례), 止揚(얹어두기, 치워얹음), 孃(아가씨), 照會(알아보기), 淨書(정서), 證書(수표, 명문, 증서), 少女(아가씨), 上申(사리), 讓渡(넘겨주기), 少年(도령), 商品目錄(발기장기), 正味(알속, 실속, 알맹이), 醬油(간장, 지령), 慫慂(부추김), 上陸(하륙), 職業(생애, 직업), 食料品(음식거리, 음식감), 處女(처녀), 處方書(약방문, 방문, 화제), 指令(지령), 辭令(사령), 素人(초대, 맹문이, 날무지, 풋내기), 申告(신고, 사리), 申請(청원), 親展(몸소), 新婦(새댁, 새악씨, 신부), 新郞(새서방, 신랑), 衰弱(쇠약, 탈진), 彗星(살별, 꼬리별), 据置(매두기), 壽司(초밥), 砂原(모래톱, 모래밭, 모래벌, 사장), 成案(성안), 淸潔(깨끗함), 正札(값맨 표, 값표), 脆弱(부실한), 世帶(살림, 가구), 世帶主(살림주인), 誓約(다짐, 서약), 石工(석수, 석수장이), 赤面(무안), 設計(설계, 마련), 全快(쾌차하다, 완치하다), 全鮮的(온나라의, 전국적), 煽動(충동), 全滅(몰살, 몰사), 染料(물감), 裝置(차림, 차려놓기), 添附物(껴붙임), 組織(짜임), 訴訟(정소, 정장, 소송), 算盤(주판, 수판), 道具(연장), 宅(댁, 집), 卓子(탁자, 책상, 테이블), 但(그렇지만, 그리고, 다만), 但書(다만줄), 立會(징참), 立場(처지, 선 자리), 立替(선대), 假令(설사, 설혹, 서령, 가령), 歎願(발괄), 彈丸(탄알, 철환), 短靴(단화), 誕生日(생일, 생신), 地下足袋(버선신), 持參(가지고오다), 地震(지동, 지진), 着手(손대기), 注文(마침), 調査(사실, 상고), 調子(장단, 가락, 형편), 聽取(알아듣기, 들어두기), 調達(바침), 通達(통첩, 알림), 通知(기별, 통지), 手當(처치, 손질, 가봉, 별급), 庭園(동산, 정원, 뜰), 定價(값매기, 맨값), 堤防(방축, 둑), 低利(헐변, 경변, 저변, 싼변), 眺望(안계, 바라봄), 調和(아울림, 어울림), 摘要(요령, 요령따기), 出口(날목, 나 가는 데, 어구), 手製品(손치), 手續(절차), 手配(지위), 出迎(마중, 맞이), 天氣(날씨, 일기, 천기), 天井(천장, 반자, 보꾹), 天然痘(마마), 等級(등급, 등분), 道具(연장, 연모), 答申(내답사리), 當番(당번, 번),當分間(아직, 얼마간, 얼마동안), 土臺(지대), 頭取(행수, 장), 同件(동행, 작반), 道樂(오입, 소일), 時計(시계, 종), 徒弟(계시), 屆出(사뢰기, 신고하기), 殿, 閣下(님, 좌하), 取扱(다루기), 取消(무름, 지움, 푸지위), 取締(단속), 取締役(유사), 取調(사실, 신문, 문초), 取引(거래), 內申(속사리), 中折帽子(중절모자), 仲買(거간, 주름, 중도위), 生菓子(마른 과자), 荷主(짐주인), 二毛作(두 그루), 荷物(짐, 봇짐, 보따리), 入荷(들어온 물건, 도착), 入場(들어가기), 入場券(들임표), 入場無料(거저들임), 人氣(물망, 기풍, 명망), 人間(사람, 인생), 人夫(모군, 일군), 願(청원), 乘合自動車(두루기차), 乘換(갈아타기), 配給(태움, 벌어주기, 나눠주기), 配給所(태움집, 태움곳), 配達(분전), 配達夫(분전인), 配當(몫벼름, 깃벼름, 깃놓기), 俳優(배우, 노름바치), 白墨(분필), 馬車(마차), 場所(곳, 처소), 場面(마당, 판), 拂込(치르넣기), 判決(판결), 萬事(만사, 매사), 判別力(지각), 控室(기다림방), 引揚(올리다, 걷어가다), 引受(맡다, 넘겨맡다, 넘겨받다), 引下(내리다, 끌어내리다), 引繼(교대, 넘기기), 備考(비고, 잡이), 美人(일색, 미인), 日付(날짜, 날짜매기), 皮肉的(빈정거리는), 非番(난번), 日步(날변), 被服(입성), 評價(값치기, 친 값), 表具(표창), 標語(구호, 표어), 表紙(책껍질), 費用(부비, 경비, 해자, 쓰임, 씀씀이), 品名(물명), 封切(개봉), 封筒(봉투), 不具者(병신), 副申(붙임말씀), 復命(복명, 회보), 不自由(부자유), 附箋(찌끼), 船賃(배삯, 선가), 不渡(못치름, 안치름), 兵士(병정), 別莊(별장, 정자), 別紙(뒤붙인 종이), 別表(딴 표), 變死(오사), 便所(뒷간), 妨害(헤살, 훼방), 訪問(심방, 방문), 墓地(산소), 申込(신청, 제의), 待合室(기다림방), 間間(간혹), 滿開(만발), 滿潮(한물), 未決(결정중), 見積(머리잡기), 見本(본, 본보기, 간색), 身元(근지), 土産(선물, 봉물), 無罪(애매, 무죄), 名人(일수, 선수), 命日(제삿날, 기일), 命令(명령), 鍍金(도금), 面識(안면, 면분), 妄言(망발), 毛皮(모물), 木棉(무명), 木棉類(무명붙이), 養生(조섭), 洋服地(양복감), 役員(임원, 직원, 유사), 約婚(정혼), 役割(구실, 소임, 부담사무), 家賃(집세), 闇取引(거먹장사), 遊興(놀음, 놀이), 遊廊(청루), 郵便切手(우표), 用意(주의, 준비), 用達(마침), 用達社(공둘방, 심부름집), 用度係(쓰임받), 豫想高(겉가량), 餘白(테), 呼出(불러내기, 불러오기), 廊下(복도, 골마루), 落書(장난글씨), 利息(길미, 변, 변리), 立案(기안, 기초), 旅人宿(주막), 旅費(노자, 노수, 노비, 여비), 料理人(숙수), 輸廓(둘레, 언저리, 대강), 煉瓦(벽돌), 廉恥(염치, 이면), 露店(한뎃가게), 割當(벼름, 나눠매기, 분담, 분배), 割引 (벗김).
양반의 말과 평민의 말 동의어(同意語)가 생긴 까닭의 하나
[편집]앞에서 우리는 한자어가 오랜 한문화의 영향으로 우리말 속에 들어오게 된 내력을 잠시 건드린 일이 있다. 그러한 영향이 특히 눈에 띄는 것으로 음은 다르나 뜻이 같은 이른바 동의어 문제가 하나 있다. 즉 같은 물건이나 사태나 관념을 가리키는 말이 여러 개 있는 경우다. 그 중에도 대상 하나에 재래의 우리 말과 새로 들어온 한자어가 갈린대로 나란히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여기에서는 그러한 의미의 동의어만 문제 삼고자 한다. 그런데 재래의 우리 말과 한자어가 병행하는 경우에 그 말에는 마치 언문과 한문에 등급이 있듯 봉건적인 계급의 차이가 그대로 붙어있는 일이 많았다. 즉 그 경우에 재래의 우리말은 평민의 말인데 거기 대한 한자어는 양반의 말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양반계급의 티를 내느라고 일부러 까다로운 한자어를 수월한 우리말 대신에 쓰고 있는 것이다.
(재래의 우리말) (새 한자어) (지나친 한자어)
걸상 교의 의자
겨울 동절
물고기 생선, 해어
고맙다 감사하다
그동안 기간
그밖에 기타
나이 연세 춘추
날밤 생률
날씨 일기
날자 시일
눈코 이목
다음날 익일
달걀 계란
던다 감한다
땅 토지
돈 금액, 금전
뜻밖에 의외에
많은 다수한
매우 극히
바느질 재봉 침재
부엌 주방
손발 수족 고굉
쇠줄 철사
쓰다 사용한다
아기 유아
아내 처 내자
아들딸 자녀 돈아
아버지 부친 가친, 선친, 대인
아우 동생 계씨
아저씨 삼촌 완당
아주머니 형수
안팍 표리
얄미운 가증한
양편 쌍방
어머니 모친 자당
어쨌든 여하간
여러가지… 제반…
요지음 근간
이 치아
이웃 인근
이러한 여사한
잘못 과실
지난일 과거
집 가옥(건물)
집안 가정
털 모발
파다리 사지, 사각
형 백씨
형제 안행
이밖에도 이렇게 계급적 표식이 분명치는 않아도 재래의 우리 말에 대항하여 생긴 동의어는 실로 막대한 수에 달하는 것이다. 그 일부만 들어도 아래와 같다.
(쉬운 우리말) (한자어)
감춘다 은닉한다, 은휘한다
값 대금
같은 동일한
갚는다 보상한다
거둔다 징수한다
거저 무상
걱정 우려
거쳐서 경유해서
굳센 강한
고친다 변경한다, 수정한다
나무란다 비난한다
나타난다 출현한다
남먼저 솔선
내준다 지출한다
낸다 제출한다
넘는다 초과한다
늦추다 완화한다
데리고 대동하고
대신한다 대행한다
따로 별도로
들다 가입한다, 가맹한다
들끓다 비등한다
뜻 의의
막는다 방지한다, 방어한다
맨 처음 최초
모두 전부, 전원
모든 일체
밝힌다 명백히 한다
바꾼다 교환한다
바란다 요망한다
뺀다 제외한다
본다 간주한다
부쩍 늘다 격증한다
뿌린다 살포한다
새… 신규
생각해 본다 고려한다
생각보다 예상외로
아무런 하등의
어려운 곤란한
옮긴다 이전한다
요즈막 최근
이곳 당지
일으킨다 환기한다
잃어버린다 상실한다
인제부터 금후
일부러 고의로
잊어버린다 망각한다
준다 교부한다, 증여한다, 부여한다
지킨다 방위한다, 준수한다
맛돈 현금, 직전
집어놓는다 수용한다
차츰 점차
철길 철로
큰 다대한
큰 돈 거액, 대금
판다 판매한다
퍼진다 만연한다
하나 뿐인 유일한
한결같이 일률적으로
햇볕 일광
헤엄친다 수영한다
훔친다 절취한다
먼저번 각쌍의 동의어 속에서, 대체로 한자어는 갓 쓰고 행전 친 말이라면, 재래의 우리말은 머리에 수건 동이고 미투리 신은 말이라 하겠다. 둘째번에는 동의어의 쌍에서 한자어 쪽이 중절모 쓰고 「넥타이」 맨 신사의 말이라면 거기 대응하는 재래의 우리말은 각각 저 시정의 민중의 말이라 하겠다. 한자어들은 이렇게 적지아니 주로 어떤 특권층의 표징이었던 흔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난장판의 사생아(私生兒)─ 동음어(同音語)
[편집]한자는 대개는 각각 뜻이 다르므로 뜻이 제가끔씩인 글자가 단독으로 또는 어울려서 음이 같은 한자어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이른바 동음어다. 말할 적에는 가령 경성(京城)과 경성(鏡城)은 다르며, 해산(解散)과 해산(海産)은 역시 「액센트」를 두는 데가 다르겠다. 「카이모그라프」로 그린다면 물론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글로 쓸 적에는 구별을 지을 수가 없는 철저한 동음어가 되어 버린다. 일찌기 李崇寧씨도 지적하듯 가령 같은 「사기」면서도, 士氣인지 砂器인지 또는 邪氣인지 史記인지 한자를 안쓴다면 분간해 내기 어렵다는 걱정을 한 일이 있었다(李崇寧 씨가 든 예는 「소화관」─消化官, 消火管, 昭和館이 있다).
그렇다. 동음어는 사실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혼란을 가져오기 쉬운 것도 사실이나 李崇寧씨가 생각하듯 그렇게 야단스러운 혼란은 아닐 것 같다. 왜 그러냐 하면 앞의 「사기」에서 보듯 砂器와 史記 사이에 음만 듣고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옆집 할머니가 아니라 뒷집 동양역사 선생님이며, 그것들과 士氣 사이에 귀의 혼란이 생기는 것은 역시 보통사람이 아니고 군대 관계의 인사일 것이며 邪氣하고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엔간히 정신에 한문과 일본말 찌꺼기가 남아 있는 사람이 아니면 없을 일이다. 또 불행히 그 모든 지나친 지식에 멀미가 날 지경인 사람일지라도 다행히 그런 말이 어디 허망공중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실상은 언제든지 일정한 문맥(文脈) 속에 나타나는 까닭에
『사기는 깨지기 쉬워』
할 적에는 사기 「그릇」인 줄 알 것이며,
『그 도서관에 사기가 있을까요』
할 적에는 「역사책」인 줄 알 것이고,
『국방군의 사기를 북돋아야 하겠다』
하고 외칠 적에는 「전투의식」인 줄 짐작할 텐데, 사기 그릇이나 역사책을 연상하게쯤 되면 그것은 벌써 보통사람의 연상 방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같은 음을 내면서도 뜻은 다른 동음어가 많다고 하는 것은, 음이 다르자 뜻도 다른 말로 분명히 가르는 것보다는 역시 혼란까지는 안가도 신속한 이해를 저해할 염려는 충분히 있다. 즉 한마디 말에서 한 가지 뜻으로 직통하는 것이 아니라 한마디에서 여러 뜻 사이를 일종의 진통을 거쳐서 그 경우에 맞는 함수적(函數的)인 뜻으로 통하게 되느니만큼 좀 복잡한 것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나라 말에고 동음어는 거의 있는 것으로 그러면서도 통용이 되는 것은 그때그때의 정황과 문맥이 그 뜻을 결정해 주는 덕택이다. 그런데 이러한 반갑지 않은 동음어를 남달리 많이 가지고 있는 까닭에 그것들을 잘 분간해 쓰기 위해서는 한자를 쓸 수밖에 없다는 말들을 하는 것을 듣는다. 이 혼란스러운 동음어는 도리어 한문과 한자에서 온 악한 열매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불행하고도 떳떳하지 못한 사생아들인 것이다. 한문과 한자라는 봉건제도에 오래 얽매어 있으면 있을수록 우리는 이 사생아들의 범람 때문에 화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통틀어 문제삼을 그때로 미루고 여기서는 우선 이 사생아들의 얼굴이나 똑똑히 보아 두기로 하자.
- 가정(집안, 가상), 가산(집안 재산, 더하는 셈), 간부(회의 수뇌부, 남편 아닌 정부), 감사(고마움, 옛날 벼슬 이름), 감정(지성과 의지 에 대립한 감정, 판정), 강도(험한 도적, 설교), 거리(시가, 떨어져 있는 폭), 결정(작정, 광석의 뭉침), 고초(채소이름, 괴로움), 공(공로, 「볼」), 공기(그릇이름, 대기, 공공한 기관), 공사(일, 대외사절, 공공한 일), 공전(삯, 지구의 자전에 대한 공전), 과거(지난 일, 옛날 관리 시험), 관리(벼슬아치, 맡아 보는 것), 과실(잘못, 열매), 기도(기원, 계획), 기업(유업, 새 일 시작), 단장(막대, 치레), 당시(그적, 당나라 시가), 대문(구절, 큰문), 대수(세대수, 수학의 한 부문), 대신(정승, 대리), 도시(모두가, 도회지), 독자(읽는 이, 남 다른), 동서(방향이름, 친척 관계이름), 동자(눈동자, 아이놈), 동정(옷 한 부분, 어여삐 여김), 동지(생각이 같은 사람, 벼슬 이름), 동창(동쪽 창, 같은 졸업생), 등대(바다 등대, 기생 등대), 모자(어미 아들, 머리에 쓰는 것), 무기(군기, 무기한), 무력(병력, 힘 없는 것), 미명(새벽, 헛이름), 반(절반, 모듬의 작은 단위), 반장(반의 책임자, 종이 반 조각), 반지(엷은 종이, 가락지), 발전(성장, 전기 일으키는 일), 방문(심방, 방에 딸린 문, 처방), 병(앓음, 그릇이름), 보도(알림, 사람 다니는 길), 부인(남의 아내, 인정하지 않음), 부호(부자, 기호), 분수(신분, 수의 종류), 비방(훼방, 신기한 방문), 사기(그릇, 전투 의식), 사과(과일, 사죄), 사상(생각, 인명의 손해), 사료(먹이, 역사 연구 자료), 사면(사방, 경사면), 사기(숟가락, 일년 네철), 사자(짐승, 심부름군), 사정(형편, 조사하여 결정함), 사전(자전, 미리), 사형(형벌, 린치), 사회(사람의 집단, 회 진행을 맡아 봄), 상(밥상, 상급), 상관(더 높은 관리, 관계), 상급(상품, 고급), 상석(웃자리, 묘석), 생사(목숨의 위험, 명주 실), 성명(성과 이름, 의사 표시), 수단(방편, 음식 이름), 수도(물 보내는 시설, 서울, 고행 수업), 수심(걱정, 물 깊이), 수정(돌 이름, 고치는 것), 수재(홍수 피해, 재간 덩어리), 시가(거리, 시와 노래), 시기(때, 질투), 시사(암시, 「뉴스」), 시인(시 쓰는 사람, 인정), 시장(장터, 시의 책임자), 식사(음식 먹는 일, 예식의 인사), 신품(새것, 썩 잘된 것), 심지(남포 심지, 마음보), 실수(과실, 응골진 수), 실업(산업, 무직), 양(가축 이름, 모양, 분량), 양지(양지 쪽, 서양 종이), 역사(내력, 공사), 연기(굴뚝 연기, 배우들의 숭내 재주), 연석(잔치 좌석, 동석), 열대(열쇠, 지구의 중간 토막), 예(예증, 예의), 옥(감옥, 옥돌), 외식(거죽치레, 음식 사먹는 일), 용기(용맹, 그 릇), 우수(절기의 이름, 걱정, 뛰어난), 원수(복수, 적, 군대의 최고 지위, 나라의 최고 대표자), 유고(사고, 죽은 뒤의 원고), 유지(기름 먹은 종이, 기름, 신사), 의사(병원의사, 생각), 의식(예식, 마음, 의복과 식사), 의장(회의의 최고 책임자, 의복 차림새), 의지(굳은 마음, 의뢰), 이상(수상, 위), 이해(아는 것, 이해 관계), 인가(집, 관청의 인가), 인정(정, 긍정), 자기(제 자신, 그릇), 자수(수, 자결, 자백), 자신(몸소, 자부심), 자체(제몸, 글자 맵시), 장사(물건 거래, 역사), 장수(종이 매수, 군사의 대장), 전당(잡히는 것, 커다란 집), 전도(앞일, 선교), 전력(전기 동력, 전심 전력), 전지(땅마직, 전장판, 전지치료), 전차(거리의 전차, 「탱크」), 전파(전기의 파동, 퍼지는 것), 조각(새긴 것, 내각 조직), 조상(선조, 도마), 조화(천지 조화, 음악의 조화, 종이 꽃), 주간(주장하는 사람, 일주간), 주석(쇠붙이 이름, 술좌석, 해석), 주장(의견, 「캡텐」), 중추(복판대, 한가을), 지도(지리 해설 그림, 인도), 지방(지역, 기름), 지사(애국 지사, 지방 장관), 지점(고장, 본점에 대한 지점), 지형(땅 모양, 인쇄의 지형), 진정(진심, 호소), 질소(원소 이름, 검소), 차관(차 끓이는 그릇, 나라 빚), 창(창검, 들창), 천리(천리길, 자연의 이치), 천재(뛰어난 재간, 불의의 재앙), 추수(농사의 추수, 맹종), 투기(질투, 도박), 학자(학비, 학구), 해산(몸풀이, 흩는 것), 후원(원조, 뒷뜰).......
이렇게 우리는 한자와 한문 덕으로 고맙지 않은 동음어를 남달리 많이 가지고 있다. 들추면 아직도 아직도 끝이 없을 성싶다. 저 유명한 「스키이트」의 「영어 어원 사전」에 나오는 영어의 동음어와 비교해 본다면 우리는 곧 우리가 가진 번거로운 재산에 놀랄 것이다.
한자어는 어디로 가나
[편집]한자어는 한문화의 영향 아래서 생긴 것이며, 한문을 독점하고 있던 특권적 양반층이 그 주요한 산파요 또 전파자였다. 따라서 그것은 입으로 말하는 말 속에 생겨서 글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거꾸로 글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힌 다음에 차츰 양반층의 입으로, 거기서 다시 민중의 입으로 옮아가곤 했다. 한자어가 민중의 말에 들어와 뿌리를 박는 경로는 대체로 이와 같은 것이었다. 즉 사회적으로는 특권적 상류계급으로부터 차츰 민중에게로, 즉 위로부터 아래로의 운동을 하며 전파되는 우리말 속의 한자어는 언어상의 계층으로서는 학술어·전문어로부터 문어(文語)에, 문어에서 다시 구어(口語)로, 또는 약간의 예외를 제하고는 대체로 문어에서 구어로의 길을 거쳐 차츰 국어 속에 융화되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상층계급의 글 속에 남아 있는 동안일수록 한자어는 그만큼 더 그것이 이루어진 한자에 달려붙어 있다가, 차츰 민중의 구어 속에 융화되어 감을 따라 그만큼 더 본래의 한자와의 인연이 열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유식한 사람들이 일부러 가끔 그런 말들을 한자로 적지 않는다면 거의 본래의 한자와의 인연을 잊어버릴 지경에까지 이르고 마는 것이다. 한자에 젖은 사람들이 부질없이 그런 말을 한자로 적음으로써 이때것 재래의 우리말에 동화되다시피 한 말을 구태여 그 봉건적 족보를 캐어 보여주어 다 썩은 핏줄을 되쳐 생각하게 하곤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설탕배급이 얼마 가량이나 되겠는지. 어서 잔말 말고 기다려 봐요』.
『아이구 형님 덕택에 온 식구 무사히 과세했읍니다. 내외분 어디 출입하시나요』.
이런 말은 시정의 무식한 이들 사이에서도 어렵지 않게 주고 받는 말인데, 또 그들은 그 아무런 한자와의 연상없이 잘 쓰며 알아듣는 말인데 일부러 한자나 안답시고 아래와 같이 적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今番에는 雪糖配給이 얼마 假量이나 되겠는지. 어서 雜說 그만두고 期待려 봐요』.
『아이구 兄任 德澤에 온 食口 無事히 過歲했읍니다. 內外분 어디 出入하시나요』.
여하간 한자어는 앞에서 보아 온 것처럼 대체로는 제3급의 한자어, 즉 학술어·전문어와 제2급의 한자어, 즉 문어로서 상층계급의 대화 속에 무시로 나타나는 한자어가 차츰 제1급의 한자어 즉 민중의 구어로 딩굴어온 것이다.
이 한자어로 보아서는 점점 그 본래의 연상을 떨어 버린다는 의미에서 퇴화요, 우리말 자체로서는 질이 다른 외래어가 우리말 속에 동화해 버린다는 의미에서 발전이라고도 할, 이 한자어의 하향운동, 일반화 운동을 이루어지게 하는 요인은 「전파」와 「빈도」(頻度)와 「버릇」의 셋인 것이다. 눈에서 눈으로, 눈에서 입으로, 입에서 눈으로(이상은 상층계급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다음에 입에서 입으로─ 이리하여 한자어는 물 위에 생기는 파문처럼 한 둘레 두 둘레 전파되어 가는 동안에 그 범위가 점점 더 넓어져서 한 지역 주로 중앙으로부터 온 변두리에까지 드디어는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번 국어의 수면에 던져진 한마디 한자어가 그 한두 번으로 끝난다면 파문은 한두 번 퍼진 후 나중에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같은 말이 횟수를 거듭해서 던져지는 그 「빈도」가 잦으면 잦을수록 그 말은 더 깊이 국어 속에 뿌리박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주 같은 말이 말과 글 속에 일어나는 것은 결국은 그 말이 민중의 현실 생활에 긴밀한 관계가 있는 물건이나 사태나 관념을 대표하는 때문일 것이다. 즉 말의 빈도를 결정하는 것은 「필요」라고 하겠다. 이렇게 꽤 넓은 범위에 걸쳐 같은 말이 자주 일어나는 동안에 어느새 「버릇」이 되어 버리면 이로써 완전히 국어의 어휘에 참가하고 마는 것이다. 「소오슈르」의 이른바 「랑가아주」(Langage, 언어활동)를 통해서 개인의 말인 「파롤」(Parole)과 일반사회의 말 즉 「랑그」(Langue)에 안정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소리와 뜻에 변천과 분화가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주팔자」(四柱八字), 「금슬」(琴瑟), 「유부녀」(有夫女)와 같은 그 출처가 깊고 뜻이 꽤 어려운 한자어도 이 전파와 빈도와 버릇의 힘을 빌어 민중의 쉬운 말이 되었으며 출입(出入)이 나들이의 뜻으로도 되고, 내외(內外)가 「부부」라는 뜻 밖에 「남의 사내를 부끄러워한다」는 또 다른 뜻을 낳게도 된 것이다.
한자어의 이 하향운동, 일반화운동은 한말(韓末)에 이르기까지도 퍽 완만하였던 것 같다. 1894년 갑오경장(甲午更張)을 계기로 한때 갑자기 왕성하다가, 1910년 한일 합방에서 한풀 꺾인채 36년 동안 일제의 우리말 탄압, 말살정책의 압력으로 하여 억눌려 있다가, 1945년 8.15로 해서 다시 자유스러운 궤도에 오른 셈이다. 그러나 그 뒤로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문화의 대중화」라는 우리의 주동적인 운동을 촉진하는 여러 가지 필요한 요소가 발전 안되듯, 우리말 가운데서도 한자어의 자연스러운 발전이 또한 순조롭지 못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유감이나마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자어의 전재산이라고 하는 것은 한말 이전의 완만한 유산과 한말의 저 불길과 같던 개화운동 시대에 비약적으로 터잡힌데다가 일제시대에 일어를 통해서 간접으로 받아들인 약간의 것을 합친 것이 거의 전부라 하겠다.
그러면 한말에 있어서 한자어의 일반화운동을 촉진시킨 요소는 무엇들인가.
첫째: 교통 기관의 발달.
산과 내가 부락과 부락, 지방과 지방의 자연적 장벽이 되어 좀체로 긴밀하고 빈번한 연락을 가지기 어렵던 봉건시대의 지역적 고립상태를 깨뜨리고, 특히 기차와 기선과 전신 전화가 사면팔방으로 교통의 도랑을 열어 놓았을 적에 한자어가 지방으로부터 지방으로 이 도랑을 흘러 전파될 가능성은 무척 커졌다. 교통기관의 발달을 따라 말이 퍼져가는 현상은 오늘에서는 벌써 세계적 규모로 되어 있다.
둘째: 교육의 보급.
한말에 한번 든 개화의 봉화에 호응해서 전국 각지에 전에 없던 학교가 죽순처럼 생겨나서 우리말에 의한 새 교육을 실천하게 되었다. 주로 국한문체로 된 신식 교과서는 동시에 전에는 일부 특권층에 국한되어 있던 한자어를 더 넓은 민중 사이에 퍼뜨리는 일도 맡아 한 것이다. 즉 한자어의 사회적 장벽을 깨뜨려 놓은 셈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의무 교육의 실시까지는 보지 못하여, 자연각지의 팽배한 새 교육 운동은 양에 있어서도 큰 제한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세째: 언론, 출판의 발달.
군중을 상대로 한 연설, 강연의 기회가 잦았고, 국한문 또는 한글로 내는 신문·잡지·신소설·일반 출판물이 활판인쇄술의 수입으로 대량으로 나오게 되어 앞에서 말한 새 교통 기관을 이용하여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 흘러들어 간 것이다. 한자어의 일반화에 있어서 가장 큰 일을 한 것은 아마도 「저널리즘」이었을 것이다. 금후에도 이 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특히 이 뒤로 「라디오」가 맡아 할 일은 신문·잡지에 결코 뒤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네째: 계급의 장벽이 무너진 것.
한자어와 한문, 한자가 봉건 시대의 양반층의 계급적 특권을 표시하고 의미하는 상징이 되다시피 하던 것이, 한말 개화기에 이르러 양반과 평민 사이의 계급적 담장을 무너버리려는 운동이 새로운 자본주의의 미약하나마 뚜렷한 자극으로 더욱 높아가서, 역사의 후면으로 밀려 떨어져가는 양반계급의 한자어가 이 무너진 계급적 장벽의 틈을 새고 넘어 급작스레 민중 속에 넘쳐 흘러 나왔었다. 민중은 그 생활상의 필요와 문화적 욕구에서 이것을 거침없이 흡수하기 시작했었다. 그중에는 물론 아직도 남은 계급적 우월에 대한 환상에서 일부러 모방한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금후에도 현대식 교통 기관의 정비 발전, 의무교육의 실시와 교육의 보급 발달, 언론 출판 특히 신문·잡지·「라디오」의 발전, 봉건적 계급 관계의 찌꺼기의 완전한 청산 등은 기왕부터 있던 수많은 한자어가 학술어 전문어 또는 문어로부터 구어 속으로 풀려 들어가며 때로는 새로 생겨날 한자어를 보급시키는 데 크나큰 박차가 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 수천년을 두고 위에서 본 것과 같은 하향운동, 일반화운동을 거쳐서 학술방면에서 시작해서 지식인의 글뿐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아 민중의 구어에까지 넓고 깊게 뿌리박고 퍼져 온 한자어를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
순수주의자는 응당 우리말에 대한 그러한 외래적 이질의 요소는 온통 몰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양과 종류에 있어서 엄청나게 우리말 속에 넓고 깊게 자리잡은 한자어를 젖혀놓고는 우리말의 기능이 사뭇 반신불수에 빠질 우려가 없지 않다. 「배움집·날틀·갈·빛살·한나치·세모꼴」 등 한 수십자 수백자 만들어 가지고는 하나마나한 것이 된다.
도대체 그리할 필요가 없다. 한자어는 그 대부분이 오랜 우리의 역사적 생활 속에서 필요와 쓸모에 따라 우리말 조직 속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외래적 요소였으나 차츰은 그 범위와 빈도와 버릇의 성립을 따라 동화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언어적 재산이다. 그러므로 그 대부분은 한 기정사실(Status quo)로서 받아 놓고 볼 수밖에 없다.
나는 위에서 「그 대부분」이라고 하였다. 「그 전부라고는 하지 않았다. 거기는 내버려야 할 필요없고 쓸모없는 거치장스러운 부분이 적지 아니 있기 때문이다.
첫째 쉬운 우리말 또는 더 쉽고 잘 알려진 한자어도 있는데 구태여 유식티를 부리노라 꾸며 낸 위에서 본 일이 있는 한술 더 뜬 지나친 한자어는 배격해야 하겠다.
둘째, 한자어인지 아닌지도 분명하지 않은 것을 역시 유식티에서 기어이 한자로 적어놓는 가짜 한자어는 한자라는 탈을 벗겨주어야 하겠다. 사실상 그것은 말 자체는 그대로 있으니까 제외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그 관념상의 탈만 벗겨버리는 것이다. 또 하나 가짜 한자어로서 몰아내어야 할 것은 일어에서 온, 원래는 한자와는 관계없는 가짜 한자어로서 이 역시 한자어의 탈을 썼으나 기실은 일어인 것이다. 앞에서 본 「우리말 도로 찾기」에 든 것이 그 대부분인데 그러면서도 「범위와 빈도와 버릇」은 무서운 것으로 「우리말 도로 찾기」에서도
議案, 原案, 參考, 參照, 淨書, 處女, 辭令, 短靴, 中折帽子, 判決, 封筒, 命令, 鍍金
에 대하여는 그대로 우리 음으로
의안, 원안, 참고, 참조, 정서, 처녀, 사령, 단화, 중절모자, 판결, 봉투, 명령, 도금
이라고만 불였고,
惡魔, 椅子, 閣下, 氣分, 牛車, 境遇, 行商, 競賣, 活字, 契印, 高級, 交際, 口錢, 自白, 證書, 職業, 設計, 等級, 俳優, 萬事, 美人, 備考, 訪問, 無罪, 旅費
등에 대하여는
마귀, 교의, 님, 심기, 달구지, 지경, 도부, 뚜드려팔기, 주자, 맞춤 도장, 상등, 상종 또는 추축, 구문, 토설, 수표 또는 명문, 생애, 마련, 등분, 노름바치, 매사, 일색, 잡이, 심방, 애매, 노자, 노비 또는 노수, 외에 우리 음을 그대로 취한
악마, 의자, 각하, 기분, 우차, 경우, 행상, 경매, 활자, 계인, 고급, 교제, 구전, 자백, 증서, 직업, 설계, 등급, 배우, 만사, 미인, 비고, 방문, 무죄, 여비
도 함께 붙여 둔 것은 차츰 보통 한자어 마찬가지로 우리 말에 들어오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우리말 도로 찾기」에는
一生, 運, 遠足, 菊版, 高利, 國防色, 差入, 傘下, 散步, 資金, 資源, 事故, 志向, 失敗, 讓渡, 指令, 親切, 彗星, 世帶, 立場, 當分間, 取消, 生菓子, 入場, 配給, 配達, 配當, 便所, 墓地, 未決 등에 대하여
평생 한평생 또는 한뒤, 수 운수 또는 재수, 먼 거님 또는 소풍, 五七版, 비싼 변 중변 또는 고변, 황록색, 옥바라지, 그늘 또는 휘하, 소풍 또는 거님, 밑천, 거리밑, 연고, 의향, 낭패, 넘겨주기 또는 넘겨줌, 명령, 다정, 살별 또는 꼬리별, 살림 또는 가구, 선 자리 또는 처지, 아직 얼마간 또는 얼마동안, 무름 지움 또는 푸지위, 무른 과자, 들어가기, 태움 별러주기 또는 나눠주기, 분전, 목벼름깃 벼름 또는 깃 놓기, 뒷간, 산소, 결정중이라고 새 말 낡은 말을 붙여 놓았으나 사실은 앞의 것과 마찬가지로 각각
일생, 운, 원족, 국판, 고리, 국방색, 차입, 산하, 산보, 자금, 자원, 사고, 지향, 실패, 양도, 지령, 친절, 혜성, 세대, 입장, 당분간, 취소, 생과자, 입장, 배급, 배달, 배당, 변소, 묘지, 미결
이라는 말도 적지아니 우리 귀에 익어버린 것이다. 가령 이러한 말들은 어찌할 수 없다 치더라도 일본말식 가짜 한자어로서 몰아냈으면 하는 것이 많이 있음은 앞에서도 보아 온 바와 같다.
세째, 계급적 표식이나 의장으로 쓰여지던 두 겹 세겹으로 한자 껍질을 겹쓴 한자어들은 같은 동의어의 계열에서 보다 평민적인 말에 밀려, 닥쳐올 민주주의 시대를 견디어날 것같지도 않거니와 우리는 자진해서 그런 말들은 몰아내야 하겠다. 그것은 국어에 남아 있는 말하자면 봉건적 잔재인 것이다.
네째, 제3급 • 제2급의 특수어와 문어 속에서도 더 그 이상 구어에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다른 쉬운 말로 바뀌고 말 한자어도 무척 많다. 그런 말은 더 쉬운 말로 자꾸만 바뀌어 내려가야 할 것이다.
현재의 우리말과 글의 상태는 결코 정상한 발전의 결과가 아니라 문과 일본말의 겹친 중압과 침노를 받아 비뚤어지고 뒤볶인 부자연한 혼돈에 쌓여 있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정상하고 자연스러운 발전을 하는 한 나라 말에 있어서는 무슨 제한이나 선택을 억지로 가하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다. 다만 비상한 예외임으로 해서 이 혼란을 극복하기 위하여는 예를 들면 위에서 본 것과 같은 큰 수술이 필요할 성싶다.
한자의 심리(心理)
[편집]1) 상형문자의 마술성
그러면 대체 한자어는 무슨 글자로 쓸 것인가. 한글인가, 한자인가. 인제야 우리는 우리 논문의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 보다 먼저 우리는 한자 그것의 특징과, 아울러 그것이 결합해서 이루는 의미연합(意味聯合)의 실상을 안 연후에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옳겠다.
일찌기 훈민정음을 만들어 내놓을 적에 세종은 그 서문에서 우리말의 성음조직(聲音組織)이 중국말과 다르다는 것을 밝혀 지적했다. 「슐라잇 헤르」는 말을 그 형태를 따라서
1. 고립어(孤立語, Isolating Language)
2. 교착어(膠着語, Agglutinative L.)
3. 활용어(活用語, Conjugational L.)
의 세 가지로 나뉘었고 「스위트」는 그것에다
4. 포합어(抱合語, Incorporate L.)를 더해 놓았거니와 그 표준에 의하면 중국말은 교착어라고 할 우리말과는 아주 다른 고립어로서 거의 하나하나의 음절(音節)에 독립한 뜻이 있어서 매우 적은 조사(助辭)와 주로 말의 전후 순서를 따라 뜻이 결정되도록 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말을 글로 적는 데 알맞도록 된 것이 바로 한자였던 것이다. 한자는 조사(助辭)를 표시하는 것 외에는 거의 한 글자, 따라서 한 음절 한 음절마다 그것에 고유한 뜻을 가지고 있어서, 혹은 그것이 서로 열려서 합성어(合成語)도 되고 구절 전체를 이루기도 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 말, 가령 우리말이나 영어 같은 것으로는 여러 음절(音節)을 가지고 나타내는 것을 중국말로는 한자 한글자 따라서 한 음절로서 넉넉히 나타내곤 한다. 이런 관계가 가장 효과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시(詩)다. 저 한시(漢詩) 그 중에서도 당시(唐詩)가 「七言絶句」 또는 「五言絶句와 같은 간결한 형식으로도, 예를 들면 「起, 承, 轉, 結」과 같은 복잡한 변화를 가질 수 있어서 어느 나라 시보다도 형식의 양에 비해서 함축이 풍부할 수 있는 것도 무릇 이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杜甫의 시
- 江碧鳥愈白
- 山靑花欲燃
- 今春看又過
- 何日是歸年
을 우리말로 옮겨 놓으면
- 江이 푸러 물새는 더욱 희고
- 山위에 꽃들 타는듯 붉다.
- 이 한봄 또 이대로 보내는구나
- 어느 해나 내 돌아가 보려나─
(金尙勳譯 「歷代中國詩選」에서)
와 같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까 한자는 의미를 어울려 가는 데 매우 경제적이다. 글자 그것은 자못 복잡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한 구절 구절에 있어서는 글자 수로는 매우 간단한 것을 가지고 큰 뜻을 대표시킬 수 있는 것이다. 즉 의미를 대표시키는 상징(象徵) 작용에 있어서 우리 말이나 영어를 표음문자로 옮겨 놓았을 때보다도 한층 더 집중적이요 요약된 것이요 압축된 것이 된다. 표현에 있어서 어떤 평면적인 연속보다도, 입체적인 집중과 압축을 더 추구하는 점에서는 한시는 그 글자 조직 때문에 딴 나라 시에 비해서 어떤 유리한 모를 가지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겠다.
특히 어떤 휘어잡을 수 없는 추상적인 개념(槪念)을 대표시키는 데는 유다른 마술성을 발휘하기조차 하는 것이다. 가령 진(眞) 선(善) 미(美) 같은 한자 한자가 가진 그 마술적 추상성을 생각해 보라. 그러므로 철학·자연과학·사회과학의 개념 구성에 있어서, 간명하면서 부작과 같은 작용을 하는 술어를 제공하는 것은 한자다.
이리해서 중국말을 말로 할 적에는 한 음절 음절의 음에 거기 붙은 뜻이 고유한 것이 있는 것이다. 즉
음→뜻
더 정확하게는 음과 뜻이 한개의 전체적인 의미형태를 이루는 것인데 음이 귀를 통해서 일으키는 자극이 마음 속에 그 음과 뜻이 함께 어울린 한개의 전체적인 의미형태를 이루는 것이다. 즉 성(城)이라는 음은 그 음과 관련한 뜻과 어울려서 한 전체적인 의미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음에서 뜻에 이르러 끝나는 곧은 줄기는 아니다. 그러나 글로 쓸 적에는 「城」이라는 글자의 눈에 보이는 모양마저 그 전체의 의미 형태를 이루는 데 참여하며 더군다나 그 전체의 의미 형태를 잡아 가는 데 있어서 핵심의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편의상 그림으로 그 방향을 표시하면
모양→뜻(+음)
한자는 게다가 글자 하나하나가, 본래의 상형문자(象形文字) 시대의 주로 물형을 본뜨던 흔적이 있어서 매우 특징있는 모양을 하고 있으므로 글자와 글자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렇게 서로 판이 다른 글자 글자에 딴 뜻이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표의문자(表意文字)인 한자가 표음문자(表音文字)인 우리 글자나 「로마」글자와도 다른 특징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이 같은 동음어가 많으면서도 글자로 써놓으면 모양이 제각각이므로 훨씬 혼란을 덜게 된다.
말로 할 적에는 우리말이나 중국말이나 소리가 중요한 요소나, 써 놓으면 한글과 한자는 매우 달라진다. 한글로 적은 경우에는
모양→음→뜻
의 길을 거쳐 전체적 의미형태를 이루게 된다. 그리하여 한자는 앞에서 본 것처럼 그 모양이 직접 뜻에 연결되나, 우리 글에 있어서는 뜻을 직접 가리키는 것은 어디까지든지 음이요, 모양은 음을 통해서 또는 음의 매개로 뜻에 연관되는 것이라 하겠다.
원래 사람의 다섯 가지 감각 가운데서 제일 직접적인 것이 눈으로 보는 시각(視覺)이요, 다음이 귀로 듣는 청각(聽覺)이다. 다른 나라 글보다는 보다 더 시각을 이용하는 한자는 이모에서는 분명히 더 나은 점을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제15세기 이래 활판 인쇄가 점점 발달되어, 인쇄된 글이 널리 사람들에게 읽히게 되었다. 오늘 와서는 사람들은 그들의 귀를 일일이 번거롭게 할 것 없이 눈으로 글을 읽어 가지고 특히 그 날의 신문을 통해서 묵묵한 가운데서도 굉장히 많은 일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근세 문명이 가져온 한 가지 큰 특징은 사람들이 오늘 와서는 부당하게 지나친 점을 귀보다도 눈에 지우고 있다는 일이다. 만약에 1920년대 「라디오」가 나타나지 않았던들 사람들은 귀의 필요를 점점 덜 느끼게 되어 청각의 기능이 퇴화될 뻔하였을지도 모른다. 또 전에는 일일이 입으로 하던 일을 오늘은 손가락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입은 전혀 주로 먹기 위한 기관으로서만 남게 될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리해서 사람들은 글을 읽되 주로 소리는 내지 않고 눈으로만 읽어가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소리없이 읽을 적에도 우리 몸의 소리내는 각 기관, 즉 성대, 목구멍에 붙은 기관, 입안에 붙은 여러 기관과 입술같은 것이 저도 몰래 소리내는 시늉을 내고 있다는 것은 심리·생리학상의 사실이라고 하나 그 당자는 적어도 그것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렇다면 말의 소리를 다시 보이는 모양으로 옮겨 놓은 글자들이 점점 더 제게 붙어 있는 소리를 잊어버리거나 푸대접하기 십상이다. 이러한 사태 아래서 상형문자, 표의문자로서의 한자가 그 본래의 사각적인 우수성으로 해서 의미 그것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표음문자인 우리 글자를 눌러 버리고 나서는 경향이 있을 법하다.
이러한 한자는 특히 음은 같고 뜻은 다른 동음어를 구별하는데 매우 쓸모가 있어 보인다. 즉 소리로 듣거나 그 소리대로 표음문자로 옮겨 놓을 적에는 어느 게 어느 것인지 문맥을 살피지 않고는 분간하기 어려운 말도 한자로 적어 놓으면 눈으로 보아 곧 가려낼 수 있다. 경성이라고만 써 놓을 때보다 京城·鏡城·警醒으로 갈라서 쓰면, 동음어의 분간이 쉬워질 것은 사실이다(물론 이러한 말들도 발음할 적에는 「액센트」를 따라 분간할 수도 있으나, 적어도 서도나 북도 사람으로서는 그 「액센트」의 분간이 희미하다).
2) 시각(視覺)에 대한 미신
그렇지 않아도 원체가 한자어는 한자를 토대로 해가지고 나온 말이며 처음에는 한자에 탯줄을 끌은 말이다. 그러니까 한자어는 한자로 적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도 보인다. 게다가 한자 그것부터가 지금 보아온 것과 같은 유리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한자는 그것과 관련이 있는 한자어뿐만 아니라, 관련이 없는 우리말에까지도 자꾸만 발을 넘겨 놓게 된다.
아까 보아온 것처럼 한자와 그것으로 적는 한문에는 그러한 여러 성격이 한데 얼려서 일종의 마술성을 발휘하는 듯하다. 중국 역사상 元이나 淸과 같은 정복 민족이 중국 변방으로부터 중국 복판에 들어오면, 정치적으로는 정복 민족이면서도 문화적으로는 한문화 속에 해체되고 만다는 것은 역사가들이 흔히 하는 소리다. 이 경우에 그들이 문화적으로는 도리어 정복되고 말 적에 그들이 수없이 걸려들고 마는 것은 적지 아니 이 한자와 한문의 마술일지도 모른다.
마술성인 까닭에 거기는 미신이 붙기 쉽다. 중국말을 배경으로 한 한문이나 한자어 그 자체로서 다른 나라 말이나 글에 비해서 어떤 우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 우수성 반면에 또 못한 점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성음조직이 다른 우리 나라 말과 비교해서 한자나 한문의 좋은 점에만 홀려 그 부족한 모는 못보며 제나라 말과 글의 부족한 모만 보고 그 좋은 점에는 눈이 어둡다는 것은 벌써 마술에 걸린 것이요, 미신에 사로잡힌 것이요, 이 또한 정치상 한없는 독을 퍼뜨린 사대(事大) 사상의 노예가 되어 있는 증거다. 다른 나라는 말고, 한자와 한문의 본토인 중국에서 재래의 한문의 마술성이 중국의 새 문화를 세워가는 데 극히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일찌기 신문화 운동의 대장인 호적(胡適)을 중심으로 옛날 한문은 물리치고 그 대신 말대로 글을 적는 백화문(白話文)을 쓰기로 하자는 운동이 일어나서, 오늘에 와서는 벌써 완전히 대세가 되고 만 일을 우리는 명심해야 하겠다. 그렇다고 하면 우리는 우리의 필요와 각도에서 한자와 한문, 그 중에도 한자를 다시 한번 분명히 따져 보아야 하지 않을까.
가령 표현이 간단하고 요약되어서 그 상징력이 우수하며 개념 구성에 편하다는 것은 되쳐 생각하면 그만큼 구체적인 것에서 멀며 생생한 인상을 개척한다느니보다는 이미 있어 온 표현에 그저 개괄해가기 알맞도록 되어 있다는 결점이기도 하다. 구체적이요 실감에 차 있다고 하는 것은 우리 말의 표현력의 뛰어난 모인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논설보다도 소설에서 먼저 한글 전용이 실현된 것은 우리 말의 이러한 특징에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에 명사(名詞)와 동사(動詞)가 모양에 있어서 구별이 없이 그대로 통용되는 한문의 버릇에서 온 일이겠지만, 한문에서 빌어온 말, 한자로 된 말은 잠자코 있는 정태(靜態)의 역학적(力學的)인 모를 죽이기 쉬운 결점이 있다. 이 점에 있어서도 우리 말은 이러한 제약이 없이 자유 자재하다. 가령 수립(樹立)이라는 말 한 마디를 보아도 그대로서는 명사이기도 하고 동시에 동사며 동사로서의 때의 관계, 즉 과거 현재 미래를 다 포함하고 있으며, 명사로서도 동작의 여러 모, 즉 세우는 행동 자체 (세우기) 또는 세운다는 사실 (세움)의 어느 것도 한마디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말인 경우에는 뜻의 그러한 「뉴앙스」가 다 나올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한자어를 우리말 식으로 여러 모로 갈라 쓰는 것이다. 이리하여 얼른 보면 한자어는 지금 본 것과 같이 명사나 동사로 그 본 모양에는 변함없이 통용할 수 있는데, 순수한 우리말에서는 동사를 곧 명사화할 수 없어서 불편하다는 말이 나오기 쉽다. 가령 「政府樹立萬歲」는 편하게 된 말이나, 순전한 우리말로서는 樹立을 세우기, 세움으로 바꾸어 놓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물론 「수립」은 그대로 우리말로 남을 말이겠으나, 그 말이 몰려날 밖에 없는 말이라 치더라도 그것이 그 말을 한자로 꼭 적어야 될 이유도 그러니까 그런 경우에는 꼭 한자어라야 된다는 이유도 되지는 않는다. 그 밖에도 「새 정부 만세」 「첫 민족의 정부 만세」 할 것 없이 여러 가지로 생기있는 표현을 도리어 가져올 수 있는 것인가 한다. 가장 약동하고 인상 깊어야 하는 이러한 구호에 있어서조차 한자와 한문의 영향은 오히려 표현의 힘을 죽이는 데 이바지하는 뜻밖의 결과가 생기는 줄을 우리는 미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한자가 시각적으로 더 인상이 깊은 것도 사실이나, 그렇지만 표음문자인 우리 글에는 시각적인 인상이 한자만큼은 선명하지 않아도 역시 있는 것이다. 가령 「樹木」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시각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어서 그 인상이 그 뜻과 어울려 있는 것처럼 「나무」라는 두 글자도 한 시각적인 특징있는 인상을 가지고 있어서 우선은 그 음에 통하지만 동시에 같은 뜻에도 얼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한자어와 그 밖에 말에 있어서 한자로 적는 때문에 그 방해로 우리 글자로 적은 우리 말의 시각적 인상을 또렷또렷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자는 그리해서 사실은 우리 글이 통일된 모양으로 수월하게 행문되는 것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 동음어를 구별하기 편하게 한다는 한자의 공로는 사실은 그럼으로 해서 말에 있어 혼란을 일으키기 쉬우며 또 한자 사용을 옹호하는 구실 이 되기 쉬운 동음어를 무턱대고 만들어 낸 죄의 장본이 된 것이다. 우리에게는 같은 음이면서도, 중국 본바닥 사람에게는 그 고저평측(高低平仄)의 복잡한 음운(音韻) 조직이 있어서 말한다든지 읽을 적에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경을 치는 것은 본바닥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분별없이 받아들여 쓰는 우리인 것이다.
한자는 말의 어원(語原)을 알려주니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한마디 한마디의 말은 어원 때문에 뜻이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대에 일정한 사회에서 그 말에 붙여주는 그때 그 고장에서 통용되는 뜻이 그 말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화나 글의 전후 문맥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국 사람은 영어 한마디 한마디의 어원을 일일이 캐놓은 「옥스포드」큰 사전을 찾지 않고도 서로 말할 수가 있다. 우리 외국사람으로서도 가령 Democracy라는 말이 「인민」이라는 의미와 「정체」라는 뜻의 두 말이 합쳐 된 옛날 「그릭」이라는 것을 모르고도 민주주의인 줄은 아는 것이다. Bicycle(자전거)이라는 말은 둘이라는 뜻의 「라틴」과 「바퀴」라는 뜻의 「그릭」이 합쳐 된 것인 줄 몰라도 그 말의 뜻은 알고 쓰는 것이다.
또 한자와 한문은 동양의 「에스페란토」니까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커다란 오해가 있는 듯하다. 즉 「에스페란토」로서 배우는 것은 구태여 말리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을 우리말 속에 섞어 써서 혼란을 일으켜도 좋겠는가 하는 점이다. 또 우리말에 섞어 쓰기 위해서 그것을 좀 배워두는 것으로서는 「에스페란토」 노릇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한문의 대가라도 한자가 섞인 일본신문을 읽어 알 수는 없다. 하찮은 한문공부를 가지고는 오늘의 중국 백화문을 읽어 알 수는 더욱 없다. 적어도 어렴풋이 짐작은 할 수 있겠다고 하리라. 그런데 그 「어렴풋이」는 매우 위험한 것일 터이다. 그것은 과학의 시대에 사는 사람의 글 읽기는 아니다. 장사군도 그런 「어렴풋이」한 정보를 가지고 장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대체 글의 뜻은 한마디 한마디 말의 사전에 나오는 뜻을 가해 가지고 되는 합계가 아니며 그 한마디 한마디의 뜻은 전후 문맥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또 사전의 단자만 외워 가지고는 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어울려서 뜻을 이루는 문장법 또는 구문법(構文法)이 따로 있는 것이다. 구문법이나 문맥을 젖혀 놓고 한마디 한마디의 뜻만 알아 가지고 글의 뜻을 알아 낼 수는 없는 것임을 「한자 한문=동양의 에스페란토」론자들은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도 또한 한자와 한문에 대한 미신에 속고 있었던 것이다.
한자가 아니면 새말을 만들기 어려우리라는 걱정이 있다. 딴은 「原子彈」도 「路線」도 「國聯」・「軍政」도 한자 덕에 된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우리가 새로 만드는 말이 반드시 한자어뿐만은 아니다. 다만 우리 나라 문화활동을 담당한 사람들이 주장 한자와 한문에 젖어왔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새말을 만들기 편하였을 따름이다. 또 반드시 서양서 들어오는 말을 한자어로 고쳐서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페니실린」이 그대로 들어왔고 「유·엔」·「디디티」·「라이터」·「스트렙토마이신」·「라디오」·「드리쿼터」·「지프」·「테크노크라시」·「카메라」·「케익」·「뉴스」·「아파트」·「런치」·「캡」·「레인코트」·「오버슈즈」·「쵸코레트」·「다이아친」·「컵」·「위스키」·「플래카드」·「데모」·「버터」·「달러」가 모두 그대로 들어와도 무방했다. 「촬영기·양과자·양주·시위운동·불(弗)」 같은 말이 있기는 하나, 그 원말도 그대로 쓰이는 것이다. 그래 무방하다. 사실은 한자어식으로 새말을 만드니까 우리말 식으로 만드는 길이 등한히 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한자어가 무작정하고 자꾸 늘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전(古典)이 대부분이 한문으로 되어 있으니 우리는 한자와 한문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하기는 그렇다. 하지만 한문으로 된 우리 나라 고전을 읽기 위해서 한자와 한문을 배워가지고 우리말에 뒤섞어 쓰느니보다는 한문이 능한 분들이 그 고전들을 거의 아무나 알아볼 수 있도록 우리말 우리글로 번역해 놓는 것이 국민 교육상 빠른 길이요 옳은 길이겠다. 물론 앞으로도 그 방면의 전문 학자가 될 사람은 마치 다른 외국 문학과나 외국어과를 공부하듯 공부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이때까지 우리가 하듯 우리 식으로 읽고 새기는 폐로운 방식으로 한자나 한문을 배울 것이 아니라 아주 중국글로 알고 바로 그것을 배워야 할 것이며, 현대 중국말, 중국글, 고한문(古漢文)을 구별해서 그런 줄 알고 공부해야 할 것이다.
한자어는 무슨 글자로 쓸까
[편집]인제야 우리는 한자와 한문의 마술성의 정체를 알았다. 그것에 대한 가지가지 미신을 깨뜨려야 할 때를 당했다.
그것들은 원래가 우리 말과는 성음조직이 다른 중국말에 맞는 것이요, 우리말에는 우리말의 성음조직에 맞는 편하고 합리적이요 쉬운 한글이 있다. 한자나 한문의 적어도 부분적 보조가 없으면 우리 글만으로 표현이 원칙적으로 완전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사태의 실상을 모르는 소리다. 원칙적으로 「우리말, 우리글」이 옳고 남의 글자나 글을 부분적인 기호나 표식의 정도를 지나 내글 속에 제것 남의 것의 구별을 모를 정도로 쓰고 있다는 것이 원칙이 될 수 없다. 더군다나 그 일 때문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혼란을 우리는 보아 왔다. 그리고 그것이 봉건시대에 있어서 주로 계급적 무기로서 지배층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반동의 역사를 가졌던 것도 보았다. 사실 한자와 한문 덕으로 우리가 받아 가진 것이 무엇이냐. 뒤떨어진 봉건사회의 괴어빠진 웅덩이에 언제까지고 우리를 얽매 두기 위한 저 유교(儒敎) 사상을 조상과 우리 머리 속에 쑤셔넣는 것이 고작이 아니었더냐. 그 때문으로 잃은 것은 무엇이냐. 첫째로 그것은 우리말 문학, 즉 진정한 민족문학의 발생발전을 막아왔다. 특히 「유럽」의 새 문명을 어서 바삐 받아들여야 했을 적에 한사코 방해하였다. 새로운 과학과 기술의 수입을 훼방하고 저해했던 것이다. 신라 통일시대에 뒤떨어진 우리 나라를 속히 중국 수준에 가져가기 위해서는 한때 한자나 한문이 도움이 된 적은 있었다. 그러나 고려와 이조 천년을 통해서는 주장은 한자나 한문이 했다는 것이 우리 민족 문화의 자주적인 발전을 막는 일이요, 어찌 보면 아편과 같이 정신적으로 우리 민족을 마취시키는 일이요, 정치적으로 주물러 놓는 것을 돕는 일이 아니었던가.
그러면 한자어란 무엇이냐. 그것은 중국이라는 큰 집에서 물려 가진 고마운 유산은 아닌 것이다. 우리말 속에 들어온 외래어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우리말 속에 이윽고는 동화되어 왔으며, 당연히 그리 되어야 할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제가 주인인 줄도 모르고 나그네를 안방에까지 끌어들여 주인처럼 모신다. 한자와 한문은 저의 본국에서도 다시 반성이 되고 있는 판인데, 신주처럼 모셔주는 나라가 있으니 좀체로 떠나지 말자고 버틸 밖에─. 그리하여 그것은 한자어를 자꾸만 한자로 적어서 그것이 우리말 속에 동화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이미 동화된 것조차를 도로 한자의 옷을 입혀서는 우리말과 이간을 붙인다. 가짜 한자어까지 춤을 추게 해서 제 세력을 넓히려 든다. 그리하여 우리 글에 한자를 섞어 쓰는 것은 반드시 원칙적인 필요에서가 아니요 미신과 마술과 오랜 인습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글로만 써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참말 과학적으로 검토해 본 일이 없었다. 물론 한문에서 국한문까지 온 것은 그만큼 한자와 한문에서 해방된 것이다. 이제 더 한 걸음이 필요하다. 한자어와 한문에서 완전히 해방되기 위하여 그리고 우리 글을 말에 통일하기 위하여 한자어마저 국문으로 쓰는 길을 튼튼히 세워야 하겠으며 그것이 원칙이겠다. 다른 나라 예를 보아도(일본은 예외나) 외래어를 본국에서처럼 적지는 않고 제 나라 성음조직에 조화시켜서 제 나라 글로 적는다. 물론 한자어에는 앞에서 본 것처럼 등급이 있다. 구어에서 특수어에 올라갈수록 우리 말에 동화된 정도가 얕다. 따라서 생소하다. 그러니까 그런 문어·학술어 등 특수한 말만은 당분간은 괄호 속에라도 한자를 붙여 두어서 이해를 돕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도 대번 한자로만 써 놓는다면 이 역시 우리 글로 적는 그 말이 우리 눈에 익을 기회를 줄이는 것이요 동화의 속도를 꺾는 것이 된다. 제2급의 이른바 문어에 있어서도 그 대부분은 국문으로 적어 무방하며 정 생소한 말은 역시 당분간만 괄호 안에 한자를 붙여 두는 것으로 족할 것 같다.
이렇게 내가 이 정도로 국문으로 적어 놓은 글이면 같은 글을 한자를 섞어 적었을 때나 마찬가지로 오늘의 지식층은 알아볼 수 있다. 오늘 연설이나 강연에 쓰이는 말은 대체로 이 제2급의 문어에 속하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명심할 중요한 일은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의 표준을 종래보다도 훨씬 대중의 말 그래서 구어에 옮겨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휘의 선택에 있어서도 쉬운 어휘를 애써 가리며 쉬운 문체를 노려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다소 불편을 느낄 것은 오늘의 중류 이상의 지식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익을 볼 것은 문화의 혜택을 학수고대하는 많은 대중이요 또 앞으로 올 수 없는 후손들인 것이다. 이 민족 만년의 큰 이익을 위하여 중류 이상의 지식인은 자기의 작은 불편을 참을 밖에 없다. 모든 것이 새로워야 할 때에 우리말 우리글도 참말 민주적 민족문화 새 과학과 기술 위에 설 민주주의 조국 건설에 가장 알맞고 능률적인 태세를 갖추고 나서야 될 것이 아닐까.
국민학교 아이들이 한자를 몰라서 무식해진다는 말이 간혹 들린다. 한자를 아는 것이 유식한 것이요 그것을 모르는 것이 무식하다는 따위의 생각은 상투 짜고 과거 보던 때 얘기다. 오늘 유무식을 결정하는 표준이 되는 지식이라고 하는 것은 세계와 제몸에 대한 객관적이요 실천적인 지식으로서 그것을 가지고 세계와 자신을 통어할 수 있는, 말하자면 사실에 기초를 둔 지식이요 그것이 곧 과학인 것이다. 전에와 같이 사서삼경을 읽고 못읽은 게 문제가 아니다.
오늘 국민학교 아이들은 等자나 分자를 배워 가지고 等分이라는 말마저 배우지 않아도 「둥분」이라는 글자와 말만을 배웠어도 한 직선을 둘로 똑같이 자를 줄을 안다. 그 말의 뜻과 그것이 실천에 연결되는 힘에 산 지식이 달려 있는 것이요 等자 分자를 안다는 것만으로 지식을 자랑할 수는 없다. 실상은 자칫하면 한자와 한문은 객관세계와 현실에 기초를 두지 않은 문자의 관념 세계에 유리해 버리기 쉽도록 된 물건짝이다.
그러면 새로 배우는 사람은 한자 없이 「등분」으로도 족하며 等자 分자는 몰라도 「등분」은 읽을 줄만 알고도 그 말의 뜻을 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등분」은 읽되 等分은 못읽는 사람이 많은데 또 等分보다 「등분」은 배우기도 쓰기도 훨씬 더 쉬운데도 等分이라고 적어야만 될 까닭이 서지 않는다. 더군다나 等分을 아는 사람이면 「등분」이라고 적어놓아도 안다. 하나는 눈과 손에 오래 익었다는 점에서 그것을 버리는 것이 다소 불편할 것은 사실이나 이 불편은 더 큰 이익을 위해서 당장은 희생하기로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 배우는 사람, 국문 아는 사람, 한자도 겸해 아는 사람할 것 없이, 구태여 等分이라 적을 게 아니라 「등분」으로 적어 무방하지 않은가. 사실 오늘날 국민학교 아이들은 한자를 모르는대로 국문만 가지고 잘 새 지식을 배워가는 것이다. 다만 순수주의의 나쁜 결과인 부질없는 새말 지나친 새말 때문에 한자를 안 배움으로 해서 얻은 이익의 대부분을 횡령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안되었을 뿐이다. 이 점만 바로 잡는다면 지금 국민학교의 한글 중심 방침은 옳게 가고 있는 것이다.
또 후손들이 한자를 몰라서 새말을 만들어야 할 경우에 고생하리라는 애틋한 걱정이 있다. 그러나 우리말은 한자 아니고라도 새 말을 훌륭히 만들어 낼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들은 재래의 우리말 또는 한자어를 두루 뜯고 조합해서 족히 새 필요에 응해서 그때그때 찬연한 말의 보석을 만들어 갈 것이다. 도대체 후손은 대체로 조상들보다는 더 잘난 게 보통이니까, 그런 잔일에까지 조상 편에서 미리 염려할 것은 없다.
그리해서 한자는 당분간 혹 괄호 안에 남아 있어 무방하겠다. 그리고는 박물관과 대학 연구실에 줄창 남아 있을 것이다. 다만 내 의견으로는 一, 二, 三, 四, 五, 六, 七, 八, 九, 十, 百, 千, 萬과 같은 한자 숫자는 마치 「아라비아」숫자가 「로마」식 글자에 섞여 남아 있듯, 우리 글 속에 남아 있어도 무방할 것같다. 그것도 萬은 万으로 쓰면 좋겠고 億은 더 간단한 글자로 바꾸면 한다. 사실상 우리는 수를 읽는 데 현재 두 방식을 쓰고 있는 것이다. 순수한 우리 식으로 읽는 것은 열 단위까지로서 하나로부터 아흔아홉까지고 그 이상은 한자음식으로 밖에 읽지 못한다.
하나에서 아흔아홉까지도 한자음 식으로 읽는 법이 한벌 더 있다. 돈을 세는 데는 오원오십전과 같이 한자음 식으로만 읽으며, 시간은 「상항(桑港)방송」을 내놓고는) 세시 십오분 하듯이 시는 우리말 식으로 분은 한자음 식으로 읽는 습관이 어느새 서 버렸다. 그것으로 상관없다.
요컨대 한 민족의 말은 그 민족 전체의 문화적 재산이므로 해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역사적 사회적 산물이다. 다만 그것은 개인의 환상이나 간섭으로 해서 제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거치는 동안에 민족의 거의 전원이 참여하여 유지하며 사정하며 승인하며 활동하는 그러한 성질의 것이다. 어떤 커다란 변동을 가져오는 경우가 한 나라의 말의 역사에 나타나기도 하며 변동을 가져와야 할 경우도 생기기는 하나, 그적에도 그 말의 역사적 현실에 비추어 그 사회의 성원의 공동활동 연대사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그것은 어디까지든지 사회적 버릇이요 공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 개인의 눈에는 자기의 힘에 넘치는 이 말의 움직임이 마치 인간이 참여할 수 없는 고유한 법칙을 가진 자연현상과도 같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는 가끔 말은 살아 있는 것이라는 말이 비유가 아니고 참말인 듯이 쓰이기도 하는 것을 본다. 한 나라 말의 어휘라든지 어법은 어떤 권력있는 사람이나 천재가 정해 놓은 게 아니고, 역사적으로 쌓아올린 민족의 사회적 버릇 속에서 생겨난 것이다. 우리말이 처하고 있는 이 특수한 혼란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도 우리 개인개인은 자기의 천재나 착상을 과신하거나 그것에 취해버릴 것이 아니라, 말의 본질적인 면이라고도 할 역사적·사회적 성격을 기초로 해 가지고 정리해 나가야 할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글에 이르러서는 사정이 좀 달라서 거기는 개인의 특수한 버릇과 취미와 괴퍅이 많이 섞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말할 적에는 듣는 사람이 대체로는 현장에 있거나, 적어도 들을 수 있으리라는 예상 아래서 그러한 생동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사회적 행동임이 뚜렷하지만, 글을 쓸 적에는 독자를 머리에 둔 적에도 현장에서는 독자와의 현실적 교섭이 없이, 혼자서 하는 행동이므로(실로 그래서는 못쓸 일이면서도) 제멋대로 멋을 부리게 되는 경향이 있다. 또 말할 적에는 그 당장당장에서 반사적(反射的)으로 되는 부분이 많은 데 대하여 글은 지우고 덧붙이면서 천천히 요리조리 꾸며 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뷔퐁」의 「글은 사람이다」가 참말이 된다. 개인의 글은 말의 사회적 기준에서 조금씩 어긋나 달아나는 경우가 흔히 생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개인의 힘이 한 나라 말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오로지 이 글을 통해서 되는 것이다. 글을 쓰는 데 쓰이는 글자와, 글자 붙이는 방법이 되어가는 데는, 이와같이 개인이나 어떤 「그룹」의 힘이 많이 참여하는 것이다. 글에서 보는 것보다 한층 더 글자에는 인공적(人工的)인 성격이 짙어 보인다.
그러므로 개인이나 「그룹」이 한 나라 어문생활에 미칠 수 있는 힘은 글자에서 제일 컸다가 말하는 말에서 제일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오늘 우리가 우리 어문생활의 혼란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도 이러한 언어의 원칙적 사실에 서서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제일 줏대가 되는 것은 어디까지든지 「말하는 말」인 것으로 글도 글자도 늘 그것에 기초를 두어야 하며 그것에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각 나라가 모두 하던 일이다. 중국도 백화문(白話) 운동에서 이 정신을 살리고 있다. 우리보다는 어문의 사정이 더 복잡한 일본은 일본대로 우선 한자 제한 철자법의 정리 등을 지금 하고 있다.
한 나라의 말이나 글자를 정돈하는 것과 같은 큰 사업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아니되는 것으로 될 수만 있으면 정부의 사업으로 전국가적 지혜와 힘을 모아 한다면 제일 좋겠고 다음은 전국적 「아카데미」와 같은 권위와 역량있는 기관에서 할 수 있을 것이며 최후로 문화인의 자발적인 일대 문화 운동으로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과연 어느 모양을 취할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려우나 여하간에 시급히 해야 될 일인 것만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나는 전후 몇 개의 논문에서 이에 관해서 내가 조사한 재료를 정리하여 겸해서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조그만한 의견을 붙여 내놓는 터이다. 선배와 동료들의 한층 높은 토론이 이 문제 해결로 향하여 활발히 전개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