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염사/조태억 부인 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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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壤 (평양)까지 쫓아간 趙泰億 (조태억) 夫人 (부인)

숙종대왕 때에 유명하던 조태억(趙泰億) 조정승의 부인 심씨(沈氏)도 질투 많기로 또한 유명한 부인입니다. 조씨는 벼슬이 일국의 정승까지 하여 이 세상에 임금밖에는 무서운 사람이 없을 만한 지위에 있었지마는 그의 부인이 어찌나 질투가 많았던지 무서워하기를 호랑이보다 더 무섭게 생각하여 평생에 외색이라고는 감히 가까이 하지를 못하였읍니다. 그러던 차 마침 그의 종형 조태구(從兄 趙泰耉)가 평양감사가 되어 도임한 뒤에 그가 승지(承旨)로서 봉명을 하고 평양을 가게 되었읍니다. 평양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이름있는 색향으로 어여쁜 기생이 많은 곳이라 어떠한 남자던지 그곳에 가면 으례히 기생을 한 번씩 가까이 하기가 쉬운 일입니다. 황차 이 조씨는 감사의 사촌이요 또 서울에서는 부인 때문에 평생에 외색은 한 번도 가까이 못하던 차니까 그런 기회에 호기심으로라도 지연 기생을 하나 보게 되었읍니다. 그런 일은 원래 비밀의 일이지마는 진소위 무족지언이 비천리라고 그 소문이 어느결에 그의 부인 심씨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읍니다. 부인은 그 소문을 듣고 노발대발하여 즉시에 행장을 차려 가지고 평양을 향하여 가며 일변으로는 먼저 간다는 소문을 놓고 가는 길로 그 기생을 따려 죽인다고 위협 선언을 하였습니다. 조씨는 원래 자기 부인의 성격을 아는 까닭에 크게 걱정을 하고 감사 또한 놀라서 그 일을 장차 어찌할까 하고 먼저 기생을 불러서 속히 피신하라고 하였읍니다. 그 기생은 원래에 수단이 능난한 기생인 까닭에 조금도 걱정하는 기색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웃으며 말하되 돈만 있다면 피신은 구만두고 먼저 영접을 가서 아무 일도 없게 만들겠다고 하였읍니다. 감사는 그 기생을 기특히 여겨 돈을 주고 네 수단껏 일을 무사히 만들라고 하고 또 한편으로는 하인과 음식을 갖추워 중도에서 그 부인을 환영하며 위문하게 하였읍니다. 심부인이 황주(黃州)까지 가니 감사의 문안 하인이 벌써 등대하고 있다가 문안을 하고 또 승찬을 드리었읍니다. 심부인은 그것을 일체로 퇴각하며 말하되 내가 나라의 사신 행차가 아닌 바에 어찌 이렇게 감사의 후대를 받을 수가 있느냐고 하였읍니다. 그것은 물론 감사가 자기 남편에게 기생외입을 시켜 주었다고 감정이 나서 하는 일이었읍니다. 중화(中和)를 지나고 재송원(裁松院)을 지나는데도 모두 이렇게 등대하는 것을 일체 거절하고 자기가 다리고 온 하인들만 다리고 갔었읍니다. 그럭저럭 평양 근처 장림(長林)까지 당도하니 때는 마침 양춘가절로서 만수장림의 수양버들이 제멋대로 드러져서 누구나 한번 구경할 만하였읍니다. 심부인은 교군에 내리어서 사방을 돌아보니 산천의 명미한 것과 시가의 번화한 것이 참으로 명불허전의 천하 승지였읍니다. 눈을 한 번 돌리고 발을 한 번 옮길 적마다 감탄 감탄을 하였읍니다. 그렇게 구경에 취하여 해가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더니 석양판에 대동강 백사장으로 어떤 소복단장을 한 미인이 말을 타고 오더니 부인 앞으로 가까이 와서 말을 내리고 사뿟 엎디며 꾀꼬리 같은 목청으로 평양기생 아무개가 문안드립니다 하니 부인은 처음에 그 이름만 듣고 노염이 충천하여 당장에 쳐서 죽일려고 소리를 지르며 너 이년 나를 왜 보러 왔니 하고 下人을 시켜서 앞으로 잡아내라고 하였읍니다. 부인이 노한 김에도 한 번 살펴보니 그 어여쁜 태도는 그야말로 추수의 부용과도 같고 춘풍의 세류와도 같아서 아무리 여자가 보더래도 한 번 담뿍 끌어안고 싶었읍니다. 부인은 그 기생을 한참 보는 중에 어찌나 유혹이 되었든지 일시에 노기가 봄눈 살아지듯 다 없어지고 다시 화평한 낯으로 가까이 오라 하여 친이 손을 잡고 물어보되 네 나이 몇 살이냐고 하니 그 기생은 더욱 애교를 부리며 고운 목소리로 十八歲라고 대답하였읍니다. 심부인은 극구 칭찬하여 평양에 미인이 많다더니 과연 미인이로구나 내가 처음 작정에는 너를 죽일려고 하였더니 너를 보니 참아 죽일 수 없어서 그대로 보내는 것이니 어서 가서 영감을 잘 모시게 하되 영감이 원래 약질이시니 아무쪼록 병이 아니 나시도록 보약이라도 잘 다려 드리라고 하고 자기 남편과 감사는 보지도 않고 그대로 행장을 꾸려 돌아오니 종형제가 그제야 안심을 하고 그 기생의 대담한 것을 칭찬하였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