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등진 정열
인젠 여름도갔나부다. 아츰저녁으로 제볍 맑은 높새가 건들거리기 시작한다. 머지 않어 가을은 올것이다. 얼른가을이 되어주기를 나는 여간 기달려지지않는다. 가을은 마치 나에게 커다랗고 그리고 아름다운 그 무엇을 가저올것만같이 생각이 든다.
요즘에 나는 또하나의병이늘었다. 지금 두가지의 병을 앓으며 이렇게 철이 바뀌기만 무턱대고 기다리고 누어있다. 나는 바뀌는 절서에 가끔속았다.
지난 겨울만하여도 어른봄이 되어주기를 그얼마나기달리었든가. 봄이 오면 날이 화창할게고 보드라운 바람에 움이 트고 꽃도 피리라. 만물은 씩씩한 소생의 낙원으로 변할것이다. 따라 나에게도 보드라운 그무엇이 찾아와 무거운 이 우울을 씻쳐줄것만 같았다.
“오냐! 봄만 되거라”
“봄이 오면!”
나는 이렇게 혼잣소리를 하며 뻔찔 주먹을 굳게 쥐었다. 한번은 옆에 있든 한 동무가 수상스러워서 묻는것이다.
“김형! 봄이 오면 뭐 큰수나 생기십니까?”
“그럼이요!”
하고 나는 제법 토심스리 대답하였다. 내자신 역 난데없는 그 수라는것이 웬놈의 순지 영문도 모르련만. 그러자 봄은 되었다. 갑작이 변하는 일기로 말미아마 그런지 나는 매일같이 화염을 토하였다. 밤이면 불안증으로 시난고난 몸이 마랐다.
이렇게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 갈제 그 동무는 나를 딱하게 처다본다.
“김형! 봄이 되였는데 어째”
“글세요!”
이때 나의 대답은 너머도무색하였다. 그는 나를 데리고 술집으로 가드니
“인젠 그렇게 기다리지 마십시요. 그거안됩니다”
하고 넘겨집는 소리로 낯에조소를 띠는것이다.
허나 그는설마 나를 비웃지는 않었으리라. 왜냐면 그도 또한 바뀌는 철만 기다리는 사람의 하나임을 나는 잘 안다. 그는 수재의시인이었다. 거츠러진 나의 몸에서 그의 자신을 비로로 깨닫고 그리고 역정스리 웃었는지도 모른다.
바뀌는 철만 기다리는 마음 그것은 분명히 우울의 연장이다. 지척에 님두고 못보는마음 거기에나 비할는지. 안타깝고 겁겁한 희망으로 가는 날짜를 부지런히 손꼽아 본다. 그러나 정작 제철이 닥처오면 덜컥하고 고만 낙심하고 마는 것이다.
행복의 본질은 믿음에 있으리라. 속으면서 그래도 믿는, 이것이 어쩌면 행복의 하날지도 모른다.
사실인즉 나는 그행복과 인연을 끊은지 이미 오랬다. 지금에 내가 살고 있는것은 결코 그것때문이 아니다. 말하자면 행복과 등진 열정에서 뻐쳐난 생활이라 하는게 옳을는지. 그러나 가을아 어서 오너라.
이번에 가을이 오면 그는 나를 찾아주려니, 그는 반듯이나를 찾아주려니, 되지 않을걸 이렇게 혼자 자꾸만 우기며 나는 철이 바뀌기만 까맣게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