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여왕
(童話) 湖水의 女王 佛國 아나톨·후란쓰 (作), 方定煥 (譯)
一
[편집]불란서의 해변에서 한 이삼마일쯤 바다로 나아가면 거긔서는 바람만 안 불고 청명하게 개인 날이면 배우에서 깁듸 깁흔 바다 속 바닥에 커-다란 나무가 수(數)업시 무성히 자라서 숩을 이루어 잇는 것이 보입니다. 몃 만년이나 이전에는 이 나무 잇는 곳이 물 속에 잇지 아니하고 바다우에 잇서서 그 숩속에는 여러 가지 새와 짐승들이 떼지어 잇섯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숩 저쪽에는 훌륭한 마을이 잇고 그 마을에는 「크라리-드」 공작(公爵)의 계신 성(城)이 잇섯습니다.
그러나 하도 오래인 세월을 바다ㅅ물이 점점 륙디 우로 올라와서 거긔 잇던 성과 집과 마을과 나무숩과 들과 밧이 모다 바다 속 바닥에 잠겨 버리고 그 우에 바다ㅅ물이 반짝반짝 해ㅅ빗에 반쩍이고 잇게 되엇습니다. 그러나 그러케 바다ㅅ속에 잠기기는 지금 여긔에 이약이하는 일이 잇든 때보다는 훨신 뒤의ㅅ 일이엇습니다.
그런데 「크라리-드」 공작 댁에는 대대로 조코 훌륭한 어른이 뒤를 니어서 거느리는 령내(領內)의 백성의 일을 잘 보삷혀서 백성들에게도 몹시 존경을 바다왓는데 마츰 이 이약이의 시초되는 때는 「크라리-드」 공작의 몃 대(代)째인지 되는 「로베-ㄹ」 공작이 아드님이 업시 따님 한 분만 남겨 두고 돌아가셔서 젊은 그 부인이 혼자서 젓먹는 어린 따님 「아베-유」 하나를 다리고 쓸쓸스럽게 지내시든 때엿습니다.
어느 덥듸 더운 녀름 날 공작부인은 어린 따님 「아베-유」를 다리시고 성안에 잇는 놉다란 석탑(石塔)에 안즈셔서 바람을 쏘이시면서 녀름다운 보라ㅅ빗 누른 빗 여러 가지 꼿이 피어잇는 들을 바라보고 계시다가 언뜻 저-편에서 말 탄 무사(武士)의 한 떼가 이쪽을 향하고 오는 것을 보셧습니다. 그 한 가운대에는 검은 것과 은으로 장식한 흰말에 귀부인(貴婦人)이 탓는데 그가 공작부인의 친한 동무 「부란수랜드」 백작부인인 것을 짐작하셧습니다. 그 백작부인도 공작부인과 가티 남편 백작이 돌아가서 홀로 된 불상한 부인인데 공작부인의 따님 「아베-유」보다 두 살 우인 사내아이를 다리고 쓸쓸히 지내는 이엇습니다.
퍽 몹시 친한 동무인 고로 공작부인은 그 백작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한업시 깃버하시면서 성문까지 나아가 마즈셔서 손목을 잡고 내실로 들어오셧습니다. 그러나 왼 일인지 오늘은 백작부인이 웃지도 아니하고 말도 잘하지 아니하고 몹시 근심스러운 빗만 보이고 한숨을 자조 쉬이는 고로 공작부인은 『왜 무슴 근심스런 일이 생겻소?』
하고 딸하서 근심스러 하면서 물어 보앗습니다. 그러니까 백작부인은 두 손으로 공작부인의 손을 꼭 누르면서 몹서 구슯흔 음성으로
『에그 형님께서도 아시지요... 녜-전부터 「부란슈랜드」 백작댁의 부인이 죽을 때에는 누가 가저 오는지도 모르게 어대서인지 벼개 엽헤 흰 백합(白百合)꼿이 노혀 잇다구 하지 안하요!?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고 우리 집 대대로 주인 녀편네가 죽을 때에는 의례 그 흰 백합꼿이 어대서 생겻는지 노혀 잇섯다는데 그런데 제가 어제 저녁 밤에는 다른 날보다도 더 질거운 마음으로 자리에 누엇는데 잘 자고 나서 오늘 새벽에 깨여보니까 제 뺨에 술근슬근하는 것이 잇기에 보니까 그 꼿이 노혀 잇겟지요? 어떠케 놀랏는지 모르겟서요. 아마 제가 또 죽는가 봅니다. 저는 이 세상에 알고 잇슬 사람이라고는 아모도 업시 형님 한 분뿐입니다. 제가 죽거던 죽은 후에는 제 아들애 「유-리」를 「아베-유」와 한 형뎨라고 생각하시고 길러줍시사고 그 일을 말하러 왓습니다.
이것이 마즈막이 올시다 형님. 아모쪼록 안령히 사십시오. 녜-? 형님...」 하면서 말도 마치지 못하고 눈물이 펑펑펑 쏘다젓습니다. 공작부인도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듯고 계시더니 그냥 백작부인을 얼사안고 훌적훌적 늣겨 우셧습니다.
그리고 두 부인이 서로 아무 말업시 잠잠히 작별하고 죽을 운명인 백작부인 역시 잠잠한 채로 말을 타고 돌아갓습니다.
댁에 돌아와서 백작부인은 콜콜 코를 굴면서 아모 것도 모르고 누어자는 「유-리」를 늙은 하인에게 일러 맛기고 그리고 나서 자긔는 조용히 자리에 누으셧습니다.
그대로 그 이틀 아츰에는 일어나지를 안핫습니다. 자는 듯이 그야말로 편안히 자는 사람가티 돌아가신 것이엇습니다.
二
[편집]이러케 되어서 「유-리」 공자(公子)와 「아베-유」 색시와는 어렷슬 때부터 한 집에 잇서서 공작부인의 품에 길리우게 된 것이엇습니다. 부인께서도 돌아간 백작부인의 부탁을 잇지 아니하시고 「유-리」에게는 부들업고 사랑 만흐신 어머님이 되어주셧습니다.
점점 자라서 커갈스룩 부인은 두 아이를 다리고 령내(領內)의 토디를 려행하면서 백작과 상민의 살림사리를 보여가며 백성을 잘 위하지 안흐면 안 될 일을 가르키셧습니다.
이러한 려행에 부인이 아이들을 다리고 나가셧든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일행(一行)은 비단가튼 꼿방석을 깐 것 가튼 목장(牧場)을 지나가다가 언뜻! 「유-리」가 저편 먼 산밋에 크고 둥근 것이 햇빗에 빤작빤작하고 잇는 것을 보앗습니다.
유-리는 손을 흔들면서
『아지머니 저게 무엇입니까. 장사가 갓는 방패가 아닐가요?』 하엿습니다.
『아-니오. 달덩이가튼 커-다란 은접시(銀皿) 아니얘요?』
말 우에 안즌 「아베-유」가 말햇습니다.
그 때에 공작부인은
『저것은 장사가 갓는 방패도 아니고 달덩이가튼 은접시도 아닙니다. 저것은 아름다운 호수(湖水)입니다. 그러나 아모리 아름답더래도 갓갑게 가면 위험합니다. 호수의 물 속에는 물귀신이 살고 잇스면서 지나가는 사람을 꼬여 들여서 목숨을 빼아스니깐요』 하고 말슴하셧습니다.
부인이 말슴하신 호수의 이약이는 그 뿐만이엇스나 아이들은 왼 일인지 그 이약이가 어느 때까지던지 이처지지를 아니하고 그 이약이에 들은 호수가 무슨 꼬이는 힘을 가지고 마음을 자꾸 잡아다리는 것가티 몹시 마음이 키엇습니다. 그래서 려행을 마치고 성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 호수의 생각은 더 이처지지 아니하엿습니다. 하로는 「아베-유」가 「유-리」의 방에 가서
『오늘은 성안의 석탑의 문이 열렷스니 우리 올라가보자. 분명히 그 호수에 물귀신의 녀편네가 잇슬 터이니...』 하고 넌즛이 말하엿습니다. 둘이는 석탑의 꼭닥이까지 올라가 보앗스나 귀신의 녀편네 가튼 것은 보이지 안코 다만 호수가 다른 날보다도 더 푸르고 사람오기를 꼬이는 듯이 맑아케 개여 잇섯습니다. 「아베-유」는 한참동안이나 맑그럼이 보고 잇더니 이러케 말햇습니다.
『응? 나는 저긔까지 가서 볼란다.』
「유-리」는 깜짝 놀랜 소리로
『가서는 안된다. 어머니 말슴 듯지 안핫니? 그리고 거긔까지 가자면 굉장히 먼데 어떠케 갈듯이나 십흐냐』 하니까 「아베-유」는 「유-리」의 얼굴을 못난이 보듯이 보면서 가련한 변변치 못한 사내야 하고 비웃는 듯이 하엿습니다. 그 꼴을 보고 「유-리」는 골이 벌컥 나서 색시의 손을 잡고
『그래 가자! 우리 둘이 호수 엽까지 가자!』 하고 서둘럿습니다.
그 이튼날 오후엿습니다. 공작부인은 하인을 다리고 밧부게 집안졍리를 하고 계신데 두 아이는 다른 때와 가티 마당 잔듸밧에 놀고 잇다가 근처에 아모도 업는 것을 보고 언뜻 「유-리」가 「아베-유」의 손을 잡고 『자아 가자』 하엿습니다.
『가닷게 어대?』 하고 「아베-유」는 눈을 똥글아케 떳습니다.
『호수에 말야. 어저께 석탑에서 보든 호수에 말야』 하고 「유-리」가 말하니까 「아베-유」는 깜짝 놀래여 아모 말도 못하고 벙벙히 섯섯습니다. 어저께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어머님께 들은 물귀신의 이약이쯤은 우습게 아는 듯이 말을 하엿스나 지금 당장 어머님 몰래 그러케 먼 곳에를 가려고는 생각도 아니 하엿든 것입니다. 그래서 한참이나 후에
『그러고 나는 이러케 비단구두를 신고 잇는데 어떠케 그러케 먼 곳에를 가늬! 사내는 그런 주저 넘은 생각을 잘하지...』 하엿스나 「유-리」는 그런 말쯤에 입담을고 쭈글어지지는 안핫습니다.
『주저넘거나 어떠커나 가자던 호수에 가기만 햇스면 고만이지... 나는 어쩃던지 갈란다. 너도 가야 해-』 하면서 「유-리」는 마음 속에 어저께 비웃는키 들여다 보던 「아베-유」의 눈을 잇지 안코 잇섯습니다.
『네가 무서워서 안가면 할 수 잇니? 그럼 나 혼차 가지-』 이러케까지 하는 말을 듯고 「아베-유」는 마음에 미안해저서 벌서 눈에 눈물이 글성글성하면서 「유-리」의 어깨에 매달려서 『네가 가자는 대는 어대던지 가마』하고 빌엇습니다. 그래서 둘이는 사이가 풀려가지고 넌즌이 손을 잡고 길을 나서기로 하엿습니다.
三
[편집]그 날은 몹시 더운 날이엇슴으로 마을의 백성들은 대개 집속에들 들어 안저서 일을 하기에나 놀러가기에나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잇섯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들키지 아니하고 마을을 지나 빠젓습니다. 마을을 지나 나서는 요전 날 갓던대로 다리를 건너서 나무숩을 지나서 목장가는 길로 갓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벌서 「아베-유」는 목이 말러서 참지 못하게 되어서 허덕허덕하게 되엇습니다. 그러나 마츰 날이 가믄 때라 한방울 물도 어들 곳이 업서서 「아베-유」는 더욱 괴롭게 되엇습니다. 억지로 억지로 참으면서 또 한참 가니까 다행히 길 엽헤 과일나무가 서잇고 보기에도 훌륭한 과일이 주렁주렁 매여달려 잇슴으로 두 아이는 그 과일나무 밋에서 쉬이면서 과일로 목을 축이엇더니 이제는 원긔가 다시 생겨서 한 거름에 호수에까지 뛰여갈 듯 하엿습니다.
그러나 족음 가더니 웬일인지 또 「아베-유」는 절둑바리 모양으로 발하나를 질질 껄면서 발이 압하서 더 갈 수가 업다 하엿습니다. 「유-리」가 그 말을 듯고 「아베-유」의 구두를 벗겨보니까 구두 속에 족으만 돌맹이가 들어잇기에 그것을 내여 버리고 신키니까 또 다시 원긔잇게 잘 것게 되엇습니다. 그래서 둘이는 노래도 부르며 이약이도 하면서 한참 갓스나 이번에는 「아베-유」의 비단구두가 아조 해여저 떨어저서 맨발로 것는 것이나 다르지 안케 되엇습니다. 울음이 터질 듯 터질 듯한 얼굴로 해여진 구두를 작난감가티 손에 들고 안저서 언 듯 보느라니까 저-쪽 저-쪽에 자긔의 사는 성이 보이는데 하도 멀어 보이니까 그만 두 눈에 눈물이 글성글성하면서
『점점 멀어만 지고... 말승량이나 무슨 짐승이 잇스면 어떠커니...』 하면서 훌적훌적 울엇습니다. 「유-리」는 「아베-유」의 어깨를 어르만저주면서 보들업게 위로해 주엇습니다.
『무얼 벌서 호수에까지 다-왓는데... 무서울 건 무엇잇니? 저녁밥 때 안에 집으로 돌아갈 터인데... 응? 아서라 울지마라』하엿습니다. 「아베-유」는 다시 일어나서 눈물을 씻고 터벅터벅 뒤를 딸핫습니다.
정말 호수는 바로 거긔 푸르게, 그리고 은빗으로 반쩍이고 잇섯습니다. 전에 길거리에서와 성안 석탑에서 멀리 바라보고 방패이니 은접시이니 하던 그 호수에까지 온 것이 퍽 깃븐 일이엇습니다. 푸르고 잔잔한 물은 거울낫가티 저녁 해에 비추어서 은빗으로 빗나고 잇고 호수ㅅ가 언덕에는 금빗 보라ㅅ빗으로 이름도 모를 어여뿐 꼿이 피어잇고 호수 물가에는 하얀 련(蓮)꼿이 커-다란 눈을 훨적 뜨고 잇섯습니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안코 「아베-유」가 무섭다던 짐승도 보이지 안코 다만 호수ㅅ가 모래 우에는 단풍닙을 허터 노흔 듯이 족으만 짐승들의 발자죽이 잇섯습니다.
「아베-유」는 싀원한 듯이 구두와 버선을 모다 벗고 두 발을 물에 잠그고 안젓습니다. 「유-리」는 무슨 과일이나 딸긔(莓)를 차저 보앗스나 아모 것도 업는 것을 보고 『내 지금 오다가 길엽헤 딸긔가 열린 것을 보고 왓스니 잠간만 기다리고 잇거라. 내 얼른 따가지고 올 것이니 그럼 그것을 가지고 가서 아지머님께 들이지』 하얏는데 그 때 물에 발을 잠그고 시원히 안젓는 「아베-유」는 조는 듯이 멀건히 안젓더니 「유-리」의 말끄테 무슨 대답을 입속으로 하는 듯 마는 듯 하더니 그냥 「유-리」가 딸긔따러 간 것도 모르고 고단한 몸이 포근히 잠이 들어 바럿습니다.
이러케 하야 어린 몸이 먼길에 고단하여서 포근하게 꿈을 꾸는 동안에 어대로서 왓는지 한 머리의 까마귀가 그야말로 작난감가티 족으만 족으만 사람 하나를 등 우에 태워가지고 비행긔가티 날러서 「아베-유」의 머리 우에서 빙-빙 돌더니 금방 또 어대로 가버렷습니다.
마츰 그 때 「유-리」가 커-다란 닙헤 딸긔를 만히 따서 들고 왓습니다.
『에그 잠이 깁히 들엇네!? 깨이기도 안되엇다』 생각하고 「유-리」는 그냥 슬그먼이 돌아서서 푸른 장막을 늘이고 잇는 버드나무 밋 저쪽으로 간즉 거긔서는 그 큰 호수가 끗가지 한 눈에 보엿습니다.
그 때에 마츰 환하게 달빗이 비추어오자 호수 우에 뽀-야케 안개(霧)가 끼인 것 갓더니 어떠케 어떠케 하여서 보는 동안에 그곳은 요술나라와 가티 이상한 경치가 되엇습니다. 그러더니 잠간 잇다가 그 은빗장막(帳幕)이 점점 쪼개저 열리고 그 속에서 긴 록색(綠色) 머리를 풀어 나려털인 아름답고 어여뿐 녀자가 두 팔을 벌리고 얼빠진 사람가티 멀건히 서잇는 「유-리」에게로 향하고 흐르는 듯이 가까히 왓습니다. 큰 일낫다고 「유-리」는 깜짝 놀래어 도망하려 하엿스나 벌서 느저서 하는 수 업시 붓잡히엇습니다.
「유-리」가 그러케 하여 요술녀인에게 붓들녀 간 줄도 모르고 잠이 깁히든 채로 고단하게 자고 잇섯습니다. 그리다가 한참이나 뒤에야 눈이 띄어본 즉 어느 틈엔지 안저잇는 둘레에는 하-얀 수염을 무릅 알에까지 길게 늘인 얄구진 작은 이의 떼가 어대서 왓는지 삥둘러 싸고 섯섯습니다.
『이 애를 어떠케 할가-』 하고 그 중에도 나히 만흔 듯한 「피크」라는 작은 이가 말하엿습니다. 다른 이들도 몸은 어른의 손가락만치 작지마는 모다 줄음 잡힌 수염 흰 로인들이엇습니다.
『큰 롱(籠)을 맨들어서 거긔다 너허두자』고 「라크」라는 작은이가 말하엿습니다.
『아니 그러치 안치... 이러케 어여뿐 색씨를 롱 속에다 너타케 그럴 법이 잇나?』 하는 것은 「짓구」라는 작은 이엇습니다.
그러니까 그 중에 제일 친절한 「더-드」가 『그럴 것 업시 그냥 저의 부모의 집으로 돌려보내자』고 하엿습니다. 그러나 다른 작은 이들은 『이건 뜻밧게 훌륭한 놀거리가 생겻는데...』 하고 그런 말은 귀에도 담어 듯지 안핫습니다.
『여보게 아마 잠이 깨엿나보이...』 하고 언뜻 「퍼우」라는 작은 이가 무슨 비밀의 이약이나 하듯이 가는 소리로 말하엿습니다. 그럴 적에 「아베-유」는 눈을 번적 떳습니다. 「아베-유」는 처음에는 그 작은 이들을 보고 아즉도 꿈을 꾸는 중인가 보다 하엿스나 작은 이들이 어느 때까지나 그대로 서서 이약이들을 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그것이 꿈속이 아니고 정말인 것을 알고는 벌덕 일어나서 큰 소리로
『유-리야 유-리야. 어대로 갓니-』하고 외쳐 불럿습니다.
그 소리를 듯고 작은 이들은 더 밧삭밧삭 에워싸고 닥어섯습니다. 「아베-유」는 그만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긔ㅅ것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잇섯습니다. 그러니까 작은 이들도 처음에는 어떠케 해야 조흘 줄을 몰라서 쩔쩔 매는 모양이더니 그 중에 「더-드」가 「아베-유」의 머리 우에 갓갑게 늘어저 잇는 버드나무 가지로 기어올라가 대롱대롱 매여달려서는 친절하게 다졍하게 「아베-유」의 손을 어루만저 주면서 부들업게 위로해 주엇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아베-유」도 마음이 눅으려지고 무서운 마음도 업서지고 하야 손을 얼굴에서 나리고 맑그럼이 작은 이들을 보앗습니다.
이윽고 「아베-유」는 말을 하엿습니다.
『여보셔요. 작은이들! 왜 그러케 가엽게 키가 작습니까. 나는 당신네들 가티 고러케 작은 이를 처음 보앗서요. 그러치만 나는 당신네들을 귀애해 들일랍니다. 그대신 나를 먹을 것을 좀 주어요. 나는 못견디게 지금 배가 곱흡니다.』
이러케 말하니까 작은 이들은 그 말을 듯고는 저의끼리 무에라고 쑥덕쑥덕 하느라고 부산하더니 그 중에는 왜 그러케 가엽게 키가 작으냐고 하엿다고 대단히 노하여서 그 따위 실례의ㅅ말을 하는 애는 그냥 내버려두라고 떠드는 이도 잇고 하엿스나 다른 작은 이들은 깔깔 웃으면서 저까짓 사람이란 것이 무에라고 하거나 그까짓 것을 상관할 것 잇느냐고들 하엿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약속빠른 「더-드」는 심부림하는 「보-그」를 시켜서 젓(乳)과 꿀(蜂蜜)과 또 땅속에 잇는 화덕에서 맨든 제일 맛잇는 떡을 가저 오라 하엿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베-유」가 해여진 구두를 다시 신고 구두끈을 매는 동안에 벌서 심부림 갓던 작은 이가 까마귀를 타고 날러 돌아왓습니다. 그래서 그가 가저온 떡을 꿀을 찍어먹고 젓을 먹고 하니까 아조 긔운이 나고 마음도 가라안고 하야 족음도 무섭지도 아니하고 무슨 이약이던지 마음노코 하게 되엇습니다.
「아베-유」는 방싯방싯 웃으면서
『여보셔요 작은 이들! 갓다주신 저녁은 맛나게 잘 먹엇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이름은 「아베-유」고... 나하고 가티 온 아이의 이름은 「유-리」야요. 나는 이러케 여러분하고 가티 잇지만 「유-리」가 어대를 갓는지 모르겟스니 좀 여러분들이 차저주셔요 녜? 좀 차저주셔요. 그리고 우리 집으로는 어대로 돌아가야 하는지 그 길도 아르켜 주셔요. 어머니께서 이 애들이 혹시 그 무서운 호수에 나가지 안핫나 호수에 갓스면 어떠케 무슨 무서운 변이나 당하지 안핫나하고 몹시 근심을 하고 계실 터이야요...』 하니까
『그러치만 네가 그러케 고단하고 발이 압하서 한 거름이나 어떠케 것겟니?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세상이 따로 잇스니까 너이의 세상에는 한 거름도 들여 노치를 못한단다. 인제 우리가 할 수 잇는 일은 나무가지를 꺽거 모아서 탈(乘) 것을 맨들고 그 우에 이끼(苔)로 자리를 맨들어서 깔고 그 우에 너를 태워서 산으로 다리고 가서 우리나라의 님금님께 보여들이는 일뿐이란다』 하고 작은 이 「짓구」가 말하엿습니다.
다른 계집애 가트면 이러케 혼자서 보지도 듯지도 못하던 작은 이들에게 에워싸여서 가보지 못한 산 속으로 간다는 것을 듯기만 하고도 놀래일 것이나 「아베-유」는 처음의 무서운 것을 지나처서 인제는 무엇이던지 좀 이상한 일에 닥드려 보앗스면- 하고 바라는 마음조차 업지 안핫습니다.
그래서 「아베-유」는
『그러면 우리 집에 돌아가서 이러저러한 데가서 무엇무엇을 보고 왓다고 어머님께 이악이 해들일 것도 만하지겟지요. 자- 그럼 얼른 가서 당신네 나라님을 뵈옵고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셔요...』 하고 자진하야 작은 이가 펴 노흔 이끼자리 우에 누어서 작은 이들이 무슨 준비를 하는지 기다리고 잇섯습니다.
작은 이들은 무엇을 하는지 한참이나 수선수선 하더니 이윽고 「아베-유」를 태울 것을 미어 왓습니다. 그리고 그 우에 「아베-유」를 태워서 수만흔 작은 이가 일시에 어깨에 머이고 점점 점점 놉고 놉흔 산 속으로 자꾸 들어갓습니다... (來號完結)...
童話로서도 趣味잇는 것일 뿐 아니라 作者 「아나톨·후란쓰」先生의 深切한 寓意가 이 一篇에 숨겨 잇는 것이 갑잇는 것이라 이제 譯者는 編輯人의 甚한 促迫에 몰리어 안즌 자리에서 붓을 달음질 시키게 되어 原作을 더럽힐가 하는 念慮로 몹시 섭섭하게 또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는 터에 또 다시 그것을 編輯上 關係로 半을 잘러서 來號에 실른다는 것을 듯고 거듭거듭 未安히 생각합니다.
(『개벽』 25호, 1922년 7월 10일)
三(의 續)
[편집]유-리의 간곳도 모르고 늙은 작은이들에게 에워싸여 그들의 타라는 대로 올라안저 놉듸 놉흔 산속으로 자꾸 들어가는 동안에 아베-유는 또 하폄이 자조나고 졸음이 와서 그냥 잠이 솔솔 들엇습니다. 한참이나 자다가 눈이 띄여 보니까 벌서 해가 놉즉히 떠서 빗나고 잇고 늙은 작은이들은 자긔를 메이고 자꾸 산속으로 들어가고 잇섯습니다. 늙은 작은이들은 바위에서 바위로 뛰넘기는 사람들보다도 속하게 잘 뛰여 건너지마는 거름거리는 몹시 더듸어서 한참동안을 가도 얼마 멀리 가지를 못하엿습니다. 한참 가다가 언뜻 보니까 이상도하게 햇빗이 변해젓습니다. 밝기는 마챤가지로 밝으면서도 어쩐지 좀 다르게 변한것 갓더니 점점 더갈스록 아조 투철히 달러젓습니다. 이상도 하다 하고 생각하는 동안에 작은이들은 발을 멈추고 메인 것을 나려노코 여럿이 부축해서 아베-유를 나리게 하엿습니다. 언뜻 어베-유의 압헤 몸은 아베-유의 반(半)만큼도 못되면서 번적번적하는 훌륭한 옷을 닙은 작은이가 나타낫습니다. 그의 머리 우에는 고작 작은 몸으로 묵어워서 어떠케 견듸나 십게까지 커-다란 금강석을 여러 개나 박은 왕관(王冠)을 쓰고 잇섯습니다. 그리고 어깨에는 나라님이 닙으시는 웃옷을 걸치고 손에는 창을 들고 잇섯습니다.
그때에 작은이 하나가 무릅을 꿀코 말하엿습니다.
「로크의 님금이시어, 이 어여뿐 계집아이가 호수의 엽헤서 졸고 잇기에 다리고 왓습니다. 이애의 이름은 아베-유라하고 모친은 크라리드 공작부인이라고 한다 합니다.」
「응! 잘 하엿다. 잘 하엿다.」하고 작은 왕은 부하들을 층찬하고
「이 아이는 우리의 동무를 삼자!」하엿습니다. 그리고 작은이 나라의 왕은 애를 써서 발도듬을 하여서 아베-유의 손에 입을 마추고 우리가 모다 너를 위해서 복만흔 사람을 맨들어 주고 무슨 일이든지 소원대로 들어주마고 하엿습니다.
「그럼 구두를 하나 주셔요. 구두가 다-해졋스니깐요」하고 아베-유가 말하니까
「구두다! 하고 작은 왕은 창으로 땅바닥을 몃 번 첫습니다. 그러니까 바로 그압헤 진주로 장식한 어여뿐 은(銀)구두 한 켜레 나왓습니다. 작은이 한사람은 얼른 그 구두를 아베-유에게 신켯습니다.
그러나 아베-유는 그리 깃버하지도 아니하고 걱정스런 얼굴로
「어여뿌기도 하다. 그러치만 이걸로 어머님께까지 신고 갈 수가 잇슬가요」하엿습니다. 그러니깐 작은 왕은
「이 구두는 돌뿌리 만흔 길로 신고 단이는 것은 아니란다. 산속의 편편한 길을 것는 구두다. 이 산속에는 너에게 보여줄 이상한 곳이 만흐니깐」하엿습니다. 아베-유는 애타는 소리로
「족그만 로크의 님금님, 이 어여뿐 구두는 그만두고 그대신 나무 구두를 신켜 주십시오. 그리고 어머니께로 돌아가게 하여 주십시요」하엿습니다. 그러나 왕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엇습니다.
「족으만 로크의 님금님!」하고 아베-유가 말하엿습니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울음에 떨리고 눈물이 글성글성하엿습니다.
「나를 우리 어머님과 유-리에게로 돌아가게 하여 주셔요. 그러면 그이들과 한가지로 당신도 사랑하여 들일터이니...」
「유-리란 누구냐」고 왕이 물엇습니다.
아베-유는 왕이 어째서 유-리를 다 모르나 하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그애는 날 적부터 이때까지 함께 길리운 동무라고 하엿습니다. 왕은 속으로 아베-유를 왕비로 삼으려고 생각하고 잇는 터 이엇습으로 아베-유에게 그러케 친하고 못이저 하는 사내 동무가 잇단 말을 듯고 몹시 성이 나서 얼굴을 찡기고 입을 꽉 담을고는 다시 아모 말도 하지 안핫습니다. 왕이 성내니 것을 보고 아베-유는 그만 소리처 울엇습니다.
작은 왕은 아베-유를 남에게 빼앗길가 겁이 나서 영영 이 산 밧게는 내여보내지 안키로 하엿습니다. 그러나 그대신 아베-유가 넘우 설허하는 꼴이 보기에 아차로어서 날마다 밤마다 꿈에 어머니를 맛나게 하여 주엇습니다. 그래서 밤마다 어머니는 아베-유의 꿈을 꾸고 아베-유는 어머니의 꿈을 꾸엇습니다.
이제는 어머니와 유-리에게로 돌아갈수 업시된 것을 알고 아조 단념하고 아베-유는 늙은 작은이 틈에서 질겁게 놀면서 지내게 되엇습니다. 작은이들 모도다 친절하게 굴면서 마음껏 아베-유가 조하하도록 위로하여 주고 보통사람의 손으로는 맨들지 못할 훌륭한 작난감도 멘들어 주고 하엿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때때로 짓구와 더-드의 뒤를 딸하 땅속길(地下道)로 가서 족으만 바위틈으로 파-란 한울을 말그럼히 내여다 보는 것이 아모 것 보다도 질거운 일이엇습니다.
이러케 살기를 어느 틈에 여섯 해나 지낫습니다.
四
[편집]「로크의 국왕폐하께서 알현뎐(謁見殿)에서 부르십니다.」
어느 날 아츰에 금으로 맨든 악긔(樂器)에 마춰서 노래를 부르고 잇노라니깐 더-드가 와서 이러케 말하엿습니다. 아모 때도 이러케 일부러 의식(儀式)을 차리지는 아니하엿섯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가 십허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아베-유는 더-드의 뒤를 딸하 갓습니다. 가니까 작은 왕은 이리로 오라고 손짓을 하면서 뒤에 잇는 문을 열엇습니다. 그곳은 금은 보물이 들어잇는 방이어서 눈이 휘황하는 훌륭한 보석 패물이 그뜩히 싸혀잇섯습니다. 로크왕은 그방의 한편 구석에 금과 상아로 맨든 걸상에 걸터 안저서 아베-유를 보고
「무엇이든지 네가 조흔 것을 가저라」하엿습니다. 그러나 아베-유는 보물에는 눈도 뜨지안코
「아아! 로크의 님금님 저를 단 한번만 땅우으로 돌아가게 하여 주십시요」하엿습니다.
그때에 왕은 엽헤 서 잇든 부하를 보고 눈짓을 하니까 부하는 큰 궤을 여러 사람에게 메여 가지고 와서 아베-유의 압헤 노코 문짝을 열엇습니다. 그 속에는 보통사람의 세상의 아모 나라 님금님도 가지기 못한 크듸 큰 금강석이 잔득 들어 잇섯습니다.
「가지고 십흔 것을 골라라」하고 왕은 나즉한 소리고 말하엿습니다. 그러나 아베-유는 그래도 고개만 흔들 뿐이엇습니다.
「크라리-드댁(우리집)의 꼿밧에 매저즌 이슬 한 방울이라도 저는 이 금강석 중에 데일 큰 금강석보다 아름다운 줄 압니다. 보석 중에 데일 광채나는 보석이라도 유-리의 눈동자만은 못합니다.」
이러케 아베-유가 말을 하니깐 그 점잔코 힘잇는 뜨거운 말이 콕 콕 가슴을 찌르는 것 가타서 마치 왕의 가슴을 무슨 칼끗이 바작바작 어이는 것 가티 늣겻습니다. 붉고 더운 열(熱)이 올라서 가늘게 거의 보이지 안케 얼굴이 바르르 흔들리면서 아모 말이 업더니 한참이나 후에 번듯 일어서서 아베-유의 면을 향하고 업연한 소리로
「부귀 富貴를 천히 아는 자가 부귀를 가저야 할 것이라, 이 왕관(王冠)을 쓰라. 오늘부터는 그대가 이 디하(地下)의 왕국(王國)의 녀왕일다」하엿습니다.
그로부터 30일 동안 디하의 왕국에서는 새로운 녀왕을 축복(祝福)하는 잔채가 굉장하엿습니다. 그러코 그 잔채가 끗나든 날 왕은 조-흔 찬란한 옷을 닙고 아베-유에게로 왓습니다. 와서는 퍽 점자는 소리로 나의 안해가 되여 달나 하엿습니다.
아베-유는 이러케 말하엿습니다.
「조그만 로크의 님금님 당신은 조흔 사람이고 친절한 사람이니깐 나는 당신이 데일 좃습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다만 그럴 뿐입니다.」
왕은 한숨을 쉬엿습니다. 그러나 그다지 락심되는 빗은 보이지 아니하고 일부러 빙그레 우스면서
「그러면 아베-유! 한가지 약속을 하여다고! 어느 땔넌지 그대가 정말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거든 그것이 누구라고 나에게 아르켜 주기로...」
아베-유는 그리하마 하엿습니다.
그 후부터는 여-러 작은이들이 아베-유에게 친절히 구는 것은 전과 다르지 아니하얏지마는 아베-유는 전과 가티 그럿케 작은이들과 함께 질겁게 놀 수 잇는 어린 소녀는 아니엿습니다. 땅 속의 세상에서는 계집애가 13살이면 키도 커서 어른 노릇을 하는 터이고 일전에 로크의 왕에게 그런 소리를 들은 후부터는 더군다나 무슨 일을 더 생각하게 되엇습니다. 둥글둥글한 장미꼿 가티 볼그스럼한 두 볼은 홀죽하게 말러 드럿습니다. 그럴 때마다 늙은 작은이들은 여러 가지로 위로도 하것마는 그런 말을 귀담아 듯지도 아니하고 매사에 풀이 업시 지내게 되엇습니다.
그리더니 하로는 찬란한 비단으로 장식한 자긔방에서 나와서 왕에게로 가서 왕의 손목을 털석 잡고 기나 긴 복도를 지나 땅속 길을 거러서 그 바위의 틈으로 한울이 내여다 보이는 곳까지 왓습니다.
「족으만 로크의 님금님 어머님께 맛나게 해 주십시요. 그러치 안호면 나는 죽겟습니다.」
이러케 말할 때에 목소리는 떨리고 그 눈에는 눈물이 벌서 글성글성하여서 측은한 그 꼴을 보고는 혐의진 원수라도 마음이 풀어지지 아니치 못햇슬 것입니다. 그러나 왕은 진심으로 몹시 사랑하는 터이엇습으로 곳 그자리에서는 아모 말도 아니하엿습니다. 그날 하로를 아베-유는 꼭 한 자리에 선 채로, 바위틈으로 저믈어 가는 한울을 물그럼이 바라보고 잇섯습니다. 한울은 점점 검푸르게 되고 벌서 하나식 둘식 별이 뜨기 시작하엿습니다. 그래도 아베-유는 그 곳을 떠나지 안코 섯섯습니다. 어두어가는 한울을 보고 밧갓 세상을 그리우는 눈물의 한염업시 자꾸 흘럿습니다.
그리는 중에 언뜻 아베-유의 어깨에 손을 놋는 사람이 잇섯습니다. 아베-유는 깜짝 놀라 돌아다 본즉 거긔에는 로크의 왕이 머리에서부터 발끗까지 세캄한 웃옷을 닙고 그리고 한 팔에는 또 한벌의 새캄한 웃옷을 가지고 섯섯습니다.
「이것을 둘러쓰고 내 뒤를 딸하오너라」
한팔에 가젓든 웃옷을 주면서 왕은 이말밧게 하지 안핫습니다. 아베-유는 이번에야 말로 이것을 입고 왕의 뒤를 딸하 어머니에게로 가게 되는가 보다 하엿습니다.
휘-적, 휘-적, 이때까지 가보지 못하든 길을 지나서 두 사람은 우으로 우으로 올라 갓습니다.
긔어코 아베-유는 사람사는 밧겟 세상으로 나왓습니다. 아아 이것 저것이 어떠케 그리 아름답고 어떠케 그리 시원하고 어떠케 그리 꼿내는 향긋한 지... 아베-유는 넘우나 반갑고 즐거워서 그만 정신을 일흘 것 가탓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로크의 왕은 아베-유를 안아서 땅 우으로 내여 노핫습니다. 몸은 족으마면서도 아모러치도 안케 아베-유를 덥석 안고 아조 가볍게 걸어서 꼿밧을 꿰뚤코 열려잇는 문으로 조용한 크라리-드공작의 성으로 들어갓습니다.
아아 오랫동안 그리우던 집에 아베-유는 정말 온 것이엇습니다.
왕은 그때에 아베-유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살거렷습니다.
「자세이 들어라. 아베-유야. 여긔가 어대인지 너는 알겟지. 밤마다 밤마다 너의 어머니는 꿈에 너를 맛나보고 웃고 이약이하고 반가워 햇지! 그것이 오늘은 꿈이 아니고 정말 생시에 맛난단다. 자세이 들어라. 네가 만일 어머니 몸에 손을 대이든지 무슨 말을 하든지 하면 내가 걸어논 요술이 효험이 업서지니까... 그러케되면 다시는 너의 어머니를 맛나지 못하고 꿈도 못꾸게 된다」하고 신신히 일럿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두 사람은 벌서 오래 되엇서도 낫익은 어머니의 방문압까지 왓섯습니다. 아베-유의 가슴은 벌룩벌룩 하엿습니다.
어머니의 침실(寢室)에 걸려 잇는 등불 빗으로 아베-유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앗습니다. 어머니의 얼굴은 지금도 곱고 어여뻣스나 빗은 푸르고 퍽 슬퍼하는 얼굴이엇습니다. 그러나 아베-유가 한참 드려다 보니까 슯흔 빗은 사라지고 환하고 질거운 빗이 보엿습니다. 이윽고 어머니가 손을 내여미니까 아베-유도 그만 왕의 말을 이저버리고 반갑고 깃거운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에게로 와락 달겨들려고 하엿습니다. 그때에 로크의 왕은 깜짝 놀라서 번개가티 아베-유의 손이 어머니에게 닷기 전에 웅켜안고 땅속 나라로 돌아갓습니다.
五
[편집]왕이 아베-유의 소원을 한번만 들어주면 아베-유가 전과 가티 쾌활하고 질겁게 지내게 될줄 안 것은 왕의 잘못 생각이엇습니다. 돌이어 그날부터는 날마다 날마다 방 속에 안즌 채로 안저서 울기만 하고 아모리 달래고 위로를 하여도 들은 체도 아니하엿습니다.
「웨 그리 설어하느냐. 응? 아베-유야. 내게 이약이를 하여다고」하고 로크의 왕이 와서 이러케 친절히 물어 보앗습니다.
「족으만 로크의 님금님! 그리고 이 「적은이」나라의 여러분! 여러분은 모다 친절하고 조흔 분이어서 나를 끔직이 위하고 이러케 자조 위로를 해주시지만 나도 될 수만 잇스면 여러분께 슯흔 빗을 아니 보이고 질겁게 질겁게 지내고 십지만, 그러치만! 슯흔 생각이 내 힘보다도 더 강한 것을 어쩝니까. 내가 슯허하는 것은 내가 제일 사랑하는 유-리를 맛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어머니는 우리집에 잘 계신 줄을 알고 잇지만 유-리는 죽엇는지 살엇는지도 모르니까요... 여보십시오. 어떠케든지 유-리의 잇는 곳을 좀 차저 주셔요.」
애련한 이 사정을 듯고 작은이들은 모다들 잠자코 잇섯습니다. 왕도 잠자코 잇섯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다가티 어떠케든지 하야 유-리를 차저 주어야겟다 하고 잇섯습니다.
왕은 즉시 이 산의 제일 깁흔 땅속에 잇는 그 중 오래 사는 늙은 작은이에게로 의론하러 갓습니다.
그 나만흔 늙은 작은이는 여러 가지 거울과 이상한 망원경(望遠鏡)가튼 것과 또 요술의 힘으로 이 세상 일은 땅 우읫 일이거나 땅밋 세상읫 일이거나 모르는 것이 업시 다-알고 잇는 이엇습니다. 로크의 왕의 말을 돗고 그 이는 유-리의 잇는 곳을 이리저리 차저도 보고 생각도 하더니
「잇습니다. 잇습니다. 호수의 쿨속에 잇는 마녀(魔女)의 수궁(水宮)에 잇습니다. 그런데 물속의 감옥에 가처 잇서서 지금 어떠케든지 무슨 큰일을 하려고 세상으로 나오려고 애를 쓰고 잇습니다」
하엿습니다. 정말 그대로 되엇습니다. 크라리-드의 아주머님댁에서 아베-유와 함께 나아와서 호수구경을 왓다가 물속의 마녀에게 잡혀가서 일곱해(七年)를 지내는 동안에 유-리도 벌서 훌륭한 남자가 되엇습니다.
점점 나히를 먹어갈스록 유-리는 수궁의 여러 색씨들에게 쪼들리게 되어 유-리는 그것을 실혀하게 되엇습니다. 긔어코 어느날 유-리가 수궁의 녀왕의 압헤 업드리어서 크라-리드의 성으로 돌아가게 하여 달라고 애원하엿습니다.
그랫더니 녀왕은 자리에서 나려와서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네가 가면 어쩌니. 어느 때까지든지 여긔서 나와 함께 잇자. 그러고 네가 이 나라의 왕이 되어주렴」하엿습니다.
「나는 아베-유에게로 장가를 들 터인데요」하고 유-리는 아조 딱 잘러 말햇습니다.
「무어? 아베-유?」하고 녀왕은 성이 벌컥나서 그만 유-리를 수정(水晶)상자 속에 너허서 무섭게 험한 바위틈 굴속에 너허 두엇습니다.
로크의 왕은 그 늙은 작은이에게 듯고 즉시 이곳을 차저 오느라는 것이 두 주일(二週日)이나 걸려서 간신히 유-리가 가처 잇는 곳까지 차저왓습니다. 작은이가 길을 것는 것이 몹시 더듼 우에다가 길이 몹시 험하고 또 남의 눈을 긔어 오느라고 이러케 느진 것이엇습니다. 이럴 줄 짐작하고 떠나올 때에 요술의 반지(指環)를 가지고 왓슴으로 그 반지로 수정상자에 금을 쪽-그니까 그대로 수정상자가 갈라지고 그 속에서 유-리가 나아왓습니다.
「내 뒤를 얼른 딸하 오너라. 다시 밧갓 새상으로 아갈터이니」
하고 왕은 유-리가 간곡히 감사한 인사를 하는 것도 채 듯지 안코 그냥 압서서 휘적휘적 갓습니다. 얼마를 가니까 벌서 밧갓 세상를 나왓고 저-편 한울에서 깜아귀를 타고 작은이 하나가 마중을 왓습니다. 왕은 그 작은이를 보고
「더-드, 얼른 돌아가서 아베-유 색씨에게, 유-리는 일곱해 만에 지금 무사히 물속 나라에서 빠쪄나와서 크라리-드댁 성으로 돌아갓다 하여라」고 일럿습니다.
오래간만에 돌아오는 중로에서 유-리가 제일 먼저 맛난 것은 어려서 크라리-드댁으로 길리우러 왓슬 때부터 옷을 지어주든 재봉사(裁縫師)엿습니다. 그는 벌서 그 동안에 머리가 허-얘젓는데 처음에는 유-리를 보고 딴 신사(紳士)인 줄 알더니 나종에 그가 유-리인줄 알고 미칠듯이 반가워하엿습니다.
그러나 유-리는 그보다도 아지머님과 아베-유에게 맛날 일이 급한데 재봉사는 그저 반가운 결에 손목을 잡고서서 아베-유 색시가 어느날 유-리와 가티 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안터니 지금은 따속의 작은이 나라에 붓잡혀 잇는 일과 요사이는 밤마다 마나님의 꿈에 보인다는 이약이까지 하고 그후 7년동안 동내 형편이 변해진 것까지 일일이 수다하게 이약이 하고 잇섯습니다. 그러나 유-리의 가슴은 아지머님과 아베-유 생각으로 갓득차서 재봉사의 말은 한마디도 귀에 들지 안핫습니다.
유-리는 간신히 수다스런 재봉사에게서 떨어저서 다름질하야 공작부인의 방으로 뛰어들어 갓습니다. 부인은 유-리를 보더니 그냥 눈물이 펑펑 쏘다지면서 그냥 얼사안고 다시는 노치 안흘듯키 꼭 껴안엇습니다. 한참이나 후에 부인의 마음이 진정된 후에 유-리는 아베-유의 일을 뭇고 어떠케 차저올 일을 의론을 시작하엿습니다.
부인의 말슴은, 그때에 두 아이가 나가서 업서진 후에 깜작 놀라서 만흔 사람을 풀어서 각처로 보내여 차젓답니다. 그 중에 한사람은 분명히 연못가에서 여러 작은이들이 사람 하나를 메이고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앗는데 곳 뒤를 쪼차가다가 보니까 길거리에 비단구두 한 짝이 떨어저 잇기에 그것을 집으려고 허리를 굽히니까 별한간에 십여 명의 작은 이들이 파리떼가티 달겨들어서 머리를 어찌 두들겻는지 그냥 정신을 일코 쓸어젓드랍니다. 그 사람이 한참동안이나 지난 후에 겨우 정신을 차려 일어나보니까 그때는 벌서 산 우에는 아모도 잇지 안핫다 합니다.
그날 밤에 모두가 잠이 들어 조용한 후에 유-리는 가령(家令) 후랭크-루와 단둘이서 성안의 광속에 들어가서 갑옷을 가든히 닙고 투구를 쓰고 짤막한 칼을 허리에 차고 나왓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에 후랭크-루가 준비하여 노흔 말을 타고 작은이의 왕국을 차저서 출발하엿습니다.
한 시간 쯤이나 가서 늙은 후랭크-루가 어렷슬 때부터 들은 땅속으로 가는 길이라는 굴속으로 말을 나려서 걸어 들러갓습니다. 어두운 속을 더듬어서 댓거름쯤 가니까 거긔는 환하게 밝은 빗이 비추고 잇섯습니다. 보니까 그 빗은 두 사람의 가는 압길을 막은 크고 두꺼운 철문의 틈으로 세여 나오는 것이엇습니다.
「누구냐」하고 그속에서 사람의 소리가 낫습니다.
「부라수랜드댁, 유-리가 크라리-드공작댁의 아베-유 색시를 다리러 온 것이다」하고 대답하니까 그 무겁고 두꺼운 문이 스르르 열엿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들어 가니까 문은 다시 다처젓습니다.
그 문이 다처지는 소리를 들으니까 어쩐지 모르게 유-리의 가슴이 덜컥하엿습니다. 그러나 인제는 도망할 곳이 업다고 생각한 즉 돌이어 용긔가 솟아낫고 도망은 하려도 하는 수가 업섯습니다. 뒤에는 묵어운 문이 잠기고 압헤는 수업는 작은이들이 일제히 활을 쏘아서 화살이 빗발치듯 하엿습니다. 유-리와 후랭크-루는 방패로 화살을 막아 가면서 언뜻 보니까 놉다란 바위에 왕관을 쓰고 왕이 입는 웃옷을 입은 작은이가 하나 서 잇섯습니다.
그이를 보고 유-리는 그냥 방패를 내어 던지고 쏘다지는 화살도 겁내지 아니하고 그야말로 쏜살가티 뛰어 나아가서
「아아. 당신이십니까. 나를 구원해 주신 이가 당신이십니까.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아베-유를 다려간 이도 당신의 부하엿습니까.」
「나는 로크의 왕일다」하고 엄연히 말하고는
그 기듸 긴 하-연 수염을 어르만지면서 작은이의 왕은 부들업고 친절한 눈으로 유-리를 보면서 「아베-유는 우리들과 함께 몃 해나 살아 왓는데 그 동안 대개는 행복하게 지엇스며 우리 나라 사람은 몸은 비록 작을망정 마음이 바르고 착한 사람들인 고로 결코 아베-유 색시의 마음에 거슬리지는 아니하엿다. 자아 가서 아베-유를 불러 오너라」하고 왕은 뒤를 돌아보앗습니다.
죽은 듯이 조용한 속에 아베-유는 작은이의 뒤를 딸하 차근차근히 걸어 나왓습니다. 처음에는 거긔 둘러 서잇는 수만흔 작은이들을 보고 그냥 무심하게 무슨 일인가고만 하엿스나 뜻밧게 뜻밧게 거긔 유-리가 와서 섯는 것을 보고는 그냥 마음의 속바닥에서 솟아나오는 부르짓는 소리를 지르고 뛰어 달겨들어 부라수랜드의 젊은 백작 유-리의 가슴에 몸을 안겻습니다. 모다들 조용하엿습니다.
로크의 왕은 물그럼이 그 모양을 보고 섯더니 아조 몹시 깁고 구슯흔 음성으로
「아베-유, 이 사람이 너의 남편으로 삼을 사람인가...」하엿습니다.
「그럿습니다. 이 사람밧게 나는 더 사랑하는 이가 업습니다. 보십시요. 이러케 진정으로 나오는 웃음을 웃을 수 잇지 안습니까?」하면서 아베유는 그만 깃븜이 넘쳐서 눈물이 글성글성하엿습니다.
「아아, 아베유, 오늘은 울지 말아요. 자아, 어서 눈물을 씻고 물속에 마녀의 감옥에서 나를 구원해준 저 님금님께 감사한 인사를 드려요? 응? 아베-유!?」하는 유-리의 말을 듯고 아베-유는 눈물을 씻고 얼굴을 들엇습니다. 그리고 보들업고 사랑스러운 빗이 얼굴에 넘치는 듯 하엿습니다. 오늘에야 로크의 왕의 진정한 마음을 안 까닭이엇습니다. 그리고 자꾸 쾌활한 소리로
「아아, 나를 위해서 유-리를 구하야 주셧습니다 그려. 아아, 감사합니다. 로크의 님금님!」
이러케 감사한 인사를 들이고 겸하야 마즈막 인사를 들이고 왕과 여러 작은이가 정으로 주는 여러 가지의 선물을 정표로 바다 가지고 아베-유 색시는 7년만에 어머님의 성으로 돌아왓습니다.
그후 5~6일 지나서 아베-유 색시와 부라수랜드 댁의 유-리 백작의 혼례 의식은 성대하게 지내엇습니다.
그러나 그후 부터는 아모리 바쁘거나 질거운 일에 분망하여도 한 달에 한 번식 아베-유 색시는 땅속나라의 녜-전 동모를 차저가기를 잇지 아니하엿습니다.
...(끗)...
(『개벽』 27호, 1922년 9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