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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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 요란하다 우룃소리 번갯불 바람은 천지를 쓸어가련 건가 구름은 우주를 뭉개 버리련 건가 파도소리 저 파도소리 절벽을 물어뜯는 저놈의 파도소리 수십 길 절벽을 뛰어넘어 이 집을 쓸어가려는 듯 차라리 쓸어가 버려라 집까지 섬까지 한 모금에 삼켜버려라 오늘은 어인 일고 아침부터 이 바람소리 파도소리 오월이라 며칠이냐 날짜까지 까마아득 내 세월을 잊고 지낸 지 오래거니 이 외로운 섬에서 롱웃의 쓸쓸한 언덕에서 세월을 잊은 지 오년이라 육년이라 지내온 세상일이 벌써 등뒤에 아득하게 멀구나 자연이 무심할쏘냐 그대만이 나를 알아주누나 내 마지막을 일러주누나 오늘의 그대의 이 뜻을 내 모를 바 아니요 이 어두운 천지의 조화와 부질없는 대서양의 파도소리가 무엇을 재촉하는지를 내 모를 바 아니다 오늘이 올 것을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었고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에 섬 위로 쏜살같이 혜성이 떨어짐을 내 보았으니 옛적 시이저가 세상을 떠날 때 떨어지던 그 혜성이 이 섬에 떨어짐을 보았으니 내 무엇을 모르랴 그러나 내 무엇을 겁내랴 ‘광야의 사자’인 내 감히 무엇을 겁내랴 차라리 이 불측한 곳을 한시바삐 떠나구 싶다 이 무례한 고장을 얼른 떠나구 싶다.

해발 이천 척의 언덕 위에 덩그렇게 올려놓은 이 나무집 병영으로 쓰이던 낡은 집 일년이면 아홉 달은 바람과 비에 눅어지고 나머지 석 달은 복닥 더위에 배겨낼 수 없는 오랑캐 땅 땡볕과 바람 속에서는 초목 한 포기 옳게 자란단 말인가 자연의 정취는커녕 말동무조차 없는 열대의 이 호지─사람을 죽이는 땅이다 꽃 시들어 버리는 땅이다 나를 이곳으로 귀양보낸 건 필연코 피트의 뜻이렷다 무더운 바람으로 사람을 죽이자는 셈 템즈강가에 사는 그 불측한 놈들이 아니고는 이런 잔인무도한 짓은 못할 것이다 나를 학살함은 영국의 귀족정치이다 영국 놈같이 포악무도한 인종이 세상에 있을까 내게 처음부터 거역한 것두 그놈들 내 평생에 파멸을 인도한 것도 그놈들 그놈들에 대한 원한은 골수에 젖어들어 자나 깨나 잊을 날이 없다 불측하고 무례한 허드슨 로오─이런 놈에게 나를 맡기는 행사부터가 글렀지 이놈은 사람의 예를 분별하지 못하는 놈이야 이만 파운드의 연액을 팔천 파운드로 깎다니 음식을 옳게 가져온단 말인가 신문과 잡지를 보인단 말인가 시종들과의 거래를 금하고 구라파로 보내는 편지를 몰수해 버리구 그 즐기는 승마까지를 금하는 모두가 로오의 짓 불측한 영국 놈의 짓 나와 사귐이 깊다구 시의 오메아라를 쫓고 라카아스를 쫓고 구울고오드를 멀리한것도 그놈의 소위 내 기르는 시졸들을 위해 지니고 왔던 그릇까지를 팔게 한 것도 그놈의 짓인 것이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한 가지의 모욕은─나더러 장군 보나파르트라구 내 일찍이 이런 모욕을 받아본 일이 없으니 분수를 모르고 천리를 그르치는 놈이지 장군 보나파르트라니 영국 놈이 무엇이라구 하든지 간에 나는 황제 나폴레옹이다 황제인 것이다 지금에도 변함없는 황제인 것이다 천년 만년에 한 사람 태어나는 뭇별 중에서 제일로 빛나는 제왕성 황제로 태어나 황제로 끝을 막는 것이다 코르시카의 집안에 태어난 가난뱅이 귀족의 후예가 아닌 것이다 잠시 그 집의 문을 빌렸을 뿐 천 칠백육십구 년 팔 월 십 오일―이 날은 세상의 뭇 백성이 영원히 기억해두어야 할 날. 이 마리아 승천절 날 태후 레티싸 나를 탄생하시매 침대 요 위에는 시저와 알렉산더의 초상이 있어 스스로 제왕의 선언을 해주다. 천팔백삼년 오월 십팔일 백성들은 드디어 내 제왕의 몸임을 발견하고 황제로 받들었다. 원로원은 공화제를 폐지하고 전 국민의 뜻 삼백오십칠만 이천삼백이십구표의 투표로써 황제로 추대하매 로마에서는 법왕이 대관식을 거행하러 몸소 파리로 왔고 십이월 이일 튜일러리 왕궁에서 노틀담으로 이르는 시오리 장간의 길을 보병이 늘어서고 일만의 기병이 팔두마차의 전후를 삼엄하게 경계하는 속으로 위풍이 당당하게 거동할 때 연도의 군중은 수백만 은은한 축하의 포성과 백성들의 기쁨의 부르짖음으로 파리의 시가는 한바탕 뒤집힐 듯 그 귀한 날을 얼마나 축복했던고. 내 조세핀과 함께 노틀담에 이르자 나선형의 스물한 층의 층계 그 위에는 진홍빛 용합을 둘러친 옥좌가 놓여 내 그날 있기를 기다리지 않았던가. 조세핀과 함께 층계를 올라가 옥좌에 나란히 걸치매 문무백관 시종과 시녀 엄숙히 읍하고 있는 속으로 삼백 명으로 된 합창대의 찬송가가 궁을 떠들어갈 듯 장엄하게 울려올 때 백성들은 비로소 그들의 황제를 찾아낸 것이다. 내 마음 기쁘고 만족해서 몸에 소름이 치고 가슴에 감격이 넘치다 법왕이 왕관을 받들고 내 앞에 나오매 내 그것을 받아가지고 하늘의 주 내게 이것을 보내다 나 이외에 아무도 감히 이것을 다칠 수 없도다 외치고 스스로 머리에 얹고 이어 조세핀에게도 손수 국모의 관을 이어주었으니 이것으로써 구라파에 새로운 천지가 탄생되었고 주가 황제로서 나를 땅위에 보냈음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영원히 지울 수 없이 하늘과 땅과 인류의 마음속에 새겨진 것이다. 이날로부터 한 달 동안 불란서의 천지는 뒤집힐 듯 상하 축하의 잔치에 정신이 없었고 해를 넘어 오월 미라노에 거동해 이태리 왕위에 오르고 리그리아공화국과 시스알비나 왕국을 합쳤으니 나는 불란서뿐이 아니라 전 구라파 천지에 군림하게 되었다. 구라파의 황제의 위에 오른 것이다 군소의 뭇 토끼들이 사자의 앞에 숨이나 크게 쉬었으랴. 내 위엄 앞에서 구라파는 떨고 겁내고 정신을 잃었다. 불측한 것이 영국 내 위를 소홀히 하고 예를 잃고 거역하고 끝까지 화살을 던져온 발칙한 백성―바다 건너 이 섬나라를 내 어찌 다 원망하고 저주하리. 내 황제임을 거역하고 배반하는 분수를 모르고 천리를 그르친 백성들이지. 장군 보나파르트라니 그놈들이 무엇이라구 하든지 간에 나는 황제 나폴레옹이다. 황제인 것이다. 영원히 지금에도 변함없는 황제인 것이다.

섬에서 병을 얻은 지 이태 몸 고달프고 마음 어지러워 전지 소풍을 원하나 목석같은 악한 로오는 종시 들어주지 않는다. 내 목숨이 진한 후 유골이나마 사랑하는 불란서 세느강 언덕에 묻어주기를 원하나 이역 그 무도한 백성이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백만의 군졸을 거느리고 구라파의 천지를 뒤흔들던 이 내 힘으로 이제 한 사람의 냉혈한 로오의 뜻을 휘지 못함은 어인 일인고. 내게 왕관을 보내고 황제로 택하신 주여. 이제 내게 영광을 거절하고 욕을 줌은 어인 일인고. 원하노니 그 뜻을 말하소. 우주의 비밀을 말하소. 하늘의 조화를 말하소. 그대의 뜻이 무엇이관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기르고 무엇을 기하관대 인간사를 이렇게 섭리하는고. 영광은 오래 가지 말란 건가 기쁨은 물거품같이 꺼지란 건가. ‘영원’의 법칙은 공평되지 못하단 건가. 변화와 무상이 우주의 원리란 말인가. 주 그대에게도 미움이 있고 질투가 있단 말인가. 사랑이 지극하듯 미움도 지극하단 말인가. 천재를 만들고 이를 질투하듯 영웅을 낳아 놓고 이를 질투한단 말인가. 원하노니 비밀을 말하소. 조화를 말하소. 내 그대의 뜻을 몰라 얼마나 마음 어지럽고 몸 고달프게 이날 이 마지막 시간까지 의심과 의혹의 세상을 헤매임을 안다면 내게 말하소……나무와 무명으로 얽어놓은 이 낡은 침대―이것이 황제의 침대여야 옳단 말인가. 진홍빛 용합은 못 둘러칠지언정 황제의 몸을 용납하기에 족한 것이어야 할 것을 이 나무와 무명의 침대는 어인 일인고. 주여 그대도 보았으리니 무도한 로오의 인색함에 못 견디어 지난 겨울 한 대의 침대를 도끼로 쪼개어 불을 피우고 추위를 막지 않았던가. 둘밖에 없는 창에는 검은 무명 휘장이 치었으니 황제의 거실의 치장이 이것으로 족하단 말인가. 창틈으로는 구름이 엿보고 빛발이 치고 바람이 새어드니 이것으로 제왕의 품위를 보존하기에 족하단 말가. 병에는 벌써 한 방울의 포도주도 없고나. 이것도 인색한 로오의 짓 날마다의 포도주의 분량을 덜어 버린 것이다. 우리 안의 짐승에게 던져 주는 음식의 분량같이 일정한 분량을 제 마음대로 정한 것이다. 왕을 대접하는 도리가 이것이다. 이곳은 왕이 살되 왕이 살 곳이 아니며 전부 야인의 거처하는 곳도 이보다는 나으렷다. 왕을 이같이 무시하는 자 그들이 옳을 리가 없으며 그 어느 때 천벌이 없을 건가. 불란서 백성이 조석으로 전전긍긍 외우고 복종하던 윤리문답에 비추면 그들은 응당 지옥감이다.

“우리들의 황제에 대한 의무를 결하는 자는 사도 바울에 의하면 주께서 결정한 율법을 무리치는 자로서 영원의 지옥에 빠질 것이니라.”

생각나는 건 지나간 영광의 나날―튜일러리 궁중의 생활―궁전은 화려하고 장엄한 설비와 치장을 베풀었으나 내 자신의 생활은 검박해서 말 한 필과 일 년에 일천이백 프랑만 있으면 유쾌하게 지낼 수 있음을 입버릇같이 외우면서 그러나 주위는 될 수 있는 대로 화려하게 해서 제왕으로서의 위엄을 보이고 조화를 지니기에 넉넉한 것이었다. 평생 네 시간 이상을 자본 일이 없는 나는 오전 일곱 시면 반드시 기침해 시의 콜비사알의 건강진단을 받고 다음에 목욕―목욕은 가장 즐겨하는 것 끝나면 솔로 전신 마찰을 하고 수염을 밀고 아홉시에 예복을 입고 등각, 대신 이하 문무백관을 열람식을 마치고 아침식사 포도주와 커피 한잔씩을 마시고 나면 하루의 정사가 시작된다. 비서 부우리엔느나 마느발이나 펜을 데리고 서재나 국무원에서 국사 경륜의 대책을 초잡고 궁리하고 의논하고 만찬 후에는 조세핀의 방에서 무도회―내 침실을 지키는 건 여섯 사람, 이웃방에 롱스탕이 숙직, 그 다음 방에 시종 두 사람, 사환 두 사람, 마부 한 사람의 여섯 사람―말메에송 별장에서의 조세핀과의 즐거운 생활의 가지가지 조세핀의 일년 세액은 삼백만 프랑, 의복 칠백 벌, 모자 이백 오십, 보석 일천만 프랑, 화장의 비용 삼천 프랑 그의 곁을 모시는 여관 백 명―그러나 이것도 루이 16세의 왕후 마리 앙트와네트의 생활에 비기면 검박하기 짝없는 것―모든 범절이 질소하면서도 늠름한 위풍을 보인 것이 튜일러리 궁중의 생활이었다. 백성들은 내 작정한 윤리문답을 알뜰히 외우고 나 황제에 대한 의무를 추상같이 엄하게 여겼다. “기독교도는 그들을 통치하는 뭇 군주에게 특히 우리들의 황제 나폴레옹 일세에 대해서 바쳐야 할 것은 사랑 공경 순종 충성 병역의 의무와 제국 급 그의 제위를 유지하고 옹호함에 필요한 세금 이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특히 우리들의 황제 나폴레옹 일세와 연결시키는 동기는 무릇 그야말로 국가 다난의 시대를 당하여 우리들의 선조의 신성한 종교의 일반적 숭배를 부활시키고 그 보호자를 삼기 위해 주께서 특히 선택하신 사람 그 심원하고 활동적인 지혜로 백성의 질서를 회복하고 그것을 유지한 사람 그 위풍 있는 수단과 힘으로써 국가를 옹호한 사람 그리고 전 카톨릭 교회의 수장인 법왕에게서 성별을 받고 주께서 도유(塗油)를 받은 사람인 까닭이므로니라.” 그러나 그러면서도 내게는 한 가지 불만이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 최고의 선택된 자리에 있기는 하나 시대가 시대라 내 하늘의 아들이니라고는 자칭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알렉산더는 동방을 정복하고 스스로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선언했을 때 그의 모 아틴파스 그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테네의 학자들을 제하고는 동방의 모든 백성이 그것을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옛일 지금엔 벌써 내 스스로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일컬을 수는 없다. 이것이 나의 불만이라면 불만이었다. 하늘의 아들 못되는 불만이지 황제로서의 불만은 아니다. 알렉산더와 시이저를 넘던 그 내 위풍, 해같이 빛나고 바람같이 세차고 힘 산을 뽑고 뜻 세상을 덮고 나는 새까지 떨어뜨리던 그 위엄과 세력 지금 어디메 갔느뇨. 그 십년의 영화와 이십년의 과거가 하룻밤 꿈이런가. 한 장의 요술이런가. 꿈과 요술이 잠시 이 몸을 빌려서 나타난 것인가 요술을 받을 때의 몸과 지금의 이 몸이 다른 것과 지금의 이 머리 바로 이 위에 왕관이 오르지 않았던가. 이 입으로 삼군을 호령하지 않았던가. 이 팔로 이 주먹으로 장검을 휘두르지 않았던가. 이 몸이 튜일러리 궁전 용상에 오르지 않았던가. 그 몸과 이 몸이 다른 것인가. 지금 이 몸은 이 살은 이건 허수아비인가 모르겠노라. 비밀의 문 내게 닫혀졌고 세상이 내게 어둡도다. 섬의 날은 음산하고 대서양의 바람은 차다 사면을 둘러싼 망망한 바다 가이없는 그 너머를 바라볼 때 마음 차지고 눈이 아득하다. 그 바다 너머로 하루 한시라도 마음 달리지 않은 적 있었던가. 달과 함께 바람과 함께 파도를 넘어서 항상 달리는 곳은 바다 저쪽 몸은 이곳에 있어도 마음은 그곳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억만 리 길을 쏜살같이 달려 다뉴브강 언덕을 피라밋 기슭을 이태리의 벌판을 눈 쌓인 아라사의 광야를 헤매이다 번개같이 피리의 교외로 달리다가는 금시에 코르시카의 강산으로 난다. 나를 길러준 보금자리 그리운 코르시카의 강산 고향인 아야쑈의 항구 따뜻한 어머니의 애정―아니 태후 레티싸―아니 어머니―태후이든 무엇이든 어머니임에 틀림없다 태후라느니보다는 나는 지금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 음산하고 황량한 이 섬 속에서는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정다운 것이다. 쓸쓸하고 쓰라린 속에서 제일 많이 생각나는 것은 어머니의 자태 어머니의 애정. 그의 품은 결국 내 영원한 고향이다. 옛적의 장군 홀레펠네스는 여자를 멸시하고 어머니를 무시했으나 그릇된 망상. 예수도 어머니에게서 난 아들. 알렉산더도 시이저도 어머니가 있은 후에 생긴 몸. 내게도 어머니가 있음은 치욕이 아니요 영광이다. 인자하고 용감스런 여걸인 어머니. 조국 코르시카의 독립과 혁명을 위해서는 그의 뛰는 심장 아래에 나를 밴 채 손에 칼을 들고 출진하지 않았던가. 일찍이 내게 가르치기를 사람의 앞에 굴하지 말라 다만 주 앞에만 머리를 숙이라고―나는 평생에 사람 앞에 머리를 숙인 적이 없다―단 한 번 숙인 일이 있다면 천칠백팔십오년 열일곱 살 때 라페엘 연대에 불란서 주둔병 포병소위로 승급되었을 때 월급은 근근 사십원 가난뱅이 사관같이 해먹기 어려운 노릇은 없어서 사교계에 나서야 된다 몸치장을 해야 한다 양복도 사야 하구 장화도 맞춰야 하구 하는 수 없이 양복장수에게 한번 머리를 숙인 일―이것이 전무후무 단 한 번의 굴복이었다. 굴복이라느니보다는 생각하면 즐거운 추억의 한 토막―조그만 추억의 실마리에도 어머니의 기개와 품격이 서리워서 그를 그리는 회포 더욱 간절하구나. 어머니는 내게 허다한 진리와 모범을 드리웠고 나는 과거의 모든 것을 전혀 그에게서 힘입었다. 어머니는 내 영광의 보금자리요 마음의 고향 낯설은 타향에 부대끼는 고달픈 마음에 서리우는 향수―그것은 어머니에게로 향하는 회포이기도 하다.

고향―마음의 고향이라면 어머니의 다음에 그리운 것은 역시 조세핀 무어니무어니 해도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여자이다. 무슨 소문을 내고 어떤 풍문을 흘렸던 간에 점차 나를 정성껏 사랑했음은 사실이며 나 역시 그를 영원히 잊을 수는 없다. 아름답고 요염한 걸물 세상이 넓다 해도 그에게 비길 여자 없다. 내게 행복을 준 것은 조세핀 바로 그대. 잊기나 할쏘냐. 파리의 혁명이 지나 폭동을 진정시킨 후 파리 주둔병 사령관의 임명을 받자 즉시로 시민들의 무기를 압수했을 때 그 속에 한 자루의 피 묻은 칼이 있었으니 그것이 그대와 나와의 인연을 맺어줄 줄야 꿈엔들 생각했으랴. 하룻날 유우젠이라는 소년이 와서 돌아간 아버지의 유검이라고 그것을 원한다. 단두대의 이슬로 꺼져버린 지롱드 당의 지사 보오알제에의 유검이었던 것이다. 비록 원수의 사이라고는 해도 소년의 자태가 가엾어서 칼을 내주매 어린 마음에 감격되어 그 자리로 눈물을 흘리더니 이튿날 내 호의를 사례하러 찾아온 것이 보오알제에의 미망인 삼십 전후의 조세핀이었던 것이다. 유분으로 얼굴을 치장하지는 않았어도 그 초초하고 검박한 근심에 싸인 자태가 스물일곱 살의 내 마음을 흠뻑 당겼다. 사교계에서 거듭 만나는 동안에 마음에 작정한 바 있어 천칠백구십육년 삼월 십구일 바라아의 알선으로 드디어 결혼해버렸다. 왕위에 올라 내 손에서 여왕의 관을 받을 때까지 그의 행실이 어쨌든지 간에 내게는 조강의 아내였고 왕위에 오른 후부터 내게 대한 사랑이 더욱 극진해갔음을 나는 안다. 튜일러리 궁전에서 혹은 말메에송의 별장에서 가지가지 즐거운 추억의 씨를 뿌려주었다. 흡사 수풀 속의 샘물 같아서 길어내고 길어내도 다하지 않는 그런 야릇한 매력을 가진 그였다. 확실히 그는 여걸이요 천재였다. 내가 그를 이혼한 것은 그에게 대한 사랑이 진한 까닭은 아니었고 자나깨나 마음속에 서리워오는 위대한 욕망 채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원―이것이 나로 하여금 그를 버리게 했다. 불란서의 이익을 위해서 그에게 대한 애정을 베어버리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왕위를 이으려면 왕자가 필요한 것이나 조세핀에게서 그것을 바랄 수 없음은 그나 내나 다같이 아는 바 드디어 조세핀이여 그대 내 뜻을 굽히지 말라고 원했을 때 그는 슬픔과 절망을 못이겨 그 자리에서 기절을 했겠다. 보오알제에의 유자 올탕과 유우젠이 어미를 위로해 주었겠다. 천팔백구 년 십이월 십오일 이혼식을 거행한 후 몇 달 장간을 울어서 그는 눈이 보이지 않았더라고. 내 엘바섬에 흐르는 날 병석에 누운 것이 종시 못 일어나고 오월 삼십일 내 초상을 부둥켜안고 마지막 작별을 하고 그날 저녁으로 세상을 버렸다는 것이다. 가엾다. 나를 얼마나 원망하고 저주했을까. 그러나 그의 자태가 내 마음속에 이렇게 생생하게 지금껏 살아 있는 이상 마지막까지 마음의 고통이 삐지 않았고 사랑의 실마리가 얽혀 있음은 사실 그에게 비길 여자는 없다. 내게 행복을 준 것은 그대 조세핀이었던 것이다. 이제 특히 그대에게 대한 생각이 간절함은 그 까닭이다. 그대의 뒤를 이어서 황후로 들어선 오지리의 공주 마리 루이즈―이를 맞이한 것은 비록 정책에서 온 것이라고는 하더라도 당시에 백성들이 상심하고 통탄히 여겼던 것같이 나의 큰 실책이오 만려의 일실이었던가. 그 후의 정사에 어떤 변동이 생기고 역사가 어떻게 변했든지 간에 나는 아무도 모르는 루이즈의 여자로서의 면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 내게는 가깝고 친밀하고 귀중한 것도 된다. 당시 열여덟살 건강하고 혈색이 좋고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당긴 것은 그 푸른 눈. 하늘빛같이 푸른 눈. 품성이 냉정은 하나 그다지 억센 편은 아니어서 적국의 공주이면서도 불란서에 들어서는 역시 불란서 사람. 내 아내로서 원망도 분한도 잊어버리고 원만한 부부의 사이였던 것이다. 조세핀만큼 다정하지는 못하나 남편을 섬기는 도리는 극진해서 부부생활로 볼 때 나는 그를 조세핀보다 얕게 칠 수는 없다. 여자란 쪼개보고 헤쳐보면 다 같은 것. 그에게 비록 조세핀의 재기가 없고 프러시아 왕후 루이제의 고상한 이상은 없었다고 해도 단순한 여자로서의 일면에 있어서는 그들과 같은 것. 나는 내 황후에게서 그 여자의 면을 구하면 되었지 그 이상의 것은 도시 귀찮은 것. 이 점에서 나는 그를 조세핀과 같은 정도로 사랑할 수 있었고 지금에도 역시 내 황후임에는 틀림없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이다. 지금 어디서 어떻게 하고 있을 것인고.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인 그가 나의 유일의 황자 프랑소와 조셉을 데리고 어디서 어떻게 하고 있을 것인가. 가장 궁금한 것이 그것이다. 지리멸렬하게 찢어진 내 생애의 파멸의 마지막 걸음에서 가장 생각나고 원하는 것은 일가의 단란이다. 황제라고 해도 영웅이라고 해도 그에게 항상 필요한 것은 이 단란. 여기에 산 보람이 있고 인생의 기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조물주나 악마만이 혼자 살 수 있는 것이요 사람은 단란 속에 살라는 마련이다. 반생 동안 단란을 무시하고 버려온 내게 이제 간절히 생각나는 건 그것이다. 이것도 인과의 장난인가 조물주의 내게 대한 복수인가. 무엇이든 간에 내 지금 간절히 생각나는 건 루이즈와 조셉의 일신 편지가 끊어지고 소식조차 아득하니 마음 더욱 안타깝다. 영국놈 로오 그 불측한 놈이 편지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도척에겐들 한 줄기의 눈물이 있지 녀석은 악마이다. 지옥의 악마이다. 인면을 쓴 악마인 것이다. 조셉이여 루이즈여 조세핀이여. 어머니와 함께 내 그대들을 생각할 때마다 철벽 같은 이 가슴속에도 눈물이 어리누나. 구름이 막히누나. 조세핀이여 루이즈여―도합 일곱 사람의 여인이여 이제 그대들의 자태가 무엇보다도 먼저 선명하게 차례차례로 떠오름은 이 어인 일인고. 그대들을 생각할 때 나는 황제도 아니요 영웅도 아니요 한 사람의 범상한 지아비요 그것으로써 만족한 것이다. 그대들을 대할 때 나는 황제도 아니었고 영웅도 아니었고 세상의 뭇 사내와 다를 바 없는 지아비에 지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나는 그대들을 사랑한 범상한 지아비의 자격으로서 생각하는 것이요 그 편이 즐겁고 훨씬 생색도 있다. 그대들이 침실에서 내 턱을 치고 하던 말이 오 황제 나폴레옹이여가 아니고 사랑하는 보나파르트여 였던 것이요 나 또한 황제의 복색을 벗고 평범한 알몸으로 그대들의 사랑을 받지 않았던가. 루이즈가 그러했고 조세핀이 그러했고―그리고 조세핀이여 그대 이전에 내 열 아홉 살 때 그레노오블 포대에 중위로 있을 시절 내게 접근해 온 쥬코롱베에의 딸―이가 말하자면 내게는 첫사랑이었다. 그와의 사이가 깨끗은 했었으나 평생에 내 앞에 나타난 일곱 사람의 여자 중에서 그 제일 첫째 손가락에 꼽힐 여자가 그였다. 나는 그의 옛정을 버릴 수가 없어 조세핀 그대가 황후가 되었을 때 그대의 곁에 데려다가 시관을 삼지 않았던가. 그 여자의 다음 즉 둘째손가락에 꼽힐 여자가 조세핀 그대이다. 셋째가 천팔백이년 리옹에서 안 여자, 그 다음이 천팔백육 년에 안 루벨부인, 다섯째가 다음해 폴란드에서 사귄 와레브스카 백작 부인, 여섯째가 두 번째 황후 마리 루이즈였고, 마지막 일곱째가 이 섬 센트 헬레나에 와서 안 한 사람의 시녀이다―이 일곱 사람의 여자가 내 마음속에는 순서도 어김없이 차례차례로 적혀서 가장 즐거운 추억을 실어오고 유쾌한 정서를 일으켜준다. 마음속에 첩첩으로 포개들어 앉은 반생 동안의 파란중첩한 사건과 역사 속에서 그대들의 역사만이 가장 참스럽고 아름답게 몸에 사무쳐온다. 일곱 자태가 일곱 개의 별같이 가슴속에 점좌하고 들어앉아 모든 것에 굶주린 내 마음을 우련하게 비치어준다. 그 별들을 우러러볼 때만 내 마음 꽃을 보듯이 반기고 누그러진다. 그 한 떨기의 성좌는 내 고향이요 일곱 개의 별은 각각 그 고향의 한 간씩의 방. 나는 내 열쇠를 가지고 일곱 간의 방문을 열고 차례차례로 각기 방안의 모든 것 빛과 그림자와 치장과 분위기와 비밀의 모든 것을 살피고 별의 안과 밖 마음과 육체의 모든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친한 것이 별들. 이제 그 별들과 하직하고 이렇게 떨어져 있으려니 생각나는 것은 그 고향 일곱 간의 방안 자장가의 노래같이 귀에 쟁쟁거리고 강가의 물소리같이 마음 기슭에 울려오는 건 고향의 회포―고향의 언덕과 수풀과 강가와 노래와 방안의 그림자와 비밀과 꽃과 모든 것―그 고향의 산천만이 내 심회를 풀어 주고 넋을 위로해 줄 것 같다. 그러나 그 고향 지금 어디메 있느뇨. 그 별들 어디메 있느뇨. 손 닿지 않는 바다 저편에 멀리 마치 하늘의 북두칠성같이도 까마득하구나. 별을 그리는 마음 오늘에 이토록 간절하도다. 간절하도다. 황제의 회포를 지금 이토록 아프게 하는 것이 별것 아니다. 그 북두칠성이다. 범부의 경우와 고를 바 없는 이 내 심사를 내 부끄러워하지 않고 욕되게 여기지 않노라.

북두칠성의 자랑에 비하면 지난날의 가지가지의 영광과 승리도 오히려 생색이 엷어진다. 혁명의 완성, 이태리 원정, 애급 정벌, 통령시대, 제정시대―이십년 동안의 싸움과 사자의 토끼사냥―그러나 알지 못괘라. 영광에는 반드시 치욕이 섞이고 승리에는 패배가 뒤를 잇는고. 무슨 까닭이며 무슨 조화인가. 영광은 날이요 치욕은 씨인가. 승리는 날이요 패배는 씨인가. 그 날과 씨가 섞여서야 비로소 인생의 베를 짤 수 있는 것인가 영광만의 승리만의 비단결은 왜 짤 수 없는가. 무서운 치욕을 위해서 영광을 버릴 건가. 영광을 얻은 값으로 치욕도 달게 받아야 할 것인가. 치욕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래도 영광을 바라는 욕심 많은 인생이여. 곰곰이 생각하면 차라리 처음부터 범부의 인생을 보냈던들 얼마나 편한 노릇이었을까도 뉘우쳐진다. 코르시카에 태어난 몸이 코르시카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었던들 얼마나 평화롭고 안온하였으리. 만약 영광을 위해 태어난 몸이라면 차라리 공명의 마지막 고비 워털루의 벌판에서 쓰러져 말가죽 속에 시체를 쌌던들 혹은 드레스덴의 싸움터에서 넘어져 마지막을 고했던들 이제 만고의 부끄럼을 이 외로운 섬 속에 남기게 되지는 않았을 것을.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이후 내 스스로 내 목숨을 끊으려 했을 때 코오렌쿠울이며 시의 콘스탕이며 이이방이며가 왜 긴치 않게 나를 간호하고 다시 소생하게 했던고. 그들이 원수만 같다. 한번 때를 놓치자 그 후부터는 좀해 그런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왜 알맞은 때 알맞은 곳에서 곱게 진해버려 영광의 뒷갈망을 깨끗이 못하고 이 목숨이 이렇게도 질기게 남아 영원의 원한을 끼치게 하는고. 알지 못괘라. 내 조물주의 뜻을 알 수 없노라. 그는 연극을 즐겨하는 것인가. 계책을 사랑하는 것인가. 장난이라고 할까 시험이라고 할까 그 꾸며 놓은 막이 열린 것은 천칠백팔십구년 칠월 십사일 카토올스쥬이에 파리의 거리가 불란서의 전토가 폭발하고 뒤끓던 날―이 날로부터 시작된다 혁명이 이루어지자 동란은 동란을 낳아서 천지가 뒤집히는 듯 오지리와 프러시아의 팔만의 연합병이 파리의 시민을 위협할 때 마르세이유의 군중 오천 명은 애국의 노래를 부르면서 파리로 들어오고 삼천의 왕당이 화를 맞고 구원의 살육이 일어나고 루이 16세가 형을 받고 공포시대는 시작되었다. 우리 집안이 코르시카에서 불란서로 옮겨간 것은 이때 내 루우론에 의거해서 영국 서반아 연합함대를 물리친 공으로 소위에서 일약 여단장의 급에 오르니 이것은 오늘의 운의 실마리였던 것이다. 구십오년 새로운 헌법이 준가되자 반대당이 일어나 소란은 그칠 바 없고 폭도 사만 명이 왕궁을 쳐들어오자 의회는 그들을 방어하기에 힘을 다해 시장 바라아는 드디어 나를 총독으로 임명하고 진정의 책임을 맡겼다. 때에 내 나이 스물일곱. 노장군들은 아연실색해서 풋둥이 사관이 무엇을 하려는가 하고 나를 백안시하는 것이었으나 내 대답해 가로되

“승산 없는 일을 감히 하려는 어리석은 내 아니다. 역량을 세밀히 헤아린 후에 이 사업을 맡은 것이다.”

곧 세느 강가에 오십 대의 대포를 늘리고 포병을 배치하고 루브르 궁전에 팔천의 주력을 모으고 폭도를 진무할 새 수만의 난민은 바람에 불리는 꽃같이 물에 밀리는 개미떼같이 여지없이 쓰러져 그날의 파리 성하의 참혹한 꼴을 입으로 다할 수 없었다. 내 시민의 여망을 두 어깨에 지고 즉시로 파리 주둔병 사령관의 임명을 받게 되다. 평생의 대망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 조세핀과 결혼한 지 순일을 넘지 않아 이태리 주둔병 사령관의 임을 받은 것은 다행으로 드디어 이태리 원정을 떠나게 된 것이다. 니이스의 병영에 이르러 볼 때 군세가 말할 수 없이 쇠미하고 빈약한 것이었으나 이를 격려시켜 오히려 이태리의 대군에게 향하게 하매 북이태리에서 이를 격파하고 사월 하순 토리노로 향해 사르디니아 왕 아마데오로 하여금 니챠를 베어 바치게 하고, 다음날 미라노에 들어가 보로냐에서 로마 법왕 비오 육세와 화를 강하고, 더욱 나아가 네에챠를 함락시키고 케르텐을 거느리고 스타이에른의 부륙을 치다 눈 속의 알프스 산을 넘어 오지리의 비인에서 성하의 맹세를 맺게 하고, 사월에 레오벤에서 가조약을 맺은 후 오월 베네치아에 들어가 그 공화제를 버리고 시스알비나 공화국을 창설, 제노바를 리그리아 공화국으로 고치다. 시월 십칠일 오지리와 캄보풀미오에서 본 조약을 맺으니 이때의 불란서의 영토는 네덜란드 이오니아제도 베네챠 라인 강반 시스알비나 공화국 리그리아 공화국의 광범한 것이었다.

이년 동안의 원정에 생광 있는 승리를 한 것이요 적군의 포로 십일만 오천, 군기 일백칠십, 대포 일천백사십 그 외에 쓸어온 미술품과 조각 등은 산을 이루다. 백성들은 나를 군신 수호신이라고 받들어 파리 개선의 날 성하의 열광은 거리를 쓸어갈 듯 개선식 거행의 날 뤽상부르 궁전은 적국의 군기로 찬란히 장식된 속에서 내 엄숙히 나아가 조약서를 내고 전리품을 바친 후 거리로 나가 수만 군졸을 거느리고 앞잡이를 서서 행진을 할 때 시민의 열광 속에서 군졸들의 늠름히 노래하는 말이 정부의 속관들을 물리치고 나폴레옹을 수령으로 하자는 뜻이었던 것이다. 바라아가 나를 찬탄해 하는 말

“나폴레옹을 만들어 내기에 조물주는 그 전력을 다하고 조금도 여력을 남기지 않았으렷다.”

보나파르트의 집안은 차차 일기 시작해 일가 족속이 중요한 지위에 올라 명문 귀현들의 숭배의 중심이 되다. 그러나 내 마음은 만족은커녕 한시도 편한 날이 없어 야심만만 소심익익이 오 척의 단신 속에 감춘 계책은 아무도 옆에 앉은 조세핀조차도 알 바 없었다. 승전 후 소란한 도읍을 떠나 뤼칸티렌의 시골에서 유유자적 독서와 사색에 몰두할 때 가슴속에는 염염한 불꽃이 피어올라 생각과 계획에 한시도 쉬일 새가 없었다. 이때야말로 나의 황금시대였던 것이나 사람의 욕망이란 왜 그리도 한이 없는 것인가. 구구한 구라파의 한쪽 구석은 내 대망의 곳이 아니요 위대한 경륜을 행하기에 너무도 척박한 땅이었다. 차라리 내 가서 동쪽에 기골을 시험함만 같지 못하다. 무릇 세계의 영걸이 그 위대함을 이룬 것은 동방에 의거하지 않음이 없으니 나도 구라파를 떠나 시이저와 같이 애급으로 갈 것이다. 애급으로 동방으로! 이렇게 해서 애급 정벌이 시작되었다. 구십팔 년 오월 십구일 군함 십삼 척, 소선 십사 척, 운송선 사백 척, 군졸 사만, 학자 백명 바다에 나서 반원의 진을 치니 그 길이 십팔 노트에 뻗어 유월 말타섬에 올라 이를 항복시키고 알렉산드리아를 빼앗고 카이로에 나아가 칠월 이십일 일 이를 함락시키고 시리아로 향해 가사를 빼앗고 야파를 떨어뜨리고 상장다아크를 포위했으나 사나운 토이기 군 때문에 동방정략이 채 이루어지지 못한 채 본국의 위난을 듣고 쿨벨에게 애급을 맡기고 일로 불란서로 향했던 것이다. 혁명정부의 전복을 계획하는 구라파 열강은 제이차 연합군을 일으켜서 본국을 침범하게 되매 위기는 날로 더해 정부의 위신 땅에 떨어지고 민심 더욱 소란해감을 들었던 까닭이다. 악한 정사에 국가는 피폐하고 백성들은 굶주려 원망의 소리 구석구석에 넘쳐흐를 때 정부의 요인들은 사리사욕을 채울 줄밖에는 모르고 오히려 민심을 돌보지 않은 것이다. 단신 파리로 향하는 도중에 내 뒤를 따르는 민중 몇 천 몇 만이던가. 십일월 십일 나는 드디어 무력으로 정부를 넘어뜨리고 새로운 헌법을 준가해서 집정을 폐지하고 세 사람의 통령 제도를 세워 그 제일통령에 오른 것이다. 문란한 정사를 바로잡고 국내를 정리하고 열국과 화평을 구하나 고집스런 영국만이 종시 휘어들지 않는다. 내 다시 분연히 일어나 허리에 우는 칼을 뽑아들었다. 뮈러와 마세나를 각각 오지리와 이태리에 향하게 하고 나는 롬바르디 방면으로 나아가 시스알비나 공화국을 재흥시키고 마렝고에 격전해서 이태리를 정복 뮈러는 다뉴브강을 건너고 모로는 프러시아를 쳐서 불란서는 다시 대승하고 신성로마제국은 여기에 완전히 멸망해 버렸다. 영국도 드디어 뜻을 굽혀 죠오지 삼세 아미앙에 열국과 화평을 구하게 됐으니 이때 불란서는 바야흐로 황금시대 내정과 외교가 크게 부흥되어 팔백 이년 팔월 이일 의원의 제의로 국민의 추대를 받아 삼백 오십만 표로써 종신통령이 되어 시스알비나 리그리아 두 공화국의 통령까지를 겸하고 튜일러리 왕궁에 살게 되니 왕궁에 몸을 들이게 된 처음이다. 내 적은 항상 영국―영국은 다시 아미앙 조약을 버리고 애급과 말타에다 아직도 손을 대는 것이요 국내에는 공화당이 내 주권을 즐겨하지 않는 눈치이다. 차라리 공화정치를 버림만 같지 못해 오월 십팔일 원로원은 국민의 투표를 얻어 나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때에 서른다섯 살. 코르시카의 조그만 집에 태어나 오척 단구에 담았던 대망. 가슴속은 항상 염염히 타올라 한시도 잊을 새 없던 그 대망이 그제야 이루어진 것이다. 백년 천년에 한 사람 선택될까 말까한 주께서 특히 골라내는 그 인류 최고의 영광의 자리에 올랐을 때 내 마음은 얻을 것을 얻어 비로소 놓이고 만족했다. 노리던 것을 얻은 그날로 내 목숨이 진했다고 해도 기쁘고 만족스러웠을 것을 내 힘으로 너무도 크고 뜻은 너무도 높았다. 흡사 땅위에 태양, 하늘에 해가 있고 땅위에 내가 있다 솟아오르는 태양의 위력 앞에 무엇이 거역하랴. 열국이 제삼차 연합군을 일으켰댔자 사자 앞에 토끼 폭이나 되랴. 뮈러로 하여금 원을 치게 하고 마세나를 이태리로 보내고 나는 이십만을 거느리고 동쪽에서 아라사를 치니 구라파의 전국이 드디어 내게 항하는 자 없게 되다. 일가 족속으로 하여금 구라파 전토를 다스리게 함은 원래부터 내 소원. 형 요셉을 서반아 왕으로 뮈러를 나폴리 왕으로 동생 제롬을 웨스트팔리아 왕으로 루이를 화란 왕으로 봉해서 라인연맹을 일으키고 내 그 맹주가 되니 여기에 구라파 통일은 완성되고 나는 서반구에 군림하다. 마리 루이즈를 두 번째 황후로 맞아들여 황자 조셉을 탄생하매 왕업의 터 더욱 견고해지고 백년 왕통의 대계가 완전히 서게 되었다. 위력이 서반구에 떨치고 경륜이 사해에 뻗쳐 참으로 이제는 하늘의 해와 마주서고 그와만 패를 다투게 된 것이다. 한 가지의 부족이 있다면 알렉산더와 같이 내 자신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선언하지 못한 그 일뿐이다. 그 외에 더 바랄 것도 원할 것도 없었다. 힘껏 당긴 활이니 그에게 무엇이 두려운 것이 있으며 꽉 찬 만월이니 그에게 무엇이 더 그리운 것이 있으랴―그러나 슬프다. 그 활이 왜 늦춰져야 하고 그 만월이 왜 이지러져야 하는가. 영원의 만족 영원의 행복 영원의 정복이라는 것은 없는 법인가. 그것이 우주의 법칙인가. 만물은 흐르고 움직이고 변하는 것―그것이 우주의 법칙인가. 무엇하자는 법칙인가. 누구를 위한 무엇 때문의 법칙인가. 조물주의 심술인가 질투인가. 조물주는 자기가 절대의 소유자이므로 자기 이외 절대라는 것은 작정하지 않고 허락하지 않는 것인가. 인간과 땅은 지배할 수 있는 나로되 이 우주의 법칙과 조물주의 뜻만이야 어찌 지배할 수 있으랴. 영광의 뒤를 잇는 굴욕을 행복의 뒤를 잇는 불행을 만족의 뒤를 잇는 슬픔을 내 어찌 막아낼 수 있었으랴. 굴욕과 실패의 자취를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피가 솟고 이가 갈리나―오호라 그것은 오고야 말았다 물결 밀리듯 밀려들고야 말았다. 영광의 시대가 올 때와 마찬가지로 막아내는 재주 없이 제물에 기어코 와버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구라파의 뭇 생쥐들이 내 앞에 쏙닥질을 하고 항거하기 시작했다. 각국은 대륙 조약을 헌신짝같이 버렸고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영장 웰링턴이 굳건하게 항전하고 아라사는 연내의 분풀이를 걸어왔다. 내 하는 수 없이 북국 정벌을 계교하고 오월 드레스덴에 사십만 병을 거느리고 니이멘강을 건넜을 때에는 육십만을 넘어 팔월 스몰렌스크를 떨어뜨리고 구월 노장 쿠소프를 보로디노에 깨뜨리고 일로 모스크바를 들어갔으나―실패는 여기서 왔다 그 북쪽의 호지 눈과 추위와 거기다 화재는 나고 군량은 떨어지고 수십만 부하를 눈 속에 빼앗기고 간신히 목숨만 얻어 가지고 되땅을 벗어나온 것이 다음해 칠월―한번 기울기 시작하는 형세는 바로잡을 도리 없어 어리석은 자의 옥편 속에만 있던 ‘불가능’의 글자가 어느덧 내 마음속에도 살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연합군 이십 오만과 라이프찌히에서 대전하다가 사흘 만에 패하자 라인 연맹은 와해되고 이베리아 반도는 웰링턴의 손에 떨어지고 뮈러는 오지리와 통하고 연합군은 불란서의 변경을 침범하게 되어 팔백십사 년 삼월 드디어 파리 함락하다. 오호라! 사월 유일 내 퐁텡블로오에서 주권을 던지고 엘바공에 임봉되니 근위병 근근 사백 명 세액 이백만 프랑 불란서 제정 이에 몰락되다. 이십일 궁전 앞에 근위병을 모아 놓고 마지막 고별을 할 때 비창하다 세상 일 그렇게 무상하고 슬픔이 뼛속에 사무친 적이 있었던가. 사령관 부리이를 안고 군기에 입을 대고 군대에 읍하고 마차에 올라 엘바로 향해 떠날 때 사랑하는 군졸들의 얼굴에 눈물이 비오듯 느끼는 소리 이곳저곳에서 나더니 전 부대가 일제히 고함을 치고 우누나. 느껴우누나. 그 울음소리 내 오장육부를 녹이고 뼈를 긁어내는 듯 눈을 꾸욱 감았다. 얼굴을 창으로 돌리나 다시 흐려지는 눈동자에는 사랑하는 부하들의 얼굴 모습조차 꺼지고 내 정신 점점 혼몽해질 뿐. 엘바의 가을은 소슬하고 지중해의 바람은 차고 날이면 날 밤이면 밤 창자를 끊어내는 쓰라림과 슬픔―어젯날 백만의 병을 거느리고 구주의 천지를 좁다고 날개질하던 내 오늘날 수십 리밖에 못되는 조그만 섬 속에 몸을 던지게 될 때 영웅의 심사 그 얼마나 애닯고 황제의 가슴속 그 어떨쏘냐. 세상 인정은 백지장같이 얇고 인생의 무상은 바람같이 차고 영웅이 목석이 아닌 바에 정도 있고 피도 있나니 내 그때의 회포를 알아줄 이 누구던가. 눈물과 한숨은 황제의 것이 아니라면 그도 못하는 심중이 얼마나 어지럽고 아프던가. 엘바를 벗어나 파리에 들어가 백날 동안 다시 제위에 올랐다고 해도 그것은 내 마지막 장식하는 한 뼘의 무지개요 한 떨기의 꽃에 지나지 못하는 것. 활짝 피었다 지고 확 돋았다 꺼지는 순간의 기쁨이었던 것이다. 한번 떨어진 운명의 골패짝을 어찌 바로 잡을 수 있으랴. 위털루에서의 적장 웰링턴과 블뤼허는 내 운을 빼앗은 사람. 운명의 방향을 돌린 사람. 내 힘 벌써 진하고 기맥이 빠진 뒤이라 적장과 내 지위가 벌써 바뀌어지고 꺼꾸러진 것이다. 칠월 칠일 파리가 함락하자 로쉬포올에서 미국으로 건너려 할 때 영국함 베레트폰이 나를 잡아 버렸다. 엘바를 벗어난 지 백날 나는 다시 이 작은 섬 헬레나로 온 것이다. 엘바는 이 섬에 비기면 왕토였다. 이 세상 끝의 조그만 되땅. 여기는 사람 살 곳이 못된다. 땅이 뜨겁고 모래가 달아 수목이 자라지 못하고 무더운 공기가 몸을 찌른다. 목숨이 질긴 것 그래도 어언 이 호지에서 육년 동안을 살아오누나. 바람 부는 아침 비 오는 밤 묵묵히 인생을 생각하며 쓰린 속에서 육년이 흘렀구나. 어젯날의 황제가 오늘의 섬사람. 그속에 무슨 뜻이 있는고. 무슨 교훈이 있는고. 내 날이 맞도록 해가 맞도록 궁리해도 아직 터득하지 못했노라. 아무 뜻도 없는 것이다. 아무 교훈도 없는 것이다. 다만 조물주의 심술인 것이다. 질투인 것이다. 주여 이후에 영웅을 내려거든 다시 두 번 내 예를 본받지 말지어다. 이런 기구한 인생의 창조는 한 번으로서족한 것이다. 애무한 후세의 영웅에게 짓궂은 장난을 다시 두 번 베풀지 말지어다. 이것이 지금의 내 원인 것이다.

내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서 아까운 뼈를 벌판에 내던진 수천만 장졸의 영혼들이 얼마나 나를 원망할 것인가. 나는 포악무도한 목석은 아니다. 그들을 생각할 때 가슴속에 한숨의 눈물이 없을쏜가. 내 미워하는 건 나를 배반하고 달아난 비열한 장군들. 뜻을 굽히고 절개를 꺾어버린 반역자들―가장 총애한 유우젠 빅토르 르페에블 네에 벨체에. 그대들은 마치 생쥐같이 살금살금 퐁텡블로오를 떠나 다시 부르봉 조정에 신하로 들어들 가지 않았던가. 황제로서 영웅으로서 사랑하는 부하의 배반을 받았을 때같이 불쾌하고 원통한 일은 없다. 그대들이 내 심사를 살펴나 줄 것인가. 지난날을 생각이나 해 줄 것인가. 나머지의 장군들은 지금 대체 어떻게들 하고 있을 것인가. 반생 동안 나와 생사를 같이 하고 조정에서나 싸움터에서나 운명을 같이한 수많은 그대들―막드날 마세나 벨나톨 쿨베에 오오쥬로오 켈레만 뵐셰엘 말몽 몰체에 란느수울 다브으 몬세에 다들 어디메 있느뇨. 어디서 무엇을 하며 나를 생각하느뇨. 내 마음 토하면 내 그대들을 생각할 때 그대들 역시 나를 생각하리니 그대들 지금 어디서 나를 생각하느뇨. 그대들을 괴롭힌 적군의 장군들 그들 또한 지금에 어디 있을 것이고 차알즈 대공 블뤼허 피트 넬슨 웰링턴, 그들의 왕 알렉산더 일세 프란시스 일세 프레데릭 삼세 루이제 왕후 죠지 삼세―그들 또한 지금에 내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인가. 운명의 변화란 골패짝보다도 어이가 없구나. 어제와 오늘을 바꾸어 놓고 오늘과 어제를 바꾸어 놓고 그 등뒤에서 웃는 자 누구인고. 얄궂다 원망스럽다. 어젯날 내 앞에서 허리를 못 펴고 길을 못 찾던 적장들이 오늘은 나를 바라보고 비웃고 뽐을 낼 것인가 측은히 여기고 조롱할 것인가.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시키기 위해서 오늘의 나를 꾸며놓은 것인가. 일의 전말을 이렇게 배치해 놓은 것인가. 오냐. 그들의 심사가 그 무엇이든 간에 나는 오늘 내 부하의 장졸들과 함께 그 적장들 또한 그리운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은 일생의 마지막에 있어서는 누구나를 모두 적이나 부하나를 다 함께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지금 다같이 생각나는 것은 적장과 부하와 일곱 개의 별과 어머니와 형제들과 그리고 단 하나의 황자 프랑소와 조셉과―오오 조셉이여 내아들 조셉이여 지금 어디에서 무엇하고 있느뇨. 내 섬에 온 이후 라신의 비극 「앙드로마크」를 읽으면서 그대를 생각하고 몇 밤이나 울었던고. 앙드로마크의 회포가 나와 흡사하구나. 내 그대를 생각하고 몇 밤이나 울었던고. 그대의 사진이 지금 내 앞에 있다. 사진이 판이 나라고 나는 그것을 바라본다. 아침저녁으로 바라보고 바라보아도 또 바라보고 싶은 것 조셉이여. 그대의 사진 제일 그리운 것이 그대의 모양 아무쪼록 이 아비―아니 황제의 사적을 잊지 말고 혈통을 이을지어다. 내 원이요 희망이다. 명심하라. 아아 피곤한 눈에 벌써 그대의 화상조차 흐려지누나. 그대의 이마가 흔들리고 볼이 찌그려지누나. 오늘이 내 마지막이란 말이냐. 이 시간이 내 마지막이란 말이냐. 영웅의 말로가 황제의 최후가 이렇단 말인가. 아아 피곤하다. 너무 지껄였다. 내 평생에 이렇게 장황하게 지껄인 날은 한 번도 없었다. 늘 속에만 품고 궁리에만 잠겼었지. 이렇게 객설스럽게 지껄인 적은 없다. 영웅도 마지막에는 잔소리를 하나보다. 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묵묵히 사라지기가 원통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 곁에 비서관 부우리엔이나 마느발이나 펜이 없는 것이 다행이지. 그들은 필기의 명인들. 행여나 내 이 잔소리를 그대로 받아 적어 후세에 남긴단들 반드시 내 명예는 아닐 법하다. 잔소리가 많았다. 피곤하다. 몇시나 됐누. 아아 어둡다. 요란하다. 여전한 우렛소리 번갯불 바람은 천지를 쓸어가려는 건가. 구름은 우주를 뭉개버리려는 건가. 파돗소리 저 파돗소리 절벽을 물어뜯는 저놈의 파돗소리 수십 길 절벽을 뛰어넘어 이 집을 쓸어가려는 듯. 차라리 쓸어가 버려라. 집까지 섬까지 한모금에 삼켜 버려라. 아침부터 진종일 이 바람소리 파돗소리 자연이 무심할쏘냐. 그대만이 나를 알아주누나. 내 마지막을 일러주누나. 오늘의 그대의 이 뜻을 내 모를 바 아니요 이 어두운 천지의 조화가 무엇을 재촉하는지를 내 모를 바 아니다. 오늘이 올 것을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었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 무엇을 모르랴. 내 무엇을 겁내랴. 차라리 이 불측한 곳을 한시바삐 떠나구 싶다. 이 무례한 고장을 얼른 떠나구 싶다. 시이저도 결국 세상을 떠나고야 말지 않았던가. 나 역시 그의 뒤를 따르는 것이다. 내 세상을 떠나면 구라파로 돌아가 샹젤리제를 거닐고 세느강가를 헤매이며 부하들과 만날 것이다. 쿨베에 데세에 뵐셰엘 쥬로오 뮈러 마세나 이들이 와서 나를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옛적의 영웅 스키피오 한니발 시이저 프레데릭 이들과 웃고 피차의 공을 이야기할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내 머리맡에 모시는 자 단 여섯 사람밖에는 안되누나. 목사 비갸리이와 의사 앤트말모오 몬트론 아아놀드 그리고 시녀와 시복과―이뿐이란 말이냐. 단 여섯 사람. 하기는 튜일러리 궁중에서도 내 침실을 모시는 자는 여섯 사람이었다. 그때의 여섯 사람과 오늘의 여섯 사람―오늘은 왜 이리도 쓸쓸하고 경황없는고. 몬트론이여 아아놀드여 왜 그리들 침울한고. 가까이 와서 내 맥을 짚어 보라. 몇 분의 시간이 남았나를 알아맞히라. 목사 비갸리이여 그대도 가까이 와서 나를 위해 기도하라. 마지막 기도를 울리라. 목숨이 떨어지자 주가 내 손을 이끌어 그의 왼편에 앉히도록 가장 신성한 복음의 구절로 기도를 울리라. 그리고 내 진한 후에 모든 것을 구라파의 내 유족에게 전해 달라. 어둡다. 요란하다. 바람소리 파돗소리 땅위의 태양이 떨어지다 용기를 내라 탄환이 나를 뚫을 수는 없는 것이다. 흠흠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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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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