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다13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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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13887, 판결] 【판시사항】 [1] 채권양도나 채권에 대한 질권설정에 있어서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한 경우,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항변사유의 범위 [2] 채권의 양도에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에 대하여 항변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민법 제451조 제1항의 규정 취지 및 채권의 양도나 질권의 설정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승낙하였더라도 양수인 또는 질권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인 경우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보험자가 보험금청구권 양도 또는 질권설정을 승낙하면서 면책사유에 대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경우,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보험계약상의 면책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4] 보험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보험금청구권 양도 또는 질권설정을 승낙한 경우, 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한 해지 항변으로써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5] 보험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보험료환급청구권에 대한 질권설정을 승낙한 경우, 보험료 미납으로 인하여 보험료환급금 지급이 거절될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지 못한 질권자에게 중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민법 제349조 제1항은 지명채권을 목적으로 한 질권의 설정은 설정자가 제450조의 규정(지명채권양도의 대항요건)에 의하여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함이 아니면 이로써 제3채무자 기타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고, 제2항은 제451조의 규정은 전항에 준용한다고 하고 있으며, 제451조 제1항은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한 때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서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채권양도나 채권에 대한 질권설정에 있어서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한 경우, 채무자는 질권설정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서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이 경우 대항할 수 없는 사유는 협의의 항변권에 한하지 아니하고, 넓게 채권의 성립, 존속, 행사를 저지하거나 배척하는 사유를 포함한다. [2] 민법 제451조 제1항이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에 대하여 항변사유를 제한한 취지는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 이루어진 경우 양수인은 양수한 채권에 아무런 항변권도 부착되지 아니한 것으로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채무자의 '승낙'이라는 사실에 공신력을 주어 양수인의 신뢰를 보호하고 채권양도나 질권설정과 같은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한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채권의 양도나 질권의 설정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하였더라도 양수인 또는 질권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 해당하는 한 채무자의 승낙 당시까지 양도인 또는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도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3]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자의 면책사유 없는 보험사고에 의하여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비로소 권리로서 구체화되는 정지조건부권리이고, 그 조건부권리도 보험사고가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하여 조건불성취로 확정되어 소멸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보험금청구권의 양도 또는 질권설정에 대한 채무자의 승낙은 별도로 면책사유가 있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아도 당연히 그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양수인 또는 질권자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더구나 보험사고 발생 전의 보험금청구권 양도 또는 질권설정을 승낙함에 있어서 보험자가 위 항변사유가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존재하지도 아니하는 면책사유 항변을 보류하고 이의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보험자가 비록 위 보험금청구권 양도 승낙시나 질권설정 승낙시에 면책사유에 대한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보험계약상의 면책사유를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 [4] 다른 면책사유의 경우에는 보험자가 채권양도 또는 질권설정 승낙시에 면책사유 발생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지만, 보험료 미납이라는 사유는 승낙시에 이미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험자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보험료 미납이라는 면책사유는 당연히 승낙시에 보험자가 이의를 보류할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그러함에도 보험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한 경우에까지 면책사유의 일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양수인 또는 질권자의 신뢰보호라는 원칙을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 할 것이므로, 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한 해지 항변은 보험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양도 또는 질권설정을 승낙한 경우에는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다. [5] 보험계약상 보험료가 현실로 납입된 이상은 중도해지의 경우든 만기 도달의 경우든 어떠한 경우에도 보험료환급금이 발생하게 되어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보험료 미납이 있으면 당연히 보험료환급청구권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 보험금청구권의 경우와 같이 보험료환급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그 양도 또는 질권설정 승낙시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다면 보험료가 현실적으로 납입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보험료 미납시에는 보험료환급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당연히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할 것이어서, 그러한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질권설정을 승낙한 이상 당연히 질권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또 그러한 경우에 그 환급청구권에 대하여 질권을 취득하는 질권자로서는 보험료 미납 사실을 알지 못하는 한 당연히 환급청구권에 대하여 어떠한 항변권도 없다고 믿을 수밖에는 없다 할 것이므로, 보험료 미납으로 인하여 보험료환급금 지급이 거절될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지 못한 것에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참조조문】

[1]

민법 제349조 ,

제451조 제1항

[2]

민법 제349조 ,

제451조 제1항

[3]

민법 제349조 ,

제451조 제1항

[4]

민법 제349조 ,

제451조 제1항

[5]

민법 제349조 ,

제451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5. 30. 선고 96다22648 판결(공1997하, 2000) /[2]

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다18039 판결(공1999하, 1878) /[3]

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다72453 판결(공2001하, 1602)


【전문】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서울상호신용금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재식 외 1인)

【피고,피상고인】 제일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한각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0. 1. 21. 선고 99나3671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원고는 1997. 8. 4. 김창기에게 1억 원을 대출해 주고, 그 담보로 김창기가 1997. 7. 25.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청구권 내지 중도해지환급금지급청구권(보험료환급금청구권) 전부에 대하여 질권(이하 '이 사건 질권'이라 한다)을 설정하고 같은 날 이 사건 보험에 대한 보험증권에 피고의 배서를 받는 방식으로 위 질권설정에 대하여 피고의 승낙을 받은 사실, 위 승낙시 피고는 보험증권에 '본 계약의 목적물은 원고에 대한 채무의 담보로 제공하였으므로 보험금 지급 및 중도해지에 따른 환급금은 상기 질권금액을 한도로 질권자에게 직접 지급하며, 질권기간 내에 해지, 해약시에는 질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기재하였을 뿐 위 기재사항 이외에 이 사건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성립하지 아니하였거나 보험료가 당좌수표로 지급된 뒤 결제되지 아니할 경우 보험료 지급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기재를 일체 한 바 없는 사실, 김창기는 보험료를 3회에 걸쳐 분납하도록 되어 있는 이 사건 보험에 가입하면서 3회분 보험료를 모두 선납하기로 하고 선납할인금을 공제한 도합 299,858,969원을 보험료로 납부하였는데, 이를 현금으로 납부하지 아니하고 화경실업 주식회사 발행의 액면 금 299,858,969원, 지급일 1997. 8. 25.인 당좌수표를 교부하는 방식으로 납부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는 1997. 7. 25. 위 보험료에 대한 피고 회사 소정의 영수증을 발행하면서 제1회 보험료에 대한 영수증과 선납분(제2, 3회분)에 대한 영수증으로 구분하여 2매의 영수증을 발행하였는데 위 각 영수증에 위 보험료가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납부되었다고 표시하여 발행한 사실, 그런데 그 뒤 1997. 7. 29. 김창기가 이 사건 보험증권에 제1회분 보험료만 기재되어 발행되었음을 이유로 선납보험료를 포함한 총납입보험료에 대한 납입증명을 발행해 줄 것을 요구함에 따라, 피고는 총보험료에 대한 납입증명서를 발행하여 주게 되었는데 위 납입증명서는 별도의 양식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백지에 그 내용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작성하였고, 또 김창기의 편의를 위하여 발급하였기 때문에 김창기가 증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총납입보험료와 영수일자만을 기재하였을 뿐 보험료가 현금으로 납입되었는지 여부는 기재하지 않은 채 발행한 사실, 이 사건 보험증권의 전면에 보험료를 납입하고 피고 회사 소정의 납입영수증이 함께 발급되어야 위 증권이 효력이 있으며, 보험료를 납입한 경우에는 반드시 회사가 발행한 영수증을 받아 보관하여야 한다, 회사 소정의 영수증이 아닌 것을 받은 경우에는 보험료를 다시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는데 피고 회사 소정의 영수증에는 납입보험료액뿐만 아니라 납입횟수, 납입구분, 사용구분, 보험가입금액, 납입방법 등 보험계약의 내용 및 납입 보험료의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원고도 1996. 12. 24. 피고 회사에 마이라이프 보험을 가입하면서 피고 회사로부터 그 보험료가 현금으로 납입되었다는 기재가 있는 영수증을 교부받은 바 있는 사실, 그런데 김창기가 이 사건 보험료의 지급을 위하여 피고에게 교부한 위 당좌수표가 그 후 같은 해 8. 25. 부도처리되자 피고는 같은 달 29. 소외 김창기 및 질권자인 원고에게 같은 해 9. 6.까지 보험료를 납입하도록 최고한 후 그 납입이 이루어지지 않자 같은 달 10.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질권설정을 승인하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성립하지 아니하였거나 보험료가 당좌수표로 지급된 뒤 결제되지 아니할 경우 보험료 지급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기재를 일체 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질권설정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질권자인 원고에 대하여 보험료 부지급 등과 같은 항변사유를 들어 대항할 수 없는바, 이 사건 보험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의 중도해지환급금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도해지환급금 중 1억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손해보험에 대한 보험금청구권은 일반적인 채권과 달리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에 의하여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비로소 권리로서 구체화되는 것이고, 그 때까지는 이른바 정지조건부 권리에 해당하며, 보험기간 중에 보험사고가 발생하여도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의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조건불성취의 확정으로 소멸하게 되는 본질적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와 같은 성격을 지니는 보험금청구권에 대한 질권설정에 대한 보험자의 승낙은 설사 그와 같은 승낙을 하면서 별도로 면책사유 또는 해지사유가 존재하면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보험자가 위와 같은 면책사유 또는 해지사유에 불구하고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연히 그와 같은 보험금청구권의 특성을 전제로 승낙이 이루어진 것이고, 질권자도 그와 같은 보험금의 특성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중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고 질권을 설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며, 그와 같이 보더라도 채무자의 '승낙'이라는 사실에 공신력을 주어 양수인을 보호하고 채권양도나 질권설정과 같은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하여 항변권을 제한한 민법 제451조 제1항의 규정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자가 보험금청구권에 대한 질권설정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는 질권자에 대하여 보험금청구권에 고유한 면책사유 또는 해지사유를 들어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가 이 사건 질권설정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한 채 승낙을 하였지만, 이 사건 보험에 고유한 면책사유 및 해지사유를 이유로 한 항변을 들어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도 그와 같은 보험금의 특성을 알 수 있었음에도 중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고 질권을 설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한바, 이 사건 보험에 대하여 보험료로 지급한 당좌수표가 부도되어 결제되지 아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보험료가 지급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보험금 청구 또는 중도해지 환급금 청구에 대하여 위와 같은 보험료 미납을 원인으로 한 해지를 들어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민법 제349조 제1항은 지명채권을 목적으로 한 질권의 설정은 설정자가 제450조의 규정(지명채권양도의 대항요건)에 의하여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함이 아니면 이로써 제3채무자 기타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고, 제2항은 제451조의 규정은 전항에 준용한다고 하고 있으며, 제451조 제1항은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한 때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서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채권양도나 채권에 대한 질권설정에 있어서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한 경우, 채무자는 질권설정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서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이 경우 대항할 수 없는 사유는 협의의 항변권에 한하지 아니하고, 넓게 채권의 성립, 존속, 행사를 저지하거나 배척하는 사유를 포함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7. 5. 30. 선고 96다22648 판결 등 참조). 민법 제451조 제1항이 위와 같이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에 대하여 항변사유를 제한한 취지는 위와 같이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 이루어진 경우 양수인은 양수한 채권에 아무런 항변권도 부착되지 아니한 것으로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채무자의 '승낙'이라는 사실에 공신력을 주어 양수인의 신뢰를 보호하고 채권양도나 질권설정과 같은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한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채권의 양도나 질권의 설정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하였더라도 양수인 또는 질권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 해당하는 한 채무자의 승낙 당시까지 양도인 또는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도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다18039 판결 참조), 보험금청구권은 보험자의 면책사유 없는 보험사고에 의하여 피보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비로소 권리로서 구체화되는 정지조건부권리이고, 그 조건부권리도 보험사고가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하여 조건불성취로 확정되어 소멸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보험금청구권의 양도 또는 질권설정에 대한 채무자의 승낙은 별도로 면책사유가 있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명시하지 않아도 당연히 그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양수인 또는 질권자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더구나 보험사고 발생 전의 보험금청구권 양도 또는 질권설정을 승낙함에 있어서 보험자가 위 항변사유가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존재하지도 아니하는 면책사유 항변을 보류하고 이의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보험자가 비록 위 보험금청구권 양도 승낙시나 질권설정 승낙시에 면책사유에 대한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보험계약상의 면책사유를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는 하다(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다72453 판결 참조). 그러나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채권양도 또는 질권설정 승낙의 경우 채무자가 양도인 또는 질권설정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서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양수인 또는 질권자의 신뢰보호를 위한 것인바, 다른 면책사유의 경우에는 보험자가 채권양도 또는 질권설정 승낙시에 면책사유 발생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지만, 보험료 미납이라는 사유는 승낙시에 이미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험자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보험료 미납이라는 면책사유는 당연히 승낙시에 보험자가 이의를 보류할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그러함에도 보험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한 경우에까지 면책사유의 일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양수인 또는 질권자의 신뢰보호라는 원칙을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 할 것이므로, 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한 해지 항변은 보험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양도 또는 질권설정을 승낙한 경우에는 양수인 또는 질권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상 보험료가 현실로 납입된 이상은 중도해지의 경우든 만기 도달의 경우든 어떠한 경우에도 보험료환급금이 발생하게 되어 있는 경우에 있어서는, 보험료 미납이 있으면 당연히 보험료환급청구권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 보험금청구권의 경우와 같이 보험료환급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그 양도 또는 질권설정 승낙시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다면 보험료가 현실적으로 납입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보험료 미납시에는 보험료환급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당연히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할 것이어서, 그러한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질권설정을 승낙한 이상 당연히 질권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또 그러한 경우에 그 환급청구권에 대하여 질권을 취득하는 질권자로서는 보험료 미납 사실을 알지 못하는 한 당연히 환급청구권에 대하여 어떠한 항변권도 없다고 믿을 수밖에는 없다 할 것이므로, 보험료 미납으로 인하여 보험료환급금 지급이 거절될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지 못한 것에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할 것이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건대,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여도 피고는 이 사건 중도해지환급금청구권(보험료환급금청구권)에 대한 질권설정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하였다는 것이므로, 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한 해지 항변으로써 질권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기록상 원고가 보험료 미납 사실을 알았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고가 보험료 미납으로 인하여 보험료환급금 지급이 거절될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지 못한 데에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인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의 보험료환급청구권 행사에 대하여 보험료 미납을 이유로 한 해지를 들어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보험금 및 보험료환급금청구권에 대한 질권설정에 대하여 이루어진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한 승낙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