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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다17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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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17834 판결 【구상금】


【판시사항】

[1]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매매계약 합의해제 청약에 대하여 상대방이 조건을 붙이거나 변경을 가하여 승낙한 경우의 효과

【판결요지】

[1]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공급한 기계가 통상의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는 경우, 그 기계에 작업환경이나 상황이 요구하는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하여 하자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제품이 사용될 작업환경이나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 환경이나 상황에 필요한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는 제품의 공급을 요구한 데 대하여 매도인이 그러한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보증하고 공급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만 할 것이다.

[2] 매매계약 당사자 중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할 것을 청약하였다고 할지라도, 매수인이 그 청약에 대하여 조건을 붙이거나 변경을 가하여 승낙한 때에는 민법 제534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그 청약의 거절과 동시에 새로 청약한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종전의 매도인의 청약은 실효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581조 / [2] 민법 제53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6. 30. 선고 95다2616, 2623 판결(공1995하, 2564), 대법원 1997. 5. 7. 선고 96다39455 판결(공1997상, 1702), 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30554, 30561 판결(공2000하, 2410)

【전 문】

【원고,피상고인】 한국보증보험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일신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재원)

【보조참가인】 주식회사 메디슨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세혁)

【피고,상고인】 박경식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형식)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0. 3. 8. 선고 99나35828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① 피고는 1993. 9. 18. 원고 보조참가인 주식회사 메디슨(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의 대전지역 대리점 경영자 나찬환과 사이에 참가인이 개발, 판매하는 초음파 진단기 SONO ACE(이하 'SA'로 줄여 쓴다) 4800E 1대(이하 '이 사건 진단기'라고 한다)를 금 2천만 원에 매수하기로 하되, 그 대금 중 1,700만 원을 1993. 10. 5.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이른바 리보금융(매도인은 은행에 매수인 명의의 할부판매보증보험증권에 기한 보험금청구권에 관하여 질권을 설정해 주고, 이를 담보로 매수인 명의로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대출금으로 매매대금을 지급받고, 매수인은 할부금 대신 대출은행에 원리금을 소정의 방법으로 변제하는 금융방식)으로 대체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사실, ② 피고는 1993. 10.경 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진단기를 납품받은 사실, ③ 피고는 위 1,700만 원을 리보금융으로 대체하기 위하여 1993. 11. 25. 원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참가인, 보험가입금액을 1,870만 원으로 하고, 보험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그 지급보험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할부판매보증보험약정(이하 '이 사건 보증보험약정'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원고로부터 그 보험증권을 교부받아 이를 담보로 하나은행으로부터 리보금융 1,700만 원을 대출받은 다음, 참가인으로 하여금 이를 잔대금에 충당하도록 한 사실, ④ 그런데 피고는 1993. 12.경 나찬환에게 이 사건 진단기로는 전립선의 볼륨(체적)을 측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불만을 나타내면서 하나은행에 리보금융에 대한 대출이자를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나찬환은 1993. 12. 20.경 그 1회분 이자를 대납하여 준 다음 이 사건 진단기를 그 당시 참가인에 의하여 개발, 시판되기 시작한 SA 4800HD 기종으로 교체하여 주었으나, 피고가 교체된 제품도 전립선 볼륨의 측정수치가 정확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면서 여전히 대출이자의 변제를 거부함에 따라 2회분의 이자도 추가로 대납하여 준 사실, ⑤ 그 후 피고는 참가인으로부터 의료기기 5점을 추가 매입하였다가 분쟁이 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참가인이 운영하는 종합의료기기 상설전시관에서 만난 한경오와 실내장식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가 그로부터 피해를 입게 되자, 1995. 4.경 참가인에게 그 손해의 보상을 요구하였고, 참가인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그 보상을 거절하는 등 서로간에 갈등이 증폭된 사실, ⑥ 이에 참가인은 1995. 11. 13.경 피고에게, 초음파 진단기에 대하여는 참가인측에서 당시까지 연체된 대출이자를 전액 부담하고 무상으로 1995. 8.경 참가인이 개발한 전립선 볼륨 측정 프로그램을 장착하여 주는 대신, 피고는 연체된 대출원금과 향후의 대출원금을 상환하라는 최종협상조건을 제시하면서, 만약 피고가 위 조건을 수용하지 아니할 경우 매매계약을 파기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장비를 회수하겠다고 통보하였고, 그와 동시에 당시 분쟁이 발생하여 있던 추가 매입한 의료기기 및 실내장식공사에 대한 협상조건도 통보한 사실, ⑦ 이에 대하여 피고가 초음파 진단기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추가 매입한 의료기기와 실내장식공사에 대하여 책임 있는 해결을 바란다는 내용의 팩스 회신을 하였고, 이에 참가인은 위 초음파 진단기에 대하여는 피고가 참가인의 협상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믿고 1995. 11. 24. 다시 피고에게 프로그램 장착에 협조하여 달라는 취지 및 그 때까지 연체된 할부금을 조속히 납부해 줄 것을 바란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사실, ⑧ 이에 피고는 1995. 11. 26. 참가인에게 납품된 초음파 진단기에 관한 참가인의 협상조건을 거부하는 취지 및 실내장식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요구하는 취지의 서신을 발송한 사실, ⑨ 한편, 하나은행은 대출원리금이 계속 연체되자 1995. 12. 27. 보험자인 원고에게 보험금 청구를 하였고, 이에 원고는 1996. 3. 15. 하나은행에게 그 때까지의 연체원리금 19,669,711원 중 보험가입금액 상당인 1,870만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보증보험약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위 보험금 1,870만 원 및 이에 대한 약정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공급한 기계가 통상의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는 경우, 그 기계에 작업환경이나 상황이 요구하는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하여 하자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제품이 사용될 작업환경이나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 환경이나 상황에 필요한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고 있는 제품의 공급을 요구한 데 대하여 매도인이 그러한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보증하고 공급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만 할 것이다(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30554, 30561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그 판시에 일부 미흡한 점은 있으나, 원심이 참가인이 피고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진단기로 전립선의 볼륨 측정이 가능하다고 말하거나 광고한 적이 있다거나 참가인과 피고가 전립선의 볼륨 측정이 가능한 초음파 진단기를 매매의 목적물로 삼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진단기에 하자가 있음을 전제로 한 보험계약 무효 주장, 보증보험약관 제3조 제2호, 제3호에 따른 보험금 지급 의무 불발생 주장 등의 피고의 각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매매목적물의 하자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참가인이 피고에게 이 사건 진단기를 인도하여 주었다가 이를 SA 4800HD로 교체하여 준 사실을 인정하고, 매매목적물이 인도되지 아니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매매목적물의 불인도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매매계약 당사자 중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할 것을 청약하였다고 할지라도, 매수인이 그 청약에 대하여 조건을 붙이거나 변경을 가하여 승낙한 때에는 민법 제534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그 청약의 거절과 동시에 새로 청약한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종전의 매도인의 청약은 실효된다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참가인이 피고에게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최종협상조건을 제시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 파기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장비를 회수하겠다고 통보한 데 대하여 피고는 "초음파 기계는 귀사가 본원과 약속한 계기를 장착한 것을 납품한 후 본원에 설치된 기계를 반환해 가는 것이 순서라 믿으며 리스 금융은 당연히 그 시점부터 새로 발생해 피고의 몫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귀사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은 당연히 귀사가 처리하여야 한다."라고 답변한 사실이 인정되는바(을 제11호증의 2), 참가인의 위 통보는 피고의 주장처럼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최종협상조건에 따라 분쟁을 종식시키거나 아니면 이 사건 진단기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할 것'을 청약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나, 피고의 위 답변을 참가인의 '위 최종협상조건에 따른 분쟁 종식 혹은 매매계약 합의해제 청약'에 대하여 승낙하는 의사표시로는 볼 수 없다 할 것이고, 오히려 현재 피고가 인도받아 사용하고 있는 SA 4800HD는 회수해 가되, 전립선 볼륨 측정이 가능한 초음파 진단기를 납품하고, 그 납품 시점부터 피고가 리스 금융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라 할 것이므로, 이는 참가인의 청약에 대하여 변경을 가하여 승낙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참가인의 '위 최종협상조건에 따른 분쟁 종식 혹은 매매계약 합의해제 청약'은 피고에 의하여 거절되었다 할 것이고, 참가인의 청약은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최종협상조건에 따라 분쟁을 종식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거나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합의해제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원심이 참가인과 피고 사이의 분쟁이 종식되었다거나,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합의해제되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그 이유 설시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결과에 있어서 정당하다 할 것이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매매계약 해제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논리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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