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다20694
예탁금반환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20694, 판결] 【판시사항】 [1] 배임적 대리행위에 대한 민법 제107조 제1항의 유추적용 여부(적극) 및 상대방의 악의·과실 여부의 판단 기준 [2]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채권과 채권매수대금을 교부받아 임의로 운용한 사안에서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를 유추적용하여 고객과 증권회사 사이의 채권 및 채권매수대금 위탁계약의 성립을 부인한 사례
【판결요지】 [1] 진의 아닌 의사표시가 대리인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그 대리인의 진의가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인 것임을 그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유추해석상 그 대리인의 행위에 대하여 본인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그 상대방이 대리인의 표시의사가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가의 여부는 표의자인 대리인과 상대방 사이에 있었던 의사표시 형성 과정과 그 내용 및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효과 등을 객관적인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채권과 채권매수대금을 교부받아 증권회사의 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운용한 경우에, 일반적인 채권 또는 양도성예금증서와는 달리 세금공제 후의 확정이자가 지급되었고, 고객은 그 직원을 통하여만 증권회사와 거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고객 명의의 종합통장의 잔고는 없어지고 다만 그 직원으로부터 잔액증명서나 보관증만을 교부받았고, 이 잔액증명서나 보관증으로 그 직원을 통하지 아니하고는 증권회사로부터 현금 또는 채권으로 인출할 수 없었다면, 고객으로서는 증권회사 직원의 의사가 증권회사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 지라도 적어도 통상의 주의만 기울였던들 이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므로 고객과 증권회사 사이에 채권이나 채권매수자금에 대한 위탁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7조 제1항 ,
제116조
[2]
민법 제107조 제1항 ,
제116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1987. 11. 10. 선고 86다카371 판결(공1988, 78),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24382 판결(공1998상, 867),
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다39602 판결(공1999상, 290)
【전문】
【원고,상고인】
김용배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성욱)
【피고,피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0. 3. 28. 선고 99나42270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진의 아닌 의사표시가 대리인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그 대리인의 진의가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인 것임을 그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의 유추해석상 그 대리인의 행위에 대하여 본인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그 상대방이 대리인의 표시의사가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가의 여부는 표의자인 대리인과 상대방 사이에 있었던 의사표시 형성 과정과 그 내용 및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효과 등을 객관적인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7. 11. 10. 선고 86다카371 판결, 1998. 2. 27. 선고 97다24382 판결, 1999. 1. 15. 선고 98다39602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들을 대리한 김기호가 피고 회사의 원고들 명의 각 종합통장 계좌에 예탁금을 입금하여 피고 회사가 지정하는 양도성예금증서 등 채권을 매입하였다가 이를 출고한 다음, 피고 회사 직원인 소외 1에게 교부하면 소외 1이 이를 매도하여 현금화하거나, 위 김기호가 소외 1 및 피고 회사 본점 영업부장 소외 2, 역삼동지점장 소외 3 등에게 직접 교부한 채권매수자금 등을 소외 1 등이 원고들의 종합통장에 채권을 매수하여 입고하였다가 출고한 것처럼 허위의 전산기재를 하는 방법으로, 원고들로부터 자금을 예탁받아 펀드를 조성하여 이를 임의로 운용하면서 원고들에게는 3개월마다 연 14%의 확정이율에 의한 이자를 지급하기로 하는 이 사건 위탁거래방식에 의한 거래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1 등이 원고들로부터 교부받은 채권과 채권매수대금을 피고 회사의 계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운용함으로써 그 진의는 피고 회사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인 것이라고 판단하고, 나아가 원고들을 대리한 김기호는 소외 1 등이 형성·운용할 자금을 교부하고 3개월마다 세금공제 후 연 14%의 확정비율에 의한 이자를 지급받는 방법으로 피고 회사에 개설된 원고들 명의의 종합통장을 이용하여 채권을 매입하였다가 이를 출고하여 교부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였고, 또한 일반적인 채권 또는 양도성예금증서와는 달리 세금공제 후의 확정이자가 지급되었으며, 원고들은 소외 1 등을 통하여만 피고 회사와 거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 명의의 종합통장의 잔고는 없어지고 다만 소외 1 등으로부터 잔액증명서나 보관증 만을 교부받았고, 원고들은 위 잔액증명서나 보관증으로 소외 1 등을 통하지 아니하고는 피고로부터 현금 또는 채권으로 인출할 수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로서는 소외 1 등의 의사가 피고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 지라도 적어도 통상의 주의만 기울였던들 이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하여,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채권이나 채권매수자금에 대한 위탁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조치는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고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경합된 당사자들의 과실정도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함에 있어서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것이고(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24382 판결, 1999. 1. 15. 선고 98다39602 판결 등 참조), 금전 또는 재산의 편취 또는 횡령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는 그 금전 또는 재산을 상실하는 손해가 발생한 불법행위 당시의 금전 또는 재산의 가액이라 할 것이며, 손해를 발생시킨 원인사실로부터 발생하고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피해자의 이익은 손해액에서 공제되어야 하는바,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들의 과실비율에 관한 사실인정과 그 비율을 정함에 있어서 거친 증거의 취사와 판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고, 다음으로 원고들이 소외 1 등에게 교부한 양도성예금증서의 이자상당액은 불법행위 당시 목적물의 가액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으며, 원고들이 소외 1 등으로부터 이미 교부받은 연 14%의 비율에 의한 이자 전부가 소외 1 등의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이득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심이 피고들이 배상할 손해액을 정함에 있어서 원고들의 과실비율을 20%로 정하여 참작하고, 불법행위 당시 목적물의 가액인 원고들이 소외 1 등에게 교부한 채권 또는 채권매수자금만을 손해액에 산입하고, 또 소외 1 등으로부터 교부받은 이자 중 양도성예금증서의 이자 상당액이나 민법 소정의 법정이자에 상당한 금원을 불법행위로 인한 이득액이라고 보아 이를 공제한 조치는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손해배상의 범위 내지 과실상계 및 손익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3. 제3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중 원심공동원고 김귀선에 대한 부분은 김귀선이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아니하여 이미 확정되었고, 원고들로서는 김귀선에 대한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에 불복할 아무런 이익이 없으므로, 김귀선에 대한 부분에 관한 원고들의 상고이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원고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조무제 강신욱 이강국(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