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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다38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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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금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다38596, 판결] 【판시사항】 융통인이 융통수표 재도사용의 항변으로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융통인이 피융통인에게 신용을 제공할 목적으로 수표에 배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융통인과 피융통인 사이에 당해 수표에 의하여 자금융통의 목적을 달성한 때는 피융통인이 융통인에게 지급자금을 제공하든가 혹은 당해 수표를 회수하여 융통인의 배서를 말소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융통인이 당해 수표를 사용하여 금융의 목적을 달성한 다음 이를 반환받은 때에는 위 합의의 효력에 의하여 피융통인은 융통인에 대하여 융통인의 배서를 말소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것을 다시 금융의 목적을 위하여 제3자에게 양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융통인이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사용한 경우, 융통인이 당해 수표가 융통수표이었고, 제3자가 그것이 이미 사용되어 그 목적을 달성한 이후 다시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면, 융통인이 피융통인에 대하여 그 재사용을 허락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융통인은 위 융통수표 재도사용의 항변으로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다.

【참조조문】 수표법 제22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58721 판결(공1994상, 1660),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50489 판결(공1995상, 896)


【전문】 【원고,피상고인】 【피고,상고인】 【원심판결】 춘천지법 2000. 6. 28. 선고 99나545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① 제1심 공동피고 주식회사 서울건업(이하 '서울건업'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인 제1심 공동피고 2가 원고로부터 1994. 11. 28. 금 1억 원을 차용하면서 서울건업 발행의 발행일 및 발행지가 각 백지, 액면금 1억 원으로 기재된 소지인출급식 수표를, 그리고 1995. 6. 29. 다시 금 5,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서울건업 발행의 발행일 및 발행지가 각 백지, 액면금 5,000만 원으로 기재된 소지인출급식수표를 각 교부하였다(이와 같은 차용을 이하 '제1차 차용'이라고 한다). ② 서울건업이 위 각 수표를 발행·교부할 당시 피고들을 비롯한 제1심 공동피고 2 및 제1심 공동피고 3, 제1심 공동피고 4가 보증의 의미로 함께 각 수표의 뒷면에 서명날인하였고, 원고의 요구에 따라 제1심 공동피고 4가 피고들과 제1심 공동피고 3, 제1심 공동피고 4의 이름 앞에 '연대보증인'이라는 문구를 각 기재하였다. ③ 서울건업은 원고에게 1995. 9. 28. 원금 1억 원을, 1996. 6. 29. 원금 5,000만 원을 각 변제하면서 각 해당 수표를 회수하고, 그와 같은 사실을 피고들에게 통지하였다. ④ 제1심 공동피고 2는 서울건업의 자금사정상 위와 같이 회수 후 보관하고 있던 수표들을 다시 사용하기로 하고 제1심 공동피고 4를 통하여 원고에게 1996. 1. 25. 위 액면금 1억 원짜리 수표를 교부하면서 금 1억 원을 차용하였으며, 1997. 6. 9. 위 액면금 5,000만 원짜리 수표를 교부하면서 금 5,000만 원을 차용하였는데(이와 같은 차용을 이하 '제2차 차용'이라고 한다), 이 때 원고는 제1심 공동피고 4에게 피고들도 제2차 차용 사실을 아는지를 확인하였고 제1심 공동피고 4는 피고들이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으나, 사실은 제1심 공동피고 2가 이러한 제2차 차용 사실을 피고들에게 알리지 아니하고 임의로 위 각 수표를 다시 사용하였다. ⑤ 원고는 위 각 수표를 소지하고 있다가 서울건업이 1997. 11. 27.경 부도가 나자, 1997. 12. 9.경 발행일을 1997. 12. 9.로 보충한 다음, 1997. 12. 13. 지급제시하였으나 무거래를 이유로 모두 지급이 거절되어 그 각 지급제시일자 및 지급거절의 취지가 지급인에 의하여 이 사건 각 수표의 표면에 기재되었다.

나. 원심의 판단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원심은 이 사건 각 수표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수표금 청구를 인용하면서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피고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는바, 피고들의 주장에 관한 원심 판단의 요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먼저 피고들의 이 사건 각 수표 이면에 대한 서명날인 행위는 단순히 민사상의 보증에 지나지 않는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들이 수표 이면에 서명날인을 한 이상 이는 내심의 의사가 보증이었는가에 관계없이 수표에 대한 배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② 피고들의 서명날인 행위는 이 사건 제1차 차용에 기한 서울건업의 원고에 대한 차용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뒤 서울건업이 제1차 차용금을 모두 변제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수표소지인인 원고에 대하여 인적 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원고가 서울건업에 제2차 대여를 하면서 이 사건 각 수표를 재차 취득하고 수표금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피고들로서는 제1차 차용과 관련된 사유를 들어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하여 그 부분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③ 이 사건 각 수표는 실질적인 거래관계 없이 발행된 융통수표로서 특단의 합의가 없는 이상 1회의 자금융통에만 사용하기로 한 취지라고 해석해야 하는데, 서울건업이 원고로부터 제1차 차용을 통하여 이 사건 각 수표를 자금융통에 사용한 다음 다시 이를 회수하였으므로 서울건업으로서는 자금융통의 목적을 1회 달성한 것인바, 원고로서는 제2차 차용 당시 담보로 제공된 이 사건 각 수표가 융통수표이고 자금융통의 목적으로 재차 사용되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들로서는 원고의 그러한 악의를 이유로 수표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서울건업의 원고에 대한 차용금채무를 보증하는 의미로 서울건업이 발행한 이 사건 각 수표에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배서를 한 피고들의 입장에서 이 사건 각 수표가 융통수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더라도, 피고들이 융통수표의 재사용을 이유로 수표소지인인 원고에게 대항하기 위하여서는 원고가 융통계약에 위반된 것임을 알고 이 사건 각 수표를 취득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원고에게 피고들을 해할 의사가 있었음을 요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고가 이 사건 각 수표가 재차 사용된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이를 취득한 것도 아니고, 제2차 차용금을 대여하면서 위 각 수표를 서울건업으로부터 재차 교부받기에 앞서 이를 가져온 제1심 공동피고 4를 통하여 피고들이 제2차 차용 사실을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였으므로 원고가 피고들을 해할 의사로 위 각 수표를 취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배척하였다. ④ 이 사건 제1차 차용금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수표에 배서를 하였던 피고들은 위 제1차 차용금이 변제됨으로써 위 배서로 인하여 책임을 질 이유가 없는데, 원고가 서울건업에게 다시 제2차 차용금을 대여하면서 그 담보로 동일한 수표를 교부받으면서도 심부름을 하던 제1심 공동피고 4에게만 피고들의 보증의사를 물어보았을 뿐 피고들에게 제2차 차용금에 대한 보증의사를 확인하지도 않은 잘못이 있으면서도 이 사건 각 수표상에 피고들의 배서가 아직 말소되지 않은 것을 기화로 피고들에 대하여 수표금 지급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들이 수표상 채무를 부담할 진정한 의사로 이 사건 각 수표상에 배서를 한 이상 위 수표들이 발행인에게 회수되었다가 배서인인 피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또다시 유통되었다 하더라도 그 수표소지인이 피고들에게 배서인의 책임을 묻기 위하여 이를 취득하면서 직접 일일이 배서인들의 의사를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들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수표금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 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배척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모두 정당하고, 원심이 이에 기초하여 피고들의 이 사건 수표 이면에의 서명날인 행위가 민사상의 채무보증에 해당할 뿐이라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를 수표법상의 배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한편, 원고가 서울건업에 제2차 대여를 하면서 이 사건 각 수표를 재차 취득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수표금을 청구하는 이상 피고들로서는 이 사건 제1차 차용에 기한 서울건업의 원고에 대한 차용금 채무가 모두 변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고, 나아가 이와 같은 사정하에서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신의성실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피고들의 관련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들이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부적절한 것이다.

나.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각 수표가 융통수표이고 자금융통의 목적으로 재차 사용되는 점을 원고가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들로서는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취지의 피고들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즉, 융통인이 피융통인에게 신용을 제공할 목적으로 수표에 배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융통인과 피융통인 사이에 당해 수표에 의하여 자금융통의 목적을 달성한 때는 피융통인이 융통인에게 지급자금을 제공하든가 혹은 당해 수표를 회수하여 융통인의 배서를 말소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융통인이 당해 수표를 사용하여 금융의 목적을 달성한 다음 이를 반환받은 때에는 위 합의의 효력에 의하여 피융통인은 융통인에 대하여 융통인의 배서를 말소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것을 다시 금융의 목적을 위하여 제3자에게 양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융통인이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사용한 경우, 융통인이 당해 수표가 융통수표이었고, 제3자가 그것이 이미 사용되어 그 목적을 달성한 이후 다시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면, 융통인이 피융통인에 대하여 그 재사용을 허락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한, 융통인은 위 융통수표 재도사용의 항변으로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하고 있는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들은 서울건업에게 자금융통의 편의를 제공하고자 이 사건 각 수표상에 배서하게 된 것이어서 이 사건 각 수표는 피고들 입장에서 이른바 융통수표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원고는 이 사건 각 수표를 취득함에 있어 이미 이전에 이를 취득한 적이 있어 위 융통수표들이 재차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원고가 피고들이 위 융통수표의 재차 사용을 허락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음을 밝히지 못하는 이상, 피고들은 원고의 이 사건 수표금 청구에 대하여 위 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러한 사정에 관한 심리도 없이 그 인정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들을 해할 것을 알고 이 사건 각 수표를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조치에는 융통수표의 재도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잘못을 범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의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배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