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다56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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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1다56904, 판결] 【판시사항】 [1] 한약재를 판매하는 한약업사의 설명의무와 그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의무의 범위 [2] 독성물질이 함유된 한약재를 판매한 한약업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한약업사 제도의 취지 및 한약재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한약업사는 한약재의 성분과 효능 및 용법 등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이므로 적어도 그 용법이나 용량이 어떠한지에 따라 인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한약재를 일반인에게 판매함에 있어서는, 신의칙상 매수인에게 그 효능 내지 위험성과 안전한 용법 등을 상세히 알려 줌으로써 매수인 등으로 하여금 그 복용 여부나 복용방법에 관하여 스스로 선택,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만일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한약재의 매수인 등이 잘못된 복용방법을 선택함으로써 그 생명 또는 신체의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선택 내지 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위법한 행위와 복용자에게 발생된 생명, 신체의 위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한약업사가 그 위험 발생으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지는 것이지만,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복용자가 선택의 기회를 잃고 복용 여부나 복용방법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위자료의 지급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 [2] 한약업사가 고객에게 독성물질이 함유된 한약재인 '초오'를 판매함에 있어 일반적인 복용방법과 함께 "조금씩 복용하라."는 간단한 설명만을 하였는데, 구입자가 그 구매 전량을 달여서 나온 분량을 한꺼번에 자신의 남편으로 하여금 복용하게 함으로써 남편이 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한약업사가 당시 판매한 '초오'를 달인 물질에는 치사량을 훨씬 초과하는 독성물질이 함유되어 이를 한꺼번에 마시는 경우 사람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것임이 명백히 예상되기 때문에 한약업사가 판매 당시 위 한약재의 독성과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 관하여 주의를 환기해 주면서 그 독성이 해독되는 데 필요한 달이는 시간과 1회 복용량 및 희석 정도에 관하여 최소한의 설명만이라도 해 주었더라면 구입자가 부주의하게 다량을 달여 농축된 액을 남편에게 먹여 사망에 이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리라고 예견되는 점에 비추어 한약업사에게 위 사망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의무를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

구 약사법(1999. 3. 31. 법률 제59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37조 제2항 ,

구 약사법시행령(1999. 5. 24. 대통령령 제6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

제22조 ,

제23조

[2]

민법 제750조 ,

구 약사법(1999. 3. 31. 법률 제59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37조 제2항 ,

구 약사법시행령(1999. 5. 24. 대통령령 제6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

제22조 ,

제2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다60953 판결(공1994상, 1440),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다27449 판결(공2002상, 457)


【전문】 【원고,피상고인】 【피고,상고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 1. 7. 24. 선고 2001나4316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그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 1는 남편인 망 정동길이 다리가 저린다고 하자, 이를 치료하는 데에는 '초오'라는 한약재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1999. 4. 26. 13:30경 한약업사인 피고가 운영하는 한약방에 찾아가 피고에게 '초오'를 달라고 하여, 피고로부터 한약재인 '초오' 32g을 1,000원에 구입하였는데, 그 당시 피고는 원고 1에게 명태 1마리와 같이 달인 뒤, 식혀서 조금씩 몸에 맞춰 먹으라고 복용방법을 설명하였으나, 그 독성, 부작용 등에 대하여는 설명하지 아니한 사실, 원고 1는 피고로부터 구입한 '초오' 32g을 명태 1마리와 같이 달여 커피 1잔 정도의 분량이 나오자 이를 부엌에 그냥 두었다가 다음날 06:30경 피고가 설명한 복용방법에 따르지 아니한 채 커피잔에 부어 소외인로 하여금 달여진 '초오' 전량을 한꺼번에 복용하게 하였는데, 이를 복용한 소외인은 얼굴 등에 마비증세가 와서 그 날 09:11경 사망한 사실, 초오에는 아코니틴이라는 독성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보통 그 독성을 완화하기 위하여 명태와 함께 충분히 달인 뒤, 차게 해서 조금씩 마셔야 하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원고 1의 요구에 따라 '초오'를 판매하면서, 일반적인 복용방법에 관하여만 설명하였을 뿐, 독성이 강한 '초오'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고지하고 그 복용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아니한 채 이를 판매한 것은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환자인 위 망인의 복용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피고는 그 불법행위로 인하여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한약업사는 구 약사법(1999. 3. 31. 법률 제59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7조 제2항, 제36조의 규정에 의하여 약국개설자가 아니면서도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외에, 환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기성한약서에 수재된 처방 또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 한약을 혼합 판매할 수 있을 뿐이지만, 그 판매를 위하여는, 구 약사법시행령(1999. 5. 24. 대통령령 제16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내지 제23조의 규정에 의하여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과 5년 이상의 한약취급업무에 종사한 경력을 갖추고, 한약취급에 필요한 지식과 그 실무상의 기능을 검정하는 내용의 한약업사시험에 합격하여 한약업사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고, 그 시험과목에는 본초강목 등에 수재된 한약의 명칭, 성상, 용도 저장방법 및 극약과 독약의 구별, 기성한약서에 수재된 처방과 혼합방법 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한약업사는 한약재의 성질과 효능에 관하여 일반인에 비하여 한층 더 높은 정도의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자라고 할 것이고, 한편 한약재는 생약재로서 일정한 용기에 담겨서 판매, 유통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 성분이나 효능 또는 용법 등을 그 구매자를 비롯한 일반인이 쉽사리 알기 어려운 특성이 있고, 약재에 따라서는 용법이나 용량에 따라 복용 후 단기간 내에 복용자의 생명, 신체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이와 같은 한약업사 제도의 취지 및 한약재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한약업사는 한약재의 성분과 효능 및 용법 등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이므로 적어도 그 용법이나 용량이 어떠한지에 따라 인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한약재를 일반인에게 판매함에 있어서는, 신의칙상 매수인에게 그 효능 내지 위험성과 안전한 용법 등을 상세히 알려 줌으로써 매수인 등으로 하여금 그 복용 여부나 복용방법에 관하여 스스로 선택,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만일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한약재의 매수인 등이 잘못된 복용방법을 선택함으로써 그 생명 또는 신체의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선택 내지 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위법한 행위와 복용자에게 발생된 생명, 신체의 위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한약업사가 그 위험발생으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지는 것이지만,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복용자가 선택의 기회를 잃고 복용 여부나 복용방법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위자료의 지급을 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4. 4. 15. 선고 93다60953 판결 참조).

3.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문제로 된 한약재인 '초오'는 아코니틴이라는 독성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약초로서,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 규정(보건복지부 고시 제1999-9호)상 중독우려품목으로 분류되어 제조업소에서만 제조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고 특히 허약한 자, 임산부 등에 대하여는 금기로 되어 있는데, 아코니틴의 치사량은 약 3~4㎎이며 보통 그 독성을 완화하기 위하여 물을 약 2ℓ 이상 넣고 명태와 함께 충분히 달인 뒤 차게 해서 조금씩 음용해야 함에도, 초오의 독성과 치사량 등 위험성이나 복용방법은 일반에게 그리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원고 1가 피고로부터 구입한 초오 32g을 물에 넣어 1시간 정도 달인 물질에는 약 9.9㎎ 정도의 아코니틴계 알카로이드가 통상 함유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어 치사량을 훨씬 초과하고 있고 이를 한꺼번에 마시는 경우 사람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것임이 명백히 예상되는 점, 만약 이 사건에서 피고가 '조금씩 복용하라.'라는 간단한 설명에 부연하여, "초오란 본래 독성이 강한 약초이기 때문에 이 약재를 다려 복용할 때에는 농축시켜 음용하면 바로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환기해 주면서 그 독성이 명태의 성분에 의하여 충분히 해독되는 데 필요한 달이는 시간과 1회 복용량 및 희석 정도에 관하여 최소한의 설명만이라도 해 주었더라면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원고가 부주의하게 다량을 달여 농축시킨 다음 그 농축액을 남편에게 먹여 사망에 이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리라고 예견되는 점, 피고가 원고측에게 그 정도의 방법으로 위험을 고지하는 데 있어서는 피고에게 커다란 비용과 시간, 노력이 추가적으로 초래될 일도 그리 없을 것이므로 비록 거래목적물의 가액이 상당한 소액에 불과하였다는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그 거래 과정에서 피고에게 그와 같은 위험고지를 기대하고 요구하는 데 있어서 큰 무리도 없다고 보여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초오의 위험성을 일반인보다는 더 잘 지득할 수 있는 전문가적 지위에 있었던 피고가 이를 일반인인 원고 1에게 판매함에 있어서 그 효능 내지 위험성과 안전한 용법을 설명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 1가 치사량 이상의 초오 농축액을 망 소외인에게 복용하게 하여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한약업사인 피고에게 주어진 설명의무를 다 하지 아니하여 위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피고는 그로 인하여 위 망인 및 그의 가족들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고, 거기에 주장과 같은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송진훈 윤재식 이규홍(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