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도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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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인정된 죄명 : 폭행치사) [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도1091, 판결] 【판시사항】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 없이 폭행치사죄로 처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공소가 제기된 살인죄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그 증명이 없으나 폭행치사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도 살인죄의 구성요건이 반드시 폭행치사 사실을 포함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공소장의 변경 없이 폭행치사죄를 인정함은 결국 폭행치사죄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법원은 위와 같은 경우에 검사의 공소장변경 없이는 이를 폭행치사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298조 ,

제307조 ,

형법 제13조 ,

제250조 제1항 ,

제262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1489 판결(공1981, 14226)


【전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표재진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 1. 2. 7. 선고 2000노254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및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살인죄로 기소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그 기재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과 피해자는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로서 이 사건 해변으로 놀러와서 이틀 동안 연이어 지나치게 과음하는 바람에 피해자의 술주정으로 싸움이 벌어져 서로 폭행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고, 피고인에게 평소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여지지 아니하며, 피고인이 술에 취해 피해자와 싸우던 중 모래사장에 엎어진 피해자의 뒷머리를 잠시 누르기는 하였으나 위 싸움의 과정에서 흉기를 사용하지는 아니하였고, 그다지 심한 방법으로 반복하여 폭행을 가한 것도 아니었으며, 피고인이 위와 같이 피해자의 뒷머리를 누를 당시 술에 만취한 데다가 순간적으로 격분한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가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인식까지 한 것으로는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이 사건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범의가 있었던 것으로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에 어긋나 사실을 오인하거나 살인죄에 있어서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공소장변경의 요부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살인죄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그 증명이 없으나 폭행치사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도 살인죄의 구성요건이 반드시 폭행치사 사실을 포함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공소장의 변경 없이 폭행치사죄를 인정함은 결국 폭행치사죄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법원은 위와 같은 경우에 검사의 공소장변경 없이는 이를 폭행치사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1489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범의가 있었던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는 살인죄에는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폭행치사죄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점에 관하여 피고인 스스로도 자인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을 폭행치사죄로 인정하더라도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있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직권으로 검사의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피고인에 대하여 폭행치사죄를 유죄로 처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살인죄에 관한 것으로 폭행치사죄에 있어서의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에게 그 행위로 인한 사망이라는 결과의 예견가능성이 있었다는 요건에 관한 기재도 없어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기한 폭행치사죄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한 살인죄와의 사이에 공소사실의 동일성 또는 흡수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더구나 원심의 판시와 같이 피고인은 일관하여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서로 주먹다짐을 한 적은 있으나 위와 같이 술에 취해 잠시 기억을 상실하였다가 약간 정신을 차려 주위를 살펴보니 피해자의 상태가 예사롭지 아니하여 경찰에 신고하였더니 피해자가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을 뿐이다."라고 진술하면서 공소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바, 피고인이 폭행치사죄, 특히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의 예견가능성까지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검사의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폭행치사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없다. 결국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에는 공소장 기재 범죄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 공소장변경의 요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윤재식 이규홍(주심) 손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