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무29
효력정지 [대법원 2001. 10. 10., 자, 2001무29, 결정] 【판시사항】 과징금납부명령의 처분이 사업자의 자금사정이나 경영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중대하다는 이유로 그로 인한 손해는 효력정지 내지 집행정지의 적극적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사업여건의 악화 및 막대한 부채비율로 인하여 외부자금의 신규차입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285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납부하기 위하여 무리하게 외부자금을 신규차입하게 되면 주거래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사업자가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경우, 그 과징금납부명령의 처분으로 인한 손해는 효력정지 내지 집행정지의 적극적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 ,
제22조 ,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참조판례】
대법원 1995. 11. 23.자 95두53 결정(공1996상, 93),
대법원 1997. 2. 26.자 97두3 결정(공1997상, 958),
대법원 1998. 3. 10.자 97두63 결정(공1998상, 1075),
대법원 1998. 8. 23.자 99무15 결정(공1999하, 2217),
대법원 1999. 4. 27.자 98무57 결정(공1999하, 1419),
대법원 1999. 12. 20.자 99무42 결정(공2000상, 494)
【전문】
【재항고인,신청인】
인천정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가재환 외 7인)
【상대방,피신청인】 공정거래위원회
【원심결정】 서울고법 200 1. 6. 25.자 2001아109 결정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군납유류 입찰담합행위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2001. 2. 28. 신청인에 대하여 금 285억 1,300만 원의 과징금을 납부할 것을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에 대하여, 신청인은 주위적으로 이 사건 처분의 효력정지를 구하고, 예비적으로 그 집행정지를 구하였으나, 원심은 신청인이 제출한 소명자료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으로 인하여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그 효력이나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심에 제출된 신청인의 소명자료에 의하면, 신청인은 2000. 6. 9. 주거래은행인 주식회사 한빛은행과 사이에 신청인의 부채비율을 2000년 말까지 806.6%로 감축하기로 하는 내용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고, 부채비율을 목표치 내로 감축하지 못할 경우에는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신규여신의 중단, 만기도래 여신의 회수, 수출입관련 외국환업무의 중단, 기업개선작업 또는 회사정리절차의 개시 등의 순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제재조치를 받기로 약정한 사실, 그런데 1997년 국내 외환위기 이후 계속되어 온 정유제품의 수요감소, 정유제품 수입업자들의 저가판매 공세, 국제 원유가격 인상률에 미치지 못하는 신청인의 판매가격 인상률, 환율 급등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환차손의 발생 등 신청인의 국내외 사업여건이 크게 악화되어, 신청인은 2000년 회계연도에만 2,643억 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내었고, 그에 따라 신청인의 부채비율은 2000년말 현재 무려 99,538%에 이르게 된 사실, 그러자 신청인의 주거래은행은 이 사건이 원심에 계속중이던 2001. 5. 8. 신청인에 대하여 부채비율을 2001. 9. 30.까지 목표치 내로 줄이지 못하면 곧바로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통고한 사실 등이 소명된다 할 것인바, 신청인의 사업여건이나 자금사정이 위와 같다면, 신청인이 285억 1,300만 원에 달하는 이 사건 과징금을 납부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 한편, 신청인의 이 사건 본안청구가 이유 없음이 기록상 명백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 만일 그 본안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이 사건 처분이 집행되거나 또는 그 집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신청인이 무리하게 외부자금을 차입하기라도 한다면, 신청인의 사업여건이나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될 경우 신청인은 주거래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지키기가 더욱 어려워져, 급기야는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될 정도의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될 우려가 있음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이 신청인의 자금사정이나 경영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중대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로 인한 신청인의 손해는 비록 그 성질이나 태양이 재산상의 손해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사회관념상 사후의 금전보상으로는 참고 견딜 수 없거나 또는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손해라고 할 것이어서 효력정지 내지 집행정지의 적극적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9. 4. 27.자 98무57 결정, 1999. 12. 20.자 99무42 결정 등 참조), 신청인의 손해가 회복하기 어려운 것인 이상 신청인에게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신청인이 주장·소명하고 있는 위와 같은 손해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한 나머지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말았으니, 원심결정에는 채증법칙 위배 또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음이 분명하다. 이를 지적하는 신청인의 재항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강신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