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다38927
손해배상(자)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판시사항】 [1]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성립요건 및 '궁박'과 '무경험'의 의미 [2] 대리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법률행위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이 되는 사람(경솔·무경험=대리인, 궁박=본인) [3]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책임보험자가 피해자 유족의 대리인과 사이에 부제소합의가 포함된 손해배상의 합의를 한 것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하고,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2] 대리인에 의하여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그 법률행위가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경솔과 무경험은 대리인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고, 궁박은 본인의 입장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3]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책임보험자가 피해자 유족의 대리인과 사이에 부제소합의가 포함된 손해배상의 합의를 한 것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04조
[2]
민법 제104조
[3]
민법 제10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다34061 판결(공1996하, 3573),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15371 판결(공1997하, 2698),
대법원 1999. 5. 28. 선고 98다58825 판결(공1999하, 1279) /[2]
대법원 1972. 4. 25. 선고 71다2255 판결(집20-1, 민224)
【전문】
【원고,피상고인】
【피고,상고인】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규선)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2. 6. 5. 선고 2002나 1603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피고가 2000. 2. 23. 원고들을 대리한 소외 1과 사이에 1999. 9. 13. 사망한 망 소외 2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25,041,020원을 지급하고 이후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바가 있고 그 후 위 소외 1에게 위 금액을 지급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부제소 합의에 위배되어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 위 일시에 원고들의 아버지인 위 소외 1이 피고로부터 위 금액을 수령한 사실은 원고들도 이를 인정하지만,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들로부터 위 소외 2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건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은 위 소외 1은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고향에서 농사를 지어오던 사람으로서, 이 사건 교통사고는 거의 전적으로 위 소외 1의 과실로 발생하였던 터라 자신의 부주의로 처인 위 소외 2가 사망한 데에 대한 심리적인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위 2000. 2. 23.자 합의에 관여한 피고의 보상과 직원 역시 위 소외 1에게 위 손해배상금 산출내역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여 주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되며, 또한 이 사건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는 소위 호의동승이나 피해자측 과실의 법리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고들의 과실상계 비율에 따라 그 산출금액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게 되고, 위 법리는 일반인으로서는 잘 알 수 없는 영역에 속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위 2000. 2. 23.자 약정은 피고가 위 소외 1의 궁박, 무경험을 이용하여 성립시킨 현저히 균형을 잃은 무효의 약정이라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한 다음, 본안에 나아가 피고는 원고들의 손해액에서 위 합의금을 공제한 나머지 각 10,448,95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하고,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다34061 판결, 1997. 7. 25. 선고 97다1537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대리인에 의하여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그 법률행위가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경솔과 무경험은 대리인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고, 궁박은 본인의 입장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72. 4. 25. 선고 71다225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면, 위 소외 1은 1999. 9. 13. 피고의 책임보험에 가입한 승용차의 조수석에 처인 위 소외 2를 태우고 진행하다가 앞서 가던 트럭이 정지신호에 따라 정차하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위 트럭을 들이받는 바람에 위 소외 2로 하여금 현장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 그 후 위 소외 1은 피고 보상과 직원의 연락을 받고 원고들의 위임을 받은 다음, 위 사고일로부터 5개월 이상이 경과한 2000. 2. 23. 피고로부터 보험금 25,041,020원을 받는 대신 향후 민사상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할 것을 특약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직접 작성한 사실, 위 소외 1은 1947년생으로서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에 불과하지만 당시 운전 17년 및 농업 7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원고들도 모두 성년이었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 소외 1의 위와 같은 사회경험의 정도에다가 이 사건 합의가 이루어진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 당시 대리인인 위 소외 1이 무경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합의 당시 본인인 원고들이 경제적 또는 정신적으로 급박한 궁박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기록상 나타나지 아니한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합의를 함에 있어서 이 사건 사고가 위 소외 1의 일방적인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데다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로서 사고 승용차에 동승하였고 안전운전을 촉구하지 아니한 잘못 등을 감안하여 가해자측의 책임비율을 40%로 제한하고 보험약관상의 기준을 적용하여 보험금 25,041,020원을 산정하여 제시하였는데, 위 소외 1이 위 금액에 자연스럽게 응하였던 것이며, 당시 피고가 지급할 책임보험금은 6,000만 원을 한도로 하는 것이었던 점, 원심은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가해자측의 책임을 7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데, 그에 따라 원심이 위 합의금 이외에 추가로 지급을 명한 액수도 합계 31,346,871원에 불과하였던 점, 위와 같은 책임제한의 비율은 일률적으로 정하기가 어려운 것인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측이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에게 이를 이용하려는 폭리행위의 악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정도의 금액 차이만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이유만으로 이 사건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단정한 나머지 피고의 본안전 항변을 배척하고 본안에 나아가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