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다6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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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64384, 판결] 【판시사항】 [1]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설정에 있어서 심사기준 [2]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인 논평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특수성 [3] 정당 대변인이 절도범의 진술을 믿고서 전라북도 도지사가 사택에 미화를 보관하고 있다가 도난당하였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이라는 공적 사안에 관한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 논평에 해당한다고 하여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

【판결요지】 [1]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에 대하여는 국민과 정당의 감시기능이 필요함에 비추어 볼 때, 그 점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안 된다. [2] 민주정치제도하에서는 정당활동의 자유도 너무나 중요하여 그 보장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되고, 정당의 정치적 주장에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수사적인 과장표현은 용인될 수 있으므로,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인 논평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3] 정당 대변인이 절도범의 진술을 믿고서 전라북도 도지사가 사택에 미화를 보관하고 있다가 도난당하였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이라는 공적 사안에 관한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 논평에 해당한다고 하여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51조 ,

헌법 제21조 제4항

[2]

민법 제751조 ,

헌법 제21조 제4항

[3]

민법 제751조 ,

헌법 제21조 제4항


【전문】 【원고,피상고인】 유종근

【피고,상고인】 안택수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재섭 외 35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2. 10. 10. 선고 2001나55705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가. 원심이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전라북도 도지사인 원고는 1999. 3. 7. 전라북도 서울사무소 사택인 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 효원빌라 601호에 있던 금품을 도난당한 뒤, 다음날인 1999. 3. 8. 자신의 비서실장인 박영석을 통하여 양천경찰서에 현금 3,500만 원, 보석류 5점을 도난당하였다고 신고하였다. (2) 그 후 위 금품의 절도범인 소외 1이 1999. 3. 16.경 검거되었는데, 소외 1은 인천구치소에 수감중이던 1999. 4. 8. 한나라당 안양·만안 지구당위원장인 제1심 공동피고 박종근에게 '원고의 사택에서 현금, 보석류뿐만 아니라 미화 12만 $도 훔쳤는데 수사과정에서 위 사실이 축소, 은폐되었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진정서를 보냈다. (3) 박종근은 1999. 4. 14. 위 진정서를 받은 직후 그의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에 위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한나라당은 다음날인 1999. 4. 15. 12:00경 진상조사를 위하여 한나라당 인권위원회 소속 엄호성, 정인봉 변호사를 인천구치소로 파견하여 소외 1을 면담하도록 하였으며, 그 진상규명을 위하여 제1심 공동피고 정형근을 위원장으로 하여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4) 한나라당은 1999. 4. 15. 소외 1을 면담한 직후, 소외 1로부터 받은 위 진정서와 면담 당시 그의 진술내용을 토대로 한나라당사 대변인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외 1이 원고의 사택에서 현금, 보석류 외에 미화 12만 $를 절취하였음에도 수사기관은 12만 $는 절취하지 않은 것으로 허위내용의 자백을 강요하여 수사 결과를 축소, 은폐하였다.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성명(이하 '이 사건 제1 성명'이라고 한다)을 발표하고, 그 기자회견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하였다. (5) 한나라당 대변인인 피고는 다음날인 1999. 4. 16. 대변인 브리핑 형식으로, "부패의 현장을 더 이상 은폐, 축소하지 마라."는 제목 아래 "범인은 제2의 조세형 같은 특징이 있다. 골라잡은 것이 안양경찰서장, 대통령의 경제특보인 전북지사 유종근씨의 서울 아파트를 도둑질 해 거액의 현금과 미화만 12만 $를 훔쳤다. 또 현 정부의 장관집에 가서 그림을 2점 절도했다. … 유종근 지사의 경우, 핵심실세라는 전북지사가 IMF 사태로 10$, 20$를 은행에 내고 있는 시점에서 12만 $를(현금 3,500만 원 외에) 집에다 은닉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 정권의 양심의 실상이 어땠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 도덕성이 완전파괴된 김대중 정권은 국민 앞에 이 사건의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검찰 또한 절도범에 대해 있는 사실 그대로 수사를 해서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성명(이하 '이 사건 제2 성명'이라고 한다)을 발표하였으며, 그 직후 위 각 공표내용에 관한 기사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중앙일간지와 KBS, MBC 등 텔레비전 방송을 통하여 보도되었다. (6) 한편, 인천지방검찰청은 1999. 4. 30. 소외 1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죄 등으로 기소하였는데, 이 사건 절도에 관하여는 원고의 도난신고 내용에 따라 현금 3,500만 원, 보석류 5점 등 합계 4,000만 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하였다는 내용만으로 기소하였다.

나. 원심은 위 인정 사실을 토대로, 피고가 이 사건 제1 성명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가 위 성명을 직접 발표하였다거나 그 성명의 발표를 사전지시 또는 승인하거나 적어도 이를 용이하게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한 다음, 이 사건 제2 성명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에게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1)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 원심은, 이 사건 제2 성명은 전체적으로 보아 원고의 사택에서 미화 12만 $를 훔쳤다는 소외 1의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에 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차원을 넘어, 일반인으로 하여금 원고가 그의 사택에 현금 3,500만 원 외에도 미화 12만 $를 은닉하고 있다가 이를 절취당하였음에도, 고위공직자로서 IMF 사태에 출처 불명인 거액의 외화를 은닉하고 있다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하여 피해사실을 축소하였다는 인상을 강하게 줌으로써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대변인 브리핑 형식으로 이 사건 제2 성명을 공표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2) 위법성조각 여부 원심은 피고의 위법성조각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제2 성명의 내용은 원고가 거액의 외화를 그의 사택에 은닉하고 있다가 절취당하였음에도 그 사실을 은폐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것으로서, 원고의 공직자로서의 자질, 공직 적격성 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되는 것이어서 위 성명의 발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지만, 한편으로 기록상 원고가 사택에 미화 12만 $를 보관하다가 도난당하였음에도 수사관서에 피해사실을 축소하여 신고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제2 성명의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제2 성명의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금품을 도난당한 다음날인 1999. 3. 8.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자신의 비서실장을 통하여 관할 양천경찰서에 현금 3,500만 원과 귀금속을 도난당하였다는 신고를 하였고, 이 사건 제1 성명이 발표되기 전부터 줄곧 위 사택에 미화를 보관하고 있지 않아 미화를 도난당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소외 1의 진술내용을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었으며, 수사기관에서도 소외 1의 차량과 소외 1 및 공범으로 지목된 소외 2의 가택에 대한 압수, 수색과정에서 절취 금품을 압수하였지만 미화는 전혀 발견되지 않은데다가 소외 1이 절도범행을 저지른 1999. 3. 7.부터 수사기관에 체포된 같은 달 16.까지의 9일 동안 12만 $를 환전한 과정이나 사용한 내역에 관하여 막연한 내용의 진술을 할 뿐 이를 뒷받침할 자료도 수집되지 않고 있는 등 소외 1이 원고의 사택에서 미화 12만 $를 절취하였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었고, 한편 소외 1은 절도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10여 차례 가까이 되는 자로서 인천구치소에서 수감되어 검찰로부터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는 도중에 한나라당 안양·만안 지구당에 진정서를 보낸 뒤 한나라당 소속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인 정인봉, 엄호성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진정서에 기재된 내용 외에 자신이 상당 기간 히로뽕을 계속 투약하여 왔다고 실토하고 언론플레이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그 진술의 배경이나 동기가 불투명하고 기타 진술의 주체, 경위나 방식 등에 비추어 그 진술내용의 진실성 여부에 의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당시 한나라당사를 떠나 한나라당 총재인 원심 공동피고 이회창을 수행하여 부산에 내려 가 각종 공식행사에 참석하고 있으면서 단지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신경식으로부터 소외 1이 인천구치소에 절도 혐의로 수감된 상태에서 우편으로 한나라당 안양·만안 지구당에 보낸 진정서의 복사본을 건네받아 읽어본 것과 정인봉, 엄호성이 인천구치소에서 소외 1을 접견하여 진정서에 기재된 내용에 관한 진술을 청취한 결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사항을 신경식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에만 의존한 나머지, 피고가 한나라당의 대변인으로서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차원이라면 몰라도 그 내용이 사실임을 전제로 신속하게 성명을 발표하지 않으면 안 될 급박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데도, 수사기관의 수사나 언론기관의 취재 등을 통하여 어느 정도 진위 여부가 드러나기를 기다리거나 피고 스스로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적절하고 충분한 조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진실성에 대한 뒷받침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한나라당 대변인 브리핑 형식으로 원고가 미화 12만 $를 사택에 보관하고 있다가 도난당하였음에도 피해를 축소하여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증거자료에 의하여 확인된 것인 양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적시하고 이를 전제로 논평을 가한 이 사건 제2 성명을 당시 동행하고 있던 기자 내지 한나라당 출입기자에게 발표하였던 것으로 인정되므로, 피고가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고가 사택에 미화 12만 $를 보관하다가 도난당하였음에도 수사관서에 피해사실을 축소하여 신고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서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그러나 원심이 피고의 위법성조각 주장을 배척한 판단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에 대하여는 국민과 정당의 감시기능이 필요함에 비추어 볼 때, 그 점에 관한 의혹의 제기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이 사건에서 피고의 제2 성명은 정당 대변인으로서의 공식적인 정치적 논평에 해당하는바, 민주정치제도하에서는 정당활동의 자유도 너무나 중요하여 그 보장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되고, 정당의 정치적 주장에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수사적인 과장표현은 용인될 수 있으므로,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인 논평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특수성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2)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소외 1이 한나라당 안양·만안지구당으로 보낸 진정서의 내용만을 믿고서 이 사건 제2 성명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피고가 소속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자 변호사인 정인봉, 엄호성이 구치소에서 소외 1을 만나서 그가 진술하는 내용을 직접 듣고 신빙성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는 점까지 종합하여 이를 진실로 믿고서 이 사건 제2 성명을 발표한 것임을 알 수 있고, 한편 종래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수사에 있어서 그 수사기관이 아니고서는 의혹의 진위를 가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데도 수사내용에 대하여는 보안이 철저하게 지켜짐으로써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에 아쉬움이 있었던 일이 없지 않았고 바로 이러한 경우에 정당이나 언론의 역할이 필요함은 우리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비록 원고가 미화 12만 $를 도난당한 사실이 진실로 밝혀지지 않았고 피고가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수준을 넘어 소외 1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단정적인 주장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관한 공적 사안에서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 논평에 해당하는 이 사건 제2 성명의 발표에 위법성을 섣불리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에서의 주장은 정당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배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