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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다7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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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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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기적인 방법으로 외국판결을 편취하였다는 사유가 외국판결에 대한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2]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에 규정된 '상호보증' 유무의 판단 기준 및 상호보증의 존부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인지 여부(적극)

[3] 우리 나라와 미합중국 자치령인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에 상호보증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심리미진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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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사집행법 제27조 제2항 제2호,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3호에 의하면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점이 외국판결의 승인 및 집행의 요건인바, 외국판결의 내용 자체가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외국판결의 성립절차에 있어서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경우도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사유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나, 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이 "집행판결은 재판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아니하고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기적인 방법으로 편취한 판결인지 여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외국판결의 옳고 그름을 전면적으로 재심사하는 것은 외국판결에 대하여 별도의 집행판결제도를 둔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할 수 없으므로, 위조·변조 내지는 폐기된 서류를 사용하였다거나 위증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사기적인 방법으로 외국판결을 얻었다는 사유는 원칙적으로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사유가 될 수 없고, 다만 재심사유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6호, 제7호, 제2항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판결국 법정에서 위와 같은 사기적인 사유를 주장할 수 없었고 또한 처벌받을 사기적인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승인 또는 집행을 구하는 외국판결을 무효화하는 별도의 절차를 당해 판결국에서 거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바로 우리 나라에서 승인 내지 집행을 거부할 수는 있다.

[2] 우리 나라와 외국 사이에 동종 판결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외국에서 정한 요건이 우리 나라에서 정한 그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에서 정하는 상호보증의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이와 같은 상호의 보증은 외국의 법령, 판례 및 관례 등에 의하여 승인요건을 비교하여 인정되면 충분하고 반드시 당사국과의 조약이 체결되어 있을 필요는 없으며, 당해 외국에서 구체적으로 우리 나라의 동종 판결을 승인한 사례가 없더라도 실제로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상태이면 충분하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상호의 보증이 있다는 사실은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는 사항이라 할 것이다.

[3] 우리 나라와 미합중국 자치령인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에 상호보증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심리미진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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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3호, 민사집행법 제27조[2] 민사소송법 제134조, 제217조 제4호[3]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

【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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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피상고인】 차영순 외 1인 (소송대리인 남부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주창호)

【피고,상고인】 김영진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경 담당변호사 최종현 외 5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2. 11. 6. 선고 2001나4864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미합중국의 자치령인 북마리아나 제도(The Commonwealth of the Northern Mariana Islands, 이하 '북마리아나 제도'라고만 한다)의 대법원(Supreme Court)이 1999. 4. 12. 상소번호(Appeal No.) 96-011 사건에서 피고 김영진과 원고 차영순 사이의 관광선 매매계약에 기하여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매매잔대금조로 미화 32,900달러를 지급하라는 원고들 승소판결(이하 '이 사건 외국판결'이라고 한다)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의 이 사건 집행판결 청구와 관련하여, 피고들의 주장 중 (1) 우선 이 사건 외국판결은 원고들이 위조·변조된 서류를 이용하여 북마리아나 제도의 법원을 기망하여 얻은 것일 뿐만 아니라 그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여 이중의 이익(관광선을 원고들이 운행하면서 또한 피고들로부터 매매잔대금을 받는 것)을 얻게 되면 원고들의 권리남용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이는 우리 나라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므로 집행을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들이 제출한 판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북마리아나 제도의 법원을 기망하여 이 사건 외국판결을 얻은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이 사건 외국판결문(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이 위조·변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서류들에 대하여는 북마리아나 제도 법원에서 이미 그 증거능력에 대한 판단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외국판결이 사기에 의한 것으로서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이 사건 외국판결의 효력을 인정하게 되면 원고들이 위 관광선을 피고들에게 인도하지 아니한 채 피고들로부터 그 관광선의 매매잔대금을 지급받게 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청구가 권리남용이라거나 이 사건 외국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2) 다음으로 우리 나라와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에 상호보증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북마리아나 제도의 법원에서 우리 나라 판결의 승인 및 집행요건이 문제된 사례 또는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외국판결의 집행요건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도 존재하지 아니하지만, 미합중국 내 캘리포니아 주 등 다수의 주에서는 통일외국금전판결승인법(Uniform Foreign Money Judgements Recognition Act, 이하 '모델승인법'이라 한다)을 채택하고 있는데 위 법은 대체로 우리 나라 민사소송법 제217조, 민사집행법 제26조, 제27조와 동일한 취지이고, 북마리아나 제도 대법원의 판결에 대하여는 미합중국 제9순회항소법원(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과 미합중국 연방대법원에 상소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우리 나라 법원의 판결이 비슷한 조건에서 집행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이므로 우리 나라와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에는 서로 상대국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상호보증이 있다는 이유로 배척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 위반 내지 권리남용이라는 상고이유의 주장에 대한 판단

민사집행법 제27조 제2항 제2호,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3호에 의하면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이하 '외국판결'이라고 한다)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점이 외국판결의 승인 및 집행의 요건인바, 외국판결의 내용 자체가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외국판결의 성립절차에 있어서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경우도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사유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나, 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이 "집행판결은 재판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아니하고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기적인 방법으로 편취한 판결인지 여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외국판결의 옳고 그름을 전면적으로 재심사하는 것은 외국판결에 대하여 별도의 집행판결제도를 둔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할 수 없으므로, 위조·변조 내지는 폐기된 서류를 사용하였다거나 위증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사기적인 방법으로 외국판결을 얻었다는 사유는 원칙적으로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사유가 될 수 없고, 다만 재심사유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6호, 제7호, 제2항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판결국 법정에서 위와 같은 사기적인 사유를 주장할 수 없었고 또한 처벌받을 사기적인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승인 또는 집행을 구하는 외국판결을 무효화하는 별도의 절차를 당해 판결국에서 거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바로 우리 나라에서 승인 내지 집행을 거부할 수는 있다 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외국판결이 위·변조 내지 폐기된 서류를 이용하여 법원을 기망함으로써 얻은 것이라거나 동시이행을 명하지 아니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함을 이유로 집행을 거부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위와 같은 취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3호의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또한, 이 사건 집행판결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점과 관련하여 피고들이 지적하는 판결( 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다4862 판결)은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피고들의 위와 같은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상호보증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에 대한 판단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는 우리 나라만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방지하고 국제관계에서 형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외국판결의 승인요건으로서 '상호보증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판결국에 있어서 외국판결의 승인요건이 우리 나라의 그것과 모든 항목에 걸쳐 완전히 동일하거나 오히려 관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외국판결의 승인 범위를 협소하게 하는 결과가 되어 국제적인 교류가 빈번한 오늘날의 현실에 맞지 아니하고 오히려 외국에서 우리 나라의 판결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나라와 외국 사이에 동종 판결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외국에서 정한 요건이 우리 나라에서 정한 그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에서 정하는 상호보증의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이와 같은 상호의 보증은 외국의 법령, 판례 및 관례 등에 의하여 승인요건을 비교하여 인정되면 충분하고 반드시 당사국과의 조약이 체결되어 있을 필요는 없으며, 당해 외국에서 구체적으로 우리 나라의 동종 판결을 승인한 사례가 없더라도 실제로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상태이면 충분하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상호의 보증이 있다는 사실은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는 사항이라 할 것이다 .

그런데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북마리아나 제도와 우리 나라 사이에 상호의 보증이 있다고 보는 논거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기록에 비추어 살피건대, 북마리아나 제도의 설립을 위한 미합중국과의 협정(The Covenant to Establish a Commonwealth of the Northern Mariana Islands in Political Union with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이하 '협정'이라고만 한다) 제403조 (a)항에 의하면 이 사건 외국판결이 내려질 당시 북마리아나 제도 대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미합중국의 관할 연방항소법원(제9순회항소법원)에 상소할 수 있었지만 이는 연방문제(federal question)가 관련된 경우에 한하는 것일 뿐 그렇지 아니한 사건에 대하여는 북마리아나 제도 대법원의 판결이 최종심의 판결이 되는 것이므로, 연방문제와 관련이 없는 이 사건 외국판결에 대하여 미합중국의 관할 연방항소법원에 상소할 수 있었다거나, 그 연방항소법원의 소재지인 캘리포니아주에서 모델승인법을 채택하였고 그 승인요건이 우리 나라의 그것과 대체로 동일하다는 이유로 금전지급판결에 관하여 북마리아나 제도와 우리 나라 사이에 상호보증이 있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만, 상호보증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는 사항인바, 원심에서 원고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북마리아나 제도의 민사소송법 제3401조에서 미국법률협회(ALI)가 제정한 리스테이트먼트에 정리된 대로의 미합중국의 보통법(common law)은 그에 반대되는 성문법 내지 관습법이 없는 한 보충적인 적용법률이 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미합중국의 보통법의 내용이 북마리아나 제도에 있어 중요한 법해석의 기준이 되고, 나아가 관련 리스테이트먼트에 규정된 승인요건이 위 모델승인법과 유사하다면 비록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위 모델승인법을 명시적으로 채택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위 상호보증에 관한 일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금전지급판결에 관한 한 우리 나라와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에 상호보증이 있다고 인정할 여지도 없지 않다 할 것이다. 북마리아나 제도에 있어서 리스테이트먼트가 갖는 의미에 대하여는 이 사건 외국판결이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설시함에 있어서 관련 리스테이트먼트(Restatement second of Contracts)를 인용하고 있는 점을 보아도 어느 정도는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 북마리아나 제도의 위 민사소송법 조항 및 관련 리스테이트먼트{Restatement (third) of the Law, The Foreign Relations Law of the United States, §481 및 §482}의 내용 등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 점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도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유지담(주심) 배기원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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