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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도4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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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4도254, 판결] 【판시사항】 [1] 표현물의 이적성 유무의 판단원칙 [2] 기존의 사상 및 가치체계에 대한 비판에 있어 학문의 자유 [3]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주장하고, 사회현상을 계급론적으로 보아 사회변혁의 주체가 민중이고 민중의 투쟁에 의하여 역사가 발전한다는 취지가 포함된 대학 강의교재가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국가보안법 제7조 [2]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3]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도1711 판결(공1994하, 2563) / [1]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도1035 판결 / [2] 대법원 1982. 5. 25. 선고 82도716 판결(공1982, 627),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2도4278 판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광주지법 2003. 12. 24. 선고 2003노178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관하여 본다. 1. 어떤 표현물이 이적성이 있는가 여부의 판단은 결국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따라 자유심증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고,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과 외부와 관련 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며, 해당 표현물의 어느 표현 하나만을 따로 떼어 놓고 볼 것이 아니라 문맥을 통해 그 전체적 내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이적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도1711 판결, 1996. 12. 23. 선고 95도1035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이름 생략)대학교 언론학(신문방송학과) 교수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신문방송학과 3학년을 상대로 한 “언론학 연구방법론”이라는 강의를 위해 만든 교재인 이 사건 서적의 내용 중에는 객관적인 세계의 인식방법으로서 철학적 관념론과 형이상학을 비판하면서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주장하고, 사회현상을 계급론적으로 보아 사회변혁의 주체가 민중이고 민중의 투쟁에 의하여 역사가 발전한다는 취지가 포함된 사정은 인정되나, 다른 한편으로 이 사건 서적에서 명시적, 묵시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선전활동에 동조하거나 독점자본을 국유화하고 노동자계급의 폭력혁명을 통하여 사회주의를 실현하여야 한다는 등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이 사건 서적의 말미의 결론 부분에서 “결국 비교적 평화롭고 향상된 삶의 길은, 자본주의적 자유경쟁의 장점과 사회주의적 평등·복지 지향의 장점을 함께 살릴 수 있는 ‘上下限 線 경계 안에서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법과 제도와 도덕적 행동준칙을 만들어내고 지켜내는 데에 사회성원 모두가 합심 노력하는 방법만이 최선의 길인 것 같다.”고 기재함으로써 결국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 및 준법을 강조하는 등, 전체적으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내에서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을 뿐임을 알 수 있다. 학문의 연구는 기존의 사상 및 가치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을 가함으로써 이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것을 창출하려는 노력이므로 그 연구의 자료가 사회에서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존의 사상 및 가치체계와 상반되거나 저촉된다고 하여도 용인되어야 할 것이고( 대법원 1982. 5. 25. 선고 82도716 판결 등 참조), 학문연구의 방법으로서 마르크스주의 방법론을 수용하고, 이에 입각하여 단순한 현실의 묘사나 이에 따른 분석, 예측 또는 설명을 시도하는 것 자체는 그것이 이론적인 영역을 넘어 직접적으로 그 이념이 추구하는 사회적인 행동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한,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의 범주 내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인바(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도1711 판결, 2005. 3. 11. 선고 2002도4278 판결 등 참조), 사정이 위와 같다면 이 사건 서적의 내용 중 공소사실 기재 발췌부분만을 내세워 이 사건 서적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을 담은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서적 중 피고인이 다른 서적으로부터 인용 혹은 발췌하여 이 사건 서적에 게재한 한국의 근현대사, 사회운동의 전개과정의 서술 부분에는 공소사실에서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이 민족해방운동사에서 직접적인 친일세력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기관의 친일행적을 비판하고, 이승만을 친미 사대세력으로 비판하며, 해방 이후 미군정사, 남북분단과정 등을 통하여 미국을 비판한 반면, 북한이 주장하는 김일성의 1926년 타도제국주의동맹, 1931년 항일유격대활동, 1936년 조국광복회 활동 등을 자주 독립투쟁으로 파악하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을 알 수 있어, 전체적으로 북한의 역사적 관점과 비슷한 시각에서 한국근대사를 약술한 부분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저자가 북한 공산집단의 주장을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찬양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듯한 내용은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것 역시 학문적으로 그 진위의 검증이 가능한 역사서술로서 한국 현대사에 대하여 바라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역사적인 관점 또는 입장에 불과하며 그 내용이 현재 대한민국의 존립과 헌법의 기본 질서에 대한 적극적인 공격성을 가지는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0도1632 판결 등 참조).

4. 결국, 원심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유지한 조치는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