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헌마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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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헌마193 군사법원법 제242조 제1항 등 위헌확인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
2003년 11월 27일 판결. |
【판시사항】 1.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군사법원법 제242조 제1항 중 제239조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규정’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의 심사기준 2.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해야 할 사정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3. 이 사건 법률규정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신체의 자유 및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4.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이 헌법상의 기본권인지 여부(적극) 5.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 부분(이하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라 한다)에 의한 기본권제한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6.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접견교통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7.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1. 군사법원법 제239조가 규정하고 있는 군사법경찰관의 10일간의 구속기간은 그 허용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원칙에 대한 예외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은 경찰단계에서는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형사소송법의 규정과는 달리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여 예외에 대하여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중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그 제한되는 기본권의 중요성이나 기본권제한 방식의 중첩적ㆍ가중적 성격에 비추어 엄격한 기준에 의할 것이 요구된다. 2. 군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단계에서는 범죄의 객관적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소명자료가 수집되어 있어야 하므로, 피의자를 구속할 즈음에는 이미 범죄의 객관적 혐의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완료된 상태라고 보아야 하고, 군사법경찰관이 구속피의자를 검찰관에게 인치한 후에도 증거수집을 위한 조사를 계속하여 수집된 증거를 추송할 수 있는 점 등은 일반 사법경찰관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으며, 그밖에도 수사상의 특별한 필요성을 이유로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일반 사건에 비하여 특히 장기간으로 하여야 할 사정은 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반면, 군사법경찰관에 의한 수사의 경우에는 군대사회의 특성상 방어권의 행사가 위축되기 쉽고, 군검찰관의 군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이나 견제가 미흡한 현실에 비추어 장기간의 구속이 허용될 경우의 폐단은 일반 사건에 비하여 오히려 크다고 할 수 있다. 3.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 중에 특히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규정과 같이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모든 범죄에 대하여 수사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것은 그 과도한 광범성으로 인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건과 같이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정당화될 정도의 중요사건이라면 더 높은 법률적 소양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군검찰관이 이를 수사하고 필요한 경우 그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기 때문에,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연장까지 하면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부적절한 방식에 의한 과도한 기본권의 제한으로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신체의 자유 및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4. 구속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갖는 변호인 아닌 자와의 접견교통권은 가족 등 타인과 교류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관계가 인신의 구속으로 인하여 완전히 단절되어 파멸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고, 또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보장되지 않으면 안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므로 이는 성질상 헌법상의 기본권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재판소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기본권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나온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4항도 그 보장의 한 근거가 될 것이다. 5.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헌법 제75조에 의하여 법률의 위임이 있고 그 위임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하는 것이라면 대통령령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도 가능하다. 그런데 군행형법 제15조는 제2항에서 수용자의 면회는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없는 한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면회의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 자유로운 면회를 전제로 하면서, 제6항에서 “면회에의 참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면회에의 참여에 관한 사항만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면회의 횟수에 관하여는 전혀 위임한 바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법률의 위임 없이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 및 제75조에 위반된다. 6.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행형법시행령이 미결수용자의 접견횟수를 매일 1회로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고 있는바, 수용기관은 면회에 교도관을 참여시켜 감시를 철저히 한다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면회를 일시 불허하는 것과 같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면서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의 방지 및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똑같이 효과적인 다른 방법이 존재하므로, 이것은 기본권제한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위하여 필요한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7.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관점에서 볼 때 동일한 처지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미결수용자 중 군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의 면회횟수를 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에 비하여 감축하고 있는바, 전자의 경우라고 하여 후자의 경우에 비하여, 특히 도주나 증거인멸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거나 그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가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양자를 달리 취급함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합리적 이유를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군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를 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에 비하여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으로서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조○형 외 1인
대리인 1. 법무법인 창조
담당변호사 이덕우 외 5인
2. 법무법인 해마루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임종인 외 1인
3.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한상혁 외 6인
【주 문】 군사법원법(1994. 1. 5. 법률 제4704호로 개정된 것) 제242조 제1항 중 제239조 부분, 군행형법시행령(1999. 10. 30. 대통령령 제16587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가. 사건의 개요(1) 청구인 조○형은 ○○ 대령으로 2001. 12. 22.부터 ○○본부 ○○단 ○
○ 사업처장으로 재직중 ○○ 사업(이하 ‘○-○ 사업’이라 한다) 시험평가단 부단장으로 편성되어 ○○ 기종에 대한 시험평가 및 결과보고서 작성을 총괄하는 직위에 근무한 바 있고, 청구인 문○면은 위 조○형의 처이다.
(2) 청구인 조○형은 2002. 3. 9. ○-○ 사업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누설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었고 2002. 3. 18.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고 있는 군사법원법 제242조 제1항 중 제239조 부분에 따라 구속기간이 10일 연장되었다. 한편, 청구인 문○면은 위 조○형을 면회함에 있어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하고 있는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 부분에 의하여 면회횟수의 제한을 받게 되었다.
(3) 이에 청구인들은 위 군사법원법 규정이 평등권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는 것이고 위 군행형법시행령 규정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02. 3.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4) 한편, 청구인들은 위 규정들의 효력을 위 본안사건의 결정 선고시까지 임시로 정지할 것을 구하는 가처분을 2002. 3. 22. 헌법재판소에 신청하였고(2002헌사129) 헌법재판소는 2002. 4. 25. 위 가처분신청 중 위 군행형법시행령 규정 부분에 대하여는 위 본안사건의 종국결정 선고시까지 그 규정의 효력을 정지하는 인용결정을 하였고 위 군사법원법 규정 부분에 대하여는 기각결정을 한 바 있다.
나. 심판의 대상이 사건 심판대상은 군사법원법(1994. 1. 5. 법률 제4704호로 개정된 것) 제242조 제1항 중 제239조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규정’이라 한다) 및 군행형법시행령(1999. 10. 30. 대통령령 제16587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 부분(이하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규정내용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1) 심판대상조항
군사법원법 제242조(구속기간의 연장) ① 보통군사법원 군판사는 검찰관 또는 군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수사를 계속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0일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제239조 또는 제240조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각각 1차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다.
②, ③ 생략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면회의 횟수) ① 생략
②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는 매주 2회로 하되,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다만, 변호인과의 면회는 그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
(2) 관련조항:별지 1 기재와 같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가. 청구인들의 주장(1)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구속기간 연장의 경우 검사의 신청에 의한 구속기간의 연장만을 허용하고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한 구속기간의 연장은 허용하고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규정이 군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한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인 조○형을 군인신분의 피의자라는 이유로 차별하여 그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그의 미결구금상태를 장기간 지속시켜 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나아가 그의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2) 행형법시행령에 의하면 미결수용자의 접견횟수를 매일 1회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미결수용자의 면회 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인 조○형이 군인신분의 미결수용자라는 이유로 청구인들을 차별하는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나아가 청구인들의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국방부장관의 의견:별지 2 기재와 같다.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가. 이 사건 법률규정에 관한 부분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하여 연장된 청구인 조○형에 대한 구속기간은 이미 만료되어 위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는 종료되었으므로 이 부분 헌법소원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국방부장관은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계속중 청구인 조○형에 대한 구속기간연장의 효력이 2002. 3. 27.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구할 위 청구인의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은 소멸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소원제도는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뿐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의 기능도 아울러 가지고 있으므로 심판계속중에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된 경우라도 그러한 기본권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
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된다(헌재 1992. 1. 28. 91헌마111, 판례집 4, 51, 56-57 참조).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한 구속기간의 연장이라고 하는 조치는 앞으로도 다른 사건에서 계속 반복될 것이고 이에 따라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헌법적 분쟁 또한 반복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은 당해사건을 넘어서서 일반적인 의미를 가지는 헌법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은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긴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 헌법소원은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적법하다.
나.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관한 부분(1) 청구인이 이 사건 시행령규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전에 군행형법 및 군행형법시행령의 관련규정에 따라 먼저 참모총장에게 청원을 하고 참모총장이 이를 거부하는 경우에 그 불허처분에 대하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제기한 이 부분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고 국방부장관은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어서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후단에서는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군행형법 제4조 제1항은 “수용자가 그 처우에 불복하는 때에는 참모총장 또는 순회점검공무원에게 청원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 조○형은 이 부분 심판청구를 하기 전에 군행형법 제4조 제1항의 청원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이 청원절차는 구체적인 처우에 대한 불복수단 내지는 구제제도이므로 이는 법령을 대상으로 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에 대한 사전구제절차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국방부장관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한편,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 조○형은 2002. 7. 10. ○○본부 보통군사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군기누설, 공무상비밀누설 등으로 징역 3년 등의 형(다만, 징역형은 같은 날 관할관에 의하여 징역 1년 6월로 감경되었음)을 선고받고(2002고1), 고등군사법원에 항소하여
2002. 11. 12.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등의 형을 선고받았으며(2002노238), 다시 2002. 12. 2. 대법원에 상고하여(2002도6813) 현재 상고심에 계속중인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청구인 조○형이 이미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받고 석방되었으므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구할 청구인들의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은 소멸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의한 면회횟수의 제한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고 이에 따라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헌법적 분쟁 또한 반복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시행령규정 역시 당해사건을 넘어서서 일반적인 의미를 가지는 헌법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은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긴요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헌법소원도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되어 적법하다.
4. 본안에 관한 판단가. 이 사건 법률규정에 대하여(1) 헌법상 신체의 자유의 보장과 구속의 제한우리 헌법은 제12조 제1항 제1문에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체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자유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된다.
헌법이 신체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기 위하여 두고 있는 여러 규정 중의 하나인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 내지 피고인의 무죄추정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무죄추정권은, 공판절차에 선행하는 수사절차의 단계에 위치한, 피의자에 대하여도 당연히 인정된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증거법에 국한된 원칙이 아니라 수사절차에서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형사절차의 전과정을 지배하는 지도원리로서 인신의 구속 자체를 제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려는 헌법정신 특히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인하여 수사와 재판은 불구속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므로 구속은 예외적으로 구속 이외의 방법에 의하여서는 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투쟁이 불가능하여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만 사용되어야 하며 구속수사 또는 구속재판이 허용될 경우라도 그 구속기간은 가능한 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특히 수사기관에 의한 신체구속은 신체적ㆍ정신적 고통 외에도 자백강요, 사술(詐術), 유도(誘導), 고문 등의 사전예방을 위해서도 최소한에 그쳐야 할 뿐더러 구속기간의 제한은 수사를 촉진시켜 신속한 공소제기 및 그에 따른 신속한 재판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헌법 제27조 제3항에서 보장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서도 불가결한 조건이 된다(헌재 1992. 4. 14. 90헌마82, 판례집 4, 194, 206 참조).
(2) 현행법상 수사기관의 구속기간 및 그 연장(가)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 및 그 연장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한 때에는 10일 이내에 피의자를 검사에게 인치하지 아니하면 석방하여야 하고(제202조)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한 때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치를 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석방하여야 한다(제203조).
지방법원판사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수사를 계속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0일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제203조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1차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다(제205조 제1항).
결국 구속기간의 연장은 검사의 구속기간에 한하여 허용되고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에 관하여서는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은 10일에 한정되며 검사의 구속기간은 원칙적으로 10일이지만 최대한으로는 20일이 된다.
(나) 국가보안법상 구속기간의 연장
국가보안법 제19조는 지방법원판사는 국가보안법 제3조 내지 제10조의 죄에 관하여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은 1차에 한하여, 검사의 구속기간은 2차에 한하여, 각 10일 이내의 기간으로, 형사소송법 제202조 및 제203조에서 정한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국가보안법 제3조 내지 제10조 위반으로 구속된 피의자의 수사기관에 의한 구속기간은 사법경찰관에 의하여 최장 20일, 검사에 의하여 최장 30일까지로 연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19조 중 동법 제7조(찬양ㆍ고무 등), 제10조(불고지)의 죄에 관한 구속기간연장 부분은 위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2. 4. 14. 90헌마82, 판례집 4, 194).
(다) 군사법원법상 구속기간 및 그 연장
군사법원법 제239조는 “군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한 때에는 10일 이내에 피의자를 검찰관에게 인치하지 아니하는 한 석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40조는 “검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한 때 또는 군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치를 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한 석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형사소송법 제202조 및 제203조에 상응하는 같은 내용의 규정이다.
한편, 제242조 제1항은 “보통군사법원 군판사는 검찰관 또는 군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수사를 계속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0일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제239조 또는 제240조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각각 1차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구속기간의 연장을 검사의 구속기간에 한하여 허용하고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에 관하여는 이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형사소송법의 규정과는 달리,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고 있다.
결국 군사법원법의 적용을 받는 피의자의 수사기관에 의한 구속기간은 군사법경찰관에 의하여 최장 20일까지, 검사에 의하여 최장 20일까지로 각 연장이 가능한 것이다.
(3)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 여부(가) 문제의 소재
이 사건 법률규정은 군사법원법의 적용을 받는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기간의 한도를 넓혀서 보통군사법원 군판사로 하여금 군사법경찰관에 대하여 10일간의 구속기간을 1차 연장허가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군사법원법의 적용을 받는 피의자는 경찰단계에서 최대한 20일을 구속당할 수 있게 되어, 경찰단계에서 10일 이내의 범위에서만 구속되는 다른 범죄피의자에 비하여 그만큼 신체의 자유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더 많이 제한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 10일에 대하여도 이는 지나치게 장기간이므로 단축되어야 마땅하다는 논의가 있어온 마당에, 이에 더하여 군사법경찰단계에서의 구속기간을 다시 10일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사건 법률규정이 과연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려는 헌법이념에 합당한 것인지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
이하에서는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과 관련한 외국의 입법례 및 국제인권규약의 내용, 군사법제도(軍司法制度)의 특수성 및 현행 군사법제도의 실정에 관하여 먼저 살펴본 다음, 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한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
의 연장이 과연 헌법상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를 보기로 한다.
(나) 외국의 입법례 및 국제인권규약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 사법경찰원은 체포된 피의자를 신체구속시부터 48시간 이내에 검찰관에게 송치하거나 또는 즉시 석방하도록 되어 있고, 독일의 경우 구속영장에 의하여 체포된 피의자는 지체 없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담당법관에게 인치하도록 되어 있으며, 미국의 경우 체포된 피의자를 지체 없이(대부분의 주에서 24시간 이내) 치안판사(magistrate judge) 앞에 인치하도록 되어 있는 등 사법경찰관에 의한 장기간 구금을 인정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사정은 영국이나 프랑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1976년에 발효된 국제인권규약 B규약 제9조 제3항 전문(前文)은 “형사상의 범죄로 체포 또는 구금된 자는 법관이나 사법권을 행사하도록 법률로 정해진 다른 사법당국의 면전에 신속하게 인치되어야 하고 적당한 기간 내에 재판을 받거나 석방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의 인치는 법관으로 하여금 체포나 구금의 적법성을 판단하도록 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신병구속에 대한 권한을 경찰로부터 이관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외국의 입법례나 국제인권규약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구속기간 중의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사법경찰관에 의한 장기구금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우리 학계에서도 대부분의 학자들은 같은 이유로 사법경찰관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 10일은 지나치게 장기이어서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법론을 주장하고 있다.
(다) 군사법제도의 특수성 및 현행 군사법제도의 실정
1) 군사법제도의 특수성
군조직은 집단주의적 사고를 강조하고 철저한 위계적 구조를 가진 집단이고 전쟁시나 평화시를 막론하고 군의 지휘와 전투 승리의 보장에 장애가 되는 행위를 범죄행위로 취급하여 엄벌하는 엄격한 법체계를 가진 집단이어서 민간조직과는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군사법제도의 운영상 핵심적인 과제는 국민 일반에게 보장되는 평등한 법적 보호를, 군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군인에 대한 관계에서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군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강조하는 논리에 지배된 나머지 군사
법제도상의 인권보장과 사법정의실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고 볼 수 있다. 군사법제도의 특수성을 전혀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현저히 고양된 국민 일반과 군인들의 권리의식에 맞추어 이제는 그 특수성에 대한 지나친 경도에서 탈피하여 군사법제도에 있어서도 인권보장과 사법정의의 실현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구현에 더욱 노력하여야 할 시점이 도래하였다.
2)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
군형법은 대한민국 군인 및 준군인(準軍人)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특정한 범죄에 관하여는 군인이 아닌 내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군형법 제1조 제1항 내지 제4항). 군사법원은 군형법 제1조 제1항 내지 제4항에 규정된 자 및 국군부대의 간수하에 있는 포로가 범한 죄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군사법원법 제2조 제1항). 그밖에 군사법원은 계엄법에 의한 재판권을 가지고, 군사기밀보호법 제13조의 죄와 그 미수범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군사법원법 제3조). 군사법원법은 군사법원에 재판권이 있는 모든 형사사건에 적용된다.
3) 검찰관과 군사법경찰관과의 관계
형사소송법은 검사를 범죄수사의 주체로서 인정하면서 검사의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명문화하고 있고(제195조, 제196조 제1항) 나아가 검찰청법은 사법경찰관리에게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대한 복종의무를 부과한 다음 그 의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검사의 경정 이하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체임요구권(替任要求權)을 규정하고 있다(제53조, 제54조).
이에 비하여 군사법원법 제228조 제1항은 “검찰관 및 군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생각되는 때에는 범인ㆍ범죄사실 및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검찰관과 군사법경찰관 모두에게 수사할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양자의 관계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다만, 동법 제45조에서 “군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직무상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일반적으로 검찰관이 군사법경찰관의 수사행위에 대하여 직무상 상관으로서 명령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군사법원법은 검찰관의 군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명백히 하지 않고 있고 군사법경찰관이 검찰관의 지시를 위반하였을 경우에 이를 제재할 체임요구권 등의 수단이 결여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군검찰관의 권한은
사실상 상당히 제한되고 있고 군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찰관의 견제장치 미비로 1차 수사기관인 군사법경찰관의 권한이 매우 강한 것이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라)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성
1) 군사법원법 제239조가 규정하고 있는 군사법경찰관의 10일간의 구속기간은 형사소송법 제202조에 상응하는 같은 내용의 규정으로서 이러한 구속기간의 허용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원칙에 대한 예외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은 경찰단계에서는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형사소송법의 규정과는 달리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함으로써 예외에 대하여 다시 특례를 설정하였고 이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규정이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그 제한되는 기본권의 중요성이나 기본권제한 방식의 중첩적ㆍ가중적 성격에 비추어 엄격한 기준에 의할 것이 요구된다.
2) 군사법원법상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에 관하여 형사소송법의 규정과는 달리 그 연장을 허용해야 할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우선 군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단계에서는 범죄의 객관적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소명자료가 수집되어 있어야 하므로(군사법원법 제238조 제1항, 제2항) 피의자를 구속할 즈음에는 이미 범죄의 객관적 혐의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완료된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일반 사건에서 사법경찰관이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할 것인데 사정이 이와 같다면, 적어도 증거자료의 수집의 측면에서는, 군사법경찰관에게 구속영장 발부 이후에 특히 구속기간을 더 연장하여줄 필요성은 통상의 상황하에서는 인정되기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군사법경찰관은 구속피의자를 검찰관에게 인치한 후에도 증거수집을 위한 조사를 계속하여 수집된 증거를 추송할 수 있는 터인데도(이 점은 일반 사법경찰관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다시 별도로 군사법경찰관에게 독자적인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한다는 것은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에 군사법경찰관에 의한 구속기간이 장기화되면 중복신문, 자백강요 등 구속피의자에 대한 위법ㆍ부당한 처
사가 자행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그 구속기간은 가능한 한 단축되어야 한다. 사법경찰관에 의한 경우에도 같은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으나 군사법경찰관에 의한 수사의 경우에는 군대사회의 특성상 방어권의 행사가 위축되기 쉽고 수사관이 피의자보다 계급이 높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앞에서 본바와 같이, 군검찰관의 군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이나 견제가 미흡하여 군사법경찰관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한 점도 이러한 위험을 더 크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밖에도 수사상의 특별한 필요성을 이유로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일반 사건에 비하여 특히 장기간으로 하여야 할 사정은 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군인의 범죄라 하더라도 휴가중의 폭행, 절도, 강도, 교통사고범죄 등으로 경찰에서 조사를 한 후 헌병대로 이송된 경찰이첩사건과 같이 순정군사범(純正軍事犯)이 아닌 경우가 군인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하에서 이러한 사건들에 대하여 군사법경찰관에 의한 장기간의 구속기간이 필요하지 아니함은 더욱 명백하다.
국방부장관이 제출한 의견서에 의하면 군수사기관의 수사권이 미치는 주된 범죄인 군형법상의 범죄들은 남북분단의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범죄들로서 조직적ㆍ지능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단기간의 수사로는 배후관계의 규명이나 증거포착이 어려워 충분한 수사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국가안전보장 내지 국가존립의 기초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형법상의 내란죄ㆍ외환죄의 경우 또는 어느 면에서는 이러한 범죄들보다 더 조직적이고 지능적이며 수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마약사범이나 조직폭력사범의 경우에도 사법경찰관에 의한 구속기간은 10일을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나아가 국방부장관은 그밖의 범죄들도 군의 생명인 군기의 유지 및 전투력의 보전ㆍ발휘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위하여 충분한 수사기간의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범죄라고 하여 특별히 일반 사건에 비하여 실체적 진실발견의 필요성이 강조된다거나 충분한 수사기간의 보장이 요청된다고 보아야 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주장은 신속한 재판이 강조되는 군사재판의 특성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한편, 국방부장관은 군관련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이 수사기관으로부
터 멀리 떨어져 있어 이동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고 수사상 민간인의 진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들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구속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상의 애로나 고충은 군관련사건에 특유한 것이 아니고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공통된 일이므로 이러한 사정이 특별히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다시 연장할 만한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3)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수사의 필요성을 이유로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일반 사건에 비하여 특히 장기간으로 하여야 할 사정은 인정하기 어렵고 장기간의 구속이 허용될 경우의 폐단은 일반 사건에 비하여 오히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사,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 중에 특히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규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위헌을 면하기 어렵다.
첫째, 군사법원법은 군인 및 준군인의 모든 범죄와 특정한 범죄에 관하여는 군인이 아닌 내외국인도 그 적용대상이 되는 등 그 적용범위가 대단히 넓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사건 법률규정과 같이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모든 범죄에 대하여 수사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것은 그 과도한 광범성으로 인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게 되는 사건의 대부분이 비교적 경미한 사건들임은 앞에서 본바와 같다.
물론 구속기간연장을 위해서는 그 연장신청시 관할 부대장의 승인을 얻도록 되어 있고(군사법원법 제242조 제3항, 제238조 제3항) 보통군사법원 군판사의 연장허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그때그때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남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구속기간의 연장이 허용되는 대상범죄가 지나치게 광범한 데서 오는 폐단을 시정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러한 절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률규정 자체로 인한 침해가능성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둘째,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통하여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부적절한 방식에 의한 과도한 기본권의 제한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건과 같이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정당화될 정도의 중
요사건이라면 이를 군사법경찰관이 구속기간을 연장까지 하여가면서 수사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더 높은 법률적 소양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군검찰관이 이를 수사하고 필요한 경우 그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사법경찰단계에서의 장기구금을 통하여 수사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인권침해의 우려가 매우 높은 방식이어서 각국의 입법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규정에도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이는 기본권제한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의 하나인 수단의 적절성 원칙에 부합되지 아니하고, 나아가 불필요하게 구속을 장기화한다는 점에서도 이것은 기본권제한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위하여 필요한 또 하나의 요건인 피해의 최소성원칙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결국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이 사건 법률규정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되고, 또한 방법의 적정성 및 피해의 최소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점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반되며, 그 결과 청구인 조○형의 신체의 자유 및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또한 군인신분의 피의자라는 이유로 군인이 아닌 일반 민간인 신분의 국민과 다르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인 조○형을 차별하여 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4) 소결론이 사건 법률규정은 무죄추정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함으로써 청구인 조○형의 신체의 자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대하여(1) 헌법상 기본권으로서의 접견교통권형사소송법 제89조는 “구속된 피고인은 법률의 범위내에서 타인과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하며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09조는 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 이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이와 같이 구속된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게 타인과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이를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아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즉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헌법상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 바로 구속된 피의자ㆍ피고인이 갖는 변호인
과의 접견교통권이며 따라서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되기 때문이다(헌재 1991. 7. 8. 89헌마181, 판례집 3, 356, 36 ; 헌재 1992. 1. 28. 91헌마111, 판례집 4, 51, 59).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구속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변호인 아닌 ‘타인’과 접견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하여는 헌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으므로 이것이 단순히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비로소 보장된 권리인지 아니면 헌법상의 기본권으로까지 볼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구속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갖는 변호인 아닌 자와의 접견교통권은, 피구속자가 가족 등 외부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적절히 개방하고 유지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가족 등 타인과 교류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관계가 인신의 구속으로 인하여 완전히 단절되어 파멸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를 준비하기 위하여, 반드시 보장되지 않으면 안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므로 이는 성질상 헌법상의 기본권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비록 헌법에 열거되지는 아니하였지만,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기본권의 하나로서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인정하고 있는데(헌재 1998. 10. 15. 98헌마168, 판례집 10-2, 586, 596 등)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은 이러한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나온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4항도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 보장의 한 근거가 될 것이다.
대법원도 미결수용자의 타인과의 접견권을 헌법 제10조가 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가운데 포함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92. 5. 8. 선고, 91부8 판결{공1992. 8. 1.(925), 2151}].
이처럼 미결수용자가 가족과 접견하는 것이 헌법 제10조가 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가운데 포함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이라고 한다면 그와 마찬가지로 미결수용자의 가족이 미결수용자와 접견하는 것 역시 헌법 제10조가 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가운데 포함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가족구성원의 한 사람이 미결수용되어 있는 경우에 다른 가족이 그 수용된 가족을 찾아 만나보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의 정리이고 또 마땅한 도리이므로 이러한 만남을 추구하는 가족의 행동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형성함과 동시에 행복추구권의 한 발현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면회의 횟수를 주2회로 한정하는 것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과 그 가족의 접견교통권을 모두 제한하는 것인데 이것이 헌법상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의한 기본권제한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기본권은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으나 그 제한의 방법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고 제한의 정도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도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의 규정에 의하여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한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지 문제가 된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제한에 관한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법률유보의 원칙은 ‘법률에 의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의 제한에는 법률의 근거가 필요할 뿐이고 기본권 제한의 형식이 반드시 법률의 형식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아울러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대통령령으로 면회의 횟수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에 관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고 그 위임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
그런데 군행형법 제15조(면회와 서신의 수발)를 보면, 제1항 내지 제3항에서 수용자(수형자 및 미결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타인과 면회할 수 있고(다만, 수사중인 미결수용자에 대하여는 검찰관이 허가함), 수용자의 면회는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없는 한 이를 허가하여야 하며, 수용자의 면회는 변호인 면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도관의 참여를 요한다고 규정한 다음, 제6항에서 “면회에의 참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면회라고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과 행형법에서 말하는 접견이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이해되는데 이 군행형법 제15조 제6항은 행형법
제18조(접견) 제4항에서 “접견의 횟수ㆍ시간ㆍ장소 및 접견참여 기타 접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군행형법 제15조는, 면회에 관한 한, 면회의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 자유로운 면회를 전제로 하면서 다만, 면회에의 참여에 관한 사항만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을 뿐 면회의 횟수에 관하여는 전혀 위임한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법률의 위임 없이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이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 및 제75조에 위반된 기본권제한으로서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이라는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구성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기본권제한의 형식 내지 방식에 관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위헌임을 면치 못할 것이나, 더 나아가 그 내용면에서 보아도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하고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인정되므로 아래와 같이 그 이유를 밝힌다.
(3) 접견교통권의 과잉제한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인 헌법상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무죄추정의 원칙은 미결수용자에게 구금의 목적에 반하지 않는 한 일반 시민과 동등한 처우를 하고 구속 이외의 불필요한 고통을 과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정당한 구금이 행해진 경우라도 미결구금의 목적인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제한 또는 구금시설의 질서유지를 위한 제한을 제외하고는 미결수용자의 자유와 권리를 함부로 제한하여서는 안된다고 할 것이다.
국방부장관은 이 사건 시행령규정의 입법목적으로 증거인멸의 방지 이외에 군사기밀의 누설의 방지 및 부대의 보안ㆍ경계상의 문제점 예방을 추가로 들면서 도주의 방지는 따로 거론하고 있지 않는바 우선 군사기밀의 누설의 방지나 부대의 보안ㆍ경계상의 문제점 예방은 원래 미결구금의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미결구금자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독자적인 입법목적이 될 수는 없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방지라는 목적에 포함되거나 부수되는 정도의 것에
불과하다고 볼 것이다. 다만, 잦은 면회를 허용하게 되면 증거인멸의 우려와 마찬가지로 도주의 우려도 증가하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나아가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에도 장애가 초래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시행령규정의 입법목적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의 방지 및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목적 자체는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나아가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의 하나가 될 것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의 기본권의 하나에 속하므로 원칙적으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다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또는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를 해칠 특별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절한 방법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앞에서 본 판결(91부8)에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방지라는 구속의 목적에 위배되거나 구금시설의 질서유지를 해칠 현저한 위험성이 있을 때에는 구속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접견권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나, 그와 같은 제한의 필요가 없는데도 접견권을 제한하거나 또는 제한의 필요가 있더라도 필요한 정도를 지나친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침해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돌아가 보건대, 행형법시행령에서 미결수용자의 접견횟수를 매일 1회로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고 있고 다만,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후단은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시행령 제44조는 소장(수사중인 미결수용자에 대하여는 검찰관)이 수용자의 교화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수용자의 면회횟수를 증가시켜 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무죄추정의 원칙상 미결수용자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기까지는 일반 시민과 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원칙인 점, 수용기관은 면회에 교도관을 참여시켜 감시를 철저히 한다거나(군행형법 제15조 제3항, 군행형법시행령 제46조 제3항), 필요한 경우에는 면회를 일시 불허(군행형법 제15조 제2항)함으로써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의 방지 및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행령 규정은 지
나친 제한을 앞세운 다음 보완조치를 강구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원칙과 예외를 뒤바꾸는 잘못을 범하였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는 것이 비록 그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적절한 방법의 하나라고는 하더라도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면서도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를 방지한다는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 똑같이 효과적인 다른 방법이 위에서 보듯이 존재하므로, 이것은 기본권제한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위하여 필요한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평등권의 침해 여부(가) 평등의 원칙은 입법자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교의 대상을 이루는 두개의 사실관계 사이에 서로 상이한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실관계를 서로 다르게 취급한다면 이것은 평등권을 침해하게 된다. 두개의 사실관계가 본질적으로 동일한가의 판단은 일반적으로 당해 법률조항의 의미와 목적에 달려 있다(헌재 1996. 12. 26. 96헌가18, 판례집 8-2, 680, 701).
(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규정의 의미와 목적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의 방지 및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로 볼 때 미결수용자가 군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인지 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인지는 본질적인 차이가 될 수 없으므로 양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군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경우에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나 수용소내 질서훼손의 우려가 일반 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에 비하여 더욱 높다고 볼 이유나 사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관점에서 볼 때 동일한 처지에 있는 미결수용자 중 군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의 면회횟수를 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에 비하여 감축하려는 것이므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자의적인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야 한다.
그러나 군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경우라고 하여 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경우에 비하여,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특히 도주나 증거인멸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거나 그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가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양자를 달리 취급함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합리적 이유를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군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를 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에 비하여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고, 그와 마찬가지로 군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가족을 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가족에 비하여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므로 결국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5) 소결론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헌법 제37조 제2항 및 제75조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5. 결 론따라서 군사법원법(1994. 1. 5. 법률 제4704호로 개정된 것) 제242조 제1항 중 제239조 부분은 청구인 조○형의 신체의 자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고, 군행형법시행령(1999. 10. 30. 대통령령 제16587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 부분은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 김영일 권 성(주심)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별지 1〕(2) 관련조항
○ 군사법원법
제239조(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 군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한 때에는 10일 이내에 피의자를 검찰관에게 인치하지 아니하는 한 석방하여야 한다.
제240조(검찰관의 구속기간) 검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한 때 또는 군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치를 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한 석방하여야 한다.
○ 형사소송법
제202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한 때에는 10일 이내에 피의자를 검사에게 인치하지 아니하면 석방하여야 한다.
제203조(검사의 구속기간)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한 때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치를 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석방하여야 한다.
제205조(구속기간의 연장) ① 지방법원판사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수사를 계속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0일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제203조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1차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다.
② 생략
제89조(구속된 피고인과의 접견, 수진) 구속된 피고인은 법률의 범위내에서 타인과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하며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제209조(준용규정) 제71조, 제72조, 제75조, 제81조 제1항 본문, 제3항, 제82조, 제83조, 제85조 내지 제91조, 제93조, 제101조 제1항, 제102조 제1항 본문(보석의 취소에 관한 부분을 제외한다)의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구속에 준용한다.
○ 군행형법
제15조(면회와 서신의 수발) ① 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타인과 면회하거나 서신을 수발할 수 있다. 다만, 수사중인 미결수용자에 대하여는 검찰관이 이를 허가 한다.
② 수용자의 면회와 서신수발은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없는 한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③ 수용자의 면회와 서신수발은 교도관의 참여와 검열을 요한다. 다만, 제62조의 규정에 의한 변호인 면회의 경우를 제외한다.
④, ⑤ 생략
⑥ 면회에의 참여, 서신의 검열 및 제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군행형법시행령
제44조(면회제한의 예외) 소장(수사중인 미결수용자에 대하여는 검찰관을 말한다. 이하 제47조에서 같다)은 수용자의 교화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제42조 및 제43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수용자의 면회시간ㆍ횟수를 연장 또는 증가시켜 허가할 수 있다.
○ 행형법
제18조(접견) ① 수용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다른 사람과 접견할 수
있다.
② 소장은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한 사유가 없는 한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하여야 한다.
③ 소장은 수용자의 접견에 교도관을 참여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제6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변호인과의 접견은 예외로 한다.
④ 접견의 횟수ㆍ시간ㆍ장소 및 접견참여 기타 접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행형법시행령
제56조(접견의 횟수) ① 생략
② 미
결수용자의 접견(변호인과의 접견을 제외한다)횟수는 매일 1회로
한다.
제57조(접견의 예외) 소장은 수용자의 교화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54조 내지 제56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수용자의 접견을 허가할 수
있다.
〔별지 2〕나. 국방부장관의 의견
(1) 적법요건에 관하여
(가)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법률규정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법률규정은 1차에 한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가하는 내용의 것이고 이 사건 법률규정에 의한 청구인 조○형에 대한 연장구속기간은 2002. 3. 28. 이미 도과하였으므로, 위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는 종료되었다. 따라서 그 침해의 원인이 된 이 사건 법률규정의 위헌을 확인할 실익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헌법소원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이 사건 시행령규정 부분에 관하여 보건대,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는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군행형법 제4조는 수용자가 그 처우에 불복하는 때에는 참모총장 또는 순회점검공무원에게 청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군행형법시행령 제6조 내지 제9조는
청원의 절차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은 먼저 참모총장에게 청원을 하고, 참모총장이 이를 거부하는 경우에 그 불허처분에 대하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제기한 이 부분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
(2) 본안에 관하여
(가) 이 사건 법률규정에 대하여
1) 군관련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원거리에 이격되어 있어 이동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수사상 민간인인 참고인 등의 진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들이 군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경우에는 수사관이 직접 다른 지역의 민간인을 찾아가서 필요한 조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구속 후 10일 이내에 사건을 송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 군수사기관의 수사권이 미치는 주된 범죄인 군형법상의 범죄들은 남북분단 및 군사적 대립상태의 지속이라는 국가적 상황 등에 비추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범죄들로서 조직적ㆍ지능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단기간의 수사로는 배후관계의 규명이나 증거포착이 어려워 충분한 수사기간을 보장해 주어야 하고, 그 밖의 범죄들도 군의 생명과 같은 군기의 유지 및 전투력의 보전ㆍ발휘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위하여 충분한 수사기간의 보장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 사건 법률규정이 군인신분의 피의자들을 자의적으로 차별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3) 군사법원법 제132조는 군사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바, 그 기간에는 수사기관에서의 구속기간도 포함되는 것이고, 실제로 군사법원이 재판기일을 지정할 때에는 구속기간의 장단을 고려하고 있으므로,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는 피의자가 일반법원의 재판을 받는 피의자에 비해 수사기관에서의 구속기간이 최장 10일 더 구속되어 조사를 받더라도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4) 이 사건 법률규정은 군사법경찰관이 임의로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보통군사법원 군판사가 군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해당범죄의 수사를 계속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이유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신청을 기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군사법원법 제242조 제3항에 의하면 구속기간의 연장신청에는 관할 부대장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대하여
1)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행형법에 비하여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제한한 것은 미결수용자가 외부인과 잦은 면회를 하게 되면 증거를 인멸하거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군사기밀을 누설할 우려가 있고, 미결수용자의 대부분이 육군교도소가 아닌 예하부대 미결수용실에 수용되어 있는 현실(2002. 4. 현재 미결수 435명 중 381명이 예하부대 미결수용실에 수용)에서 외부인의 잦은 부대출입으로 인하여 부대의 보안ㆍ경계상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는 국가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군부대의 유지ㆍ운영 및 공정한 형벌권의 실현이라는 공익과 미결수용자의 기본권 사이의 비교형량에 의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근거 없는 자의적인 차별이라고는 볼 수 없다.
2)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단서는 “변호인과의 면회는 그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은 최대한 보장되고 있다.
3)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후단은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시행령 제44조는 소장(수사중인 미결수용자에 대하여는 검찰관)은 수용자의 교화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불구하고 수용자의 면회횟수를 증가시켜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였다 하더라도 면회횟수를 필요에 따라 증가시킬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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