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헌마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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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헌마337
학칙시정요구 등 위헌확인
판결기관: 헌법재판소
2003년 6월 26일 판결.

【판시사항】 1.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국ㆍ공립대학총장들에 대한 학칙시정요구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행사인지 여부(적극) 2. 위 학칙시정요구에 대하여 해당대학의 교수회나 그 소속 교수들에게 헌법소원을 청구할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학칙의 제정 및 개정권을 학교의 장에게 부여하고 있는 고등교육법 제6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침해에 대한 자기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대학총장들에 대한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는 고등교육법 제6조 제2항, 동법시행령 제4조 제3항에 따른 것으로서 그 법적 성격은 대학총장의 임의적인 협력을 통하여 사실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정지도의 일종이지만, 그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일정한 불이익조치를 예정하고 있어 사실상 상대방에게 그에 따를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을 상당히 강하게 갖는 것으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있다. 2.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는 각 해당대학의 총장들을 상대로 한 공권력의 행사이므로 원칙적으로 그 위헌확인을 구할 자기관련성을 가지는 자는 시정요구를 받은 대학의 총장들이라 할 것이고, 대학의 교수회나 그 소속 교수인 청구인들에게 자기관련성이 인정되려면 위 시정요구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이고 법적으로 침해하고 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청구인들이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와 관련을 갖는 것은 시정요구의 내용이 학칙 중 교수회의 지위를 의결기구로 정한 것을 심의기구나 자문기구로 개정하라는 것이어서, 이에 따라 학칙이 개정된다면 교수회와 그 구성원인 교수들의 학칙제정 등 학교운영에 대한 참여권이 제한되는 영향을 받는다는 점인바, 청구인들이 시정요구에 의하여 받는 영향이 적지 않다 하더라도 그 영향은 시정요구의 대상이 교수회의 지위 내지 성격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 의하여 간접적ㆍ반사적 관계로 미치는 것일 뿐, 시정요구가 청구인들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ㆍ의무를 부담시키는 등으로 법적 지위의 변동을 직접 초래하는 것은 아니므로 청구인들에게는 위 학칙시정요구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할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3. 고등교육법 제6조 제1항은 학칙의 제정 및 개정권을 학교의 장에게 부여하고 있는 규정으로서, 청구인들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이고 법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청구인들에게는 그 위헌확인을 구할 자기관련성이 없다. 【전문】 【예비적 심판대상조문】


고등교육법(1997. 12. 13. 법률 제5439호로 제정되고, 2002. 8. 26. 법률 제67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학교규칙) ① 학교의 장(학교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당해 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자를 말한다)은 법령의 범위안에서 학교규칙(이하 “학칙”이라 한다)을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다.

②~③ 생략

【당 사 자】


청 구 인 (2002헌마337)

김00 외 10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이석연


(2003헌마7)

배00 외 9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서창교


(2003헌마8)

경북대학교 교수회 외 9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서창교

피청구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주  문】


이 사건 각 주위적 및 예비적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2헌마337

(가) 청구인 김00은 청주교육대학의 교수 겸 같은 대학의 교수협의회 회장이고, 나머지 청구인들도 공주교육대학을 비롯한 전국 10개 교육대학의 교수 겸 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의회, 교수평의회, 교수회를 통틀어 ‘교수회’로 칭한다) 회장으로 각 재직 중이다.


(나) 피청구인은 2002. 1. 18. 및 같은 해 3. 19. 청구인들의 소속 대학 총장들에게 ‘학칙시정요구’ 등의 제목으로 공문을 보내 “법령에 근거가 없음에도 교수회를 (학칙 제ㆍ개정에 관한) 의결기구로 규정하는 것은 대학의 장의 고유권한인 교무통할권 및 학칙 제ㆍ개정권 등 대학의 중요한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위법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시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만약 이러한 시정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ㆍ재정상의 불이익을 가할 것”임을 통보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들은 2002. 5. 17. 주위적으로 피청구인의 위 학칙시정요구를 대상으로 하여 위 시정요구가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보장에 따른 권리로서 교수회의 성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 등을 침해하였다며 그 위헌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청구인이 한 시정요구의 근거조항인 고등교육법 제6조 제1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2) 2003헌마7

(가) 청구인 배00은 경북대학교 교수 겸 동 대학교 교수회 의장이고, 같은 김00은 경상대학교 교수 겸 동 대학교 교수회 의장이며, 조00 등 나머지 청구인들은 부산대학교를 비롯한 전국 8개 국ㆍ공립대학교의 교수 겸 교수회 회장으로 각 재직중이다.


(나) 경상대학교는 1989년부터 학칙을 통해서 교수회를 의결기구로 운영해 왔으며, 경북대학교는 1993년부터 교수회를 관행적으로 의결기구로 운영해오다가 1999년 부터는 교수회를 의결기구로 한다는 내용을 학칙에 반영하여 이를 운영해왔다.


(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2000. 1. 12., 2000. 10. 17., 2000. 12. 7., 2001. 10. 19., 2002. 11. 5. 다섯 차례에 걸쳐 청구인 배00의 소속대학인 경북대학교와 2002. 11. 21. 청구인 김00의 소속대학인 경상대학교에 ‘학칙시정요구’ 등의 공문을 보내 “법령에 위임근거가 없음에도 교수회를 의결기구로 규정하는 것은 대학의 장의 고유권한인 교무통할권 및 학칙 제ㆍ개정권 등 대학의 중요한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위법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시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만약 이러한 시정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ㆍ재정상의 불이익조치를 가할 것”임을 통보하는 등 청구인들 소속의 대학에 같은 취지의 학칙시정요구를 하였다.


(라) 이에 청구인들은 2003. 1. 3. 주위적으로 피청구인이 행한 위 학칙시정요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보장에 상응한 권리로서 교수회의 성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 등이 침해되었다며 그 위헌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청구인이 한 시정요구의 근거조항인 고등교육법 제6조 제1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3) 2003헌마8

(가) 청구인들은 구 교육법 제117조 제2항, 고등교육법시행령 제4조 제16호 및 각 국립대학교 학칙에 의하여 설치된 단체로서 이른바 권리능력 없는 사단에 해당한다.


(나) 피청구인은 2002. 11. 5. 경북대학교에, 같은 달 21.에는 경상대학교에 각 ‘학칙시정요구’ 등의 제목의 공문으로 “법령에 근거가 없음에도 교수회를 의결기구로 규정하는 것은 대학의 장의 고유권한인 교무통할권 및 학칙 제ㆍ개정권 등 대학의 중요한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위법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시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만약 이러한 시정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ㆍ재정상의 불이익을 가할 것”임을 통보하는 등, 청구인들 소속의 각 대학에 동일한 취지의 학칙시정요구를 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들은 2003. 1. 3. 주위적으로 피청구인의 위 학칙시정요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보장으로부터 파생되는 대학의 자치에 관한 권리로서 교수회의 성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 등이 침해되었다며 그 위헌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청구인이 한 시정요구의 근거조항인 고등교육법 제6조 제1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주위적으로 피청구인이 2000. 1. 12.경부터 2002. 11. 21.경 사이에 청구인들 소속 각 대학에 행한 학칙시정요구(이하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라 한다)의 위헌여부이고, 예비적으로 고등교육법 제6조 제1항의 위헌여부인바,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위적 심판대상(이 사건 학칙시정요구의 위헌여부)〕

피청구인이 2000. 1. 12.경부터 2002. 11. 21.경 사이에 청구인들 소속의 각 대학 총장에 대하여 ‘학칙시정요구’ 등의 제목으로 공문을 보내어 “법령에 위임근거가 없음에도 교수회를 의결기구로 규정하는 것은 대학의 장의 고유권한인 교무통할권 및 학칙 제ㆍ개정권 등 대학의 중요한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위법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시정한 후 보고하도록 하고, 이러한 시정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ㆍ재정상의 불이익을 가할 것”이라는 취지로 통보한 행위.


〔예비적 심판대상(고등교육법 제6조 제1항의 위헌여부)〕

고등교육법(1997. 12. 13. 법률 제5439호로 제정되고, 2002. 8. 26. 법률 제67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학교규칙) ① 학교의 장(학교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자를 말한다)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학교규칙(이하 ‘학칙’이라 한다)을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다.


〔관련조항〕

고등교육법

제6조 ② 학교의 장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한 때에는 이를 지체없이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제15조(교직원의 임무) ① 총장 또는 학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한다.

제60조(시정 또는 변경명령) 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학교가 시설ㆍ설비ㆍ수업 및 학사 기타 사항에 관하여 교육관계법령 또는 이에 의한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학교의 설립ㆍ경영자 또는 학교의 장에게 그 시정 또는 변경을 명할 수 있다.

②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시정 또는 변경명령을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위반행위를 취소 또는 정지하거나 당해 학교의 학생정원의 감축, 학과의 폐지 또는 학생의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고등교육법시행령(2002. 12. 11. 대통령령 제17796호로 개정된 것)

제4조(학칙) ① 법 제6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규칙(이하 ‘학칙’이라 한다)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학교의 조직 및 전공 설치와 학생정원

2. 수업연한ㆍ재학연한, 학기와 수업일수 및 휴업일

3. 입학, 재ㆍ편입학, 휴ㆍ복학, 모집단위간 이동 또는 전과ㆍ자퇴ㆍ제적ㆍ유급ㆍ수료 및 졸업

4. 학위의 종류 및 수여

5. 교육과정의 운영, 교과의 이수단위 및 성적의 관리

6. 복수전공 및 학점인정

7. 등록 및 수강 신청

8. 공개강좌 및 특별과정

9. 교원의 교수시간

10. 학생회 등 학생자치활동

11. 장학금지급 등 학생에 대한 재정보조

12. 학생 포상 및 징계

13. 수업료ㆍ입학금 기타의 비용징수

14. 학칙개정절차

15. 각종 위원회의 설치ㆍ운영

16. 대학평의원회 및 교수회가 있는 경우에는 그에 관한 사항

17. 기타 법령에서 정하는 사항

② 법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학교의 장이 학칙을 개정하고자 하는 때에는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개정안의 사전공고ㆍ심의 및 공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③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법 제6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고된 학칙 중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는 대학의 자유를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대학의 자유는 학문연구기관 내지 학문교수기관으로서의 대학이 대학의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외부의 간섭없이 대학구성원 스스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때에만 그 실효성이 보장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의 내부기구로서 자율적 통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교수회 등의 활동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간섭은 배제되어야 하며, 교수회의 권한을 외부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2) 헌법 제31조 제4항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도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구성원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인으로 하여금 연구와 교육을 자유롭게 하여 진리탐구와 지도적 인격의 도야라는 대학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그 범위는 대학시설의 관리ㆍ운영뿐 아니라, 학사운영의 전반에 미친다.

대학의 학칙은 대학시설의 관리ㆍ운영사항뿐 아니라, 학문연구와 교육의 내용과 방법 등 대학학사와 대학질서에 관한 중요한 내용을 정한 대학의 자치법규로서 그 제정 및 개폐는 어디까지나 대학의 자율 내지 대학자치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학문의 자유의 향유자이자 대학의 주된 구성원의 지위에 있는 청구인들과 같은 교수들이 이러한 학칙의 제ㆍ개정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헌법정신에 입각할 때, 청구인들이 구성원인 교수회가 학칙의 제ㆍ개정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즉, 교수회의 법적 지위를 의결기구로 할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자문 내지 심의기구로 할 것인지는 대학의 자치영역으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교수회를 의결기구로 규정한 학칙을 위법이라고 하여 시정을 요구하며 불이익 방침을 시사하는 것은 대학자치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로서 헌법상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청구인들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회의 성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공권력의 행사이다.


(4) 헌법상 교육의 자주성, 대학의 자율성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하도록 하였지만, 그 법률은 어디까지나 교육기본권, 학문의 자유 등을 실효성있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입법형성권의 한계가 있는 것인데, 만일 고등교육법 제6조 제1항을 총ㆍ학장이 학칙 제ㆍ개정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교수회를 학칙 제ㆍ개정에 있어 단순한 자문 내지 심의기구에 불과하고 이를 의결기구로 학칙에 규정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의미로 본다면, 위 법률조항은 학문의 자유 및 대학의 자율성보장에 위반되는 위헌의 규정이라 할 것이다.


나.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의견

(1) 청구의 적법성에 대한 의견

(가) 공권력행사성의 결여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행사라 함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의 효과를 직접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는 일방적으로 학칙을 시정하여 교수회의 성격을 변경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칙시정을 요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고, 대학측의 학칙개정에 의하여 비로소 교수회의 성격이 변경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칙시정요구는 일종의 행정지도로서 그것만으로는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변동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않는다.


(나) 자기관련성의 결여

청구인들은 국ㆍ공립대학의 교수회, 또는 교수 겸 교수회 회장의 지위에 있으나, 교수회는 평교수를 중심으로 본인의 희망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자생적 임의단체로서 청구인들이 대학을 대표하는 지위에 있지 않고, 피청구인의 학칙시정요구로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직접 변동을 가져오거나 현실적으로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므로 자기관련성이 없다.


(다) 보충성원칙위반

설령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심판청구를 하여야 하는 것인데, 청구인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바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으므로 보충성의 원칙을 위반한 청구로서 부적법하다.


(라) 심판청구기간의 도과

이 사건 각 청구는 청구인들이 피청구인의 학칙시정요구가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60일의 법정 청구기간을 도과한 후에 제기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2) 본안에 대한 의견고등교육법 제6조 제1항은 “학교의 장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다.”고 하고, 고등교육법 제15조 제1항에서도 “총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현행법은 총장에게 대학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결정권을 포괄적으로 부여하는 총장중심의 의사결정체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청구인들이 의결기구라고 주장하는 교수회에 관하여는 고등교육법시행령 제4조 제1항 제16호에서 대학평의원회 및 교수회가 있는 경우에는 그에 관한 사항을 학칙에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총장의 중요정책에 대한 최종결정권한을 인정하고 있는 현 고등교육법의 규정들을 고려할 때, 교수회는 임의기구로서 자문기구 또는 심의기구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한 것임이 명백하다.

교수회를 의결기구로 운영하는 교수중심의 의사결정체제는 전문성의 확보는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으나, 대내적으로는 학생과 직원의 참여를 제한하고 대외적으로도 지역사회인사와 동문, 학부모의 참여를 배제하여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이며 집행기구인 총장과의 갈등이 예상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는바, 대학의 의사결정체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대학 및 사회의 제반여건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판단ㆍ결정할 사항이다.

현행 고등교육법과 국립학교설치령이 학칙제정권, 교무통할권 등을 총장의 권한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법령의 위임근거없이 학칙의 최종의결권을 교수회가 가지도록 하는 것은 명백하게 법령을 위반하는 것이고, 이러한 위법한 학칙내용을 시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 헌법 제31조 제4항의 취지에 모순되지 않는다.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지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교육법 제6조 제1항이 대학의 자율성을 규정한 헌법의 취지에 위반된다는 청구인의 주장도 이유없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1) ‘학칙시정요구’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행사인지의 여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헌법소원의 대상으로서의 공권력이란 입법ㆍ사법ㆍ행정의 모든 권력이 포함됨은 물론 권력적 사실행위도 포함된다고 보는바, 피청구인은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라고 다툰다.

먼저 관련법령의 규정을 살펴보면, 고등교육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6조 제2항은 학교의 장이 학칙을 제ㆍ개정하였을 때,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이를 보고하도록 하고, 고등교육법시행령(이하 ‘법시행령’이라고 한다) 제4조 제3항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법 제6조 제2항에 의하여 보고된 학칙 중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 제60조 제1항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학교가 시설ㆍ설비ㆍ수업 및 학사 기타 사항에 관하여 교육관계법령 또는 이에 의한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학교의 설립ㆍ경영자 또는 학교의 장에게 그 시정 또는 변경을 명할 수 있는 시정 또는 변경명령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동조 제2항은 시정 또는 변경명령을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위반행위를 취소 또는 정지하거나 당해 학교의 학생정원의 감축, 학과의 폐지 또는 학생의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학칙으로 정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 제6조 제2항과 법시행령 제4조 제3항에 따라 학교의 장에게 그 시정을 요구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고, 법 제60조에 따라 시정명령 또는 변경명령을 발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는 대학의 총장들에게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는 학칙 중 교수회의 지위에 관한 사항을 개정하여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형식으로서 법 제6조 제2항, 법시행령 제4조 제3항에 따른 시정요구에 해당된다.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는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대학총장의 임의적인 협력을 통하여 사실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사실행위로서 일종의 행정지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지도라 하더라도 그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일정한 불이익조치를 예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실상 상대방에게 그에 따를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인데,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의 경우 대학총장들이 그에 따르지 않을 경우 행ㆍ재정상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학교의 장으로서는 피청구인의 학칙시정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사실상의 강제를 받게 되므로, 이러한 시정요구는 임의적 협력을 기대하여 행하는 비권력적ㆍ유도적인 권고ㆍ조언 등의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을 상당히 강하게 갖는 것으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2) 법원의 재판사항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하여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원의 재판관할 하에 있는 사건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헌재 2001. 12. 20. 2001헌마245, 판례집 13-2, 915, 918 ; 헌재 2002. 4. 25. 2001헌마760 결정 참조).

대법원은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청의 처분이라 함은 행정청의 공법상의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의 효과를 직접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고 하고{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누9163 판결, 법원공보 1993. 11. 1.(955호), 2817면}, 국민의 권리ㆍ이익에 영향이 없는 단순한 행정청 내부의 중간처분, 의견, 질의답변, 또는 내부적 사무처리절차이거나 알선, 권유, 행정지도 등 비권력적 사실행위 등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며, 행정지도에 불응한 것을 이유로 어떤 불이익한 부담적 행위가 행하여질 경우 그 부담적 행위를 대상으로 행정지도의 위법성을 간접적으로 다툴 수 있을 뿐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도 법원에서 권고 내지 지도행위라 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많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법원의 재판사항이라는 이유로 부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겠다.


(3) 자기관련성여부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는 각 해당대학의 총장들을 상대로 한 공권력의 행사이므로 원칙적으로 그 위헌확인을 구할 자기관련성을 가지는 자는 시정요구를 받은 대학의 총장들이라 할 것인바, 대학의 교수회, 또는 교수겸 교수회의 회장들인 청구인들에게도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공권력작용의 직접적인 규율대상이 아닌 제3자의 기본권침해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공권력의 작용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고 하더라도 공권력의 작용이 그 제3자의 기본권을 직접적이고 법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제3자에게 자기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이나, 타인에 대한 공권력의 작용이 단지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로만 관련되어 있는 제3자에게는 자기관련성은 인정되지 않는다(헌재 1993. 3. 11. 91헌마233, 판례집 5-1, 104, 111 ; 헌재 1993. 7. 29. 89헌마123, 판례집 5-2, 127, 133-134 ; 헌재 1994. 6. 30. 92헌마61, 판례집 6-1, 680, 684 참조)고 본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 제3자인 청구인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법의 목적 및 실질적인 규율대상, 법규정에서의 제한이나 금지가 제3자에게 미치는 효과나 진지성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7. 9. 25. 96헌마133, 판례집 9-2, 410, 416-417 참조).

청구인들이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와 관련을 갖는 것은, 시정요구의 내용이 학칙 중 교수회의 지위를 의결기구로 정한 것을 심의기구나 자문기구로 개정하라는 것이어서, 이에 따라 학칙이 개정된다면, 교수회와 그 구성원인 교수들의 학칙제정 등 학교운영에 대한 참여권이 제한되는 등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이 형식상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의 직접적인 수범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실질에 있어서는 시정요구에 의하여 심대한 영향을 받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의 청구인들에 대한 영향은 그 시정대상이 교수회의 지위 내지 성격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 의하여 간접적 관계로 미치는 영향일 뿐, 피청구인이 직접적으로 청구인들, 즉 교수회나 그 소속 교수들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ㆍ의무를 부담시키는 등으로 법적 지위의 변동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청구인들의 지위의 변동은 각 대학의 총장이 시정요구를 받아들여 학칙을 개정하는 행위를 할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 이 사건 시정요구가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이 강하다 해도 대학의 총장이 그에 따르지 않을 수도 있고, 따른다 하더라도 청구인들의 지위의 변동은 총장의 학칙개정에 의하여 생기는 것이지, 이 사건 시정요구에 의하여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 시정요구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이고 법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이 사건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받는 영향은 단지 간접적ㆍ반사적인 영향에 불과하므로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청구인들은 총장의 학칙개정과 관련된 절차에서 그들의 법적 지위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할 수 있고, 헌법소원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법시행령 제4조 제2항은 학교의 장이 학칙을 개정하고자 하는 때에는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개정안의 사전공고ㆍ심의 및 공포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청구인들은 이 절차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청구인들이 소속된 대학들은 모두 국가 내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ㆍ운영하는 국ㆍ공립대학으로서 공법상의 영조물이므로 공권력행사의 주체가 될 수 있고(헌재 1992. 10. 1. 92헌마68 등, 판례집 4, 659, 667-668 ; 헌재 2001. 9. 27. 2000헌마260 판례집 13-2, 415, 419 참조),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개정된 학칙의 내용이 헌법에 위반됨을 이유로 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이 사건 학칙시정요구와 관련하여 갖는 이해관계는 자기관련성을 인정받기에는 부족한 간접적ㆍ사실적 이해관계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예비적 청구에 대한 자기관련성여부

청구인들이 예비적 청구로서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는 법 제6조 제1항은 학칙의 제정 및 개정권을 학교의 장에게 부여하고 있는 규정으로서, 청구인들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이고 법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청구인들에 대한 자기관련성이 없어, 이 사건 예비적 청구 또한 부적법하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각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인들에 대한 자기관련성이 없어 각 주위적 및 예비적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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